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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Bang

잡기 2009. 7. 22. 20:34
DDoS 공격 진원지로 몇몇 언론이 북한을 집더라. 입에 게거품을 물고 시장주의를 찬미하던 어떤 언론은 포이즌 필을 옹호하기도 했다. 콧방귀를 뀌었다.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을 즈음에는 그런 언론더러, 'you are not 언론' 이라고 말하더라.

술 먹고 집에 가기 위해 늦은 시각 택시를 잡으러 도로변에 나왔다. 마침 비가 내려 일행을 먼저 택시에 태우려고 얼른 앞에 보냈는데 그들을 안 태우고 내 앞에 서서 나를 태운다. 택시 기사에게 왜 앞에 있는 사람들을 안 태우냐고 물으니 비 오는 날 우산 안 쓰고 있는 사람은 택시가 보통 태우지 않는단다. 밤새 영업해야 하는데 비맞은 사람 태우면 시트 젖고 냄새 밴다고. 내리자마자 승차거부로 다산 콜센터에 신고할까... 하다가 기사 양반 사연이 기구해 관뒀다: 얼마 전에 강도를 당했고, 저번 주 금요일 밤에는 택시 영업해서 번 돈 23만원을 털렸다. 억울해서 며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한다. 요즘은 다산 콜센터에 전화해 택시 번호를 알려주면 택시기사에게 상당한 불이익이 돌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승차거부에 관한 전화를 하지 않았다.

http://soulfly.tistory.com/entry/나의-남편은-개발자 -- '개발자들이 피고름 짜내고 각혈하고 팔 한쪽 잘라서 맞바꾸면서 '신화'를 만들어나간다는 이야기는 쌍팔년도 '신화창조의 비밀'에서나 통할 이야기다.'

인생은 선택이라고 믿는 좀 순진한 견해지 싶지만(만선의 기쁨 운운하는 것을 보니 내가 무슨 말을 하건 욕이 되진 않겠지), 개발자가 된 동기가 돈벌이인 사람들을 별로 만나보지 못했다.

요즘은 양심의 질량 얘기를 자주 했다. 한 번도 전체 스토리를 말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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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찍으니 흡사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데?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행주산성에 갔다. 자전거에 아이를 태우고 처음 일반도로를 달릴 때는 신경이 곤두섰는데, 지금은 익숙해진 편. 서울의 도로사정이 뻔한데 일반도로에 아이 태우고 돌아다니는 건 정신나간 짓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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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나간 짓인 줄 알면서도 북한산성 탐방로 옆 골짜기에 아이를 태우고 갔다. 이번이 두 번째인데 아이가 꽤 좋아한다. 자전거 타면 집에서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에 고향에서나 보던 종류의 계곡이 있다.  

아이를 데리고 주말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덕택에 산행도 거의 못하고, 자전거도 별로 못 타서인지 뱃살만 늘었다. 아니 사실은 최근 몇 주 동안 자주 술을 마신 탓일께다. 허리를 수그리면 뱃살의 두께가 실감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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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대피 개념도. 잘 그렸다. 개념사진이다.

OSM에 도로를 올리고 2주가 지났다. 서울 시내 도로를 정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최소한 한국의 유명 산 트래킹 코스를 OSM에 시간나는 대로 넣어보려고 노력중이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설악산, 수리산, 청계산 코스를 어느 정도 만들었다. 여러 개의 GPS 트랙로그를 합쳐 올린 다음 편집하면 오차가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무튼 그중  북한산 및 도봉산 트래킹 코스는 그야말로 대작이다.

북한산 작업만 일주일이 걸렸다. 아는 지식이 일천하고 데이터가 부족해 능선 코스에 이름을 붙이지 못했다. 그래도 약도 수준의 paran 등산지도 보다 낫고 네이버, 다음 맵에는 없는 지도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흐몽족에게는 미국이 좋아요. 여자애들은 대학에 가고 남자애들은 감옥에 가죠.' -- Gran Torino.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 치고 재미가 없었다.

닐 게이먼, 인터월드: 그저그런 애들용 동화. 별 감상 없다.

로버트 하인라인: 므두셀라의 아이들: '우주선은 대기권 재진입을 끝낸 다음 길고 단조로운 불완전연소 활강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 불완전 연소 활강? 그게 뭐지?

이해를 못 하시는군요. 저는 독자여서 어머니께서 계속 따라다니셨습니다. 저를 찾으시기 전에 돌아가야 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착륙선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절대로 더 젊어지지 않을 거고요. 타십시오."
"하지만..."
"한심한 놈!"
젊은이는 라자러스가 시키는 대로 따르며 딱 한 번 걱정스러운 눈으로 비탈 쪽을 돌아보았다. 라자러스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체외수정에 대해서 논란이 참 많았지.'
체외수정이 마마보이를 만들었다는 근거없는 이야기.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다 보니 므두셀라의 아이들에서 늘어놓는 과학기술 묘사는 고색창연하기 그지없었다.

"... 우주 전체에 인간이 코를 들이밀 수 없는 일은 있어선 안 되지. 우리는 그렇게 태어났고 거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네."
"이유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맞아. 어쩌면 그냥 어마어마하게 규모가 큰 농담일지도 모르지. 아무 의미도 없는."
라자러스는 일어서서 기지개를 켠 다음 갈빗대를 긁었다.
"하지만 이건 말할 수 있네, 리비, 해답이 뭐건 간에 나무가 서 있는 한 계속 기어올라서 구경거리가 뭐 있나 하고 끝없이 둘러볼 원숭이 한 마리가 여기 있다는 사실 말이야."
하인라인은 원래 이랬다. 아니면 그 시절 SF가 전부 저랬던가. 역자후기에서 하인라인의 작품을  이렇게 말한다.

무지하고 단순하며 사실을 완전히 왜곡한다는 비난을 듣기로 작정하고, 사건의 전개 양상과 주제를 드러내는 방법에 따라 과학소설이라는 이름의 수평선을 그어보자. 선의 왼쪽에는 두뇌 중시형 주인공이 등장하며, 독자는 이쪽 작품들의 참맛을 알기 위해 지적 추리 능력과 사고력을 동원해야 한다. 반면 오른쪽 주인공들은 뛰고 날고 행동하며 독자들은 그들의 운명을 좇아 사건의 흐름에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단순하게 과학소설을 양분한다면 하인라인의 작품들은 단연코 우측에 몰려 있다.
내 취향은 그럼 중도좌파 모더니스트라고 해두지. '므두셀라의 아이들'은 옛날 SF답게 고리타분해서 '최신 유행'에 민감한 나같은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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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작전을 이렇게 말했다: "숨어있는 저평가주에 힘을 좀 실어주는 거지." 배우들이 많이 풋풋하지만 재밌게 봤다. 주변에서 보고 듣던 얘기들이라서 친근감마저. 배합을 매끄럽게 유지해 숨결대로 따라가기 편한 영화 였다. 캐릭터 구현도 좋았고 대사가 느끼하지 않았으며 메시지가 적당했다. 그런데 matching transaction이 사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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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살인의 추억이 생각나는 장면. 한쪽에선 포대로 시체 말고 한쪽에서는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 개자식이 장 마감을 몇 분 앞두고 매도할지 말지 고민하고. 술자리에서 '작전'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하게타카'와 '남자 이야기'란 드라마를 추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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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매력적인 컷 분할. 졸지 않고 완샷에 읽어버린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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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eapple Express. "이게 바로 대마초의 미래야. 동시에 세 군데에 불을 붙여. 그럼 연기가 모여서 세 배의 효과를 낸다고 할 수 있지. 네 손자들은 이걸로 피울 꺼야." 저렴한 예산에, 되는대로 갖다 붙인 무의미한 스토리 라도 천사와 악마보다 재밌다. 보고 나면 남는게 없는 것이 진정한 주말 시간 때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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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매그니튜드 8.0. '본 작품은 수도권에서의 거대 지진 발생을 가정하여, 방대한 리서치와 검증을 기반으로 제작된 픽션입니다.' 라고 말했다.  주인공 아이들이 어려서 앞으로의 내러티브를 우연과 운의 도움없이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그저 슬프고 가엾은 이야기라면 사실적으로 묘사한 대재앙의 의미가 퇴색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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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제목이 참... 촌스럽다. 일루미나티 흉내내는 것들이(초반부터 사기란 걸 알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한심한) CERN의 LHC에서 만든 반물질로 바티칸을 날려버릴 궁리를 한다는 설정  -- 안 그래도 영양가 없고 그저 생각만 해도 얼토당토 않고 정 떨어지는  소재. 원작은 얼마나 거지같은 지,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최소한 각본과 연출이 쓰레기 같아 왜 저 따위로 밖에 못 만들었을까 싶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 영화 본 사람들은 화살표를 다음 장소를 가르키며 간발의 차이로 지정한 장소에 찾아가는 이 영화가 다들 재밌다고 하던데? 그래서 안 그런 사람도 있다는 차원에서 적었다.

사이먼 싱, 빅뱅: 역시! 사이먼 싱의 글은 뭘 봐도 절대 실망하는 법이 없다. 이제까지 과학저술가들의 입을 빌어 알던 빅뱅을 대단히 생동감 넘치는 드라마로 바꿔 놓았다. 정말 재밌다. 첫장의 인용문: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이 삶을 코미디 수준보다 조금 높게 끌어올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극의 아름다움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 스티븐 와인버그.

코메디는 이해하겠는데, 무슨 비극? 인생의 목적에 관한 독특한 견해도 들을 수 있었다. '아낙사고라스는 기원전 5세기 경에 살았던 급진적인 사상가로 인생의 목적은 "태양과 달 그리고 하늘을 연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책의 서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 에라스토테네스가 시에네의 우물과 알렉산드리아에 세운 막대기를 이용해 지구의 둘레를 측정한 방법
  • 에라스토테네스가 지구와 달의 상대적인 크기를 월식을 이용해 측정한 방법
  • 에라스토테네스가 손톱을 이용해 달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방법
  • 아리스타르쿠스가 반달일 때 태양과 지구가 직각을 이루는 것을 알고,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알고 태양과 지구의 거리를 측정한 방법
  • 그리고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를 이용해 태양의 크기를 측정한 방법
이미 알만한 것들이지만 이렇게 설명을 명쾌하게 해내는 것이 글쟁이의 재주다. 그 다음 장도 마찬가지. 단조로운 사실 관계로 지루해질만한 글을, 발로 뛰면서 수집한 생생한 자료를 바탕으로 총기와 익살을 곁들여 드라마타이즈한다.
역사학자들은 Giordano Bruno가 별들이 각자 행성을 가지고 있고 다른 행성에도 생명체가 번성하고 있다고 한 '무한한 우주와 세상에 대하여 On the Infinite Universe and Worlds'라는 책을 쓴 것에 교회가 분노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브루노는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아마 형을 선고하는 당신들이 형을 받는 나보다 더 큰 공포 속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600년 2월 17일 그는 로마의 캄포 데이 피오리로 옮겨져 발가벗겨진 후 화형당했다.
지오르다노 브루노는 내가 한 때 SF 단편을 쓰려고 했던 소재였다. 아울러 빅뱅에는 재치있는 농담꺼리가 즐비했다.
천문대로 운전해 가고 있던 천문학자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경찰을 속이려 했다가 실패한 이야기가 있다. 붉은 신호등인데도 지나가다가 걸린 그 천문학자는 자신이 신호등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에 청색편이가 일어나 붉은 신호등이 푸른 신호등으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 이야기를 받아들여 신호 위반 딱지를 취소했다. 그 대신 속도 위반 딱지를 떼고 벌금을 두 배로 물렸다. 붉은 신호등이 푸른 신호등으로 보일 정도의 도플러 편이가 일어나려면 그 천문학자는 시속 2억 킬로미터의 속도로 운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디 앨런의 영화 '애니 홀'에 나오는 한 장면을 떠올려 보자. 싱어 부인은 아들 앨비에게 우울증 증세가 있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다. 앨비는 의사에게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는데 그렇다면 주변의 모든 것도 팽창하여 결국은 모두 파괴되어 버리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그러자 싱어 부인이 끼어든다. "우주가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우리는 브루클린에 살고 있어. 그리고 브루클린은 팽창하지 않아." 싱어 부인의 말이 확실히 옳다.

후테르만스는 외조부모 한 사람이 유대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때때로 반유대적인 말을 들으면 "당신 조상이 아직 나무 위에서 살고 있을 때 내 조상은 이미 수표를 위조하고 있었어" 라고 반격했다.

후테르만스는 자신과 앳킨슨이 별이 빛나는 이유를 밝혀줄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했고 자신들의 연구를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그래서 여자 친구에게 자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나중에 별 내부의 핵융합에 관한 연구 논문을 완성한 날 밤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날밤, 논문을 완성하고 여자 친구와 산책을 나섰다. 어두워지자 별이 하나둘씩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했다. "별이 참 아름답지?" 여자 친구가 소리쳤다. 나는 가슴을 펴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난 어제부터 별이 왜 빛나는지 알게 됐어."

그의 여자 친구 카를로테 리펜슈탈은 확실히 감동 받았다. 나중에 그녀는 그와 결혼했다.
후테르만스의 여자 친구는 혹시 착각하지 않았을까?
과학자 대부분은 빅뱅에 관한 교황의 지지는 진지한 과학적 토론에서 인용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교황의 지지 발표 후 오래지 않아 빅뱅 지지자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반격이 시작되었다. 경쟁 이론인 정상우주론 지지자들이 교황의 연설을 빅뱅 모델을 모욕하는 데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 물리학자 Williamson Bonner는 빅뱅 이론은 기독교를 선전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프레드 호일 역시 빅뱅 이론은 기독교적 기반 위에 만들어진 이론이라고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정상우주론자인 토머스 골드도 동조했다. 교황 비오12세가 빅뱅 이론을 지지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골드의 반응은 짧았지만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다. "교황은 정지해 있는 지구도 지지했었다."
읽다가 너무 웃겨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지나쳤다.
'마법의 용광로 The Magic Furnace'의 저자 Marcus Chown은 별 연금술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수십 억, 수백 억, 심지어는 수천 억 개의 별이 죽어야 한다. 우리 피 속에 있는 철, 뼈 속의 칼슘, 숨을 쉴 때마다 우리 폐를 채우는 산소는 모두 지구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죽어간 별의 용광로 속에서 만들어졌다."
 저번에 읽은 이언 뱅크스의 '다리'에서 이와 유사한 대목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대목에서 아서 클라크의 단편 소설을 떠올릴 것이다. 이 다음 문단은 이랬다:
낭만주의자들은 자신들이 별의 먼지에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다. 냉소적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핵폐기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하고 커트 보네것은 후자였다.
오늘밤 밖으로 나가 모자를 벗고 머리 위에 떨어지는 빅뱅의 열기를 느껴보라. 아주 성능이 좋은 FM 라디오를 가지고 있고 방송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쉬-쉬-쉬-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미 이런 소리를 들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 소리는 마음을 달래준다. 때로는 파도소리 비슷하다. 우리가 듣는 소리는 수백억 년 전부터 오고 있는 잡음의 0.5% 정도이다.
어린 시절에는 라디오를 들고 나가 컨택트의 여주인공처럼 백색잡음을 멍하니 듣곤 했다.하여튼 빅뱅과 정상우주론의 스코어보드 전쟁 덕택에 오랫만에 낄낄거리면서 즐거운 독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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