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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포르마

잡기 2009. 9. 9. 18:52
경제 살린다고 하면 경제가 죽고
서민 살린다고 하면 서민이 죽고
4대 강 살린다 했으니 자연도 조져 놓겟네
2개의 알려진 사실로부터 3번째를 유추? 흥미로운 논리는 아니지만... 어째서 노무현과 김대중이 죽은걸까. '김대중 전대통령은 홧병으로 죽은 거야' 라고 아내에게 말하니 이명박이 전직 대통령 셋을 잡을 관상이란 말을 친구에게 들었단다. 노태우가 있었구나. 논리로선 해소할 수 없는 불가해가 일상적인 세상이 아니라서 나만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8/8 마지막으로 북한산에 올랐다. 화창한 날씨, 넓은 시야, 기온은 33.6도. 너무 더워서 금새 지쳐버렸다.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더웠다. 그래서 백운대 까지 가는 것은 포기하고 산을 내려와서 시원한 콩국수를 먹고 푹 쉬었다. 북한산과의 작별인사가 그랬다.

세상의 의견이 다 존중받아야 한다는 헛소리를 존중해줄 생각이 없다. 똘레랑스가 바보스러워 보이지 않으려면 이해 관계의 본질을 파악해야 하고 다만이라도 주장의 합리적 수미일관성은 유지되어야 한다. 30년을 지켜온 어리석고 밑도 끝도 없는 똥고집을 삶의 방식이나 철학이라고 여길게 아니라. 개나 소나 맘대로 떠들어대는 것을  인정하겠다는 것도 똘레랑스로 여길 수 있을까? 그저 안면 있는 이웃으로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를 원칙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과 생활은 격이 다르고 상식은 좌우이념과 상관없다. 경우에 따라 내가 늘어놓는 고사원칙이 과부 사정 몰라주는 화냥년의 헛소리처럼 들리리라 수긍하기에 설령 내가 타인을 설득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극히 적은 몇몇 사람들은 그저 달관하지 못한 안타까움과 섭섭함이 남은 내 유창한 달변을 들었다.

수 년 동안 교통은 불편하지만 공기 좋은 곳에서 살아서 좋았다. 그곳에서 산 것이 내 의사는 아니었다. 여행 갔다 돌아오니 집이 움직였다. '내 의사가 아니었다'라....  불가에 '수처작주 입처개진'이란 말이 있다 -- 입 다물면 아름다워진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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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했다. 4대문을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는 속설이 있다. 집값이 비싸서겠지. 서울을 벗어나는데 미련이 없다. 서울에 홀홀단신으로 들어왔고 나갈 때는 처자식을 전리품처럼 챙겼다. 흡사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트로피 와이프를 얻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군. 전혀...

결혼 전에는 무일푼이었고 결혼 당시 재산은 월세방과 천만원 가량의 예금이 전부였다. 아내나 나나 검소한 생활에 익숙하고 애당초 돈 벌 팔자는 못 되어, 아내나 딸아이를 호강시켜주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다만 눈치는 있어서 아내가 집이 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알았다. 그간 집 살 기회를 두 번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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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작고 낡은 집의 내장을 뜯어 고치는 일을 주관했다. 비용도 본인이 조달했다. 공사하느라 닷새 중 사흘 동안 자전거 여행 갔다. 사고가 나서 울며 겨자먹기로 돌아왔다. 여행을 하다만 것이라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집을 공동명의로 해 달라고 아내가 요청했지만 무시했다. 비유가 적합하지 않으나 어떤 사람은 여자들에게 핵탄두 ICBM의 발사 스위치를 맡기는게 세계의 안전을 도모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여자들의 변덕과 다정함이 세상사가 복잡해진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아내가 공동명의 운운하는 것은 만일을 대비한 것이렸다. 나름대로 머리 굴린다고 하지만 여자들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힘을 기울여야 할 (훌륭한) 스캠은 한설희의 마술처럼 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남자들의 지각과 감각의 사각에서 호수가 흐르듯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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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정리는 먼 훗날로 미루고 주말에 집 근처의 화성행궁으로 놀러갔다. 대장금을 여기서 찍은 모양. 만한전석의 기원 때문에 대장금이 중국에서 다소 웃음꺼리가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정조 시절에 만한전석이 있었을까? 대장금을 본 적이 없다. 하여튼 대장금 탓인지 일본인/중국인 관광객이 많다. 수원 화성은 사도세자의 죽음을 기리고, 효의 실천을 핑계 심아 정조 치하의 태평성세를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 같다. 나중에 조사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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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에 아이를 목마 태워 서장대에 올랐다. 아이가 가벼운 것인지 내가 돌쇠 체질인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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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대에서 국궁체험을 하는 시민들. 몽골식 활쏘기를 배운 어느 서양인 전승자는 17초에 10발을 쏘기도 하는데 화살을 쥐는 방법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아이가 '용 기차'를 타고 싶다고 해서 화성행궁에서 연무대로 향하는 행궁기차를 탔다. 도시 한복판에서 민폐를 끼치며 20분 동안 씩씩하게 달리는 훌륭한 관광열차다.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며 새 도시의 트랙로그를 만들고 OSM을 그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는데... 안타깝게도 GPS를 사무실에 놔두고 왔다. 이 도시에 애정을 갖게 될까? 도시가 영영 깨어나지 않은 생물로 남아, 가끔 뒤척이며 꿈 속에서나 변태하는 탓에 별로 공포스럽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지도. 남녀간의 애정과 마찬가지로 도시에 애정이 생기려면 첫인상과 첫인상을 지속시키는 교류의 끄나풀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의 거개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 도시에서 아직은 딱히 개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사한 후로 출퇴근 시간이 짧아져 책 읽을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다. 부러 시간을 내서 책 읽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인생의 여백을 활자로 채워고, 또, 책을 영혼이 이 생지옥에서 굶주리지 않기 위해 태우는 중국인의 지전처럼 활용했다. 그래서 책을 읽든 안 읽든 도서관에 일단 등록했다. 한 도서관에 가입하면 도시 내의 여덟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XSpeed Internet + LG IPTV 결합상품을 신청하고 이전의 LG070을 묶고 거기에 LGT 까지 결합했다. 패밀리형 2인 기본료 20% 할인 (가족간 음성통화료 50% 할인) xspeed 월 이용료 20% 할인. 인터넷 3개월 무료. 29만원 다음날 지급. 여기에 제휴카드 결제까지 덧붙이면 한달에 4-5000원 정도 통신비 절약이 가능해 보인다. 과정은 귀찮고 복잡했으며 성과(통신비 절약)가 예상보다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싱가폴처럼 알 라 카르테를 지원하지 않는 LG의 IPTV는 라이브도 그렇지만 VOD 컨텐츠 역시 초라했다. 이전 집에서 보던 디지털 케이블의  VOD에는 못 미쳤다. 특히나 아이가 즐기는 프로그램들이 적었다. 다만 좋아진 점이라면 PC의 공유 폴더에 접근해 영화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정도? 코덱에 제한이 있긴 하지만.

LG에서 제공하는 게이트웨이 + LGTV 단말기(뭐라고 부르더라?) + 070 무선 게이트웨이를 사용하는데, 070 무선 게이트웨이는 스위치 모드로 작동시켜야 무선랜 접속하는 노트북이 데스크탑과 동일 클래스 네트웍에 붙는다. 이게 귀찮아서 IP 공유기 + LGTV 단말기 형태로 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LGTV 단말기의 프로그램 정보 업데이트와 펌웨어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 어떤 프로토콜와 포트를 사용하는지 알게될 때까지는 그럴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 방법이 나올테고 그때까진 새 공유기 구입을 미뤄야 하나...

왕피천 트래킹 후 너덜너덜해진 낡은 신발을 대체할 새 신발을 샀다. 트렉스타 코브라 530. 사진과 달리 상당히 멋지다. 540을 포기하고 530을 산 것도 530이 good design 상을 받았기 때문이지 2만원 더 싸기 때문은 아니다. 수 개월을 잠복했는데 그동안 가격은 고작 5000원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경기 불황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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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화장실에 갔다가 한가하게 남의 집 불구경을 했다. 집에 나돌아 다니는 라이터를 모두 숨겼다. 아이가 언젠가는 라이터 불을 당겨 집을 태우며 환호작약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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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일하다가 고개를 돌리니 창밖으로 무지개가 보였다. 집을 구하느라 생활비 마저 다 떨어졌어도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지시로 알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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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anthropist  -- 처음 보는 단어. 자선가, 박애주의자란 뜻. 로또 당첨금 15억을 분산 투자해 얻은 수익을 잘 굴려(아마도 전지 산업과 인도네시아 투자에 역점을 둘 것이다) 내가 억만장자가 되고 나면 그 뒤 해야 할 일을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드라마. 좋다. 주인공도 멋지고, 음악도 좋고, 세계 여행도 하고. 마침 이런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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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니 다코의 2009년판인 샘 다코. 샘은 도니의 여동생. 여전히 세상을 구하기 위해 누군가가 희생되어야할 상황. 도니 다코 보다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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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n Notice. 점점 산으로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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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ying Gravity. 2화까지 봤다. 2060년 무렵 태양계 탐사를 배경으로 한 망할 휴먼 드라마가 될 것 같다. 70년대 무렵에나 국가영웅이었던 우주비행사가 2060년에도 여전히 꿈의 직업 운운하는 것이 놀랍다. 아무도 안가는 우주에 처음으로 간다는 의의는 예전에는 진화상의 이득(?)을 줬겠지만 지금은 글쎄다? SF 껍데기를 쓰고 있으니 보기야 보겠지만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뒤처진 우주개발의 기술적 진실 탓에 첫 인상이 별로.
 
Inhabited Island Fight. 러시아 액션 SF. 영화를 무슨 TV 드라마처럼 찍는건지 클로즈업이 좀 부담스러웠다.

CG는 이렇게 그림으로 때우기도. 하지만 '그림'은 되었다.

만화같은 줄거리에 꽃미남 주인공, 보기드문 '러시아제'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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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light. 십대에게 먹혀 들어갈 것 같은 영화. 우연찮게 몇몇 지명이 귀에 들어와 구글 맵스로 검색해 보니 실제 존재하는 장소들이었다. 인디언 신화도 진짜였다. 오...

5불 생활자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어떤 여행자가(여행자들이?) 잘난척한다고 비용 안 들이고 남미를 여행할 수 있다고 떵떵거리는 것을 참다못해 ㄷㅏ니님이(게스트 하우스 운영하는 재외교포?) 그들 글에 현지 사정을 설명하며 조목조목 반박하다가 순진한 여행자들이 한비야 같은 여행자의 허풍으로 가득한 책 따위를 읽고 굉장히 위험한 지역을 거리낌없이 돌아다니는 현실을 개탄하여 블로그를 비롯,  어떤 동호회에 남미여행의 위험성과 한비야를 비롯한 오지여행가들의 허풍에 관한 게시물을 올렸다.

반향이 상당했던 것 같다. 그래서 긴 댓글을 남겼다가 ㄷㅏ니님(이 분 필명으로 검색해 들어와 이 블로그에 귀찮은 트래픽이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해 이렇게 표기)의 글이 일으킨 플레임이 생각보다 커서 얼른 지웠다. 그 분의 글에 딱히 맞설 이유는 없지만 (여행지가 워험하다는 사실은 변치 않으니까) 각론에서 무리한 얘기가 몇몇 눈에 띄어 반론을 쓸까 하다가 한비야가 소속된 단체에서 그 분이 월드비전과 한비야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는 협박(?) 이후 플레임이 사그러 들었다.

공교롭게도 그 분과 같은 생각을 하는 재외동포를 여러 차례 만났다. 내가 만난 재외동포는 나같은 장기여행자를 한결같이 싫어했다. 타인이 날 싫어하거나 좋아한다고 기분이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타잎이라 비교적 건설적이고 격렬한 토론을 할 수 있었다(실은 할 일도 없고 심심하니까). 그래서 그렇게 반복되는 그들의 주장에 익숙한 반론이 있었고, 몇  번인가 반론을 적어야 한다는, 일종의 소명의식을 느꼈지만 매 번 잘 참았다. 앞으로 이걸 언급하지 말자는 생각만 토담처럼 다지고 또 다졌다.

이렇게 촉발된 파장은 월드비젼에 대한 도ㅇㅏ님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 '통전적 선교를 통해 모 지역 인구의 90%를 개종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통전적 선교가 더 확실한 선교라는 방증이죠.'

* '그냥 선교'를 하면 몇 %가 개종하더라, '통전적 선교'를 하면 90%가 개종하더라.
* 이 실험은 n차례 반복되었다/이 관찰은 n 차례 반복되었다.
* 그러므로 통전적 선교가 그냥 선교에 비해 더 확실한 마케팅 방식이다.

피실험 생태계의 특성과 문화인류학적 고찰을 덧붙여 타당성을 설득력 있고 실감나게 묘사했더라면 아름다웠겠지만.

그건 그렇고, 다ㄴㅣ님이 그렇게 욕을 퍼붓던 한비야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을 해라.

알아들었다. 내가 그렇게 살았는데, 올해는 이사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항상 두근두근해서 한비야를 부러워하거나 시기한 적이 없다. 그의 글이 재미가 없어 몇 권 읽은 것도 없었다. 비단 한비야 뿐만 아니라 남의 여행기나 내 여행기나 대부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았다. 신천지에 놀러갈 생각을 하면 두근거리는 것으로 보아 내 감수성은 선택적이다.

아내는 한비야의 글을 읽고 허파에 바람이 들어 위험하다는 곳을 겁없이 돌아다녔으며, 가려고 하는 나라 말도 모르고, 거지꼴로 구걸하듯 현지인의 친절과 그들이 주는 음료와 그들이 나눠주는 음식을 넙죽넙죽 잘 받아먹고 그들의 집에서 거리낌없이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다. 다ㄴㅣ님 주장에 따르면, 아내같은 정신나간 여행자들의 배후에는 그들을 선동한 한비야같은 개념없는 장기 여행자들이 있었다. 한비야 같은 이들이 얼빠진 레밍떼같은 여행자들을 위험한 곳으로 내몰면서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다ㄴㅣ님의 울부짖음이 귀에 선하다.

낄낄 웃으면서 말하건대, 나나 아내를 비롯한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처음 시작할 때 그랬다.  다ㄴㅣ님 글에 토다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언제 그의 게스트하우스에 가게 되면 술 한 잔 드리면서 얘기해야지 싶다. 거절하면 억지로라도 부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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