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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7.09 더위

대수학자

잡기 2010. 8. 2. 00:54
그냥 걷기 -- 아내에게도 있고 내게도 있고 앞으로 소울이에게도 생기길 희망하는 모종의 정신질환. 그냥 걷기를 쓴 청년에게 굳이 해주고 싶은 말은; 실망할 것 없어요. 무슨 짓을 해도 삶은 무의미해요. 게다가 거기엔 으례 사람들을 위로해 주기 위해 붙이는 '다만'도 안 붙어요.

리비아 간첩 사건 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별명은 글로발 호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부르자고 말했다가 나라 팔아먹을 정신나간 놈 소릴 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한국의 동쪽에 있으니까 동해, 서쪽에 있으니까 서해라... 우물안 개구리 같은 소리는 이제 그만해야지 싶다. '동해'는 돌고래의 파바다로 하고 서해는 기름진 바다(oily sea)라고 부르면 좋겠다. 동해의 경우 솔까말,  sea of japan만 아니면 만족하잖아?

본의 아니게 나처럼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박씨(진보신당빠)와 술도 안 먹고 열을 내며 6.2지방선거에 관해 서로의 아름다운 견해를 격렬하게 교환했다.

정서적 가난을 달랠 물질적 풍요가 부족한데, 요즘 시쳇말로 그걸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박씨가 말했다. 3년 동안 홍콩에서 일하다가 통장 잔고를 47엔 남기고 돌아온 드라마 속의 호타루는 여전히 그렇게 살았다. 심지어 합리적 이성이나 원리주의적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기술자면서도 굉장히 진보적이고 가난하여(가난하고 진보적인? 순서야 어떻든...) 본의 아니게 미니멀리즘 라이프 스타일을 좇게 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가끔은 그저 나처럼 심지가 굳어서(문명화된 삶의 불필요한 럭셔리를 차례차례 제거하다 보면 끝까지 남을 것은 칫솔과 비누 정도 뿐이다. 그 마저도 줄이면 칫솔이고, 그 마저도 줄이면 비닐봉투와 일회용 라이터와 사냥용 칼이 난데없이 튀어나온다) 집안에 그림 한 점 없고 어디서나 흔하게 굴러다니는 이케아 소파도 침대도 장농도 LCD TV도 없는 그야말로 정신적인 간단주의(미니멀리즘)을 웅변하듯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는 '가난해서...' 라고 리얼리스틱한 변명을 늘어놓을 수도 있었다.
 
이사온 지 1년여 지났지만 횡뎅그레한 집안은 의외로 널찍해서 좋았다. 아내나 나나 이렇게 사는게 편하다. 가끔 아내는 길거리에서 사과상자나 남들이 버린 가구를 줏어오기도 했다. 그럼 우아한 미니멀리즘이 조금 손상된다.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볼 때마다 치우고 싶은 기분이 드는 거실의 저... 흉물스럽게 대충 액자를 짜 맞춘  보살상이 석굴암에서 뜬 탁본이라고 아내가 놀러온 스님한테 자랑했다. 그때 든 생각은 '시대에 걸맞지 않는 문화재 훼손' 이었다. 차근차근 제거해 가자.

아내는 요즘 현미를 먹었다. 어디서 책 한두 권 보고 혹했지 싶다. 현미는 그야말로 온갖 성인병에 즉효한 건강식이라고 극찬을 받는 것 같다. 현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내가 이미 쌀독에 현미를 붓고 섞어 버렸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아시아 국가 대부분에서 양과 질을 포기하면서 까지 왜 쌀 도정을  해 왔는가, 풍부한 섬유소에 영양만빵인 현미라지만 소화가 안 되면 말짱 황이다, 내가 소인가? 입에서 백 번씩 씹어 목으러 넘긴다니 라고  궁시렁거리며 그걸 먹어야 했다. plain rice가 먹고 싶다... 주말에나 집에서 간혹 먹게 되는 소위 '집밥'인데,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해 기분이 별로다. 집에 놀러온 손씨는 아내 하는 짓이 내심 부러웠던지 날더러 대체 왜 결혼한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그러게 말이다. 세상에 대한 보은심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을 것 같다.

주말에 소화가 안되는 현미 밥을 먹고, 딸애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렸다. 딸애에게 도서관 카드를 만들어주니 좋아했다. 책은 별로 안 좋아했지만 아빠와 같은 모양의 도서관증은 엄마나 자기 친구인 장난감 멍멍이한테는 없는 것이다.

아이 이름이 특이한데다 툭하면 온갖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바람에 동네 여기저기서 아이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히키코마리 처럼 소심하고 비사회적인 아버지와 귀염성 있는 딸 애가 거리에서 함께 마주치는 떨떠름한 상황들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대충 예상을 했지만 딸애가 만 네 살 넘으면서 슬슬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제제하지는 않았다. 가끔 일찍 퇴근하는 밤이면 아이를 재우면서 금방 머릿 속에 떠오른 지어낸 얘기를 들려주었다.  감정이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4-6세 아이들 육성 게임(?)에서 중요한 팩터는 소위 인성 교육으로, 사건 연쇄의 인과를 통해 자기 자신의 잘못에 대한 댓가를 치르는 것이 삶이란 교훈을 심어주는 것이다. 편의에 따라 여러 방법을 택할 수 있으며, 상황이 맞다면 때려줘도 무방하지만 내가 아이를 때릴 일은 없을 것 같다. 반면 마누라가 구해 직접 시전하던 허접한 회초리는 '적시 운용' 도중 부러졌다.

아이가 전후좌우 앞뒤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댓가를 제대로 치루게 하는게 중요하다는 흔한 조언이 있는데, 대부분 성인의 인생의 그렇게 합리적으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하겠지만, 본인도 자기가 왜 때로 가혹한 운명에 휘말리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 아이가 이해 못하는 상황을 억지로 합리적으로 화 안내며 이해시키려고 부모와 아이가 다 같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이를테면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 스럽게 간단히 두들겨 패는게 훨씬 효과적일 것 같다. 대부분의 육아서적들이 권하는 방식은 그와 달리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인격자 내지는 어설픈 위선자가 되는 길을 걷길 권하는 것 같았다. 약한 의지 때문에 비겁하게 타협하는  자기 삶에 관해서는 성인들 본인이 더 잘 알지 않을까?

불장난을 즐겁게 하던 중인 아이는 아빠가 동참하면 재미가 두 배가 되는 불장난이 왜 해서는 안 될 짓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어떤 경우에는 되고 어떤 경우에는 안되는 맥락이 파악되지 않아서인데, 닭대가리보다 지능이 조금 나은 수준인 아이에게 그런 상황을 매 번, 일일히 이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해시키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나, 구타가 뚜렷하고 효과적인 상벌체계의 한 축이이며 그런 상벌체계의 대안으로써 '칭찬하는 것:칭찬하지 않는 것'은 이성이 깃드는 아이에게(거짓말을 하는 시점이다)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익히 예전 학습 결과가 떠올랐을 뿐.

여자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원하는게 뭔지 갈수록 알 턱이 없게 되겠지만(아내는 현 상태 유지를 가장 선호했다. 행복하다는 증거다)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제재 방법으로 분리불안을 가중시키는 수단 만큼은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로 보긴 무리고 소시오패스보단 한 술 더 정신나간 것 같은 나같은 아빠가 아이를 혼자 키우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아내가 불합리하고 가혹한 운명의 장난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되면 내키진 않겠지만 즉시 재혼해야 할 것 같다. 더럽게 까탈스러운 딸애 입맛에 맞는 먹이감을 구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지만.

팀 파워즈, 라미아가 보고 있다 -- 오랫만에 보는 활기찬 고딕풍 소설. 바이런, 셀리, 키츠가 고대의 뮤즈에 얽혀 운명에 농락당하며 뭐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의지박약아로 나왔다.  기억하기론 번역서의 가제가 '시인의 피'였다. 역자는 김씨나 최씨가 될 줄 알았지만 김씨가 번역하고 제목도 바뀌었다(팬덤과 상관없어지다 보니 몇 년째 그걸 모르고 있었다). 라미아가 보고 있다나 시인의 피나 메두사의 눈길이나 다 좋은 제목이다.

아누비스의 문 을 몇 년 전 읽었을 때 팀 파워즈가 내 취향이 아니라고 막연하게 느꼈다. 하지만 '라미아가 보고 있다'는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작자가 재현하고 해석하는 컨텍스트의 풍성함, 유머의 강도, 내러티브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감탄스러운 파노라마가 펼쳐졌으며 오랫만에 눈길을 다른데 돌리지 못하고 본 판타지 소설이 되었다. 알프스 산행과 페르세우스와 지쟈스와 카르보나리 패러디는 이 바닥 오덕용 서비스일지도 모르겠다. 낄낄 웃으면서 읽었다.

찰리 휴스턴, 이미 죽다 -- 라미아 때문에 피맛이 당겨 뱀파이어 느와르물을 하나 더 찾아 읽었다. 비행기 기다리다가 가볍게 읽으며 시간 때우기 적합했다. 인용:
"시간 좀 있어 조?"
"시간이 엄청 많으 지도 모르지. 그동안 조금씩 모아온 시간이 꽤 될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나 혼자 쓰고 싶은데,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내 삶을 들여다본다. 부족한 것이 많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 인생이다. 매일 조금씩 벼랑 끝으로 다가가는 느낌이다. 언젠가는 발밑의 땅이 꺼지면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상관없다.
내 인생이라고 남들과 달라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파도는 우르르 큰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마치 맹목성과 완고함을 액체 형태로 바리바리 꾸려 놓은 것 같았다. -- 이언 M. 뱅크스, 대수학자. 뱅크스 소설은 뭐가 나왔던 다 읽어봐야 겠다고 마음 먹은 적이 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심지어 개그물이었다. 인용:
- 아, 그럴 때는 절대로 논란이 없습니다. 드웰러는 그에 대한 문제 해결 방법을 가지고 있거든요.
- 문제 해결 방법요?
- 우아함이 그 방법입니다.
 
'뭐 당신은 그걸 뭐라 부르든 객관적 진실이라는 저속하고 절박한 필요성에 지나치게 얽매이려 하지 않는다면 말이오. 어떻게 생각하시오?'
'제 기억은 왠지 흐릿해서요. 아무래도 당신이 하는 말은 하나도 틀린 데가 없다고 증언하게 될 것 같네요.' 파신이 말했다.
재삼 깨닫지만 판타지 없어도 먹고 살만 하다. 판타지 같은 SF를 아우르는 대집합에서, 순혈주의가 얼어죽을 운명에 침식당한 영혼의 몸부림 덕택에 충분히 웃기지가 않은 반면, 많은 수의 SF는 즐겁고 웃겼다.

호타루의 빛
호타루의 빛. '선배'소리 듣고 몹시 기쁘나, 믿기지 않아 하는  표정을 짓는 아메미야. 2화에서는 말로만 듣던 전설의 '하몽 이베리코'가 나왔다.

How I Met Your Mother
How I Met Your Mother. 천재소년 두기가 이렇게 음탕하게 자랐다.

How I Met Your Mother
천재소년 두기가 없었으면 이 드라마는 그저그런 쓰레기, 웃기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은 청춘연예 시트콤에 불과했을 것이다 Suit up!  legendary!

How To Train Your Dragon
How To Train Your Dragon. Iron Man 2 보다 재밌다길래 부러 구해봤는데 생각보다 별로? 신데렐라, 라푼젤 따위를 개작하는 엘라의 모험 류는 즐기지 않지만 괴물 따위를 좋아하는 딸애는 당연히 좋아했다.

I Love You Phillip Morris
I Love You Phillip Morris. 짐 캐리가 살 빼느라 고생한 영화 같다. 재미 없다.

The Crazies
The Crazies. 밑도 끝도 없는 공포영화? 핵 뜨는 새벽이 왔다. 바이러스에 대한 가장 좋으 솔루션은 만장일치로 핵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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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잡기 2009. 7. 9. 20:02
대부분 판단과 숙고가 필요한 잡일로 이래저래 바쁜데다가 더위에 돌아다니려니 지친다. 저번주 토요일 모처럼 자전거를 타러 갔다. 섭씨 32도의 도로에서 40km 가량 달렸는데, 후끈한 열파에 당했다. 얼음과자를 먹어도 먹어도 지친다.  중간에 벤치에 누워 30분을 쉬었다.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이 길을 물었다. 능숙하게 자전거 길을 알려주는 자신에게 좀 흠칫했다.

어떤 기사에 따르면, 자전거를 20kmh의 속력으로 20분쯤 탈 때 평균적으로 140kcal 가량이 소모된다고 한다. 25kmh로 1시간 타면 720kcal가 소모된다. 25kmh로 4시간을 타면 2900kcal다. 이거 의외로 열량 소비가 엄청나서 살찔 틈이 없겠다.

NASA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지도’ 공개 -- 기쁜 소식! 어딘가 미심쩍은 지금의 등고선 지도 대신, 고해상도 등고선 지도를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도 이런 사업 좀 했으면 좋겠다. 조만간 이것으로 작업해봐야겠다. 지금은 사용자가 몰리는지 다운받기가 좀 힘들어서... 사이트는 여기

택시비 인상: 집을 나서 도서관 올라가는 길에 소나기를 만났다. 20분 동안 남의 집 차고 처마 밑에서 폭우가 떨어지는 것을 멍하니 구경하다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탔다. 기본료 2400원, 지하철 역까지 움직인 거리는 350m. 지하철 역 앞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한 달 교통비가 10만원 안팎.

얼마 전에는 지하철 타고 가던 중 김씨 아저씨를 만났다. 서울에 사는 동안 아는 사람을 길 가다가 만나는 일은 지극히 드물었다. 김씨 아저씨나 이씨 아저씨나 날더러 트위터질 안 하냐고 물었다. 할까?

EBS 세계테마기행의 얼마전 주제는 여행생활자 유성용의 캄차카 반도였다. 일요일 오전에 재방송하던 것을 일요일 저녁으로 옮겨 좀 아쉽다. 오전에 아침 겸 점심을 먹으면서 그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밥맛을 돋구었는데...  주말에 아내는 어디로 놀러가고 아이와 저녁을 먹으면서 세계 테마 기행 캄차카 반도 편을 보고 있는데, 아이가 '나도 저기 가고 싶다' 고 말했다. 나도 가고 싶다. 아이는 요즘 날고 싶어했다. 아내가 가겠다면 애와 함께 보내야지 생각했다.

아파토사우르스(브론토사우루스)의 몸무게가 알려진 38t 보다 작은 18t 가량으로 밝혀졌다. 이건 좀 충격인데?

Ronald L. Mallett, 시간여행자(Time Traveller): 링 레이저를 이용해서 닫힌 시간 곡선을 만들면 frame dragging에 의해(시공간 변형)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가설을 만든 흑인 과학자의 수필. 어쩌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본 책이다. 어린 시절 어떻게 과학자가 되었는가, 그리고 그가 읽거나 본 책과 영화의 대부분이 SF라서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몰렛 박사는 타임머신을 특허 내기도 했다. 이하:
미국 특허 지침을 조사하면서 타임머신 그 자체로 특허를 받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레이저 광학형 타임머신 및 송수신기(LOTART, Laser Optical Time Machine and Receiver Transmitter) 로 2003년 7월 2일 미국 특허 상표 사무소에 출원한 특허 신청안에서 다음 정보를 세부사항 아래 제시했다.

레이저 광학형 타임머신 및 송수신기(LOTART)는 신호 송수신 장치와 연결된 단방향 순환 광선으로 이루어진 통신장치다. 타임머신 수신기는 특정 용도로 구축된 외부 송신 장치의 장거리 신호를 지정된 미래의 시간과 장소에서 수신할 수 있다. 그래서 타임머신 내부 송신기는 후속 외부 조건에 관한 정보와 함께 신호를 닫힌 시간 선들을 따라 이전 순간으로 보낼 것이다. 일례로, 불특정한 미래에 행성 우주 비행이 성공하면 신호는 착륙 모듈로부터 지구 지향의 원통형 광 타임머신으로 전송될 것이다.

청구항에서는 LOTART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 순환 광선의 중력장에 관련된 닫힌 시간 고리들과 불특정 미래 시간에서 발신하여 현재로 전송될 신호의 수신을 발생하는 방법.
* 적절한 광학 매질에서 단방향 원통 광선을 구성하는 방안으로, 원통형 구성 방안은 광자수정이나 광섬유, 단방향 링 레이저 다수의 중첩 배열로 근사할 수 있다.
몰렛 박사의 타임머신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그 타임머신을 가동한 시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몰렛 박사는 자신이 과학자가 되는데 결정적인 동인을 제공한 아버지를 만날 수 없다.
만약 미래의 어느 날부터 과거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어째서 지금까지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들을 맞이한 적이 없는 걸까? 그렇다면 이렇게도 답할 수 있다. 최초의 실용 타임머신을 아직 작동시키지 않아서 시간 여행자들이 안보이는 거라고 말이다.
몰렛 박사의 타임머신이 가능하건 말건, 그를 과학자로 이끈 동기는 과학자들이 특히나 애지중지하는 '우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여쁜 아가씨 앞에서 시선을 못 떼는 것처럼 그들 역시 우아함에는 정신 못 차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몰렛의 책에도 그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놀랍게도 원자 폭탄 제조의 동기는 전쟁을 끝내고자 하는 데 있지 않았다. 오펜하이머의 단언에 따르면, 그 연구 프로젝트는 '기술적으로 달콤했고', 그 부분이 끝내는 전쟁을 종식하는 새로운 종류의 폭탄을 만들어내고 만 과학자 대다수에게 진정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언 뱅크스, 다리: 그러고보니 국내에 번역된 뱅크스의 글은 빠짐없이 읽은 것 같다. 다리, 말벌공장,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공범. 이렇게 독특하고 운치있는 작가가 왜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는지 의문이다. 카프카를 베이스로 여러 종류의 모더니즘 문학과 누보로망의 적자라고 할 수 있다. 그가 SF를 쓰건 순문학 소설을 쓰건 그 점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설령 괴롭고 무거운 주제라도 그의 소설은 명랑함을 잃지 않았고, 위트가 넘친다. 매 소설마다 매력적인 여자가 등장한다. 평균 30페이지마다 입으로 곱씹을만한 문장을 가판의 얼음방석에 얹은 싱싱한 고등어처럼 늘어놓는다. 번역자의 정성이 느껴지는 '다리'는 이전 그의 소설에 비해 훨씬 감칠맛 나게 읽혔다. 다리의 번역자가 이왕이면 그의 SF도 번역해줬으면 하고 내심 바랬다. 그런데 한국에 이언 뱅크스의 팬이 있을까?
나는 등으로 팔을 뻗어 다시 어둠을 켠다.

물론 그건만 준 건 아녀찌. 마녀들이 말야. 침대서도 마법을 제대로 쓰거든.

"어찌 됐든. 내가 못 견뎌 하는게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말대꾸하는 기계일세. 침묵하라!"

지금 나는 장소가 되어버린 사물, 위치가 되어버린 연결 고리, 결과가 되어버린 수단이자 목적지가 되어버린 길 위에 주저앉아 있다.

브릭은 소금을 눈보라처럼 치고, 후추를 화산재처럼 끼얹었다.

모두들 암석의 생을 살고 있다. 처음 어린아이일 때는 화성암으로, 한창 때는 변성암으로, 굼뜬 노망기에는 퇴적암으로(그리하여 섭입대로 돌아가는 것인가?). 진상은 이보다 훨씬 더 환상적이다. 우리 모두는 사실 별인 것이다.
'이끼'가 끝났다. 첫 몇 편을 보고 감질맛 나서 잼겨놓고 보려 했다. 그러고보니 몇 개월 전에 김씨 아저씨가 날더러 이끼를 보라고 말한 것이 기억났다. 시간날 때 몰아서 봐야지.

그랜드 펜윅 시리즈를 작년에 두 권 봤는데 뭘 봤는지 잊어버려서 같은 책을 다시 빌렸다. -_- 개중 안 읽은 석유시장 쟁탈기를 읽었다. 이런 번잡한 유머 코드는 이상하게 잘 안 맞는다. 체질상 슬랩스틱 개고생 아니면 희비 공감회로가 작동하지 않아서일까?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 꽤 재밌는 단편 두셋, 피갑칠하는 호러소설이야 뭘 봐도 시큰둥하지만 피의 책에서 두세 편이나 건졌다는 건 의외였다. 보고 2주가 지났는데 파도를 타고 시체가 뒤집히며 오락가락하고, 섬에서 희생양을 키우는 단편은 두고두고 생각났다. 나중에 더 출간되면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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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연주자 에린. 애가 많이 컸다. 찰떡같은 호기심과 강한 집념, 인간과 짐승에게 공감하는 뛰어난 감정이입 능력, 높은 지능과 학습 능력 등이 설마 부모, 특히, 엄마를 잘 만난 탓이라고 극화가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내 딸이 이런 여자애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세상을 구할 수 있는 보살같은 자질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상했다. 스포츠천재 김연아 같은 건 좀 시큰퉁한 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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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아이와 걷고 있노라면 젊은 처자들이 아이가 귀엽다며 '발광'한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저체중에 키가 작아 애가 인형같아 보이는 것 같다. 미운 성격이라 제 엄마는 아이와 두어 시간만 걸어도 녹다운이 된다. 그렇게 예쁜 애도 아니고, 지능도 평범한 수준이라 거리에서 딱히 주목받을 것 같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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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의 에덴에는 눈에 띄는 벤처 아이템이 하나 등장한다. 그건 그렇고, 초식남/건어물녀 니트족들이 보기에는 몹시 허당같아도, 힘을 합치면 이렇게 일본을 구한다. 동쪽의 에덴 설정: 어느날 난데없이 천억원과 그 천억원을 맘대로 쓸 권한이 주어지고 그 돈으로 장래가 암울한 일본을 구하라고 한다면?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하면 주저없이 개인의 영달은 접어두고 사천만의 일상이 치대는 이 나라의 장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 하겠다. 돈 가진 사람을 부러워한 적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지혜로운 이를 부러워한 적도 없었다. 존경하는 스승마저 없다. 어? 갈수록 점입가경일세? 이쯤에서 없는 궁상은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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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Brain. 기무라 타쿠야. 김 새는 드라마.  첫 화의 연출이 영 글러먹었고 뇌과학 어쩌구를 늘어놓는 추리극은 갈릴레오 만도 못했다. 과학실험 열심히 하는 갈릴레오가 그나마 성의 있어 보일 정도랄까? 배우 면상으로 꾸역꾸역 안되는 극 이어갈 생각하지 말고 왠만하면 그냥 집어치는게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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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Z. 중반부쯤 되니까 좀 시시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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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작년인지 제작년에 Blood: The Last Vampire 애니판을 봤다. 우리나라 여배우 주연으로 영화화했다길래 호기심에 다시 봤는데, 어? 본 것이다. 재미가 없어서 기억이 안났던 모양. 영어 더빙인지 아니면 애초 영어로 녹음한 것인지, 듣고 있으면 징그럽다. 두 번째 봐도 딱히 건질 것 없고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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