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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Search of Stupidity

잡기 2008. 12. 16. 16:45
신들림도 한 사회 문화의 일부라서인지, 가톨릭 귀신을 잡으려면 엑소시스트를, 토종 귀신에 씌이면 무당을 불러야 하고, 기독교에도 귀신 쫓는 역할을 하는 작자가 있단다. 조씨 친척이 얼마 전에 귀신에 씌어서 시름시름 앓다가 일주일이 채 안 되어 돌아가셨다는데? 퇴마의식을 할 수 있는 사제를 짧은 시간에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기독교나 토종 귀신이었다면 어떻게 되었겠지만!?... 이건 뭐...

2009년의 소비트렌드 키워드 '불황형 소비' -- BIG CASH COW에 뜯어다 맞춘 말들, 불황 속에서 실존적 자아를 찾아가는 소비형태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은 업체 입장에서는 훌륭한 캐시 카우가 된다는 뜻인 것 같다. PDA로 읽다가 뿜을 정도로 웃었다.

이씨가 최근 본 달이 엄청 커보인다고 말해서 이것저것 기억에 의존해 뒤져 보았다. 달의 위치(크기 변화)는 달과 지구, 태양의 공전, 자전, 중력에 따라 달라진다. 계측장비 없이 맨 눈으로 보는 달의 크기가 실감날 정도로 차이가 나려면... 눈썰미가 좋던가, 달에 관심이 많아야지... 최근이라고 했다. 최근 보름달이 뜬 날은 12월 12일로, 근점에 도달했을 때 지구 중심과 달 사이의 거리는 356567km로 원점인 406600km와 비교해 약 1.14배 차이난다. 달과 지구의 평균 거리는 보통 384401km 정도니까 근점과 비교했을 때 약 1.07배. 7% 크기 변화에다가 광량은 1.07^2 = 1.1449 = 14% 정도 증가하니 눈으로 구분이 잘 안 간다(우리 눈은 광량 변화를 지수적으로 파악한다).

이씨는 아마 우연히 남산을 통과하며 근점에 도달한 보름달을 본 것 같다. 가장 현저한 차이가 날 때, 그러니까 근점, 원점에 다다른 달과 비교해 광량은 1.14^2 = 1.2996 = 30% 가량 증가하고 달의 크기는 14% 이상 커 보이니까. 사실 그날 그 커다란 보름달이 북한산으로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야간 산행하고 싶어했다. -- 38분만 올라가면 족두리봉에 다다를 수 있는데 말이야. 그런데 직장인 중에 퇴근길에 보는 달 크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수수께끼를 풀었다' -- '의식의 소실은 뇌파의 시간적·공간적 자기조직화가 깨지면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뇌파 실조 순간, 무의식과 의식을 구분하는 경계지점을 측정할 수 있다는 거잖아? 술 먹다가 필름이 끊기는 순간 찰싹 뺨을 때려주는 로봇 개발도 멀지 않았군. ?일본 연구팀, 꿈·생각 그려내는 데 성공? -- 어디서 많이 본 기사 같아 부패한 생선처럼 기분나쁜... 이를테면 한 20년 이상 저런 얘길 계속 들어왔지만... 성과가 거의 없다시피 지지부진하달까. 1차 시각 피질에 재구성된 신경 집합의 신호와 망막에 맺힌 상과 1대1로 연결했다는 의미인 건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v2,v3,v4는 어떻게 하려고?

[겨울의 과학 이야기] 2. 수식은 과학이 아니다.(http://insaint.egloos.com/2168018) -- 수식이 과학이 아니라는 설명은 맞겠지만, 과학을 가장 잘 기술하는 것은 수학. F=ma가 책상=의자*맥주가 될 수도 있다. 과학이나 수학을 비롯한 대다수의 이학 연구의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은 패턴이고 방법론적 접근은 패턴의 탐구에 가까우며 그것을 정식화한 것은 다시 패턴이 된다.

어쩌다 말이 나와 몇 주 전에 술주정했다. 그렇게 많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이 패턴에 능하다. 패턴에 능하다는 것은 광범위한 상징 조작과 의미 개연에 능하다는 것이기도 한데, 정량화나 방법론에서 과학이냐 아니냐가 갈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다들 부정확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소리를 듣는, IQ가 높은 사람들이 패턴을 다룰 수 있는 포텐셜이 크다. 그리고 적절한 훈련과 자극을 받으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패턴 패브리케이션: 아라크네처럼 찌질한 인격신의 질투심을 자아낼 정도로 씨줄날줄 엮기를?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 패턴을 다루는 비범한 재능이 특별히 언어로 꽃피면 소설가나 뛰어난 시인이 된다. 예술가 중에, (병아리 죽여 관중석에 던지는 앨리스 쿠퍼나, 무대에서 박쥐를 우걱우걱 뜯어먹던 오지 오스번같은 '행위 예술가들' 빼고) 작곡을 하는 사람이나 ?그림 그리는 사람도 마찬가지. 심미안은 ?미세한 패턴의 변화를 파악하는 재능이다. 알고리즘은 대개 패턴의 전개다. 오죽하면 프로그래밍 업계에서는 디자인 패턴이란 것이 몇년 전까지 유행했다.

이상, 과학과는 무관한 뉴에이지적 유연 관계 설정은 단지 내 주장일 따름이다.

하지만 나는 시를 읽지 않았다. 고은이 지은 짧고 무의미한 싯귀 정도는 외웠지만: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시를 읽지 않는 이유는 이따위 글이 그 바닥에 횡행하기 때문: 어린 물살들이 먼바다에 나가 해종일 숭어 새끼들과 놀다 돌아올 시간이 되자 마을 불빛들은 모두 앞다퉈 몰려나와 물길을 환히 비춰주었다. 읽기만 해도 저것처럼 그냥 밥맛이 떨어지는 싯귀도 있고, 아무 생각없고 뜬금없기는 고은과 마찬가지라서 읽고 잊어버리는 것들도 많다: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대체로 싯귀는 인생에 도움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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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에 재능을 가졌다는 것이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바꾸는 실천 동력이 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고, 좋은 심미안을 가졌다고 삶이 다채롭고 풍성해지지 않을 뿐더러, 알라께서는 누구에게나 능력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으셨다. 거의 99%의 경우, 사람은 사람을 만나 바다와 하늘을 경험하고 행복을 느낀다.

맛없는 횟집, 맛없는 삼합, 비싸기만 한 씨푸드 레스토랑 따위를 돌아다니다가 언젠가 VJ특공대 류의 맛집 소개하는 코너에서 자주 언급하는 '착한 고기'라는 곳에 갔다. 600g에 34000원 하는 특상등심을 배불리 먹었다. 2차는 입가심으로 가짜 흑생맥주를 마셨다. 어제는 용산의 홍돈에 들렀다가 기륭주점에서 입가심 했다. 애니 붉은 돼지에서 '날지 못하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다' 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최근 몇 년 술을 잘 안 마셨더니 술 주정만 늘어나는 것 같다. 요즘은 김이 많이 샌다.

그러고 보니 '전복라면'이란 것도 먹어봤다. '굴국밥'이 아닌 '굴밥'이란 것도 먹어봤다. 마누라는 굴밥 먹고 행복해 했다.

경기 침체 이후 지하철 승객이 늘었다. 신도림역에서 전철을 갈아탈 때는 급류에 휘말려 강바닥을 닥닥 굴러가는 조약돌이 된 기분이다. GM 대우 자동차 판매 연신내영업소의 문대리는 '만남은 맛남이다'란 영업맨 특유의 어설픈 말장난이 새겨진 명함을 건네주었다. 길거리 자동차 영업이라니... 길거리에서 구걸하듯 차 영업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사고로 병실에 누워서조차 자동차를 8대나 판 사람도 있다. 자동차를 8대나 팔아 심지어는 교수가 된 대경대 자동차딜러과 최진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에겐 네 가지 힘이 있어요. 매력, 정력, 박력, 노력이죠." 보시다시피 8대를 팔거나, 못 팔거나 영업사원들 말투는 거의 비슷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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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난 김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렸다. 아이를 데리고 갔다. 작은 동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 어렸을 적에 도서관에 처음 갔다가 엄청나게 많은 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는 것에 무척 감동했다.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 국어가 두서없고 난해한 것이 내가 다시 난독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이언 뱅크스의 글 중 player of the game이나 플레바스가 번역되리라는 얘기를 몇 년 전에 듣고 뱅크스 글을 안 읽고 놔뒀다. 플레바스는 기대 이상의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대부분의 인물들은 끝까지 삽질하다가 개죽음 당한다. 뱅크스의 워낙 뛰어난 글솜씨(유별나게도 그로데스크하고 변칙적이란 점에서) 덕택에 발베다를 죽이지 않고 이디란 편을 든 호르자가 심지어 이해되기도 했다. 에픽이 갖추어야 할 모범적인 수칙을 잘 지켰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근데 잘 알려져 있나?) 작가가 몹시 냉정해야 한다. 호르자의 뻘짓이나 서로서로 적과 닮아가던 발베다의 헛된 죽음으로 이언 뱅크스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이 우주는 벌레같은 생명들이 꼼지락거리며 꾸역구역 살아간다'. 후기에도 그렇게 써 놨다. 개개인은 너무 하찮아서 역사를 바꾸는 결정적이고 인상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역사는 역사대로 간다. 내 관점도 그렇다 -- 알라께서는 이 세계를 소수의 유능한 미친놈들에게 맡기지 않으셨다. 알라께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셨지만 이 세계는 무식하고 포악하며 탐욕스러운 일반인들이 경영한다.

75년 동안의 전쟁에서 이디란측은 8500억이 죽었다. 나는 컬쳐가 그저 재수없다는 이유로 주인공 호르자처럼 컬쳐의 적이 될 타잎이다. 읽는데 일주일 걸렸다. 감정이입이 잘되어 인물들의 처절한 삽질 때문에 아무런 흡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젠장. 젠장맞을. 망할. 빌어먹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몹시 엿같은 상황 때문에 인물들은 욕설을 입에 달고 다녔다.

워낙 인기가 좋아 도서관에 가면 1년 내내 대출중이던 '인간 없는 세상'을 드디어 읽었다. 내가 난독증에 시달리고 있나?를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 책. 몰입은 글렀다. 사실 책도 재미가 없었다. 이 책은 그냥 세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저널리스트가 노인네가 젊은 시절 얘기해 주듯이 건조하고 친절하게 주절거린 것 정도였고, 상상력이 시시한 수준이라 이미 알고 있는, 알만한 얘기에서 그다지 진전이 없다. 이를테면 오랫동안 타오를 플랜테이션, 폭발할 핵 발전소, 다시 막힐 파나마 운하, 환류에 갇힌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우주로 날아가는 히틀러 방송, 땅밑 땅속에 얕게 묻힌 잔류 중금속과 GMO의 궤멸, 지구 온난화, 뭐 새로운 게 없잖아? SF적 상상력을 발휘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엄한 과정을 시적으로 묘사하길 내심 기대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일러스트는 조잡하고 보잘 것 없었다. 전문가도 아니고, 자기 입으로 뭘 주장한 것도 아닌, 누구 그랬더라 수준의 글로 쓸데없이? 중언부언 주절주절 맥 빠지게 늘어놓는,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의 저술.

초난감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Stupidity; 베스트셀러였던 In Search of Excellence를 패러디함). 조엘이 추천한(왜 했지?) 최근 보기 드문 싸이코 스릴러물. 지난 40년간 첨단 IT기업들이 벌인 온갖 이상하고 바보같은 실수와 오만함에 대한 바다같은 사르카즘. 아쉽지만 이런 글 번역하려면(악의, ?냉소를 맛있게 풀어내려면) 역자에게도 내공이 좀 있어야 하는데, Joel on Software 같은 책 번역하는 딱 그 정도 수준. 옛날에 OS/2 warp를 좋아했다. IBM이 그런 뻘짓을 한 덕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볼랜드 터보 파스칼이나 터보 씨 역시 마찬가지. 작가가 근무하기도 했으며, 많은 애정을 쏟아부어 온갖 저주와 독설을 늘어놓은 회사인 애시톤 테이트는 당시나 지금이나 망하든 말든 관심 없었다. 애시턴 테이트를 내심 신이 저지른 두번째 실수 같은 회사라고 생각했달까?

이 책을 통해 마케팅 팀에 살해 욕구를 느끼는 것은 적절하고 건강한 감정이란 것을 깨달았다.

'팀이 빠지기 쉬운 5가지 함정'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 순으로 나열하자면: 신뢰의 결핍, 충돌의 두려움, 헌신의 결핍, 책임회피, 결과에 대한 무관심.? 크기 순일 뿐만 아니라 인과 관계가 될 것도 같다. 신뢰의 결핍이 원인이 되어 충돌을 피하게 되니까.

이런 책 부류에 대한 낮은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팀이 빠지기 쉬운 다섯 가지 함정은 회사 생활이 이성과 노력, 단합, 공동의 목표, 그리고 능력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에게 많은 부분 공감한다. 적어도 현상 파악과 원인 제시에 설령 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안구에 습기가 차서 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것을 재삼 숙고하게 해준다.

팀이란 것이 매니저가 일방적으로 노력한다고 잘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그 책에서처럼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단점과 결점을 깨닫고 개과천선해서(?) 적극 참여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불감청 고소원이다. 내심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지만 원한다고 좋은 팀원을 만나게 되는 것도 아니고, 팀원을 뽑을 때 회사 사정과 단가, 궁합이 맞기란... 그야말로 2008년 12월 2일처럼 금성과 목성과 초승달이? 하늘에서 우연히 웃는 얼굴로 배치되는 것처럼 어렵다.? 남들 다 봤다는 웃는 얼굴 대신 나는 며칠 전 하늘에서 우는 얼굴을 보았다. 딱 이 모양이었다 -> :(

이런 낯익은 말: 기업에서 사람은 비용이고, 스테이플러는 자산이다. 노동자가 착취의 대상이란 증오심에 가득찬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자가 악의를 품고 퍼트린 말일까? 대다수의 착취당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은 이런 (처절하게 가슴을 후비는?) 냉정한 실용주의를, 절대로 버려서는 안될 휴머니즘의 뜨거운 가슴으로 돌파해서 말살해야 할 공공의 적쯤으로 여길 때가 있다 -- 배운게 없고 알아주지 않아 간신히 입에 풀칠하며 착취당하는 노동자를 거둘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저질 사회 개선에 공감할 따름.

팀 운영은 그래서 대단히 큰 비용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게으르고 감상적이고 이해타산이나 따지는 밥맛 떨어지는 인간은 어디 베짱이들처럼 해변에서 일년 내내 놀게 하고(마치 컬쳐의 시민들처럼) 나는 마인드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고 싶다. 우주선 타고 안드로메다까지 언제가 될지 기약없는 순례 여행을 하며 도 닦자. 나는 사람을 통해 바다와 우주를 보는 타잎은 아니다.

그런데 팀이 빠지기 쉬운 다섯 가지 함정이 읽기 좋은데 왜 '5가지'로 표기했을까? 그러고 보니 최근 읽은 책들에서는 연도를 1984년 대신 일천구백팔십사년으로 표기한다. 사과 삼십개는 사과 30개가 읽기 편한데, 그건 나만 그런건지 모르겠다.

간혹 주목할만한 SF&F 작가인 김보영의 '땅밑에서'를 읽다가, '극지방이 중력이 낮은 이유는 세상이 극점을 축으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산소는 가벼운 기체라서 지하로 내려갈수록 밀도가 낮아졌다' 같은 문장을 보다가 해괴해서 읽기를 중단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의무감에 마저 '땅밑에서'를 읽고 섣부른 예단에 반성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설마 환타지스런 니븐을 기대했던건 아니겠지?

HBO에서 얼음과 불의 노래 파일럿을 만든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 트루 블러드 1기를 마무리했다. 거위떼 몰고 하늘로 날아가던 소녀로 밖에 기억에 없는 안나 파퀸이 얻어 터지면서 시작해서, 두들겨 맞는 것으로 끝난다. 피아노 때나 xmen 때나 어떻게 보면 변변한 남자 친구 하나 안 생기는 기구한 팔자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흡사 원작이 국산 순정만화 스토리 처럼 허름해 보였다. 남부 사투리만큼은 징하게 들었다. 계속 보고 싶은 생각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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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venth Hour
Eleventh Hour. 영국판 원작을 미국에서 개작한 듯.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넘치는 천재적인 주인공(말하고 나니 거진 보살이잖아?) 미궁에 빠진 사건을 '과학적'으로 해결한다.

Fringe
Fringe. 안해 본 것이 없는 레오날도 다빈치 같은 과학자와 그 과학자가 온갖 야매스러운 실험 끝에 살린 사기꾼 아들, 죽은 자기 애인과 의식이 합쳐진 FBI가 합심해서 '패턴'을 쫓기도 하고 미궁에 빠진 사건을 독특한 기크 마인드로 해결한다. 하도 야매스러워 미국인의 48%가 창조론을 옳다고 주장하는 최근 여론 조사 결과가 수긍이 간다. 물질은 왜 단단한가? 실제로 원자 주위에 확률 분포하는 전자운을 빼면 대부분의 물질은 속이 텅텅 비었다. 그래서 물질의 속이 비었으므로 거기에 적당한 주파수 스펙트럼의 파동 에너지를 가하면 사람이 벽을 통과하는 것이 가능하며, 스크린샷 좌측에 있는 사람은 그렇게 해서 은행을 털다가 벽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굳어버렸다.?

Leverage
Leverage: 전직 보험사기조사관(보험수사관?)이 도둑, 사기꾼, 해커, 용병과 힘을 합쳐 갑부 악당들의 등을 쳐서 선량하지만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훈훈한 미담.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다.

Survivor 2008
Survivor 2008: 평균적인 영국 SF 드라마 답게 재미가 없다. 바이러스로 전세계 인류의 90% 이상이 사라지고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게 될 것인가, 를 그려보고 싶은 것 같았다. 시즌 프리미에르부터 신통치 않아서 계속 볼 생각은 그닥 없다.

IT Crowd
IT Crowd: 웃겨서 시즌3이 언제 나오나 싶더만 최근에 3화까지 나왔다. Big Bang Theory가 샐던 캐릭터와 나머지 떨거지들의 우울한 일상사를 다루고 있어 Dr. House처럼 차츰 식상해져 가지만, IT Crowd에는 다들 정신이 어떻게 된 캐릭터만 나와서 안심하고 웃을 수 있다.

Mentalist
Mentalist(A master manipulator of thoughts and behavior): 대박날 것 같은 드라마. 호기심이 생겨서 웹질해 보니 역시나 대박 드라마였다. 3화까지 보면서 밑바닥이 뻔히 보이는 소재꺼리로 어떻게 끌고나갈 것인가 의아한데, 캐릭터가 워낙 좋아 3기까지는 거뜬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할 것 같은 이 매력적인 배우 덕에 (그리 잘 생긴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드라마가 유지될 것 같다. 이런 캐시 카우 한테는 뒷머리에 후광을 달아줘야 하지 않을까?

일단 근거없는 소리라고 미리 밝혀 두고 얘기; 삼성에서는 5%가 가능하면 30%도 가능하다는 신개념 경영기법을 가르친다. 거래처 통해 납품건을 받을 때 네고 폭이 5%가 가능하다면 30%도 가능하다는 마인드다. 삼성을 비롯한 한국의 대부분 대기업들은 투 벤더 체계를 통해 독점적 공급의 폐해를 사전에 막고 중소 벤더 끼리 치열하게 경쟁시켜(경쟁을 유도해) 중소업체를 통제한다. 기업활동에는 매우 유용한 전략일지 모르나, 삼성이 중소기업과 상생한다는 얘기는 지나가는 개가 웃을 소리다. 예를 들면 오늘, 내일 하는 키몬다에 납품하는 장비가는 6억5천 정도 되는데, 삼성에 납품하는 장비가는 1억 6천 정도한다. 전자는 '적정 가격'이고 후자는 삼성이 중소업체를 궁지에 빠진 토끼를 몰 듯 이리저리 몰면서 후려친 가격이다.

삼성이 국산화 지원에 심혈을 기울여왔다는 이야기도 가끔 듣는데, 외국 업체 기계 들여오면 메인티넌스 비용과 엔지니어링 비용을 꼬박꼬박 지불해야 하지만 국내업체라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안심하고 최후의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발라 먹을 수 있다. 삼성 납품해서 메인트 비용 따로 잘 받고 있는 장비업체가 몇 개나 되는지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중소업체가 썩 괜찮은 기계를 '발명'하면 JDP, JEP 따위 계약을 통해 공동소유권으로 만들던가, 특허를 가로채던가, 장비 사 줄 것처럼 얘기하다가 스펙만 빼내 다른 경쟁 업체에 넘기고 더 싸게 만드는 비열한 짓을 한다. 하여튼 삼성 하는 짓꺼리 보면 기업경영을 너무들 잘 하신다. 삼성과 키몬다, 엘피다, 르네사스 등등 반도체 회사는 지난 2년여간 피튀기는 DRAM 가격 인하 경쟁을 펼쳤고, 삼성은 국내 중소업체들과 그렇게 잘 협력해서 살아 남았다.

그런데, 요점은 삼성의 비열한 행동이나 거기에 느끼는 분개가 아니다. 사실 나는 그런 것에 진심으로 분개하지 않는다(아마 내가 뼛속은 실은 악당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렇게 성장해 온 방식은 위험해서 장래가 없어야 하는데, 요즘의 삼성은 정말로 장래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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