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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6 변산반도 1
변산반도 자전거 여행 경로

변산반도는 서해-남해-동해로 이어지는 한 달 가량의 자전거 여행 중 지나치게 될 코스였다. 원래 계획은 한 달 짜리 자전거 여행이었다가 일주일 단위로 끊어 각각 서해, 남해, 동해로 나누었다가 그것도 여의치 않게 되어 어쩌다 보니 변산반도만 떼어내 1박 2일 코스로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지난 3년의 이력이다. 잊어버리자.

17:30 집에서 출발. 내일 날씨가 맑단다. 18:45 강남 터미널 도착. 부안행 표를 끊었다. 버스는 천안을 조금 지나서 기름이 떨어져 차가 멎었다. 고속도로 갓길에 세운 버스를 살려보려고 갖은 애를 쓰던 기사 아저씨는 용케 시동을 다시 거는데 성공했다.

부안에 도착하니 11시 20분. 날이 쌀쌀해서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GPS를 켜고 뉴부안 찜질방에 갔으나 내부 공사 중, 5월 10일 이후 재개장한단다. 건강나라 찜질방으로 갔다. 작은 찜질방에 사람들이 꽤 북적인다. 여기저기서 경상도 사투리가 들린다. 전라도에서 전라도 사투리나, 서울 사투리가 아닌 경상도 사투리를 듣다니 무척 신기하다.

자리를 잠시 비워 담배 한 대 피우러 갔다 온 사이 누군가 내 자리를 차지했다. 자리가 없어 여기 저기 헤메다가 불편하게 잠들었다. 보통 새벽 2-3시에 잠들곤 하는데 12시부터 자려니 적응 안된다. 1시쯤 잠들었다. 8시에 깼다. 기분나쁜 꿈을 꾸었다. 샤워하고 찜질방을 나왔다. 전날 밤 살짝 비가 와서 체인이 떡졌다. 날이 흐리다. 오늘은 OSM 지도+지형도를 GPS에 넣어 처음으로 주행하게 된 날이다. 도로 윤곽이 희미해서 OSM으로 가민용 지도를 만들 때 신경 좀 써야겠다.

아담한 부안 시내의 할인 마트에서 빵과 우유를 샀다. 370kcal, 170kcal. 사실 빵, 우유 대신 백합죽을 먹을 생각이지만 가는 길에 백합죽 전문이라는 계화회관이 안 보이면 이걸로 점심까지 버틸 생각이다. 빵과 우유를 마트앞 벤치에서 먹어치우고 천천히 자전거를 몰아 부안 시내를 빠져 나갔다. 해가 안 떠서 날이 차갑다.

변산반도를 애두르는 30번 국도만 따라가면 된다. 길이 무척 쉽다. 부안 경찰서를 지나자 계화회관이 보였다. 빙고. 백합죽을 시켰다. 7000원 짜리 죽은 꽤 맛있지만 양은 좀 적은 편. 맛이 썩 좋았는데 맞은편의 경상도 가족은 '이건 약이야' 하면서 감탄한다. 나도 대충 만족하고 패달을 밞아 새만금으로 향했다.

부안

지나가다 민가 사진 한 장 찍었다. 폐가인지 사람이 사는지 잘 모르겠다.

지나가다 삐삐 인형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소방서 옆 가게에서 성인용품을 판매한다는 전단지가 전봇대마다 붙어 있었다. 일없는 겨울밤 놀고 있을 농촌 총각을 겨냥한 타깃 마케팅일까? 친환경 에너지 생산단지 인지가 새만금 뻘 근처에 건설되는 것 같다. 내가 알기로 군산에 소위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길이 참 편하다. GPS의 지형도를 봐도 고도차가 거의 없는 꾸준한 평지가 해변까지 이어진다. 새만금 전시관에 이르기 전 언덕에 오르니 새만금이 잘 보이는 곳이 있다. 어젯밤 찜질방에서 본 경상도 가족에게 새만금에 관해 아는 것도 많은 내가 침튀기며 설명해 줬다. 그 가족은 어젯밤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내 자리를 차지한 가족이었다.

새만금

이제 썩어가는 갯벌에서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백합에게 안녕을 고해야 한다.  이미 막은 뻘을 다시 살리기 위해 수조원이 투입된 공사를 되돌리기엔 늦었다 -- 이건 내 관점이다. 뼈저린 실수겠지만 새만금 방조제를 쌓을 당시엔 정치가나 일반 대중이나 생존에 바빠 장래 생태계가 어찌어찌될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땅을 메워서 농지와 택지를 만든다는 그 계획이 꽤 그럴싸해 보였을 것이다.

새만금 방조제

전날밤 전주 뉴스에서 새만금 방파제 안쪽의 선박 소유주에 대한 보상이 시작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새만금 전시관에서 방조제 공사가 얼마나 위대하고 대단한 공사였는지 떠벌리는 비디오를 보았고 장래 그곳에 해양 레저와 친환경 어쩌구가 들어선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방조제 길이 일반에게 공개되었을까? 모르겠다. 아직 군산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변산 해수욕장

고개를 몇 개 넘자 변산 해수욕장이 나타났다. 아직 해가 안 떠 썰렁하다. 요즘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잘 맞는 편이라 그걸 믿는다. 백합 껍데기가 모래밭에서 군데군데 보였다.

변산 해수욕장

바닷가에서 캔맥주 쳐먹고 빈 병 버리고 가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종류의 사람들일까? 내 동포, 내 형제, 내 이웃이다. 그러니 주워서 버리고 갖은 욕설이나 마저 하자.

변산 해수욕장을 지나 30번 국도를 따라가다가 고사포 해수욕장으로 빠지는 해안 도로로 방향을 바꿨다(우회전했다).  고사포 해수욕장을 지나쳤다. 고갯마루에 오르자 하섬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바로 나타났다.
하섬

하섬. 썰물 때면 육지와 섬이 연결된다. 물 때가 안 맞아 오늘 조개 따기는 글렀다.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이곳 해안에서 물이 빠지는 깊이가 대략 50cm 정도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바다처럼 보이는 저 곳을 걸어서 건너갈 수도 있겠다.

30번 국도

해변을 따라 고저차 30~40m 내외의 고개가 연이어 이어지는 해안 도로다. 변산반도를 반 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는 터라 해안 도로의 우측 차선이 바다와 맞닿아 풍광이 좋다. 해가 뜨지 않아 덥지도 않고 기분좋은 측풍(시속 3~4m 가량의 서풍)이 불어와 땀이 거의 안 나와 라이딩이 무척 상쾌하다. GPS의 기압계를 보면 날씨는 점점 좋아질 것이다.

적벽강

하섬을 지나고 얼마 안가 적벽강에 이르렀다.
적벽강

사암, 세일로 보인다. 이암도 있는 것 같다. 산화철 때문에 색깔이 다른 부분. 단애가 별로 특이해 보이지 않지만 그 깊이가 상당하다.
적벽강

아직 물이 덜 차올라 저 끝까지 갈 수 있었다.
적벽강

바닥. 설마 퇴적암 뿐일까? 밑에는 아무래도 화강암이 있을 것 같은데.
적벽강

책처럼 켜켜이 쌓인 층. 망치로 두들기면 부서진다. 언제 형성된 것인지 알고 싶은데, 쓸만한 안내문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내가 못 찾은 것일께다. 이거 애들 교육용으로 아주 좋은데. 어디가서 이런 규모로 보기 힘든 지층이기도 하고....

젹벽강에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적벽강이 있는 곳은 자갈 해변으로, 떨어져 나간 셰일 덩어리가 조석에 의해 닳고 닳아 얇고 귀여운 판석을 만드는데, 각기 다른 퇴적층에서 떨어져 나간 조각들이 색색이 조약돌을 이룬다. 해가 뜨거우면 바닷가에 들어가 물장구나 치면 좋으련만...

적벽강을 뒤로 하고 채석강으로 향했다.

채석강

채석강도 적벽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스러지기 쉬운 셰일과 이암 따위의 켜켜이 쌓인 퇴적 층이 해식에 의해 떨어져 나가고 마모되면서 해수욕장에는 조그맣고 반질반질한 조약돌들이 널렸다. 사람들은 떨어져 나간 판석으로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원탑을 쌓았다.

채석강: 적조

채석강에서 뜬금없이 적조를 보았다.

채석강

고개를 쳐들자 나타난 습곡. 요르단의 알 카즈네에서 더 멋지고 알록달록한 것들을 봐서인지(안데스에서도 마찬가지) 멋있어야 할 이것이 좀 시큰퉁... 하지만 세월과 연흔에 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지질학자는 층층마다 꽤 자세하고 재밌는 얘기를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지질학자에게 부탁해서 표지판을 하나 만들어 세워주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가 자식들 데리고 와서 멍청하게 바위만 쳐다보게 만들지 말고. 모처럼 바닷가에 왔으니 백합죽이나 회를 배불리 먹고 돌아가는 거야 기본이지만.

채석강

달팽이로 추측되는 것들이 진흙 바닥에 새긴 궤적. 척벽강과 채석강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참, 그러고 보니 적벽강이나 채석강의 퇴적층에서 화석 비슷한 것을 보지 못했다.  벌써 다 파갔나?

채석강

업자가 관광용 땅굴을 판 것이 아니라면 저건 해식동굴일텐데 그 위에는 '청상어횟집'이란 처절한 난개발의 흔적이 돋보였다. 개발을 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변산반도 오는 길 내내 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다. 어설프게 대충 되는대로 개발하다가 죽도 밥도 안되어... 내가 뭐라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욕지기가 나왔다. 채석강, 적벽강에 관한 관광 지도의 설명은 '중국에 그 비슷한 것이 있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는 꼴사납고 바보스러운 얘기 뿐이다.

채석강이 있는 격포 해수욕장이 변산반도에서 개발이 가장 많이 이루어진 관광지같다. 근처에 군산식당이란 곳에서 점심을 먹을까 했지만 아침을 9시에 먹고 12시에 여기 도착해서 점심 먹기가 뭣해 내소사 부근이나 곰소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전라 좌수영으로 향했다.  고저차 70m의 짧은 오르막길을 헉헉거리며 올랐다. 불멸의 이순신을 촬영지인 전라좌수영은 분위기가 그럴듯했다. 가까이 가서 벽을 두들기면 얇은 베니어판에 흰색 페인트를 칠해 놓은 것이지만. 수십차례 촬영할 꺼면(불멸의 이순신을 안봐서 어떤 드라마인지 모른다) 이왕 만드는 김에 제대로 좀 만들지 싶었다 --  그러기가 쉽지는 않겠지.

전라좌수영

앉아서  바람을 쐬며 쉬었다. 분위기가 참 좋다. 그늘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한잠 잤으면 좋겠지만, 여차하면 무너질 것 같은 세트장이다 보니 기댈 자리가 마땅치 않다.

다시 패달을 밟았다. 30번 국도변에 있는 조각공원과 촬영장은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전라 좌수영 아래쪽에 있는 분위기 좋은 궁항을 지나고 상곡 해수욕장을 지나 다시 30번 국도와 만났다.  해가 떠서 날이 점점 더워진다.

모항 해수욕장

모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항 해수욕장.  여기까지 네 개의 이름있는 해수욕장과, 여기 저기 쉬기 좋은 해안을 여럿 지났다. 흡사 제주도 남서부처럼 아기자기하고 썩 괜찮은 해변이다. 아침나절부터 날씨가 좀 괜찮았다면 해변에서 놀다 갔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모항 해수욕장도 그냥 지나쳤다.

햇볕이 따가워 강도처럼 버프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작년에 사서 한 번도 쓰지 않았던 팔 토시를 착용했다. 여자들이나 입는 낯 간지러운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전거 타려고 쫄바지 입고 다니면서 안 그래도 남의 눈 신경쓰지 않던 패션,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신경 쓴다는게 뭣하지 싶어 맨살에 달라붙는 팔 토시를 과감하게 착용했는데 통풍 잘 되고 햇볕 차단이 잘 되서 상당히 만족스럽다. 진작부터 팔 토시 입을 껄 그랬다.

모래밭이 깔린 해수욕장은 모항 해수욕장이 끝이다. 그 이후로는 주로 갯벌이 나타났다. 어쩌다보니 내소사로 들어가는 삼거리를 지나쳤다. 내리막길에서 한창 가속이 붙어 있는 자전거를 다시 되돌리기가 뭣해 그냥 지나쳐 버렸다.  내소사 가는 길에 캠핑 사이트도 있고 산장도 꽤 여럿 있다. 텐트 들고 장기 여행 중에는 하룻밤 자기 좋지 싶다. 아참, 절 통행료가 있지!

곰소 갯벌

곰소로 가는 길에 본 갯벌

내소사를 지나쳐 버리니 곰소까지 금새 다달았다. 곰소가 외변산 관광의 마지막 지점이다.  곰소에서 밥 먹기로 했으니 밥집을 찾았다. 곰소를 두 바퀴 돌아봤지만 젓갈 백반으로 유명한 '곰소쉼터'는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시장통의 조그만 식당에 들어가 백반을 시켰다. 찬 9가지에 된장국을 5천원에 내온다. 젓갈 3 종류가 식탁에 올랐다. 비싼 식사보다 차라리 이런 허름한 식당에서 백반 시켜 반찬 종지까지 박박 긁어먹는게 어쩐지 취향에 맞는다.

어젯밤 찜질방에서 봤던 사람들을 곰소에서 다시 보았다. 찜질방에서 하룻밤 자는 사람들 중에 유난히 경상도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희안하게도 광주나 목포, 전주 등 인근 지역 사람들보다 경상도 사람들이 유독 변산반도 관광 내내 발에 차일 정도로 많았다.

아내에게 전화해서 젓갈이나 사갈까 물으려다가 관뒀다. 들고 가기 귀찮다. 곰소에서 난 천일염이 그렇게 좋다면 젓갈 뿐만 아니라 된장, 간장, 김치도 다 맛있을 것이다. 사려면 소금을 사야할텐데, 소금을 푸대 단위로 파는 것 같아 그것도 관뒀다.

곰소항

곰소항에서 소화도 시킬 겸 하릴없이 놀았다.
곰소항

...
곰소항

도시 비둘기처럼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갈매기도 구경하고...

곰소 염전

곰소를 빠져나오자마자 염전이 보였다. 염전 맞은 편에 '곰소쉼터' 식당이 보였다. 한참 찾을 땐 안 보이더니만...

등짝에 와닿는 햇볕이 상당히 따갑다. 전진속도와 뒤에서 밀어주는 미풍이 서로 상쇄되어 달리는 길이 거의 무풍 상태라 더 덥게 느껴지는 것 같다. 부안으로 되돌아가는 23번 국도가 나타날 때까지 쉼없이 달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갈림길에서 그늘이 드리운 버스 정류장을 찾아 자전거를 세우고 쉬었다. 자전거 여행자에게 국도변 버스 정류장만큼 좋은 휴식처도 드물다. 잠시 쉴 뿐만 아니라 비를 피하거나 낮잠을 즐기기에도 좋았다. 그런데 여긴 개미떼가 바글거린다. 3면이 막힌 버스 정류장 대신 보도에 털썩 주저 앉았다. 시원한 서풍이 땀을 식혀 주었다. 10분 쯤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시원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했다.

좀 바보같은 짓이지만 선운사 쪽으로 빠지는 고창 부근까지 가서 정읍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이가 내일까지 아플 것 같으면 선운사로 가 민박에서 하룻밤 자던가 내장산 국립공원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정읍으로 갈 생각이었지만 아내에게 아이 간병을 맡기고 나만 재미있게 놀러 돌아다니는 것이 도리가 아닌 것 같아(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았던 개마초 남성 중심 사회가 그립다) 오늘 중으로 집에 돌아갈 생각이다.

부안에서부터 이어지던 기나긴 유채꽃 길은 고창 교차로 앞에서 끊겼다. 외변산 길은 자전거 타고 다니기에 꽤 기분좋은 길이다. 갓길도 30~50cm로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고 팔을 스치는 유채꽃이 마치 마라토너를 반겨주는 시민처럼 정답게 바람에 흔들린다. 이 지점에서 정읍까지는 약 16km. 등짝에 쏟아지는 오후 햇살을 받고 뒤에서 밀어주는 선선한 미풍을 타고 쉬지 않고 정읍시까지 달렸다.

친구가 예전에 그런 말을 했다. 아직까지 새마을기가 펄럭이는 도시는 도시가 아니라 촌락(village)이라고. 정읍시에 들어서자 마자 수많은 새마을기가 펄럭였다. 장관이다. 친구와는 견해가 좀 다른데, 아마 시청 구석에 열박스쯤 쌓여있을 새마을기를 딱히 처치할 방법이 없고 도심에 남는 깃대는 많으니 되는 대로 꽂아놓은 것이지 싶다. 근 2년 지난 현 정권과 새마을기는 어쩐지 어울린다.

9시에 부안에서 출발해 17시 경 103km를 달려 정읍에 도착했다. 평속은 꾸준히 20kmh를 유지했지만 여기저기 쉬엄쉬엄 놀다가 오느라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정읍 시내에 들어서자 마자 식당부터 찾았다. 시청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수석영양돌솥밥'이 있다. 6천원 짜리 식사를 시켜 먹었다. 꽤 괜찮았다.

6시 강남 터미널행 고속버스를 탔다.  3시간 걸려 서울에 도착. 버스에서 한 시간쯤 눈을 붙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잠수교는 왜 찍었지? 아마 오세훈 시장 욕 좀 하려고 찍어뒀던 모양. 기분 좋은 날인데 그건 나중에.

터미널에서 집까지 꾸준히 패달을 밟았다. 어젯밤과 오늘밤 고속버스 터미널을 왕복한 거리는 46km, 변산반도에서 주행한 것을 더하면 148km를 달린 셈인데  기운이 남아 돌았다. 내 저질체력을 여태까지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일까? 아무래도 세 끼를 꼬박 잘 챙겨 먹고 비교적 평탄한 도로를 바람을 등지고 달린 덕분인 것 같다.

집에 도착해서 치킨에 캔맥주 두 개를 먹고 마셨다. 몸이 그것들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다. 별로 피곤하지 않아 평소처럼 오전 3시30분에 잠들었다.

주행 전에 날씨와 기온, 풍향, 풍속 따위를 검토했다. 알아도 주행에 도움이 된다, 안된다 말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천상 기술자다 보니 데이터는 항상 쓸모가 있었다. 하루에 겨우 124km 달린 것으로 생색 내기는 뭣하지만, 예전에 변산반도 해안도로와 유사한 90km 가량의 동해안 도로를 달릴 때의 체력과는 비교가 안되는 그간의 질적 향상이 있었다. 주행 중간에 많이 쉬어서 그런 것인지도.

1-3 기어의 재발견: 이전 변속 패턴: 3-6, 2-6, 2-4, 2-2, 1-2. 이번 변속 패턴: 3-6, 2-6, 2-4, 1-3, 1-2. 경사도가 고만고만한 고갯길에서 1-3 기어로 케이던스를 2/3로 떨구고 약 8.3kmh 속력을 유지하면  별로 힘이 안 든다. 왜 유독 그 기어비에 그 속력에서 힘이 덜 들었는지 나중에 다시 테스트해 봐야겠다.

OSM GPS 지도는 지형도가 꽤 유용했다. 앞으로 가야할 고갯길이 몇 개이고 어느 지점에서 쉴까 흘낏 쳐다보는 정도의 유용함이니 다른 사람들에게 굳이 떠들만한 것은 못 된다. 그런 거 없어도 잘들 자전거 타왔다. POI가 보이는 zoom level의 조정이 필요해 보이고 도로 폭이 좀 넓게 렌더링되었으면 좋겠다 정도 나중에 개선할 것들도 알았다.

트랙로그와 SportTracks로 경로 분석을 해보니 상당히 유의미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안장 높이 조절하지 않고 20km 달린 구간의 평속은 조정후 달린 속도에 비해 1.7kmh가 떨어진다.

짧은 코스를 돌다보니 교통비와 숙박비가 아깝다. 전라도에 간 김에 밥만큼은 잘 먹자 해서 밥값으로 쓴 것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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