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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마초 스마트폰

잡기 2008. 10. 15. 09:57
네이버에서 배포한 서체 벤치마크.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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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사용하는 맑은 고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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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고딕. 그럴싸 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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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하니, 역시 맑은 고딕이 낫다. 나눔고딕은 웹 페이지 렌더링 중 줄간격이 약간 벌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자간 간격이 다소 답답하다.  하지만 나눔고딕과 나눔명조 폰트는 인쇄했을 때 썩 그럴듯 하다. 공짜 폰트에 감사한다.

칼라일이 경제학을 dismal science라고 말했었지. 요즘은 경제 분위기가 그로데스크하기까지 하다. 신용경색, 위기, 공황, 패닉, 리세션. 뉴욕 타임즈 에세이로 종종 심금을 울려주던 폴 크루그만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진중권 같은 쌈닭이라 그의 에세이를 읽으면 뭐 하나 배운 것 같아 항상 기분이 업되었다(물론 그의 주장 대부분은 주로 부시에 관한 욕설과 장기경기침체를 이끌어낸 돼지같은 공화당 정책에 대한 비난과 비아냥이었지만). 그가 썼다는 The Theory of Interstellar Trade를 읽었다. Economy 2.0이면 타임 딜레이션에 따른 이율 산정은 말끔히 해결될 것도 같은데, 크루그먼이 스트로스를 진작 만났더라면 그의 항성간 무역 이론이 한 층 더 아스트랄해졌을 것 같다.

서비스 센터에 거듭 불평을 늘어놓자, 집의 인터넷 속도가 드디어 100MBps에 이르렀다. 광랜 쓰는 기분을 누려야 하지만, 공유기가 안 따라주어 실제 속도는 30Mbps 언저리를 맴돈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 (새 공유기를 사는 대신) 기존 LinkSys WRT54V v4 공유기의 펌웨어를 핵펌으로 교체했다. DD-WRT, Tomato가 물망에 올랐다. Tomato에서는 43Mbps, DD-WRT에서는 216Mhz로 CPU를 오버클로킹한 상태에서 34MBps 가량 나왔다. Tomato의 설정 몇 가지를 건드리자 속도가 6~24Mbps로 중구난방이 되어 하는 수 없이 핵펌을 DD-WRT로 되돌렸다. http://speed.nia.or.kr이 오랜 보수 공사 끝에 재개장.
스마트폰, 과연 필요한가? -- 예스. 댁한테는 개 목에 진주 목걸이일테지만.
 
스마트폰=휴대폰+PDA. PDA를 10년 이상 써 온 나같은 사람은 조그만 가방에 읽을 책 한두 권 넣고, PDA에 읽을 꺼리를 잔뜩 넣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된지 오래다. 출근길에 PDA로 책을 읽고, 퇴근길에도 책을 읽는다. 남는 거의 모든 시간에 코를 쳐박고 뭔가를 읽는다. 안타깝게도 지하철에는 볼 게 없으니까(흔해빠진 미녀에게도 관심 잃은지 오래고). 종이책 말고 PDA로 책을 읽으면 그건 '아날로그'가 아니기 때문에 한심할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저 글을 쓴 양반은 지하철에서 책 대신 스마트폰이나 PMP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을 한심해 했다. 노트북으로 email 보내는 것이 편하다나? 난 그 거지같다는 pda로 여차하면 a4 2-3장 분량 에세이 따위를(이를테면 이런 블로그 엔트리를) 느긋하게 쓰기도 한다. 말 그대로 느긋하게. 하여튼 저 양반의 글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보이는 이상한 열정이, 결국은 효율이나 비용을 생각지 않는 일시적인 유행과 허영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워낙 견해가 과감하고 병세가 심해, 얼핏 머리속에 떠오른 단어는 이뭐병이었다.
 
공유기의 무선 네트웍의 취약성은 WEP에만 국한된다. 얼마전에 nVidia GPU를 사용하여 brute force로 DES나 WPA 암호를 깨기 위한 계산의 수행 속도를 100배 향상시켰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걸 기사라고 쓴 건가? 요즘 암호는 10^53 이상인데, 100배 빨라졌다는 GPU 1조개를 모아 병렬 연산하면 1/10^40으로 암호를 깰 확률을 비약적으로 낮췄다는, 말 그대로 가엾은 헛소리다. 암호학의 권위자인(어플라이드 크립토그래피의 저자인) 브루스 슈나이어는 비교적 깨기 쉬울 것으로 예측되는 패스워드(word), 패스 프레이즈(phrase) 대신 패스포엠(pass poem)이란 걸 사용한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패스포엠은, 흠... 일곱 북구 영웅 신화 서사시다. 슈나이어 형님은 그래서 늘 존경스럽다. 전자상거래할 때는 오딘을, 게시판에 들어갈 때는 300단어 짜리 프레야 찬가를 암호로 직접 타이핑 하신다!

마초(마초물이 아닌)에 대한 혐오감을 감수하는 것 역시 생활의 일부다. 마초/마초물에 대한 접근이 달랐다. 개념이 달랐다. 내것은 무수한 모험소설에 적용하는 포괄적인 것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마초물을 마초물!이라고 욕설처럼 늘어놓은 적이 거의 없었다(마초물을 좋아하니까). 그저 사물의 형질을 설명하는 감탄사였달까? 그래서 이런 변명을 늘어놓는 상황이 영... 짜증나는데...
 
이건과 스트로스와 닥터로우 소설의 주인공들이 그저 그런 남자로 남아있는 동안, 피터 해밀턴은 무기와 기술로 기운을 북돋아주는 남정네 소설을 쓰고 데이빗 웨버는 영악한 전략과 생존술에서 지적 근육을 과시한다. 그런 예는 과거로부터 얼마든지 있다. 소설가의 80%는 남자이고 베토벤이 귀가 먹어도 작곡을 계속한 것인 예술적 열정을 드라이브한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다.

아무튼 지천에 널린 하드보일드 느와르의 남자들은, 상황이 엉망이고 줄곳 만신창이가 되어도 입만 살아 낄낄 거리며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매를 벌고 목숨을 버린다. 젤라즈니의 빌리는 똥고집을 피우며 정신이 나갈 때까지 길을 걷는다. 남자들의 뻣뻣한 척추라는 공통점 때문에 이들에게서 마초성은 공통적이고 원형적이다. 쟁투의 심볼리즘 또는 클링곤 잠꼬대 같은 마초류는 관심 밖이니 제하자면, 최근 들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신마초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시대가 변하면서 계산본능(?)이 개제되고 전전두엽이 활발하게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방법(지적, 경제적으로 세련되었지만 강도면에서는 전혀 손색없는 유창한 언어 폭력과 유혈 불사)과 취향(작동범위를 사전 인지하는 메니퓰레이티브 컨트롤 프릭 및 각기 다른 매너리즘과 예술적 성향, 섹스 취향을 가진 너드, 더드, 오드)과 경향(다양한 의지와 실천의 벡터)이 세기가 넘어가면서  점차 변화했으니(보통은 근대화라고도 표현) 시대상에 부합되지 않아 오작동하기 일쑤인 마초의 사전적 정의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보잘것 없는 예로, 아르헨티나에서 마초는 여전히 말떼를 몰지만, 여자들이 심하게 날뛰는 멕시코에서는 과거 힘세고 섹시했던 마치스모가 지금은 '사내놈이... 남자 구실은 해야...' 정도의, 앙상하고 자조적인 의미로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열혈남아와 쿨가이가 메이팅 파티 전면에서 환영받지 않는다.

'모험하는 성격과 유전자, 개기고, 갈구고, 적게 얻으면서도 리스크는 엄청 떠 안는, 단지 테스토스테론의 지랄'이 마초성의 리트머스가 되는 공통점이지만, 최근에 벡터가 바뀌었으니, 마초 확장 컨셉으로 정의하고 단어를 재발명해야 할까?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난 그러지 않았어.

젤라즈니가 영원히 단초를 제공할테고, 그래서 제대로 하려면 젤라즈니 소설을 관통하는 마초성의 질과 특소성에 관한 조명(왜 그 아저씨 꺼를  마초소설이라고 하나?), 마초에 대한 지루한 나열, 그 다음에 그 둘을 연결, 마초의 현재와 미래, 결론 및 요약 등등을 열나게 써갈겨야 하지만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얻을 수 있는 소득이 쥐좆만해서 관두기로 하자. 난 친우들과 우애를 나누거나 자기만족을 위해 글 쓰는 부류도 아니고 마초류를 계몽하려는 사명감이 아주 희박하다.
  • 젤라즈니는 전 시대에서 남정네의 묘사에 '반 발 앞선 세련미'를 지니고 있었다. 아울러 그걸 서술하는 기름끼엔 메스꺼움이 올라오고? 의도적인 심리묘사의 생략을 통해 별볼일 없는 놈을 남자답게 만드는 것도 작법의 팁과 테크닉이다. 결과는 같다. 하여튼 지금은 그게 구닥다리로 보인다. 아님 내가 엄청 세련된 것이던가.
  • 한국을 비롯한 몇몇 문명 세계에서 마초 또는 남성우월주의자는 멸종 직전에 몰린 해충으로 박멸 1순위감이다.
  • 한국의 산업 비중은 1차,2차 생산 및 가공업이 꾸준히 감소해서 30% 미만으로 떨어졌고 서비스업은 50% 이상으로 신장했다. 그래서 요즘 한국에서 진짜 근육은 그 장식성과 심미성으로 평가되며, 실용적으로는 소위 '지적 근육'을 보다 더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써 놓고 보니 덜 인문적이라 뜬금없어 보이네?
  • 아까도 말했지만 마초는 실세계와 분리되었다. 실세계에는 마초라 불릴만한 병신들이 지극히 드물어졌다. 생존과 교미의 성공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마초성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이상화된 남성성, 즉 소설 속에서나 양식과 관념으로 잘 살고 있다. 
  • 따라서 마초가 attitude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입을 닫게 된다. 그런 질문은 뭔 소리를 해도 이미 설명하긴 글른 단계를 반증한다. 그런 의문은 셀 수 없이 들어봤다. 마초성을 가장 두려워하는 놈들이 설마 중학생 양아치에게 두둘겨 맞을 것 같은 남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마초가 무슨 전염병이나 PC나 되는 것처럼 벌벌 떠는.
한마디로 요약해서, 20세기 끝 무렵부터 마초는 변질되고 '야사시'해졌다. 열공했지만 보고도 인지 못하면서 마초가 뭔지 안다고 생각하는 작자들과의 피차 술주정은 그래서 사양이다. 아, 그나저나 스트로스의 영향이 꽤 오래간다. 요즘은 무슨 생각이 떠올라도 스트로스의 소설이 수입산 미친소처럼 각 부위 별로 연상된다.
 
마초의 그런 비단결처럼 고운 심성이 요즘은 여자들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요즘은 굳이 '여자마초물'이라고 별정할 것이 없다. 알려진 위험을 감수하고 이 짓 해도 죽고 저 짓 해도 죽는데 저 짓하면 0.5초 더 사는, 말하자면 없는 것보다 나은 기회를 순식간에 계산해서 기꺼이 불 속에 뛰어드는 여자들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아무 생각없이 상대에게 펄쩍 안기는 미친년 얘기가 아니고 calculated risk를 베로니케 영역 보다 살짝 앞 쪽에서 떠올릴 수도 있는 부류 말이다. 그래서 개막장마초를 의미하는 '개마초'라거나, 남성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지는 '마초'가 아닌, 전시대적 정의에서는 발전(?)했다는 뜻으로 개마초(열린 마초; open macho)라는 조어를 즐겨 사용했다. 내 보잘것 없는 주장이지만, 개마초는 남녀 성 구분 없이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흐뭇...
 
거듭, 마초의 정의에 관해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은) 스노비즘 엉덩이 사이에 끼어 PC를 부르짓는 남색가같은 것들과 논쟁을 번복할 이유는 없고(영업하나?), 그렇다고 젤라즈니가 왜 마초물을 쓴다고 우기냐?에 관해 명백하게 그 반대편을 설득하려는 노력에 관심이 없어 야사시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시대가 변해 마초도 변했는데, 공교럽게도 젤라즈니의 이전 소설에서 보이던 그나마 세련된 개마초 캐릭터가, 별을 쫓는 자에서 눈에 띄게 퇴화해서 가히 전형성의 교과서적 이행이라고 할만큼 뻔했고, 한심해서, 김 새지만 그런 와중에도 나는 재미를 봤다' 로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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