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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잡기 2009. 12. 23.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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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이발소에서 딸애 머리를 이렇게 깎았네요. 나는 멀쩡한 딸아이를 70년대 필로 포샵질했고요. 아이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비누 거품이에요. 쉽게 사그라드는 인생같은 거품. 그러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물을 담아두면 물단지~ 꿀을 담아두면 꿀단지~ 우리들은 꿈단지~ 꿈을 담아라~' -- 버스 타고 가다가 옛날 유행가 가사를 들었다. 이 블로그에 나는 대체 뭘 담아놓은 걸까? 특정 페이지가 검색엔진에 걸려 '네티즌'이 몰려오는 바람에 홈페이지를 잠깐 폐쇄했다. 디겔의 증권 게시판에서 어떤 여자가 대박났다고 자기 벌거벗은 사진을 올려놓았는데(주*녀), 그것이 우연히 링크되어 우루루 사람들이 몰려온 것이다.

기분이 좀 상했다. 오랫동안 다닌 길만 밟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모처럼 힛겔을 구경하다가 발견한 것: 자겔의 항공남 -- 첫 만남부터 결혼할 때까지 무려 3년 동안이나 자랑을 늘어놓았다. 대단하다. 난 마누라 자랑꺼리가 딱히 없다. 딸애도 평범하고.

모 동호회 투표에서 올해의 공로회원으로 뽑혔다. 선약이 있어 참석할 수 없다. 안 가게 되어 왠지 다행스럽다.

12/6, 광교산에 올랐다가, GPS의 전지가 떨어져 헤멨다. 머리가 아파서 사실 헤메는게 목적이었던지라 개의치 않았다. 눈밭을 슬금슬금 걸었다. 올해는 정말 많은 일을 했다. 산에서 헤메는 것은 정말 오랫만이다. 오랜 기간 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을 가르쳤다. 한참 길 없는 길을 걷다가 내려오니 용인이다. 휴가나 가고 싶다. 다시 올라갔다. 다른 능선을 타고 갔다. 내려오니 또 용인이다. 거참.

수리산
12/12 성결대학교 앞에서 수리산 산행을 시작했다. 오랫만에 산을 타 본다. 처음 와보는 수리산이 생각보다 좋아 내년 봄에는 회사 직원들을 설득해 함께 오고 싶다. 저 멀리 보이는 레이다 기지까지 가는데 약 2시간 가량. 레이다 기지에서 왼쪽의 아파트 단지로 내려오면 군포 시내다. 너무 늦게 출발해서 안산까지 가지 못하고 하는 수 없이 군포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아줌마 둘이 내 뒤에 바짝 붙어 따라왔다. 왜 그런가 싶더니 사냥개처럼 생긴 덩치 큰 개가 길을 잃었는지 숲 속을 어슬렁거렸다.

수리산
산본의 아파트 촌. 수리산에서 귤껍질 버리는 아저씨더러 귤껍질 버리지 말라고 산림감시원이 말했다. '왜 버러지 말아요?' 그러니까 귤껍질은 썩는단다. 마땅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주저앉아 불량스럽게 귤 까먹던 아저씨가 오히려 기고만장해서 제대로 된 이유가 아니면 자기는 귤껍질을 버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버텼다. 실랑이가 재밌다. 귤껍질은 오랫 동안 썩지 않고 산에 사는 산짐승들은 귤껍질을 먹지 않는다. 귤껍데기가 퇴비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어 양분이 풍부한 거름이 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과연 얼마나 걸릴까?). 안 썩는 동안 등산로 주변에 여기저기 너저분하게 귤껍질이 널려있는 꼴이 보기 좋겠어요 아저씨?

수리산

태을봉에서는, 옆 자리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함께 온 아줌마들에게, 오줌은 나무 밑에서 싸는게 정석인데 자기 오줌이 소중한 거름이라 나무에게 주긴 아깝다고 말했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귤 껍질과 마찬가지로 오줌의 요산 역시 분해되지 않아 거름은 커녕 나무에 독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산에서 오줌 싸고 똥 싸고 과일 껍질 여기저기 버리는 아저씨들이 나이 헛 쳐먹고 ㅄ 짓을 한다고 단정하지는 못 하겠다. 상식이 부족해서 그런 것 뿐. 예를 들면 풍부한(?) 상식을 가진 나는 괜한 똥고집을 피우지 않았고, 풍부한 상식이 없더라도 누군가 제제하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여겨 대개 지시를 따랐다. 확실히 내가 알만한 것에서 상대가 헛소리를 할 때만 귤껍질 아저씨나 오줌싸는 아저씨처럼 편한 대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네? 내가 아는 5-60대 아저씨들 대부분은 무식한 도싯내기와는 거리가 멀어 농사 짓느라 퇴비 만들어본 경험들이 있을텐데?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졌으니, 주여, 여기저기  똥오줌을 싸대는 저 불쌍한 개새끼들을 상식으로 구원하소서.

뉴스 기사를 읽다가: LED 가로등의 아무도 예상치 못한 문제점 -- 겨울에 눈이 펑펑 내리면 소비전력 및 발열이 적은 LED 가로등은 눈과 얼음에 파묻힐 수 있다. 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LG전자, 업계 최초 카메라 2개 장착 로봇청소기 출시 -- 삼성이 만든 로봇 청소기에도 카메라가 달려 있는데, 하라는 청소는 안 하고 혼자서 춤을 출 때가 있다. 심지어 바보같은 음성 멘트가 나온다. 말하는 로봇 만큼 짜증나는 것도 없는데 툭하면 뭐라고 지껄이는 밥통보다 묵묵히 밥을 하는 밥통이 나은 줄 모르고 삼성 기술자들이 음성 멘트를 넣은 것이 신기하다(그래서 냉장고도 폭발한 걸까?). 로봇 청소기는 구매대기 목록에 올라와 있고 장기간 잠복 중인 아이템이지만 아직까지는 쓸만한 것을 보지 못했다. 무수한 마루타들이 LG 로봇 청소기의 사용기를 올릴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보련다.

카시니 하위헌스 토성 미션 중 찍은 이상한 사진 -- 이러다가 예전처럼 육각수가 히트치는 거 아니야? 왠지 두렵다.

Pranav Mistry: The thrilling potential of SixthSense technology -- 허접한 현실(mundane reality)를 개선해 줄 증강현실(argumented reality)이 요즘 유행하는 듯.  '오픈 소스로 공개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청중 사이에서 환호성과 우뢰같은 박수가 터졌다. 이런 커팅 엣지 기술의 문제점은 실험실 수준의 시연이 아니라, 시연 이후 그들이 맞닥드리게 될 구현의 높은 벽이었다. 잘나가는 아이폰조차 UI에서 멀티 터치라는 어쩐지 친숙하고 고리타분한 아이템을 최근에야(21세기 들어서야) 울궈먹었다. 자폐증 천재아 같은 아이폰의 정전식 터치는 아쉽게도 장갑 끼고나, 손톱으로 긁을 수  없다.

연말이 가까워서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마다 아이폰 얘기가 빠진 적이 없다. 아이폰은 비싸고 옴니아는 비싸면서 바보같고, 안드로이드의 세계 지배는 아직 때가 이르니, 나같으면 현실적으로 기기값이 0원인 노키아 5800을 살 것 같은데? 아이폰(을 비롯한 모든 기기)의 killer apps는 전염병처럼 쉽게 퍼지며 거울에 비추듯 끝없이 반사하며 진화하는 성질이 있어 아이폰의 끝내주는 app가 다음에 나타날 휴대폰에 그대로 복제될 것임은 틀림없다. 한국에서도 network와 sensory가 합목적적으로 결합된 기기가 아니면 도태하는 환경압에 처한 통신사가 어쩔 수 없이라도 질좋은 가젯을 용인하게 된 것은 정말 바람직한 일이다.

안드로이드 폰의 커널이 리눅스 2.6, 커널 수정은 별로 없고 BeOS에서 사용하던 openbinder를 도입한 것 같다. yaffs와 SDL, openGL 등을 사용하고 init를 수정했다. framebuffer와 몇 가지 표준 입출력 장치를 정의하는 것으로 딱히 큰 어려움 없이 어디에나 포팅이 가능할 것 같다. 이솝 프로젝트에서도 공동제작을 한 것 같다. 한국의 안드로이드 개발자 클럽인지 하는데는 안드로이드 세미나 따위로 터무니없는 비용을 책정하여 돈벌이하는 꼴이 영 밥맛 떨어져서 한 번도 안 가봤다. 하여튼 지금 현업에서 뛰고 있는 리눅스 임베디드 개발자 대부분이 아주 쉽게 안드로이드 폰에 적응할 수 있다. 꽤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뭐 늘 그렇지만 잠재력은 그냥 잠재력일 뿐이다.

아이폰 영향도 있고 해서 휴대폰의 Windows Mobile OS를 업그레이드했다. 6.0에서 6.1로 업그레이드 했을 뿐인데 전력소모가 줄어든 것 같다. Windows Mobile 때문이 아니라 삼성의 Phone S/W의 문제인 것 같은데, 삼성의 딱 두 줄 짜리 업그레이드 내역을 살펴봐도 딱히 내용이 없다. 어쨌거나 휴대폰의 S/W만 갈았을 뿐인데 갑자기 이렇게 좋아질 수가 있을까? 그동안 처참하게 나빴다는 얘기잖아? Windows Mobile은 MS가 만든 최악의 OS니까 당연하다. 그나저나 노키아 5800은 27시간 동안 mp3를 재생할 수 있단다.

그렉 베어, 신의 용광로 -- 어쩌다 지금에야 읽게 되었다. 꽤 재미가 없다가 마지막에서 지구가 멸망하는 대목만 읽을만 했다. 그것도 그리 길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2004년에 Anvils of stars가 '별들의 기원'이란 제목으로 출간된다고 책 날개에 써 있으나 출간되지 않은 것 같다.

이희재, '번역의 탄생'  -- 좋은 책이다. 아이들에게 강제로 읽게 했으면 좋겠다. 번역의 탄생에는 우리글 바로쓰기 시리즈의 이오덕이나 오마이뉴스의 ''의'를 안써야 우리말이 깨끗하다' 같은 국어에 대한 다소의 집착과  강박이 없다.  그간의 편협하고 단편적인 사고방식으로 번역자는 한국어를 잘해야 한다고 밑도 끝도 없이 지껄였지만, 이 책에는 그에 관한 실감나는 사례가 풍부했다. 정말 유익해서 예시된 문장과 단어를 위키 페이지로 만들어 일용할 양식으로 사용하고 아울러 널리 알려야 하지 싶다.

언어의 사용이 자유로운 지금의 어린 세대의 조어를 인정하면서도 왜 형태소가 망가지면 안되는지 설명하는 대목이 특히 심금을 울렸다. 뭐 사실 젊은이들이 들락거리는 사이트에서 만연한 일본어 직역 어투에 은근히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실은 그런 목적어에 충실치 못한, 되다만 번역의 영향으로 '니뽄필' 문장을 거리낌없이 구사하는 어린이들에게 유감은 없다. 영어 번역도 마찬가지다. 다만 니뽄필이나 아메리칸 스타일 익스프레션을 사용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은 저자 말대로 힘차다. 힘차고 담백하고 우아하고 아름답고 생생하다 -- 유창한 욕설을 늘어놓거나 접할 때 다들 경험해 봤을 것 같다.

부모라는 책임감 때문에 아이와 바보같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아이의 언어 생활이 지장을 받지 않는다. 알면서도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에 시청했던,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는 EBS 다큐프라임 '아이의 사생활'이 뻔하고 시시했다. 아이 낳기 전, 낳은 후 도서관에 가서 육아 도서를 꽤 많이 읽었는데, 대부분의 육아 도서들이 허튼 소리가 심한 편인 것에 비하면 아이의 사생활은 기본이 있다. 적어도 상식은 가르친다.

상식 이상을 배우려면 교육, 육아, 인지과학에 관한 최근 연구 성과를 참조해야 할텐데 한국이 교육에 그처럼 미쳐 돌아가는 나라인데도 볼만한 대중 상대 육아서가 드물다는 점이 희안하다. 애 생각하면 가끔 이민 가버릴까 생각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이는 하루에도 수십 단어를 배우고 성인이 되기 전에 2~6만 개 이상의 어휘사전을 구축하는데 어휘사전 구축에 크나큰 도움을 주는 것은 대화를 통한 문법 노출이다. 취향에 안 맞는 mother tongue 써가며 애들을 굳이 대화에 참여시킬 필요는 없다(모성어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고 다섯살 지나면 모성어 쓸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어린 아이의 대뇌는 가소성이 높고 편견과 간섭(interference)에서 자유로워 패턴에 대단히 민감하게 작동한다. 글자를 못읽을 때는 발음되는 언어에 의해 문장 구조를 파악하고 문형으로부터 패턴을 발견하고 차이를 변별함으로써  문형과 어휘를 학습한다. 언어 학습은 선천적이다. 유전자가 신경계를 구성하는 시기에 맞춰 급작스럽게 발달하다가 성인이 되기 전에 유년기의 언어에 관한 탁월한 재능은 씻은듯이 사라진다. 요즘 진화생물학에서 왜 언어능력이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되지 않는가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유는 뭐... 언어재능은 뇌라는 매우 값비싼 자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인간의 전 생애에 걸친 생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일정 수준의 언어를 습득하면 그 기능을 버리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언어는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애한테 해줄 수 있는 것은 캐치볼 정도 뿐인 것 같다. 이젠 밑도 끝도 없이 바보같은 짓을 해도 칭찬하는 시절도 지났다. 최근에는 혼자서도 잘 잤다. 미엘린 절연도 잘 되었을테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니 이젠 P300파가 출현해서 손/발, 두뇌, 시신경이 복합적으로 조응해야 가능한 캐치볼을 할 수 있지 싶다. 캐치볼도 하고, 장난감 자동차도 몰고, 여늬 여자애들처럼 짐승같은 본능을 영혼 밑바닥으로부터 길어올려 소꼽놀이도 하고. 아빠랑 놀러 다니고. 엄마랑 놀러 다니고. 한글은 한 글자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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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 진중권이 광화문 광장을 세상에서 가장 큰 중앙분리대라고 했던가? 그래 보인다. 광화문을 통째로 빌렸다더니 고작 이런 거나 찍으려고? (실은 여기가 한국이란 것을 깜빡하고 영화 Heat의 스펙타클한 총격전을 상상했다) 앞뒤 안 맞는 장면이 꽤 많았다. 손발이 오그라들던 화면의 엉터리 영어. 해커라는 것들이 '국제 표준 아이리스 OS' 화면에서 키보드 두들기는 엉성한 자세. 극 전반에 걸쳐 카메라웍이  거지같아서 안쓰러웠던 기억. 한 3초 스킵해서 FF 하다보면 스토리가 얽혀 길을 잃기도. 중국 대량생산 복제품 같은 꾀죄죄한 서사에 그것 마저 힘겹게 따라가는 연출인데, '이병헌'으로 드라마가 버텼달까? 한국보다 국민 소득이 훨씬 더 많은 '선진국' 일본이 아이리스만도 못한 드라마를 만든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겠다. 그냥 심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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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생각하고 있니? 따개비루 따개비루 / 어딜 바라보고 있니? 따개비루 따개비루 / 따개 따개 따개 따개 따개비 루 / 따개비 루 따개비 루 -- 가끔 아침마다 듣는 중독성 있는 노래. 엄마의 실수로 버려져 자신이 따개비인 줄 착각하고 사는 갈매기 루가 부모 없이도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 보여주는 유아 애니메이션. 굉장히 재미있어서 자주 보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홈페이지에 가보니 역시나 올해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받을만 하다. 올해 본 애니 중 제일 나았다.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
아내가 몇 년 전 청와대를 방문했다가 얻은 열쇠고리를 지금도 가지고 다녔다.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 선언이나 신념이 아니고 상태다. 그렇게 이해한다.

우울해지니 연하장이나 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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