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마징가Z'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9.26 수원 화성 관광 1
  2. 2009.05.14 바람을 피하는 법

수원 화성 관광

잡기 2009. 9. 26. 00:55
이사온 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사무실까지 거리는 15km, 평속19~21kmh 가량, 약 45분 거리. 코스 중 2/3를 차지하는 1번 국도를 타고 가는데 낮에는 괜찮지만 밤에는 1차선폭 도로를 쌩쌩 달리는 차량 때문에 좀 무섭다. 출근할 때 도서관에 들르면 30분 정도 더 걸린다. 서점에서는 절판된(?) 혼블로워 시리즈를 도서관에서 발견했는데 워낙 인기가 좋아 1-5권은 본 적이 없고, 그래서 6권부터 읽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첫번째 책은 미치오 가쿠의 평행우주였다. 평행우주에는 여러 SF가 등장했다. 그중 All the myriad way는 여전히 읽어보지 못했다.

전 대원이 환각에 시달리는 Defying Gravity 4화에서 H2IK Sequence란 것이 나왔다. 로스트를 벤치마크했는지 바보같은 플래시백을 자나깨나 사용하고 심한 낚시질에 내용은 별 거 없고 아울러 재미도 없지만  H2IK 시퀀스는 언젠가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H2IK=Hell If I Know

9월 23일 밤. 아내는 라면 세 박스를 포함한 다섯 박스의 짐과, 아이를 데리고 오후 11:30분 비행기를 타고 터키로 날아갔다. 오랫만에 하는 여행 탓에 며칠 전부터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며 평소와 달리 아이를 살갑게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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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인 9월 24일 술탄 아흐멧의 아야 소피아 앞에서 찍은 사진. 생후 37.5개월 짜리의 첫 해외여행인데 적응을 잘한 듯. 고등어 케밥도 잘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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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애가 터키인들에게 인기가 좋단다.  전형적인 터키 아줌마. 젊었을 땐 날씬하고 예쁘다가 나이가 들면... 음... 멋있어진다.  아내가 메신저로 사진을 보내줬다. 이제는 기계치도 사진을 실시간으로 보내는 등, 세상 많이 좋아졌다. 아내는 들고 간 070 인터넷 전화기 셋업을 못해 헤멨다. 어떻게 셋업하는지 안다고 우기길래 내버려뒀더니만... 역시 제대로 된 기계치 답다.

한 달 후 귀국할 때 잊지 말고 알려줘야 할 팁: 비행기에서 자다 깬 경우, 수면 중 열이 오르기 때문에 신종플루 검사를 위해 설치한 입국장 적외선 감지기에 걸려 수속이 지체될 수 있으므로 괜히 빨리 빠져나온다고 서둘러 뛰지 말고(나나 아내나 평소에 번거로운 입국수속 지체를 피하기 위해 1등석 승객들보다 더 빨리 빠져나온다) 화장실에 들러 찬물로 얼굴을 씻어 열을 내릴 것.

Solar Roadways -- 이거 정말 끝내주는데?
Russia's New Holiday: Programmer's Day -- 선진국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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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로그를 보니 2009-9-6 하룻동안 1215명이 방문했다. 망할. 로봇 차단했더니 성과가 만족스럽다. 다시 사이트를 열어놔도 방문자 수는 늘지 않았다. 요새는 지인들의 방문이 뜸하다. 언젠가 나도 선배들처럼 온라인의 어둠 속으로 슬며시 사라질 것이다.  어쩌면 그전에 하루에 천명씩 방문하는 꼴이 밥맛이 떨어져서 사이트 문 닫을지도.

드릴 비트 대부분이 부러져 남은 것이라고는 출력이 약한 전지식 전동 드라이버에서는 별 무쓸모인 콘트리트 비트만 남았다. 토크도 토크거니와 멀쩡한 비트가 없어 해머 드릴 기능이 있는 전동 드릴을 새로 구입했다.사은품으로 끼워주는 드릴 비트의 품질이 영 꽝이다. 그들 중 금속용 비트를 부러뜨려 먹었고 쓸모없는 콘크리트 비트의 숫자를 셋 더 늘렸다. 어쩔 수 없어 다시 드릴 비트만 주문했다. 홈 DIY 별로 안 좋아한다. -_-

9월 2일. 김씨 아저씨가 표를 줘서 디스트릭트9 시사회를 봤다. 그냥 웃겼다. 영화는 무척 웃겼는데 지나고 나니 세부를 대부분 잊어버렸다.

샌드맨을 읽었다/봤다. 닐 게이먼의 글은 좋은데 그림이 질린다. 참 정이 안가게, 재미없게 그려주신다. 일본 코믹스에 익숙해진 탓일까? 그런데 샌드맨의 그림은 잘 그린 것도 아니잖아? 유명 만화가란 것들이 왜 이렇게 개성 없는 그림질인걸까? 똥멋만 들어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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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홍천강에 갔지만 피라미 한 마리 낚지 못했다. 대신 싱싱한 동해산 조개와 꽁치를 배불리 먹었다. 오랫만에 닭갈비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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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 딸애를 데리고 어린이대공원에 놀러갔다. 타니까 꽤 기분좋은 스카이 리프트가 있었다.  원숭이 우리에서는 원숭이 어미가 제 자식을 학대했다. 딸애와 함께 그 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는 간단히 대꾸하면 그만인 것을, 무슨 상관이냐고 할아버지에 대드는 녀석이 있었다.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싸가지가 없는, 말하자면 나처럼 사회성이 결여된 친구였다. 그래서인지 문득 턱주가리를 한 대 시원하게 갈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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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비어서 오랫만에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냉장고에 남아있는 찌꺼기로 재료 구성. 바지락, 오징어, 마늘, 파프리카, 소금, 후추, 파슬리 가루.  그러고보니 최근 1-2년은 토마토 소스를 사용하지 않았다. 음식점에서 먹는 스파게티에 관심이나 흥미를 잃었다. 사진이 맛 없어 보이려나? 실제로 맛 없다. 만들어 먹는 스파게티는 재료가 검소하다. 파스타와 원재료의 흔적같은 향만 남은 단순한 맛.
 
집에 돌아와 컴퓨터 앞에서 드라마를 보다보면 졸기 일쑤였다. 졸다가 깨보면 새벽 2시나 3시 무렵. 아침 8~9시에 일어나는 의외의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Philanhropist. 이번엔 인도 카시미르. 과부들의 땅. 어떤 이는 필란쓰로피스트가 위선적이라고 말했다. 마치 월드비전이 성금 모아서 외국에서 통전선교를 하는게 메스꺼운 것처럼. 담요 한 장 덮지 못해 얼어죽는 아이들을 위해... 그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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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 In the Wild. 에베레스트를 두 번이나 올라갔던 사내가 외로움에 사무쳐 서럽게 운다. 90일간 인간이 닿지 않은 숲 속에서 홀로 지내며 그 기록을 비디오로 남길 계획이었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50일만에 포기한 듯.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포기한 것은 외로움 때문이 아니라 식량 때문이지 싶다. 2화까지 봤다. 촬영 각도 때문에 혼자서 어떻게 찍었을까 의심을 사기도 하는 모양.

Fringe 2기 시작. A New Day in the Old Town. 이제 본격적인 드라마 시즌. 하지만 볼만한 드라마 대부분이 더이상 방영을 하지 않아 아쉽다.

진 마징가 Z. 비너스A의 출격. 이런 장면을 비롯한 전투씬 등에서 보이는 뛰어난 연출 때문에 아직도 보고 있다. 음악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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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작화가 마음에 든다. 옛날 일본 화법을 창조적으로 응용한 나가에 고의 화법을 모사 발전시켰다. 최종회를 앞두고 있다. 제목은 '로켓 펀치 백연발'

샹그리라. 여고생 지랄물이라 생각한 건 내 잘못. 무겁고 살벌한 세상살이. 많이도 죽인다. 24화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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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연주자 에린. 에린은 또 자랐다.

flikr에 사진을 올리면 텍스트큐브에서 쉽게 사진을 임베딩할 수 있다. 하지만 flickr는 바보스런 수동 지도 매핑 방식을 고집했다. 그래서 여전히 사진을 파노라미오에 올렸고 트랙로그는 wikiloc.com에 올렸다. gpson.com 사이트를 만든 상오기님이 사진과 트랙로그를 결합한 것을 만들었다.

트랙로그를 mapsource로 읽어와 gdb로 저장한 다음 gpsbabel로 gdb를 gpx로 변환하고, photoworks로 사진을 일률적으로 조정한 다음 geosetter로 geocoding을 하고 panoramio에는 사진을 올리고, wikiloc에는 트랙로그를 올리는 대단히 복잡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무슨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인스러운 고집도 아니다. mapsource, geostter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라 해두고, panoramio나 wikiloc은 그것을 대체할 서비스가 없어 보여서다. mapsource와 gpsbabel은 gps track maker를 사용하면 그만이지만, KOTM v3 지도에서 경로를 대조해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panoramio는 jpg의 description(comment)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도 flickr보다는 낫다.
gpsbabel은 utf-8 엔코딩의 변환에 문제가 있다.
geosetter는 잘 생긴 프로그램이다.
picasa의 웹 앨범은 무료의 경우, 고작 1GB만 지원한다.

저번에 화성행궁을 보고 의외로 대단해서 화성을 제대로 관광하자고 마음 먹었다. 9월 6일. 때마침 아내와 아이가 어디 놀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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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관광에 앞서 학습. 류철현 소장이 소장하고 있는 18세기 화성 지도를 찾아 보았다. 왼쪽 궁궐이 화성행궁, 행궁의 뒤에는 팔달산이 있고, 북쪽 상단에 장안문(북문), 남쪽 하단에 팔달문(남문)이 있다.  성곽의 윤곽이 복원되어 남아있는 곳은 팔달산부터 북쪽을 지나 동쪽아래 까지. 옛 지도에 남아있던 수원천은 현재 시 중심에서 일부분을 덮어버렸다.

화성이 유명 관광지이긴 하지만 수원을 방문한 관광객이 수원에 체류하는 시간은 평균 4시간, 그동안 쓰는 비용은 일인당 1300원 정도다. 수원시의 돈 먹는 하마라는 화성운영재단은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으로 돈벌이를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시의원들이 까대는 핑계인 돈벌이는 그렇다치고, 화성운영재단이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것 같아 내가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도시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다소 지장이 있다. 그건 그렇고 화성운영재단은 매년 적자를 보고 있는 수원화성사랑채(화성행궁 옆)를 운영하는데, 사랑채의 도미토리 투숙은 1인당 1만원 꼴.

* * *

체제공은 화성 축성에 관한 행정을 총괄했고 정약용은 성설(화성의 설계도)을 지었다. 1792년 정조는 정약용에게 기초 조사 및 설계를 지시하고 1794년 1월 화성 축성을 시작하여 1796년 9월 완성했다. 정조는 규장각을 통해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청나라의 고금도서집성중 5천여권을 수입해 외국문물을 연구하도록 했다.

화성의 동쪽과 서쪽은 산을 자연적으로 이용하고 남쪽과 북쪽은 평지에 거중기를 사용해 축성했다. 그리고 도시기반 시설을 마련했는데, 만석거를 건설하고 축만제(서호)를 건설함으로써 과학영농의 중심이 되게 했다. 수원에는 지금도 농업시험소가 있다.

화성의 건축 목적은 행궁을 호위하기 위한 것이었다. 화성의 둘레는 약 5.74km, 성벽의 평균 높이는 5m 정도. 화성의 사대문은 장안문, 팔달문, 창룡문, 화서문으로 모두 옹성이 있다. 그 사이에 암문을 설치했다. 서장대는 군사 지휘소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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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수원 관광 시작. 서호의 한적한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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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 건너편 수원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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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을 지나 병점역쪽으로 가다가 수원천 자전거 도로로 빠졌다. 이게 자전거 도로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우스웠다. 개천을 덮어서 중간에 산책로가 끊겼다.

http://www.youtube.com/watch?v=fARsA3i7q8E
수원천을 따라 자전거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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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가 창룡문으로 들어섰다. 수원 화성에는 개를 데리고 다닐 수 없다. 문화재 보호 구역이라서. 문화재 보호 구역에 개를 데리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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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외곽을 따라난 소로로 들어서기 전 연무대 앞.

http://www.youtube.com/watch?v=zYmwAWNGeio
성곽을 따라난 길을 달리면서 찍은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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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의 동쪽 끝에 있는 동남각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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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각루에서 바라본 서장대 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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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각루에서 수원천변으로 내려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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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 랜드마크 수준의 수원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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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으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봉돈. 성곽에 있는 유일한 봉돈으로 낮에는 연기, 밤에는 불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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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대에서 마침 열린 수원시장배 전국 궁도 대회. 표적이 먼데다 날아가는 살이 안보였다. 눈이 나빠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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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수류정. 눈에 띄게 화려하고 우아하다. 여기서 수원천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매향교를 못미쳐 왼쪽에 있는 수원 화성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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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사진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성이 복구되기 이전, 고운 옷을 차려입은 아줌마가 폐허 위에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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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은 정조의 지시로 동서양의 성곽을 벤치마크하여 축성에 필요한 기구를 만들었다. 이것은 인력으로 움직이는 크레인. 어딘가 좀 어설픈 디자인인데, 어쩐지 원본을 제대로 재현한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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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성 공사 중 돌을 쌓기에 앞서 땅을 다지는 중. 그래야 돌의 무게를 버틸 수 있으니까. 요샛말로 기초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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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화성 건축에 동원된 노역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했다 -- 일한 만큼 돈을 지불하는 성과급제를 시행했다.  어진 임금답게 경우에 따라서는 백성에게 미칠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공사 중 설계를 변경하기도 했다. 요새 공사용어로 에스컬레이션이라고 하던가? 화성의 총 공사 기간은, 계획이 10년이었으나 과학기기의 사용과 성과급제를 통한 동기부여의 덕택에 34개월로 단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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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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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모내는 자리 뒷전에서 농땡이를 부리는 스님과 농사일에 도움이 안되는 관아의 파견직원을 현실감있게 묘사한 것처럼 보였다. 설마 모내기에서 속도가 안 나는 저 양반이 정조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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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을 완성한 후 축하연을 벌이고 있다. 아.. 회갑연이던가? 헷갈리는데... 정조는 화성 축조가 성공리에 마무리되었을 때 축하연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옛날 중국의 삥마용을 구경하러 시안에 간 적이 있는데, 삥마용의 표정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을 듣고 콧방귀를 뀐 적이 있다. 석고로 본을 뜨지 않는 이상 똑같은 얼굴을 만들기 어려울 뿐더러 수백 명의 장인이 동원된 수공예에서 어떻게 똑같은 얼굴이 나올 수 있겠나 해서. 수원화성박물관에 전시된 수백 개의 인형을 만든 솜씨나 정성이 상당했다. 물론 인형들의 얼굴 표정은 '천인천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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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행궁 앞에서 벌어진 춤 공연. '수원이 자랑하는 엄친딸... 전액 장학금... 블라블라...' 화성 행궁은 전시 비상 집무와 함께 휴양과 관광을 목적으로 지었다. 화성 행궁 앞은 커다란 광장이며, 입구에는 600년 수령의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다. 행궁 앞에서 자주 공연을 벌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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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행궁 앞에서 다시 수원천을 따라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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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문 시장 부근에서 수원천을 덮어놓아 자전거길이 일단 끝났다. 차도로 올라와 수원천 주변에 형성된 지동 시장을 비롯하여 꽤 큰 시장을 한가하게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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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향해서 내려왔던 수원천을 거슬러 올라가 북쪽인 화홍문으로 향했다. 여전히 자전거도로라고 부르기 민망한 보행자 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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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천에서 바라본 화홍문(북수문). 7칸의 홍예(수문)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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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홍문에서 바라본 수원천 상류쪽. 바람이 솔솔 불어와 낮잠 자기 딱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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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수원천 상류 끝까지 따라 올라갔다. 광교공원이 나타났다. 광교산 산행로의 시작점이다. 조만간 산 타러 다시 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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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저수지가 수원천의 시발점. 녹조 방지를 위해 스프링쿨러를 계속 돌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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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안문에 들렀다. 화성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성문이었다. 군사적으로나 심미적으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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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문. 성곽의 일부를 제외한 상당히 많은 부분이 세월이 흐른 후에 '복원'된 것 같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화성성역의궤(화성 성역공사 보고서) 덕택에 화성을 복원할 수 있었다. 콘크리트를 꽤 많이 사용해 좀 안타깝게 복원했다.

이것으로 두 차례에 걸친 수원 화성 관광을 끝냈다. 날이 더워 성곽 동쪽 끝에서 팔달산 꼭대기까지 도보로 돌아다니는 것은 못 했지만 화성이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잘 만들었고 예쁘다.

한가하게 약 네 시간 동안 관광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기에는 길이 별로 안 좋았다. 집에 돌아와 저녁으로 7500원짜리 부어치킨과 캔맥주 두 개를 먹었다. 닭맛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소문으로만 알던 부어치킨의 가격대 성능비가 대단하다. 7500원 짜리가 무수한 12000원 짜리 통닭보다 낫다. 이제는 닭 먹고 싶으면 무조건 부어치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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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피하는 법

잡기 2009. 5. 14. 16:57
젊은이들이 남자, 여자를 '남자 사람', '여자 사람'으로 부르나 보다. 성별에 굳이 '사람'을 붙이면 화자에게는 상대 성을 존중하는 표현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청자중 일부(물론 본인)는 그렇지 않다; 내 탓도 네 탓도 부모 탓도 아닌 성차에 존중을 담을 이유가 없어서. 아울러 남자 새끼, 여자 새끼 라고 부르며 욕하거나 히히덕거릴 것도 없지만. 그냥, 애들 하는 행동이 희한스러워서.

이 나라 저 나라 일없이 돌아 다니다가 굳이 그들의 가난이 비참하다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이 동네에 전등불이 있으면 아이들이 저녁 때 공부해서 40년 후 이 나라에서 달 탐사선을 띄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전세계 오지에서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피코수력발전기(Pico Hydro)에 관해 알아봤다. 조그만 저수지(10m^2 정도?)로 낙차를 만들고 지름 15cm의 5-10m 길이의 플라스틱 도관으로 물을 집중해서 흘려 보내 중국제 20$ 짜리 발전기의 수차를 돌려 200~500W의 가량의 전력을 얻어 오지의 불을 밝힌다. 설치나 구성이 쉽다. 작은 시냇물 하나만 있으면 그런 발전기를 돌릴 수 있는데, 문제는 저질 부품을 사용해서 부속 중 고정자와 터빈의 고장이 잦다는 것. 싼게 비지떡이지. 달리 말하자면 100$ 내외의 제대로 된 부속을 사용하면 컴컴한 밤에도 전구 2-3개와 TV, 라디오, 노트북, 휴대폰 등을 장기간 사용 가능한 전력체계를 구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발전기의 정비라고 해봤자 이물질 제거, 터빈 청소, 베어링 교체, 그리스 먹이기 정도? AVR이나 PIC 따위 프로그래밍과 전력 제어 회로 구성 따위는 나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
 
KSLV-I 이름이 '나로'로 결정되었다. 예쁜 이름이다.

이것저것 바빠서 요즘은 주마간산 격으로 읽는 '신문'에 눈에 띄는 기사가 보였다. [SF세상읽기] 정보와 신체, 자아의 술레잡기 -- 누군가 했더니 닭아이님이구나. 스트로스의 엑셀러란도는 글에 쓰인 것처럼 막가는 소설인데 굉장히 웃겼다. 하여튼 그가 쓴 소설들은 다 웃긴데다 읽고난 한참 후에도 다시 생각나는 것들이다. 스트로스나 닥터로우의 장편은 아예 번역된 적이 없어서 아쉽다고 해야할 지...  근근이 주어지는 SF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진 마징가Z
최근 시작한 '진 마징가 Z'의 나레이션: "팔이다! 가슴이다! 거대한 얼굴이다! 그렇다. 그것이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한 흑철의 성. 마징가 Z!!"

그저 좋다.

동쪽의 에덴
동쪽의 에덴. 오프닝송을 오아시스가 불렀다. 귀여운 그림체. 이거 SF인가? 재미없어 보인다.

옛속담에, '하늘은 스스로 삽질하는 자를 삽으로 두들겨 팬다'고 하지 않았던가? 공개되어 있는 전국 국도, 지방도 shp 파일을 보고 그간 OSM에서 도로 그리느라 삽질한 것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반포대교 앞에 뭔가를 만들어 놨다. 반포대교에 만들어놓은 분수쇼는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한강 부근의 강한 바람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한 탓에 그걸 전부 틀어놓으면 잠수교 밑을 지나가는 시민이나 차량은 홀딱 젖게 생겼다. 개장식 때 잠깐 틀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은 모양이다. 멋있을진 모르지만 설계할 때부터 뭔가 좀... 물값도 많이 들어서인지 하루 중 제한된 시간에만, 그것도 풍향을 고려해서 분수쇼를 한다고 한다.

얼마전 반포대교 앞에서 개장식을 하는지 인파가 버글버글 한 가운데  잠수교 길을 통제했다. 한강에서 유일하게 다리 위로 낑낑매고 올라가지 않고 자전거가 지나갈 수 있는 잠수교를 행사 한답시고 통제하니 여기저기 실랑이가 벌어졌다. 뭐 나야.. 생까고 기도같이 생긴 것들이 만들어놓은 통제선을 밀고 들어가 잠수교를 건넜다. 몇몇은 나처럼 건넜지만 대부분은 선량한 시민들이라 실랑이만 벌이다가 물러난다.

자전거 도로 건설하는 것에 별로 감흥이 없다. 서울 및 경기도 지역에서 일반도로에 자전거  병행 도로를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다. 통행량이 얼마 되지도 않는 자전거 도로(향후 추산 교통분담량을 10%로 잡았단다. 연중 맑은날 220일 기준 140일 가량 비게 될 도로)를 위해 1m 폭의 자전거 도로를 설치해 놓으면 차도를 줄이던가 보행자도로를 줄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일반 도로의 경우 교통흐름을 방해하면서도 큰 쓸모는 없어 보였다. 자전거 2대가 나란히 지나갈 길도 안되면서 십중팔구 자동차 주차장으로 쓰일 것이고 버스/택시의 승하차 때문에 자전거 운행자들 안전하라고 만든 자전거 도로가 어차피 안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니까.
 
한국, 특히 서울 도심은 애당초 자전거를 위한 배려가 전혀 안 되어 있다시피 하다.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면 자전거 통행이 가능한 연결로/연계 도로를 만드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멀쩡한 도로의 일정 용적에 자전거 통행 전용도로를 할당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했다. 만일 그런 자전거 전용 도로라면  자동차 운전자와 자전거 주행자, 행인들끼리 각자 서로의 권리를 주장하다가, 결국 손해보는 쪽은 자전거가 되지 싶다.

마누라한테 핀잔을 들으면서도 어김없이 자전거를 탔다. 방문할 때마다 행주산성의 원조 국수집에서 한 번 국수를 먹고, 다음에 그 옆 가게에서 다시 국수를 먹었다. 총 세 번 국수를 먹었다. 원조국수집 국물이나 면이 좀 더 나았다. 어디 갈데가 없어서 한강만 죽어라고 뺑뺑이 돌고 있는 신세가 좀 처량하다. 한강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었다. 자전거 타면서 언제나 바람을 맞았다. 바람에 맞서면 힘들다. 바람은 주행의 제1조건처럼 일반적이었다. 근육이 단단해지자 내가 바람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것 같은 착각을 했다.

"알드는 우리 신들에게 침을 뱉어요"
"뱃사람은 바람에 침을 뱉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들 하지."

르귄의 소설 '보이스' 중.  자전거 타는 사람도 바람에 침을 뱉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할 것이다. 보이스는 뭔가를 자꾸 생각나게 했다. 마음에 걸려서 한켠에 두고 생각하다가 꿈 속에서  hafez를 봤다. 하페즈는 이란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다. 그의 무덤에 적힌 싯구를 옮겨 적었던 생각이 났다. Where doth thy love's glad message, echo for my rapt soul to rise? This sacred bird from the world's meshes, yearns to its goal to rise...  완전한 싯구를 찾았다. 구글에서는 영어로 번역된 그 싯구가 이 세상에 두 페이지 밖에 없음을 알려줬다.

Where doth Thy love's glad message, echo for my rapt soul to rise?
This sacred bird from the world's meshes yearns to its goal to rise.
 
I swear, wilt Thou Thy servant name me, by all my love sublime
Higher than my desire of lordship o'er space and time to rise.
 
Vouchsafe, Lord, from Thy cloud of guidance to pour on me thy rain,
Ere Thou command me as an atom from man's domain to rise.
 
Bring minstrels and the wine-cup with thee, or at my tomb ne'er sit:
Permit me in thy perfume dancing from the grave's pit to rise.
 
Though I am old, embrace me closely, be it a single night:
May I, made young by thy caresses, at morn have might to rise!

mausoleum of hafez at shiraz
쉬라즈에 있는 하페즈 무덤. 당시에는 뭐하는 작자인지도 몰랐고 젊은 여자들을 비롯한 이란인들이 무덤에 경배하며 그의 싯구를 읽는 것을 경이롭게 쳐다보았다. 7년 전에 찍은 사진.

설마 르귄이 보이스 쓰면서 하페즈를 떠올린 것은 아니겠지?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디반을 좋아했다. 하페즈의 재능(gift)은 광범위한 감정이입으로 유의에서 유의로 이어지며 마치 레이저같이 결맞은 마법으로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하는 것... 설령 그것이 파르시가 아니어서 외계인에게 완전한 감각의 폭풍을 경험케 해주지 않을지언정 -- 워즈워드의 싯귀가 굳이 한글이었더라도 크게 상관없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르귄의 gift에서는 아이러니도, 비극도, 장대한 서사의 발자취도, 크리스털처럼 반짝이는 문장도 구경하지 못했다 -- 두 촌뜨기가 깝깝한 고향집을 떠나 개고생하러 간다는 평범한(별 거지같은) 서사였다. 반면 voice는 읽기 편했고, 좋았다. 다음 권인 파워를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 아직 읽지 못했다. 약오르게도 신청해놓으면 누군가 덥썩 먼저 물어갔다. 한두 번이 아닌데, 소이어의 멸종을 그래서 아직도 못 읽었다. 아이는 스미소니언 공룡 전집을 즐겨 읽고 공룡 장난감 가지고 놀고 있는데, 난 이게 뭐냐?

예전에 이씨가 배명훈 소설이 읽을만하다고 말한 기억이 나서(그 반대로 그 작가가 그저그런 재미없는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알라딘에서 얼마전부터 연재중인 그의 소설, '타워'를 읽었다. 그리하여, 왜 그의 글을 재미없어 했는지 어렴풋이 기억났다 -- 별로 웃기거나 재밌지 않은 개그 나부랑이를 읽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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