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씨가 돌아가셨단다. 누군데 난리인가 궁금해서 살펴보니 '전환 시대의 논리'를 쓴 분이다. 허걱. 몰라뵈서 죄송. 어린 시절에 교과서 대신 읽던 책이다. 어렸을 때 책 돌려 읽던 당시 분위기를 살려서 말하자면, 살아있는 레전드가 결국 별이 되셨다!!! 우어어!!
시끄럽게 짹짹거리는 트위터를 읽던가(이렇게 자주 지껄이는 걸 보면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야 말로 수십메가 바이트 분량의 글자를 개인당 몇 달치씩 봤다) 남의 씁쓸한 인생을 보느라 두 달째 책을 전혀 안 읽었다. 그나마 읽고 본전 생각나서 입맛을 안 다시는 건 유행이 지난 블로그 뿐인가?
트위터는 공감하기 위한 미디어란다. 나처럼 공감이 잘 안되는 사람은 트위터가 좀 많이 모자라 보인달까. 사람들은 과격하고, 논증은 140글자로는 짧고, 한국인의 위대한 유머감각은 여전하시고, 좌파는 예나 지금이나 심각하게 재미없는 족속들이고. 삶은 부질없이 지속되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죽음 앞에 언제고 떳떳하기 위한 내 방법이자 수단은 '이해'에 가까웠다. 이해하려면 수용해야 하고, 그러려면 내게는 없는 겸손함으로는 안 되니까 당신을 알기 위해 당신이 쓴 글, 당신이 한 일 전체를 일단 읽고 알아본다. 그래서 당신 견해가 왜 그리 과격한가를 이해하기 위해 희노애락이 증거물에 핏자국처럼 배인 트위터의 짹짹거림부터 뇌내 잡음 같은 공허한 헛소리들, 당신 영혼과 진심이 서린 언어의 조각들을 전부 열람해야 한다. 참 피곤한 일인데 그러고 알게 된 작자가 그냥 (그저 그런 것도 아니고) 한심해서 그런 거면... 이건 뭐...
불혹의 나이가 미혹에 휘둘리지 않는 건 정력이 시들고 눈이 나빠지고 미각이 둔해진데다 책을 안 읽고 숙고할 시간 없이 남의 생각으로 몸 구석구석을 가득 채우느라 머리에 든 게 없어서가 아닐까? 아무튼, 이러다가 빠가야로 오지상이 될 것 같다. 그렇게나 비웃고 모욕을 줬던 개체가 되었으니 똑같은 욕을 들어도 싸다고 생각했다 --> 예: 세상에 민폐 끼치지 말고 나가 뒤져라! 등신같은 꼰대 새꺄!!
유씨가 이 사이트의 타이틀인 '알라께서는 누구에게나 능력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으셨다'를 '알라께서는 누구에게나 능력 이상의 불알을 주지 않으셨다'로 읽었단다. 그 말을 전해 들은 나는 유씨처럼 불알이 썩 그럴듯해 보였다.
집에 파키스탄을 떠돌 때 구한 꾸란이 있다. 꾸란은 구약 대부분을 거의 베낀 것처럼 비슷하다. 홈페이지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워주려고 그렉 이건의 단편 제목보다(reason to be cheerful) 좀 나아 보이는 저 문장을 썼다. 시련과 고통과 등딱지에 붙은 귀신의 무게로 축 쳐져 있거나, 용기 없는 자칭 병신이거나, 밥벌레라도 먹고 싸고 기도하며 사는 것에 전혀 부담 갖지 말자고.
원 문장을 가능한 원래 단어로 나열하면 이렇다. 신은 어느 영혼에게나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지우지 않으셨다. -- 꾸란 2:286 (문장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뒷 구절은... 흠... 아무렴, 성경은 멋대로 한 구절씩 뜯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용도로 정말 그만인 '고전'이지)
어디로 굴러갈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불혹의 불알이 달린 갸날픈 영혼의 떨림도 중요했다. 하이쿠;
인생은 한 방.
한 방에 훅 가기도.
뎅.
볶음밥을 잘 만들려면...
식은 밥을 데운다.
뎅.
아내가 집에 배달되어 온 우편물을 보더니 풉! 한다. 하림에서 보내온 주주총회 참석장인데, 얼마나 치킨을 좋아했으면 닭 회사 주식을 샀을까 싶어서 웃은 것이다. 하림 주식으로 번 돈으로 가끔 치킨 시켜 먹고도 아직 수익율이 50%다. '니가 닭 맛을 알어?' 라고 다소 겸면쩍게 말할 수준은 된다. 아내한테 비슷한 액수의 금액으로 한 번 원하는 대로 투자해 보라고 할까? 풉!
영 시간이 안 나서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 올 겨울엔 수영을 좀 배워보고 싶다. 스노클 기어나 구명의가 없으면 물에 후련하게 뛰어들지 못해서... 늘씬한 미녀들이 날더러 같이 수영하자는데 수영복이 없다느니, 머리가 아프다느니 궁상스런 변명을 늘어 놓고 자리를 떠날 때, 좌절감을 넘어서 자신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 쓸모없는 불알이 달린 빠가야로 오지상이 된 후론 부질없는 얘기지만.
얼굴이나 몸매에 별로 신경을 안 써서 남들처럼 미녀를 사귀는 것이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거나, 아름다움을 가까이 두어 더욱 삶이 즐겁다거나, 하다 못해 데리고 다니면서 과시 등의 장식적 기능으로 활용해 본 적도 없다. 아름다운 것들이야 이 우주에 찾아보면 널렸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여자가 잘 생겼다고 잘해 준 적도 없고 쫓아다닌 적도 없다. 한 이십 년 걸려서야 나름 자기 여자 취향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면, 똑똑한 남자처럼 똑똑한 여자가 장땡인 듯. 아울러 보노보처럼 귀찮게 비비적거리지 않아도 되고 술이나 한 잔 하며 농담따먹기나 할 수 있으면 딱이지. -- 적고 보니 더더욱 2차 없는 살롱에서 아가씨들 끼고 브랜디나 홀짝이며 히히덕거리는 빠가야로 오지상 같은데?
2010.11.28. 추워도 애 데리고 놀러 다녔다. 아내는 아이한테 공부시킬 생각이 없다.
2010.12.05. 산에도 올라갔다. 밧줄 잡고 형제봉 꼭대기까지 암벽을 오르는 기특한 모습을 보여줬다. 별로 기대하진 않지만 어쩌면 먼 훗날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함께 밟을지도 모를 일.
Castle. 미국에선 술집 선전을 저렇게도 하는구나. 다들 다양성 좋아하지. 그나저나 아마존에서 니키 히트 시리즈가 정말로 책으로 나온 걸 우연히 봤다. 작가는 물론 Richard Castle.
Big Bang Theory. S04E08. 주변에 저런 걸로 같이 짹짹거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았다. 이 에피소드 보다는 9화가 더 재밌었는데 뭐가 재밌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 사정이 이렇다보니 팬들끼리 뭘 얘기하려도 기억이 안나서 그냥 맞장구나 치는 등, 미치겠달까.
신참자. 야간식당 이후 볼만한 일본 드라마 없을까 뒤적이다가 찾은 것.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을 TV시리즈로 만들었다. 추리물치고는 거의 긴장감을 느낄 수 없고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나 연출에 몸을 맡기고 보게 된다. (그래 본 적이 없지만) 리모 뒷좌석에서 와인 한 잔 홀짝이며 창 밖을 바라보거나 졸면서 목적지까지 한가하게 달리는 기분이랄까? 하여튼 즐겼으면 된 거다.
Human Target. S02E02. TV 드라마에서 이런 액션이 나오는데 눈 뜨고 외면하기는 힘들 듯.
No Ordinary Family. 남미 여행 중 물에 빠졌다가 체질 개신을 이룬 '별로 평범하지 않은 가족' 이야기. 몸빵 아빠, 수퍼 스피드 엄마, 마음을 듣는 딸, 천재 아들이 몹시 지루하고 평범하게 살아간다. The Shield를 통해 엄청난 수의 광팬을 얻은 대머리 Michel Chicklis가 주연이라 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다. 재미는? 글쎄다 Episode 8까지 봤는데 아직 워밍업이 덜된 듯 해서 좀...
The Good Wife. 이번주 드라마 기행의 백미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2기쯤 되면 막장 드라마가 될꺼라 예상했던) 수퍼 현모양처 변호사의 이야기. 법정 드라마로써도 썩 괜찮은 편인데 각본과 배우가 항상 그 이상을 보여준다.
The Good Wife. S02E03. 캠페인 매니저 앨리 골드. 섬세하고 세련된 전문가인데 항상 안절부절, 좌불안석인 이 댄디 아저씨를 보면 킥킥 웃음이 나왔다. 굿 와이프의 캐스팅이 워낙 뛰어나고 어떤 에피소드이던 평균 이상의 재미가 보장된다는 점 등의 이유로 누구에가나 자신있게 보라고 권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되었다.
The Walking Dead. S01E04. 항상 언제 봤는지 잊어먹는 좀비물이라 기록 차원에서 언급(인기는 대단히 좋은 것 같지만). 병원에서 눈떴더니 어느새 좀비 세상이 되었더라. 생존을 위해 열심히 날뛰고 있는, '도입 단계'라서 '좀비물로써는' 아직까지 딱히 재밌는 구석이 안 보였다. 이젠 좀 신선한 좀비물을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