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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

자작 2014. 1. 4. 15:36

무려 1년이 걸린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관한 노트. 원래는 뭔가 좀 그럴듯하게 PT 자료를 만들 생각이었으나... 그렇게 한가한 편이 아니다.


1년에 하나씩 프로젝트를 해 보자, 해서, 2012년에는 수경재배, 2013년에는 태양광 발전을 시도했다. 두 프로젝트 모두 마누라에게 큰 호응은 얻지 못했다. 할 말은 좀 있는게, 마누라의 주장은 수경재배가 전기요금이나 소비하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내가 사용하는 헤어 드라이어 여덟 번 정도의 전기 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돈이 안 든다. 물은? 1년 동안 소비한 물의 양은 샤워 여섯 번 할 정도의 분량이다. 제 남편이 미련한 바보인 줄 안다.


수경재배의 경우 소규모로 하다보니 수확량이 많지 않아 일 년 농사를 지어보니 먹을게 별로 없었다. 2012년에는 진딧물 퇴치로 고생하고(갖은 약이 소용이 없다가 무당 벌레 두 마리 잡아 풀어놓으니 해결되었지만 이미 늦었다) 2013년에는 곰팡이로 키우던 식물이 전멸했다. 두 해 동안 일조량과 일사량 때문에 실내에서 식물 재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LED 광원은 전기를 일정 이상 사용하지 않는 한 생각보다 쓸모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LED 전등은 광속이 낮아 사실 형광등에 비해 별 매릿이 없다. 우리 집 기준으로 계산해 보니 LED 조명으로 교체할 때 드는 비용으로 본전을 뽑으려면 약 12년이 걸렸다. 수경 재배를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웠고, 다음에는 노지 재배를 시도해 볼까 했는데, 노지 재배는 수경재배보다 관리가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서 망설여진다. 내가 주말에 그렇게 시간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물 보충해 주고 가끔 양액만 보충해 주는 수경재배가 수많은 장점을 지녔다.



이런 풀떼기를 잔뜩 재배했고...



과천 과학관에서 얻은 보리도 키워보고... 집에서 보리를 수경재배해 본 사람 있나? 없을껄? 그런데 내가 한 3개월 놀러가는 바람에 양액 공급이 안되어 쭉정이만 자랐다.



배추도 발아부터 시작해서 몇 포기 수확해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거듭 강조하지만 수확량이 보잘 것 없었다. 블로그에 재배해서 뭐 해먹는다는 사람들 말을 대체로 믿지 않는다. 풀떼기 재배해 봤자 서너 번 먹으면 끝인데 농사는 3개월 지어야 한다. 재래 시장에서 천원 짜리 모듬 야채 사먹는게 싸게 먹힌다.


하지만 수경재배는 계속할 것이다.


수경재배 경험을 바탕으로 수경재배 설비에서 소비하는 전기를 생산해 보자는 차원에서 태양광 발전을 기획했다. 때마침 (2012.12월) 와트당 1$ 가량 하는 70W 짜리 태양광 패널을 구할 기회가 생겼다. 패녈은 2개월만에 도착했지만 여하한 사정으로 설치와 실험은 9월로 밀렸다.



패널 설치는 9월에 했다. 




패널 거치용 앵글을 구매하려고 알아보다가 에어컨 실외기 거치대를 오픈마켓에서 구입하여 개조했다. 이 편이 비용도 적게 들고 노가다가 적었다.





별 일 없으면 계산대로,



태양전지에 관해 이런 저런 공부를 틈틈이 하고,



계절에 따른 발전 효율 예측을 했다. 



어딘가 동호회에서 공동구매한 buck converter의 변환 효율 측정을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발전 효율과 소비 전력량을 산정했다.



아울러 배터리의 데이터시트를 참조해 방전 심도(Depth of Discharge)를 고려하여,



DOD를 대략 40%(충방전 1000회 = 3년)에 맞춰 Deep cycle 배터리 용량을 40A로 계산했다. 40A 짜리 배터리를 구매해서 배송 받은 것을 보니 50A 짜리여서 흐뭇했다. 한 4년은 쓸 수 있겠다.


아래 표는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물품 구매 목록이다. 추가 지출이 있었고 왜 구매했나 후회되는 물건도 있었다. 



eBay에서 MPPT를 구매했다가 2개월이 지나도 물건이 오지 않아 클레임을 걸고 길고 귀찮은 debate 후에 전액 환불 받고 aliexpress에서 다시 구입했다. 그것은 2주 만에 도착했다.


MPPT 모듈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나대로 몇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배터리 충전 효율이나 실제 부하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MPPT 외에도 몇 가지 추가 회로가 필요했다. 마침 회사에서 굴러다니던 Beagle Bone Black Board를 사용하여 칩 메이커에서 샘플 주문한 칩을 사용하여 회로를 구성하고 실험했다.



MPPT가 먼저 도착해 태양 전지 패널과 MPPT, 배터리만 연결한 상태로 간단한 회로를 구성해 휴대폰 등을 충전했다. USB cable 어셈블리를 사다가 USB DCP 규격대로 만드니 충전 안 되는 휴대폰이나 타블렛은 없었다. USB 스펙을 만든 녀석들은 워낙 늑장을 잘 부리다가 fire wire를 비롯한 몇몇 케이블 규격의 맹 추격에 제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bluetooth SIG도 마찬가지였다. 4.0 규격에 이르러서야 그제서야 쓸만해졌다.


저 회로는 테스트 끝나고 일 때문에 바빠 한 동안 방치했다가 집에서 설치 중에 회로를 실수로 잘못 연결해 다 태워먹었다. 망연자실.


간단한 회로라서 기억에 의존해 만들다보니 기판 뒷면은 점퍼선 투성이고 고치려고 보니 한심한 생각이 들어 당장 PC에 eagle CAD를 설치하고 회로도를 그렸다. PCB도 만들었다. 중국의 샘플 PCB 제작 업체를 통해 배송료 포함 $29 짜리 PCB를 만들었다. 진작에 이렇게 할 껄 그랬다. 오랫만에 eagle cad를 다시 학습하고(2시간) 회로도 그리고(2시간) PCB 만들어서(3시간) 5매의 샘플 PCB를 받기까지 (2주) 15일이 걸렸다. 2시간 동안 납땜하고 30분 정도 테스트했다. 회로가 간단하니 그리 쉬웠다.



PCB를 기다리는 동안 코딩을 했다. Beagle Bone Black 보드가 끝내 주는 점이 $45짜리 치고 상당한 퍼포먼스가 나와서 크로스 툴 체인 없이 넉넉한 eMMC와 SD 메모리에 ssh, gcc, samba를 설치해서 PC에서 소스를 에디팅하고(요즘은 sublime을 주로 쓰게 되더라) 보드에서 바로 컴파일해서 돌려볼 수 있다는 점. 처음에는 nod 따위를 사용하려고 했으나 gpio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nod용 c interface를 만들어야 하고 뭐하러 wear leveling 걱정하게 eMMC나 SD를 스토리지로 사용하고, 부하가 많이 걸리는 웹 서비스와 sql 서버 따위를 임베디드 보드에서 실행하나 회의가 들어, 클라우드 서버에서 돌고 있는 내 도메인에 mysql 최신 버전과 php, 그리고 javascript 등으로 간단한 서비스를 구축했다.


그래서 BBB 보드에서는 샘플링된 데이터를 wget 등의 외부 유틸리티를 사용해 웹 서버에 데이터를 업로드하고, php는 그것을 mysql 서버에 저장하고 웹으로 서비스하게 되었다.


BBB Board에 USB WLAN을 달아서 wifi로 데이터를 전송하려고 했는데, BBB 보드의 커널이 3.8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특정 USB WLAN 동글(8192CU)이 작동하지 않았다. 커널 빌드부터 디바이스 드라이버 빌드를 하다가 시간 낭비만 했다. 


그 와중에도 리빙박스 속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은 훌륭한 충전 스테이션 역할을 해줬다. 마누라 휴대폰을 제외하고 집안의 모든 휴대용 기기는 이걸로 충전했다.



수경재배용 전력 생산은 미뤘다. 아직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아 얼마만한 발전과 로드 용량이 필요한 지 판단이 안 선다. 리빙 박스 안에 NAS도 넣을까 생각했다. 발전량 평가 후 생각해보기로.


코딩 중 발견한 문제는, 태양전지 패널의 발전 효율 계산에 필요한 몇 가지 파라미터, 예를 들자면 운량(cloud cover), 이슬점, 적설량, 기온 등의 정확한 정보를 어디서 구할 데가 없다는 점. 기상청 관측 자료는 아무 쓸모가 없었고 외국 업체에서 얻은 정보는 한국의 공군기지에 설치된 관측 스테이션의 데이터로는 실제 기상과 차이가 있었다. 


살고 있는 도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상 관측 스테이션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한국의 기상청은 이것들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상청에서 실측 데이터를 실시간 제공하지도 않았다. 나도 모르게 기상청을 위시하여 한국의 공공 정보 서비스 수준에 욕이 절로 흘러 나왔다. 뭘 해보려면 걸리적 거리는 한국 정부의 영혼없는 짓거리나 얼어죽을 IT 강국 따위의 공허한 구호들 따위의 등신스러움... 내가 사는 곳의 정보를 오산 미공군기지에서 얻어야 하는데 그게 맞을 리가 있나? http://www.netatmo.com 의 weather station을 사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고...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 기상청에 분개한 나머지 나라도 뭐 하나 만들어서 세계 기상 네트웍에 참여하자, 이왕 하는 김에 사람들도 끌어모으고, 뭐 그런 글로발스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남)


어쨌거나 태양광 발전 설비는 실사용 목적 보다는 실험 목적이 강하다. mysql 5.0부터 추가된 event 기능으로(이게 주요 코딩의 전부?) 적산 전력량을 산출하고 그것을 그래프로 표현하는 등의 코딩은 사흘 쯤 걸렸다. 이때가 딱 크리스마스였다. 프로그램은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일단은 돌아가고 단순 자료 수집만 하는 중.


http://pyroshot.pe.kr/pm/




통계를 보니 12/25부터 1/4까지 912Wh 발전했다. 마누라가 청소하다가 공유기 전원 플러그를 무심결에 빼버린 바람에 엊그제 발전 로그가 비었다. -_-;


개선할 점

  • 고생해서 기껏 산 MPPT 컨버터가 가짜 같다. 어째 싸더라.
  • 조도 측정 센서에 방수 대책 세워서 설치
  • 온도 계측에 관한 보다 나은 대안
  • Beagle Bone Black 보드 대신 Cortex-M3로 재설계
  • 웹 서비스 개선: 기온, 운량, 조도에 따른 발전효율 평가 (그래프로 실시간 비주얼라이즈), 월간 발전량 리포트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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