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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의 아기

잡기 2008. 1. 13. 18:12
The Nerd Test, v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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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관이군.

자폐증 지수 검사(Autism Spectrum Quotient Test)
  -- 당신의 자폐증 지수(AQ)는 28점 입니다. 이 점수는 다소 평균에서 벗어난 결과이며 경우에 따라 당신은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 예상대로다.

자세한 분석결과: 남자 평균은 17점, 여자 평균은 15점.  Simon Baron-Cohen 및 그의 동료들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자폐증 진단을 받은 성인의 80%는 본 테스트에서 32점 이상을 기록. 26점을 기준으로 본 테스트 결과는 자폐증의 일종인 Asperger Syndrome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 정상인을 임상적으로 구별하는데에 사용될 수도 있다.  수학, 물리학 및 공학 계열 종사자는 본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이 있다. 캠브리지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수학과 학생 평균은 21.8점, 전산과 학생 평균은 21.4점. 한편, 영국 수학 올림피아드 수상자 여섯 명의 평균은 24점.
그도 그럴 밖에, 인생의 태반을 혼자 보내면서 책을 읽고 여행 다니고 15년 이상 틀어박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한 사람이 자폐 증세가 없다면 더 이상한 것 아닐까?

폴 블룸이 지은 '데카르트의 아기' 에서 발췌:
자폐아를 자식으로 둔 작가 닌 혼비는 "무엇보다 말도, 말을 배우려는 어떠한 충동도, 세상을 알고픈 욕구도 갖고 태어나지 않고, 또래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저 혼자 뱅글뱅글 맴돌거나 그림맞추기 퍼즐만 하고 또 하고 줄기차게 그것만 하려는, 눈길을 마주치지도 않고 흉내도 내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을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말 그대로, 이따금씩 손톱과 이빨, 고사리 같은 주먹을 동원해 처절하게 싸우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어떻게 다가가겠는가?" 라고 반문하며 아버지로서의 좌절감을 드러낸다.
내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기분을 맛 보고 있을 것  같다. 아스퍼거 증후군 -- 사회적 관계 형성의 어려움이나 흥미와 활동의 제한은 자폐증과 비슷하지만 인지/언어 발달에는 지연이 나타나지 않는다.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는 일반적으로 인간을 사물화한다. <-- 매우 중요. 역으로 생각하면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는 경영자나 군인으로서 리더가 되기에 바람직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 강력한 리더를 그리워하는 한국인의 심성에 잘 맞을 것 같다.
정신이상자에게는 도덕적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 ... 정신이상자에 관해 우리가 아는 정보는 대부분 덜미가 잡히거나 치료 받은 사람, 다시 말해 성공하지 못한 정신이상자로부터 나온 것이다. ... 미소를 머금은 리더들이 냉혹한 괴물이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졸아든다. 게다가 기업의 사장이나 그밖의 유명 인사가 느닷없이 정신 이상 진단을 받는 경우도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 정신이상자에게는 도덕적 감정이 결여되어 있지만 마치 그것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즉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처럼, 또는 나쁜 짓을 저지른 다음 죄책감을 느끼는 것처럼 살아야만 한다.
성공한 정신이상자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작가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 대다수는 나처럼 위선자로 살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지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전략적으로 착하게 사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사위를 면밀히 검토해 보아 들키지 않을 확신이 서면 가끔은 거추장스러운 도덕의 껍데기를 벗어 던지는 유연성이 있으면 돈 벌고 예쁜 마누라 얻고 하고 싶은 짓 다 하면서도 장수할 수 있다.
지렛대를 누르면 가끔 먹이가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방에 있는 쥐가 충격을 받도록 해서 이것을 보여주었다. 쥐는 굶어죽는 선택은 하지 않았지만, 자기 종의 다른 성원이 상처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먹이를 덜 먹으려 했다. 나중에 원숭이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 원숭이는 훨씬 더 오랫동안 먹이를 삼갔다. 원숭이의 감수성은 같은 종의 성원에게만 적용되었으며, 먹이를 얻기 위해 토끼에게 충격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거리낌도 느끼지 않았다.
원숭이만 그런 것이 아니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가진 인간은 유전적으로 거의 아무런 차이가 없는 흑인, 백인을 자기와 전혀 다른 종족으로 바꾸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인간의 뇌는 자신이 살기 위해 타인을 죽이도록 설계된 장치라서 '우리'가 리더를 뽑을 때 유난히 지독한 자폐증 정신이상 합병증 병신만 콕 찍어 골라 뽑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잘 뽑은 리더라야 우리 죄를 제대로 짊어질 수 있다.
 
작가는 이 다음에 폭넓은 상호이타적 행위가 동종을 넘어서 다른 종으로, 우주로 널리 퍼질 수 있는 여건을 설명한다. 사실 그 부분은 인간의 대뇌용적이 훨씬 늘어나지 않는 한 개소리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별세한 커트 보네것은 대뇌용적이 훨씬 작아져야 인간성이 바람직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견해를 따르거나 보네것의 견해를 따르거나 상관없이 인간이 반병신이란 애초 전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기타 등등...
 
아프리카에 도착한 최초의 지중해 사람들은 어느 섬의 서식 동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이쪽 만의 외진 곳에 있는 어느 섬에는 야만인들이 넘쳐났다. 여자도 있었는데 수적으로 훨씬 우세했다. 그들은 털북숭이 몸을 하고 있었다. ... 우리는 그들을 쫓았으나 남자는 한 명도 잡을 수 없었다. 다들 도망쳤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파른 곳으로 도망치거나 돌을 던지며 자신을 방어했다. 하지만 여자는 세 명 생포했다. 깨물고 할퀴고... 우리를 따라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죽여 가죽을 벗긴 다음 카르타고로 갖고 왔다.
원주민들은 이 야만족을 '고릴라' 라고 불렀다.
인지 능력중 범주의 혼란을 묘사하면서 예로 든 것.
로마 화에 알라가발루스는 붉은 피가 초록색 풀과 잘 어울린다는 이유로 풀밭에서 노예들을 학살했다고 전해진다. 이것은 명백히 비도덕적이다. 하지만 그것도 예술일까?
예술이 자의적인 노력이라는 것을 설명하면서...
 
'데카르트의 아기' 요약:
  • 물질적인 존재와 비물질적인 존재의 구분 -- 정신/영혼의 기원
  • 원본과 복사본의 구분 -- 예술적 가치 판단
  • 천성적인 공감 및 혐오감 -- 양심과 사회 윤리의 기원
  • 자연의 작위성 -- 종교의 기원
  • 육체와 정신의 이원성 -- 유머의 기원
매우 흥미진진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고, 잘 쓴 책이며, 내용이 꽤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지만 증거라고 든 것들의 신빙성이나, 총합적 파괴력은 약한 편이라서 작가의 글빨로 쉽게 커버되지 않았다. 인체실험이 워낙 비도덕적이라 쓸만한 자료의 절대수가 부족한 것을 안타까워해야 하나? 비도덕적으로 제대로 된 자폐증 정신이상 천재 과학자와 그 과학자와 죽이 맞는 자폐증 정신이상 군부 독재자의 환상적인 결합을 막연히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번역자는 곽미경, 작년에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던 '개성의 탄생'의 번역자. 눈에 거슬리는 일반 명사의 복수형이나 어순의 선택, 문장의 장황스러움 등 '개성의 탄생'에 비해 번역질은 좀 떨어졌다. 시간순으로 보자면 데카르트의 아기를 먼저 번역하고 개성의 탄생을 나중에 번역했는데, 다행스러운 것은 점점 번역 품질이 좋아지는 것 같다는 점. 연초부터 기분 좋게, 재밌게 읽은 책이다.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도시락과 물병을 챙겨 적어도 4시간 이상하는 본격적인 산악 트래킹이란 의미에서, 오랫만에 북한산에 올라갔다. 몇 개월 운동을 안하고 실내에 틀어박혀 일하고 술 먹고 하다보니 체중이 최근 1kg 늘었다. 날이 추워야 오르는 맛이 날텐데 날이 따뜻하니 땀이 줄줄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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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에 매달려 혼자 암벽을 타는 이 아저씨의 용기에 그다지 감명을 받지 않았다. 오늘 따라 바위가 매우 미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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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안개가 잔뜩 끼어 '사일런트 힐'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암반이 미끌미끌하다. 이런날은 안전한 산행로로 다니는 것이 윤리적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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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이로 줌 해서 촬영하니 사진이 엉망인데, 사람 둘이 떨어졌다. 북한산은 심심하면 오르락내리락하는 내가 보기에도 생각 이상으로 위험한 산이다. 헬기가 그들을 구조했다. 다행히 사망은 아닌 것 같다.

자연공원법 86조에 의하면 통제된 곳을 오르는 사람에게 5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게 되어 있다(언제부턴가 그런 현수막이 북한산 곳곳에 설치되었다). 헬기 한 번 부르면 내가 알기론 200만원, 골절 등 부상 치료비로 대략 100만원 잡으면, 한 잔 하고 호기가 발동해 미끌미끌한 바위를 올랐다가 자칫하면 300-400만원을 날리게 된다.

이번 주에도 북한산에 올랐다. 족두리봉과 향로봉을 한바퀴 도는 원점 회귀 코스.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웠는데 아이젠을 깜빡해서 얼음이 낀 암반에서 미끄러지는 살떨리는 경험을 했다. 저번 주와 마찬가지로 다리 근육은 알 안 배기고 잘 움직이지만 폐포에서 가스 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담배를 끊어야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절망적인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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