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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0 리만 가설
  2. 2007.11.11 반시계방향 인류 5

리만 가설

잡기 2009. 3. 10. 20:33
바쁜 나날.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OpenStreetMap에 자료를 입력하고 있다. 주요 고속도로 그리기가 거의 끝났다. 현재 작업한 POI는 도시명과 전국 지하철역, 그리고 24000여개의 서울시내 버스 정류장 정보다. 하루 평균 1~2시간씩 지금까지 약 10일 작업했다.

OSM: 한국
OSM 한국 지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거의 열흘이 걸려서 고속도로가 어느 정도 완성되니 흐뭇하다.

OSM: 서울
83개의 도시, 전국의 573개 지하철역 위치를 손으로 입력했다는 걸 누가 알아주기나 하겠어? 오늘은 86개의 행정 단위 군을 입력할 것이다. 이번주까지는 전국 대학 위치 정보 입력이 가능할 것 같다.

POI만 얻을 수 있어도 단순 변환하는 것만으로 OSM을 럭셔리하게 꾸밀 수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이들 정보를 무료로 공개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쉽다. 그래서 내가 GPS에 사용할 목적으로 OSM을 거의 사적인 지도로 만들고 있는 셈. 나만 쓸게 아니라 이왕 하는 김에 한/영 표기를 함께 하기로 했다(think globally, act locally). 이 때문에  간단한 한글-로마자 번역 프로그램을 작성했다.
 
한글의 영문(로마자)표기법 개정안이 2000년에 나온 건가? 무려 9년 동안 모르고 있었군. 한글을 영문 표기로 변환해 주는 쓸만한 소스가 잘 눈에 띄지 않아 할 수 없이 '매뉴얼' 보고 만들었다. 맞는지 틀리는지 일일이 점검해 보지 않아 모르겠다. 표음 규칙들, 자음동화와 구개음화 대부분은 구현했지만, 몇몇 규칙들은 의아해서 내버려 뒀다. 캐멀 케이스(봉화->Bongjhwa가 아닌 BongHwa)와 하이픈 사용(Bong-hwa), 문자열 전/후방위 대치 등을 포함하고 facility tag를 붙일 수 있게 해 같은 범주의 POI에 대해 일괄 변환이 가능하도록.
 
지명 등의 고유 명사는 괜찮지만, '서울역사박물관'을 SeoUlYeokSaBakMulGwan 으로 변환한다. 외국인이 내국인에게 길을 물을 때는 표음으로 된 것이 맞긴 한데,  저렇게 되면 외국인은 이게 박물관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러므로 표기는 Seoul History Museum과 SeoUlYeokSaBakMulGwan 을 병기해야 하지 않을까? 이게 아주 귀찮은 일이라 일단은 표음으로 내버려 두고 고유 명사에 번역 가능한 일반 명사가 섞여 있을 때는 변환할 것인가를 선택했다. 벽제주유소삼거리 -> ByeokJe Petrol Station SamGeoRi. 문맥을 파악하지 않는 단순 문자열 대치이므로 은행나무입구사거리가 'Bank NaMu Entrance Crossroad' 가 되기도 한다.
 
한글 처리는 언제 뭘 하게 되도 기분이 나빠진다. 한글 처리를 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워낙 많다. 특히 조사 생략에 임의 띄어쓰기 같은 것은 난감하다. 처리를 제대로 하려면 코퍼스를 가지고 빈도수 통계를 내고 그 통계에 따라 확률 기반 마코프 체인을 구성해 렉시컬 아날라이저를 꾸미고 태깅을 하던 어떻게든 해야 할 듯. -- 이런 자연어 처리 따위를 학계나 정부에서 만들어(이미 만든 것들이 있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에서는 꿈같은 얘기겠지? 공공재화로써 전자 지도 한 장 없어서 외국 공개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생노가다로 도로 그리고 POI 입력하는 판인데.

POI2JOSM
POI2JOSM: 한글 표기된 POI(또는 GPS에서 추출한 waypoint)를 그에 상응하는 영문 표기명으로 바꿔 OSM 포맷으로 저장하는 프로그램. 이 파일을 JOSM에서 불러들여 OSM에 한꺼번에 업로드하면 작업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입력 가능한 파일은 KML(UTF-8), GPX(UTF-8), Garmin CSV(POILoader에서 사용, ASC) 이고 출력 파일은 .OSM(UTF-8). 추후 생각나면 버전업할 항목:
 
- GPX -> GPX(한글을 영문으로 바꾸기만 해서) 옵션 추가.
- gpsbabel을 이용, 다양한 확장자의 파일을 직접 다룰 수 있게 한다.
- 한글 변환 풀옵션.
- postfix, prefix
- 상용어 변환 테이블 외부 파일로.
- 입력한 문장 즉시 변환 출력해서 클립보드 in/out
 
작업자가 워낙 적어(실은 나 밖에 없는 것 같다) 프로그램을 공개하지 않았다.
 
메모: Visual C++ 2005 runtime 및 MFC의 unicode 파일 핸들링은 올바르지만 JOSM은 unicode BOM이 없는 파일만 정상적인 파일로 간주한다. linux에서는 unicode BOM이 없는 파일이 흔하긴 하니까 자바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windows에서 파일을 UTF-8로 생성/저장하고 나서 파일의 첫 3 bytes로 들어가는 unicode BOM을 제거해야지만 JVM에서 작동하는 JOSM이 정상적으로 파일을 읽는다. 나중을 위해 이 3바이트 제거하는 것을 옵션으로 빼놨다.
 
지리산길 -- 완성된 줄 알았는데 아직도 동네 할아버지들이 삽으로 다지고 있는 중인가? 아내하고 애 데리고 한 번 가려고 했는데... 제주 올레는 약 15년 전에 가봤다. 남부 해안선 도보 일주, 한라산 횡단, 그리고 오름 몇 개 오른 정도? 서귀포시에서 한라산 방면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두 번은 자전거를 타고 돌았다. 그중 한 번은 폭풍우가 치는 날에 텐트 치고 비 맞으면서 잤다. 두번째 자전거 여행 빼고는 딱히 재미가 없었다. 회는 정말 맛있다. 하여튼 재미없는데(고생만 했는데) 다들 재밌다니, 재미있다. 동해올레란 것도 만들려나 보다. 그쪽 길도 재미없긴 마찬가지다. 지리산길에는 바람도 안 불고 햇볕을 피할 그늘이 간간이 있을 것 같다. 어쩌다 보니 그것이 지리산길의 유일한 장점처럼 보인다.

0.001mm 침범하면 천백배 보복할 것
-- 0.001mm의 천백배 보복이면 11mm냐? 미국엔 입도 벙긋 못하면서 상대적 약자(?)인 한국은 갈구는구나. 이명박 정권이 물론 잘못했지만 때만 되면 민족입네 어쩝네 하면서 발광하는 너같은 놈더러 비열하다고 하는 거야.

3월 8일 자전거 타고 헤이리에 갔다왔다. 주행시간: 4h30m, 쉰시간: 1h10m, 주행거리: 90.6km, 평균속도: 20.0kmh.

일산에서 출발하면 왕복 50km 거리의 썩 괜찮은 하이킹 코스가 되지만, 집에서 출발하니 반나절 거리가 되어 버렸다. 코스: 연신내역 -> 구산역 -> 원당역 -> 일산 -> 이산포 IC -> 자유로를 따라난 샛길을 죽 진행 -> 자유로 휴게소,  파주출판단지 -> 헤이리, 헤이리 영어마을.

파주 출판단지
파주 출판단지에는 처음 와봤다. 알만한 출판사 이름이 꽤 여럿이다.

송촌교에서 바라본 공릉천
송촌대교와 나란히 있는 송촌교에서 찍은 공릉천. 헤이리 사진은 안 찍었다. '문화예술촌'이란 것이 나한테는 '집창촌'같은 느낌이라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파주출판단지도 집창촌 같은 느낌이었다. 건축이 주는 분위기 탓, 길가에서 호객하듯이 곱게 꽃단장하고 서 있는 건물의 열에 들어갈 마음 보다는 후다닥 지나치고 싶은 기분이 드는 점 때문에?

아니다. 집창촌이 집단창작촌의 약어라고 들은 기억이 난다.

돌아오는 길에 자유로 휴게소에 들러 라면을 사 먹었는데 꽤 잘 끓인다. 휴게소는 바이크 라이더들의 집합소 같았다. 몇 년 새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일산 호수공원
돌아오는 길에 일산 호수공원에 들렀다. 해질 무렵이 되니 기온이 떨어졌다. 작년 11월에 창고에 쳐박아 두었다가 지금까지 정비 한 번 제대로 안 하고 타는 자전거를 보니 온통 흙투성이다. 올해 자전거를 네 번 탔는데, 탈 때마다 오프로드 구간을 지났다.  이번 주행은 유난히 요철이 많아 골이 많이 흔들렸고 가랑이 사이가 아팠다. 위 사진은 아픈 부위를 표시한 것. 아... 이 고물 자전거...

책 '리만 가설' (리만 가설 소개 홈페이지): 홀수 장에는 수열, 로그의 특성, 자연지수, 간단한 미적분 따위 리만 가설을 이해하기 위한 수학적 배경 지식을 소개한다.  고등학교 수준. 짝수 장에는 리만 가설의 배경과 역사를 실었다. 읽기 어려운 '수학 교양서'라서 오랫동안 읽지 않고 버티다가 요즘 읽을 것이 없어 읽었다. 첫 장부터 흥미진진. 오일러의 golden key가 등장하는 1부의 중반부에서 요새 개그맨들 말로, 빵 터졌다. 소수 정리가 이렇게 간단하단 말이야?  황금열쇠:


그럴리가... 해석학은 머리에 쥐나는 분야다.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재주다. 수학교양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읽기 전까지 읽기를 지체하면서, 정작 읽으면 정신없이 읽고 히히덕거리게 된다. 왠만한 지식 전달 위주의 넌픽션은 시간당 50~60p 정도 진도가 나가는데, 이건 무려 75pph(pages per hour)가 나왔다. 얼마나 재미 있었으면 지하철도 두번 걸렀다. 앉으나 서나 틈만 나면 읽었다.
 

앤드루 오들리즈코의 말을 들어보자. "과거 한때 '소수 정리를 증명하는 사람은 영생을 얻는다'는 소문이 있었지요.실제로 아다마르와 발레 푸생은 90년 넘게 살았으니 아주 허황된 소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 소문에서 파생된 또 다른 소문이 나돌고 있씁니다. '리만 가설은 거짓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든 리만 가설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급사할 것이며 그가 얻은 결과는 결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지독한 소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제타 함수의 함수 평면 궤적 그래프.

'리만 가설'은 전형적인 수학 교양서라서 언제나처럼 수학 천재들이 등장하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들이 얼마나 천재같은지 칭송한다. 말하자면  그 동네 수퍼히어로물이다. 수퍼히어로물이자, 사회성 떨어지는 오타쿠들이 세계에 기여하는 알려지지 않은 방식을 설명해 주려 애쓰며 그들이 세운 빛나는 업적들을 소개하고 때로는 기적을 시연한다.



뫼비우스 함수를 사용한 제타함수의 다른 표현. 뭐 이 다음부터는 점점 어려워져서, 입 다물고 구경만 하세여~ 분위기다. 그나저나 수열이나 복소수나 아이겐 밸류를 참 오랫만에 봤다 -_-
 
'리만 가설'은 전형적인 수학교양서 답지 않게 재밌다. 매 장을 넘길 때마다 짜릿짜릿하다. 작법의 힘이다. 다른 책들과 달리 작자는 후주에서 소재의 불필요한 부가 설명을 적는게 아니라 가끔은 소재 외부의 이야기, 아니면 잡담을 늘어놓았다. 작자만 그런게 아니라 옮긴이도 본문과 후주에서 작가와 함께 재잘재잘 수다를 떤다. 따라서 놓치면 아쉬운 이 재밌는 후주를 읽기 위해 책장을 오락가락 해야 하는데, 출판사가 후주를 각주로 해 뒀으면 좋았을 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 뿐, 기승전결이 뚜렷한 서사와 마지막의 전혀 소득없는 피날레는 감동마저 안겨준다. 원제가 Prime Obsession인데 제목 참 잘 지었다. 오랫만에 책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승산의 책 홈페이지 -- 내가 읽은 것이 무려 3쇄라서, 이런 책을 읽으면 들게 마련인 오타쿠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서 특히 좋았다.

힐베르트의 연설: 우리에게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려면 '모든 수학 문제는 해결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마음은 외치고 있다. 여기 문제가 있으니 해답을 찾아라! 우리는 순수한 사고를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결코 무지하지 않으며 자연과학도 무지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므로 '무지함'이라는 단어는 새로운 단어로 대치되어야 한다.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우리는 결국 알게 될 것이다."

과학사상 가장 유명하다는 힐베르트의 감동적인 연설을 기억한다. youtube 어딘가에도 있다.

시간여행자의 사랑 -- 브루노 발터, 뉴욕 필하모니, 말러 9번 교향곡. 이거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소설에서는 시시하고 평범한 소재로 감질맛 나게 낚시질한다. 물론 낚였다. 열정과 의지가 결여된 사람은 시체같아 보인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줬다.

책에 인용된 프랜시스 톰프슨의 시
 
가까이 있건 멀리 있건
세상 모든 것은
영원불멸한 힘에 의해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여 있으니,
땅에서 꽃 한 송이만 꺾어도
하늘에서는 별 하나가 고통에 몸부림친다.

이 싯귀를 언젠가 들어본 기억이 있는데 통 기억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십여년 전 어떤 과학 교양서에서 읽지 않았을까...

Sky Crowlers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은 신용하지 않거든요" -- 오시이 마모루, 스카이 크롤러즈. 우울한 애니. 창공의 전투씬을 무척 잘 만들어서 두세 번씩 리플레이하게 만든다. 감독은 정작 독자가 알아먹을 수 있는 수준에 맞추려고 공중전의 스피드를 늦추려고 거지같은 프로펠러 전투기를 등장시켰다던데. 감독 아저씨, 시청자 배려한답시고 그런 짓 좀 하지 마세요. 댁이 잘 만들면 뭐든 프레임 단위로 안 보겠어요? 이거 원작이 좋아 보이고 전쟁쇼 벌이는 킬드런 설정도 마음에 들어요. 댁이 딱히 망친 것 같진 않지만, 그걸 SF로 만들었다면 독자가 당신이 지향하는 (그다지 공감하지도 않는) 연출의도를 못 알아차릴까봐서 설정을 틀어 버린 것 같아 아쉽다고요.


rideback
갈수록 궁상스러워지는 라이드백. 요즘 돌고 있는 사진. 한국에 외주를 줬는지 자동차 번호판이 매우 낯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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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시계방향 인류

잡기 2007. 11. 11. 17:31
세계일주하며 80차례 맞선 -- 신부감, 신랑감은 원래 이런 방식으로 구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노출 기회를 확대해 적합한 배우자를 입맛에 맞게 고르는 것.강한 자기애에 유별나게 집착하던 과거 내 자신의 우스운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적령기(?)에 여자들과 맞대면하면 사귀거나 사귀지 않거나 상관없이(피차 무책임하게)  저울질하고 재는 느낌 때문에 불편했다. 나이든 여자는 아주 노골적이고 젊은 여자들 중 일부는 수상한 게임을 하고 낚시질은 보편적이었다(안 그러는 여자들은 존재감이 희미하던가 재미가 없고). 나도 똑같은 짓을 했으니 할 말 없다. 따라다니면 달아났다. 유부남이 된 후로 강력한 천연 AT 필드가 생긴 것 같아 숨통이 트였다. 이제는 즐길 수 있다. 아... 이건 아니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올 6월초쯤 이 그림을 봤다. 시계 방향이면 오른뇌, 반시계 방향이면 왼뇌를 자주 사용한다고 하더라. 오락가락 한다. 이공계열에 좌뇌형 인간이 많다고 하는데, 이공도 인문도 아닌 상경계는 왼쪽, 오른쪽으로 오락가락 고속회전하던가 살색을 입혀 본 후,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력히 비난할 것 같다.

이씨가 어젯밤 모임에서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상경계를 다룬 우스개를 했다: 물리학자와 화학자, 경제학자가 표류하다가 무인도에 도착했다. 통조림을 하나 발견했는데 통조림 따개가 없다. 물리학자는 뉴턴역학을 기억하고 돌덩이로 힘을 가해 통조림을 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화학자는 전공을 살려 바닷물로 통조림을 부식시켜 보려 했으나 택도 없었다. 그때 경제학자가 이렇게 말했다; '자, 여기 통조림이 있고, 통조림 따개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텔미 텔미 테테테테테 텔미 -- 리드믹하고 고저차가 별로 없는 쉬운 노래와 레트로 디스코 댄스가 결합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원더걸스. 유행에 딱히 관심이 없지만서도 길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이 장난 아니다. 흡사 목적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그저 독자 생존의 길을 걷는 막무가내 문화적 밈처럼 무섭게 번져간다. 좌뇌, 우뇌가 골고루 발달한 상경계라면(추정) 여기서 마진을 취할 방법을 제대로 집어낼 것 같다. 하루 빨리 상경계가 되어 대뇌를 백퍼센트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

오마이뉴스 기사 중에 '한국어를 잘 쓰려면 '~의'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 적혀 있다. 찾아보려니 기사를 찾을 수 없다. 요지는, ~의가 일본의 언어생활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한국어/한글에서 굳이 사용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한국어를 맵시있게 잘 사용하는 사람을 많이 본 적 없다.

최근 2주간 세미나에 보낸 직원들이 보여준 교재 내용의 수준이 상당해 교수자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보니 박사 학위 따고 모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양반이란다. 교육 과제가 데이터베이스 튜닝에 관한 것인데 이론과 실무 운용 경험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말하자면 학교에서 이론 연구를 주로 하던 사람의 글솜씨치고 몹시 훌륭했다. 이런 수준 격차가 학교 교육 때문인지 아니면 개개인의 능력과 노력에서 비롯된 차이인지 잘 모르겠다.

수개월 전 직원들에게 한 달간 어플리케이션 매뉴얼을 작성시켜 보니 철자 오류/띄어쓰기 오류는 기본이고 아웃라인을 잡을 때부터 헤멨다. 장/절 나누기, 문장 기호, 단락 구분, 비문, 수동태,  접속사 오류, 부사구 사용 오류, 아스트랄한 서술, 시제 불량 등등 버그가 상당했다. 매뉴얼은 요령이 몸에 배면 서술형 글쓰기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체계적 글쓰기를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고 그럴 필요성을 이공계 학생들이 느끼지 못한 것일께다.

그런 까닭에 이공계 졸업생들이 레포트 작성해 놓은 것을 보면 애들 장난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 직원 중 뒤늦게 석사가 될 친구의 학위 논문 작성을 며칠 도와주었다. 이공계 논문 작성에 필수적인 '실험 데이터를 뜻대로 조절(조작)하여 대조군과의 변별성을 강조'하는 것을 제대로 못했다. 논문 심사할 때 디펜스 제대로 하려면 사전 지식도 많이 구축해 놓아야 하는데 잘 될런지... 리허설 해 준다니까 석사 논문은 그리 빡세지 않다고 사양한다. 빡세지 않단... 말인가?

송씨 말로는 이공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인문계 역시 글쓰기가 심각한 수준이란다. 입말은 정황적/정서적 문맥 해석이 가능하지만 (별 관심없는 인문계 글쓰기와 달리) 이공계가 사용하는 글말은 정확성, 적합성, 간결한 서술, 구조적 완결성 등 갖춰야 할 간단한 규칙이 몇 가지 있다. 자나깨나 그런 종류의 문서를 밤낮없이 읽는 이공계라면 그런 규칙을 자연 학습할 법도 한데, 글쓰기, 글읽기, 말하기가 제각각 달라 돼지고기나 소고기처럼 대뇌도 부위별로 학습이 필요한 것인가 보다.

그건 그렇고 며칠 전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감자탕은 감자와 돼지고기 등뼈를 넣어서 감자탕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라, 돼지고기 중 '감자'라 불리는 부위가 들어가기 때문이란다. 황당하지만 확인하지 않았다.

이다지도 어려운 한국어를 공용어로 만들기는 바늘구멍에 낙타 집어넣는 만큼 힘들겠지만(대세는 영어, 그것도 미국이나 서구권 영어가 아닌 지방색과 뉘앙스를 제거한 공통상업영어) 작년인가? 사라져 가는 소수민족의 언어를 보전하기 위해 한글을 사용하자는 문자화 시도/제안은 매력적이다(영어권에서 소수민족의 언어를 기록해 놓긴 했는데... 영어가 워낙 한심해야 말이지, 나중에 제대로 재현해서 읽기 힘들 것이다). 그만큼 한글이 배우고 사용하기 쉬우며 유연하다는 뜻이겠지. 문서화, 전산화 등 보전/전수하기도 쉽고.

그렇다고 한글이 많은 언어의 음운/음가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국문학자나 인류학자들이 한글을 꾸준히 개량해서 적용범위를 넓히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영어마저도 한글로 표현하려면 확장이 불가피하다. 영어의 V/B, R/L, F/P, TH등의 음가를 표현할 방법이 없으니까. 'Victor Flash really like go through' 의 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와.... 한글 고어보다 간단하고 멋지긴 한데, ER이 빠졌군. Flasher를 '플래셜ㄹ' 이나 쌍리을로 해결~ <-- 이게 바로 인문학/이학과 공학의 차이. 이론이나 학술적 배경에 관심없고 실무 적용 후 들어맞지 않으면 덕지덕지 갖다 붙여 외계어 체계를 대충 완성하고 만족. 때로는 이김에 관련 체계를 특허나 내 볼까? 라고도 생각해 보지만 현업과 무관하니까 관두자.

제임스 호건의 Giant 3부작 중 두번째, Gentle Giant from Ganimede를 마저 읽었다. 보스턴의 셜록 홈즈라 불리는 빅터는 이번에도 단체커 박사와 합심해서 가니메데에서 250만년 전에 사라진 평균 신장 2.4미터 외계인(자이언트라 불림)의 미스테리를 추적한다. 전통적인 추리 미스테리와 다른 점은 희박한 증거(지구와 가니미안의 세계 및 생태계에 나타난 변별성, 즉, 방사성 동위원소가 포함된 엔자임, 행성의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희박한 태양 에너지, 가니메데의 왕성한 지질 활동) 를 바탕으로 한 (사변적 연역) 추리를 통해 250만년전의 사건을 재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자가 초기 가설을 만든 후 추가로 수집된 정보를 덧붙여 성립된 가설 중 부합한 것을 과학자 집단에서 토론을 통해 진화시키는(선택과 도태) 과정에서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두 세계의 기원과 실체에 접근한다는 점(추리기법이 도입된 SF). 물론 외계인과 음모설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 글의 중반쯤에 이르러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거의 동일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그래도 만약 번역이 된다면 호건의 소설은 수능 교재로 사용하기 적합해 보인다. 몇 가지 조건을 예시한 후 지구인의 기원에 관한 추리를 완성하던가, 소설의 절반을 읽고난 다음 가능한 가설을 제시하던가, 글의 끝에서 가니미안의 선택지를 추론해 보는 것이다. 결론: 제임스 호건의 SF는 학회SF이자 수능SF.

이번에야 조사해 본 호건의 이력: 1941년 출생. 전자공학과 디지털 시스템을 전공,  몇 년 동안 엔지니어로 지냈으며 DEC에서 메인프레임 영업을 하다가 (훌륭한) 기계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인간에 관해 배워 보고 싶어 2년 동안 생명보험 외판원을 했다(뭘 배웠을까?). 1977년 미국으로 이주해(36세) DEC에서 영업 교육 컨설턴트와 미니 컴퓨터 어플리케이션 개발 및 과학연구 활동을 했다. 지금은 그것을 기술영업이라고 부르는데, 요즘의 기술영업과는 다른 면이 있다. 그때가 DEC의 황금기 였고 애정 때문인지 소설에서 컴퓨터 시스템을 설명할 때 DEC가 언급된다.  2년 후(38세) 아일랜드로 옮겨가 전업작가가 되었다. 당시의 컴퓨터 엔지니어링 및 세일즈는 지금과 달리 커팅엣지 산업이었으며 그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광신도들로 구성된 폐쇄된 종교에 가까운 엘리트 사제 집단이었다. 한편에서는 기술을 통한 인간성의 개량에 관한 희망적인 믿음이 팽배했으며 깁슨처럼 기계를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출현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호건은 글쓰기에 좋은 경험을 많이 한 것이다. 혹시나 해서 알아본 배경은 예상대로다! 엔지니어링 마인드가 글 전체에 흠씬 묻어나 있어 (누구는 글이 최악의 수준이라지만) 읽기 쉽고 편했다. 대중의 요구를 정확히 해석할 줄 알았던 아시모프, 세이건, 클라크와 같은 간결한 글쓰기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지만, 대략 16년 이상 숙성된 훌륭한 엔지니어링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에 그의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개성없음(엔지니어의 말투가 모노톤인 점과 무관하지 않음)이나 당면과제와 문제점에 대한 집요한 집중력이 이해가 갔다.

최근 일본, 미국, 프랑스를 대상으로 엔지니어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어떤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기술자가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는 편인 것 같다. 특히 미국 기술자들중 많은 수가 기술직을 descent job으로 인식하며 자신의 자손에게도 기술직을 권고해주고 싶어했다(한국의 엔지니어중 자기 자식이 기술자가 되길 희망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일본의 경우 전체 기술인력 중 2%가 여성이다. 전반적인 통계로 보건대 세계적으로 여전히 여성은 기술직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혹자는 위선적인 유리천장이나 기술자 사회의 남성중심적 배타성 때문에 여성이 설 자리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뜻대로 생각하시길.

미국 등지 기술 선진국의 컴퓨터 엔지니어 초봉 수준은 4만달러(한국은 2만 달러대),  5-7년 경력직은 대략 8-10만 달러 가량을 벌어들이고 기술직의 한계 연봉은 (들은 바로는) 대략 20만 달러 가량이란다. 물론 몇몇 기업에서 스타급 엔지니어나 성장세가 유지되는 곳은 인센티브, 스톡 옵션 등을 합쳐 실질적으로 이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는다. 경력자로서 연봉 10만 달러를 받는다고 하면 세금은 대략 30% 가량, 주택 모기지와 적어도 한 대 이상의(보통은 2대) 차량 구입/유지비, 생활비, 아이들 교육비 등을 더하면 한국에서 연봉 4-5000만원 정도의 기술자와 비슷한 생활 수준이 된다.

한국의 컴퓨터 엔지니어 대부분은 퇴직 전까지 꾸준히 기술직으로 먹고 살았으면 하는 순진한 바램이 있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지난 20년간 툴은 수십 차례 바뀌었고 기반 기술이나 플랫폼이 뒤집힌 것은 대여섯 차례 가까이 되며 유행하는 사조 역시 셀 수 없이 변화했다. 개발 방법론도 조직 구조도 몇 차례 바뀌었다. 삼성 회장이 말했던가? '마누라만 빼고 다 바꿔라.' 안 그래도 그 지경이다.  컴퓨터 엔지니어는 전문직종 중 유난히도 꾸준히 학습해야 한다. 반면 좌뇌던 우뇌던 대뇌의 신경세포는 꾸준히 죽어 나간다. 스펀지처럼 쭉쭉 지식을 빨아들이던 십대, 이십대 머리는 점차 딱딱하게 굳어가 학습 곡선이 예전같지 않게 된다. 머리가 안 따라주고 겁만 늘어나니까 생뚱맞은 고집과 온갖 종류의 핑계만 늘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당신보다 값싸면서도 경험이 몹시 부족해 겁대가리가 없을 뿐더러 최신 기술을 익힌 젊고 혈기왕성한 엔지니어와 경쟁해야 한다.

두번째, 나이가 들면서 결혼도 하고 애도 갖고 이런저런 책임을 지게 되면 자연히 일과 상관없는 생활의 복잡성도 증가하게 마련이다. 하루 18시간씩 아무 생각없이 기쁘게 일에 매달리던 젊은 시절과 달라진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삶이 무한투쟁에 가까운 한국의 특수성 탓에 부스에 틀어박혀 행복하게 코딩만 하겠다는 순진한 생각은 나이가 들면 천천히, 슬며시 접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잖아도 한국에는 기술과 경영, 기술과 마케팅, 기술과 영업, 기술과 기획, 특히 기술과 기술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중간 기술 관리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가 예전처럼 스타 플레이어 한 두 마리가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현하던 단순한 시대는 지나갔다.

선진국 기술이민에는 또다른 문제가 있는데, 단순 기술직으로는 연봉 상승에 한계가 있다. 단순 기술직->기술 관리직으로 업그레이드하게 되면 연봉이 상당히 올라간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단순 기술직 까지는 언어에 불편함이 없지만 기술 관리직으로 넘어가면서 망할 언어적 뉘앙스를 비롯하여 다방면에서 문화 차이가 심각하게 드러나기 시작. (한국의 자회사나 한인교회의 끈끈한 우애나 한인사회 내부에서 안전하게 거주하지 않는 한) 뼈속까지 미국 외계인이 되지 않으면 기술전문직 또는 고위직으로의 이동이 그렇게 쉽지 않다.

등등의 이유로 단순 소득면에서 기술직 이민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또한, 아까 말했다시피 억대 연봉을 받아도 손에 쥐는 소득은 그렇게 많지 않아 여유자금을 이용한 금융투자 등으로 직업외 소득을 얻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기술자는 의사나 경영직과 달리 거의 쉬지 않고 학습해야 하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 근무하면 주 5일에 나인투파이브 근무라고 하지만 전세계 어느 나라든 컴퓨터 엔지니어가 야근 안 하는 곳은 들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특히 다른 나라들 대개가 작업 강도가 쎄서, 한국에서처럼 웹질하며 탱자탱자 일하는 둥 노는 둥 하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세금을 많이 내는 만큼 사회 안전망/사회 간접 자본에 대한 투자가 한국에 비해 현저한 차이가 나므로 기술자로 먹고 살기로 결심한 이상 미국 등지에 취직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아내가 외국 나가 살고 싶어하기도 하고)  글쎄, 나는 이씨 아저씨의 표현인  '한반도 변태들'과 소주 한 잔에 스트레스를 풀고 날이 갈수록 SF&F 스러워지는 한국에서  (때로는 먹고 사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스릴을 만끽하면서) 온갖 미친 리얼타임 인터랙티브 생쑈에 짜증을 내거나 즐거워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아직까지는.

비록 대다수의 출연진이 로봇같은 개성빵점의 소설을 썼지만 호건의 이력과 그의 글에 몹시 친근감을 느꼈다. 그는 기술만능주의 시대의 풍요로운 결실과 희망을 맛본 순수한(순진한?) 작가이며, 무엇보다도 (컴퓨터 엔지니어의 숙명이기도 한 끊임없는 학습에 염증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지만) 38세에 직장을 접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아쉽지만 엊그제 시작한 3부 Giants' Star 초반부는 많이 지지부진하다. Old man's war부터 읽어봐야지.

오늘 블로그질 하면서 많이 호들갑스러웠다. 기분이 좋아서. 어제 일년 가까이 잡지 못하고 방치해 두었던 다른 사람 프로그램의 버그를 드디어 잡았다. 내가 넘겨받아 본격적으로 버그를 사냥하기 시작한지 나흘만이다. 장시간 운영중 무작위적으로 발생하는 랜덤 에러라 잡기가 무척 까다로운 버그였다. 시뮬레이션을 해서 거의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버그를 재현해 보니 결국은 간단한 스레드간 락킹 문제였다.

The Unit
헐리웃의 시나리오 작가들이 총파업. 2차 저작권 문제 때문인 듯. 한 동안 유닛, 덱스터 등이 지지부진하게 생겼다. 제이양처럼 스타트랙이나 다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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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사진을 본 적이 없다고 해서 첨부. 아빠건 엄마건 음마로 통일해서 부른다. 일관성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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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유교수의 사생활'의 그 영악스러운 아기처럼 책 읽는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집에서 책을 읽은 적이 없는데, 우유 배달부라도 왔다간건가? 그림책에서 뭘 보던 손가락으로 집으면서 '음마' 라고 부른다. 일관성인지 자기만의 고집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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