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11.12 Why Mars?
  2. 2010.04.11 그대들도 죽는다 2
  3. 2009.09.09 데 포르마

Why Mars?

잡기 2010. 11. 12. 20:57
화성에서 단조롭고 숨막히는 종신형을 살게 될 사람들에게 바이오스피어2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 바이오스피어2는 과학 프로젝트라고 보기엔 좀 그런게, 옛날에 관련 문건을 검색해서 볼 때는 흡사 사식 넣어 일곱 명의 히피를 먹여 살리는 프로젝트 같았다.

화성에 보낼 4명의 이상적인 성비는, 1:3이 좋아 보였다. 성교와 임신을 별개로 생각하고, 정자를 얼려 가끔 화성에 택배로 부치면 그들이 번식에 성공할까? 재원이 바닥나거나 또다른 금융위기로 지구에서 화성으로의 '공급'을 만장일치로 중단하여 그들더러 자력갱생 하라며 죽이는게 빠를까, 피크닉이라고는 자료 조사나, 낙하산 타고 떨어진 '선물'을  찾으러 로버 끌고 황량한 사막을 달리는게 전부인 화성인들이 생애 어느 시기에 서로를 악의적인 독설로 1차 살해하고 원격 감시 체계를 우회하여 우울증 때문에 자살하거나, 견해와 이데아의 차이로 동료를 잡아먹는게 더 빠를까?

어쩌면 그들은 먹을 것이 떨어진 나머지 지하 깊숙히 숨어있던 고대의 박테리아(또는 스파이스)를 먹고 깨달음을 얻어 예언자의 길을 걸으며 모래충을 몰고 다니는 프레멘이 될 지도 모른다. 어쩌면 킴 스탠리 로빈슨의 SF처럼(아니면 우연한 사고로 발생한 나노테크 슬러지의 자발적 진화로) 화성을 테라포밍하는데 성공할 지도 모른다. 오버는 그만하고, 화성에서 평생 살겠다고 자원할 사람들이 인류에 대한 숭고한 자기희생을 몸소 실천하는 동안 지구에서는 화성에서 벌어지는 무척 지루한 트루먼쇼를 감상하게 될 것만 같다. 그러나, 굳이 말이라도 그렇게 하자면, '희생은 불가피하다'.

오바마가 'to the mars'를 대안으로 들고 나온 때부터 화성 계획에 여러 의구심이 들었다. 지구-달 라그랑지안 점에 전진기지를 배치하고, 중국-인도-EU를 아우르는 범세계적인 협력을 통해 달부터 먼저 가면 안 되나 했는데 IEEE 스펙트럼에서 같은 의문을 품은 사람들을 위한 자세한 설명을 해 놓았더라. 스페샬 리포트 제목이 Why Mars? Why now? -- 무척 간단히 요약하자면 달 또는 궤도 전진기지를 통한 화성 유인 탐사 계획이 훨씬 더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면서 뽀대가 안 난다. IEEE 스펙트럼에는 추진체계부터 우주복에 이르기까지 볼만한 'write stuff'가 꽤 많았다. 도서관에 가서 뉴턴 과학 잡지라도 몇 권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시류를 틈타 Kim Stanley Robinson의 Mars Trilogy가 한국에 번역되길 기대해 보겠다. 그 삼부작을 다 읽긴 한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1, 2권은 스토리 보니까 대충은 읽은 기억이 나는데, 3부는 통 모르겠네? 그건 그렇고 올해 초부터 우리 팀이 시작한 프로젝트 명이 ares였고 작년에는 eris 였다. 그게 다 달 건설(?) 계획을 포기한 오바마에 실망해서 그랬다. -_-

오랫만에 GLXP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어느새 참가 팀이 22개로 늘었다. 구글의 공식 지원을 받는다는 루머가 있는 Oddyssey Moon 팀이나 NASA와 천만불 짜리 수주 계약에 성공한 Astrobotic팀의 우승이 유망하다는 소리가 있다.

상관없다. 행성 탐사에 관한 여러 우울한 설문이나 처참하게 가엾은 지구의 현실은 일단 제껴두고, 비열하게 달러 펑펑 찍어 경기부양하고 개도국들 사다리 걷어차면서 grephene으로 궤도 엘리베이터도 만들고, 외계인 살해하고 UFO 뜯어내서 야금야금 배운 기술로 나노테크 물질 컴파일러도 만들고 달에도 가고 화성에도 가고 얼른 링 월드도 만들고 다이슨 스피어도 만들고 eon ship의 양자 컴퓨터에 가속된 의식들의 공동체를 담아 이 시골스러운 은하 변두리를 좀 벗어나 보자. 감질나 죽겠다(그렇지만 외계인이 나타나 인류를 uplifting 해주는 건 김 새고 입맛에 안 맞는다).

구글 별지도
이건 요즘 밤거리를 걷다가 가끔 휴대폰으로 띄워보는 구글 별지도. 꽤 좋다. 아이에게 가스지성체가 우글거리는 목성이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었다. 집 근처는 광공해가 심해 망원경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가끔 쌍안경으로 자원 채취용 SCV가 오락가락하는 보름달이나 보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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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을 다 찍었네? 술 마시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와 함께 잠 들었다. 소위, 절전 모드. 아내 말로는 내가 술에 취해 심씨에게 (평소처럼) 허튼 소리를 늘어놓았단다.

며칠 후, 오픈을 하루이틀 앞둔 인도 식당에서 까졸과 샤룩 칸이 오랫만에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를 보며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쿠치 쿠치 호타 헤를 같이 흥얼거리며 늘 먹던 그런 것(알루 고비 커리, 치킨 커리, 달, 난과 갈릭 난, 탄도리 치킨)을 먹었다. 요리사를 파하르 간즈에서 데려왔단다. 주인장이 우리 집에 술 마시러 온 적이 있는데 솔직히 기억이 안 난다.  아마 맨날 사람들 불러다가 집에서 파티할 때 였던 것 같다. 아아... 그러고보니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사람들 불러놓고 옥상에서 우산 쓰고 숯불 갈비를 구워먹은 적도 있었다. -_-

세계 등 축제
밥 먹고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청계천에서 하는 세계등축제에 가서 아이랑 놀았다. '세계'자 붙은 축제치고 빈약했다. 옆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애가 아이와 내가 노는 꼴을 무척 부럽다는 듯이 힐끗힐끗 쳐다봤다. 결혼하고 싶겠지, 애 낳아 오손도손 살고 싶겠지, 인파로 북적이는 이런데 와서 가족이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겠지, 굶주리는 사람도 많은데 화성 계획은 돈 낭비가 아닐까? 생각하겠지, 소원을 적은 등불을 띄우고 있던 옆 남자 친구는 믿을만할까? 생각하겠지. 하고 싶은 대로 하시길. 책/영화 제목처럼 지구 위 미답지를 걸으며 eat pray love. 그런데 애 낳고 키워서 이런데 놀러와 히히덕 거리는게 뭐가 부럽지?

흠... 얼마 전에 GPSr의 트랙로그를 정리해 보니 지난 892일 동안 자전거 출퇴근을 포함해 106번의 자전거 주행 또는 짧은 여행을 했다. 자료만 보면 평균 8.4일에 한 번은 돌아다닌 셈인데, GPSr로 안 찍은 것들까지 감안하면 참 많이 돌아다닌 것 같다. 아이를 업고 북한산에 오르락 내리락 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 애 키우면 인생 쫑난다고 생각한 것도 엊그제 같다. 결혼을 왜 하냐고 빈정거리던 때가 엊그제 일 같다. 그 동안 아내 인생은 영 시원찮았다. 한국과 같은 저개발국가에서 육아는 리스크가 참 큰 망할 벤쳐 비즈니스다(하지만 번식 성공율은 높았다).

엊그제가 잘 기억 안나서 그런데, 어렸을 적에 '순간을 살라'는 말을 듣고 삶을 미분 하자는 말인가 궁금했다. 그래서 카르마는 적분처럼 쌓이고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하루 하루 벌어지는 사건 사고는 파동 함수의 끝없는 붕괴가 되고?

진중권은 호모 코레아니쿠스에서 문자문화를 통해 이성적 마인드셋을 갖춘 서양과 달리 한국 같은 저개발국가에서는 끈끈한 유대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합리성과 개인주의 및 개인간 거리를 숭상(?)한다고 믿어지는 서양인들 대개는 나를 막론하고 온갖 사람들에게 집적거리거나 싫어하거나 하여튼 무슨 감정을 가지느라 바빴다. 집적거리는 한국인들 만큼이나 그들을 멀리 했다. 사람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집적거린다. 그래서 人間이란다. 인간은 서로 집적거리는 걸 무척 즐긴다. 그놈에 합리성과 개인주의와 전혀 상관없이 혼자 있다 보면 서양이고 동양이고 간에 뭐라도 집적거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 같다.

'3 idiots'를 보고 난 후, 나도 가끔 가을을 타거나 의기소침할 때(그럴땐 가을이 왜 이렇게 춥냐고 화가 나지 의기소침해지지 않는 것 같지만) 스스로를 위로할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자신을 위해 이런 걸 만들었다고 말했다 '나는 무슨 일을 하건 실패하고 못 생기고 재산도 없고 아내와 딸애는 나 없이도 잘 산다. 따라서 (잃을 것이 없으니) 화성에 가서 눈알이 튀어 나와 죽건, 무슨 시도건 두려워할 것도 없다' 굉장한 실존적 부조리가 느껴지는 이런 취지의 말을 박씨에게 끼얹으며 집적거렸더니, 나를 위로해 줄 생각은 안 하고 그건 인류 중 무려 45억에 대한 더러운 경멸과 모독이자,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올바르지 않다고 대꾸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 중 45억은 가진게 없고 매번 실패하는 병신들이며 45억이나 되는 사람들이 존재론적 회의와 수치심 때문에 자신의 환경과 삶을 개선하고 인류를 위한 최선의 길을 찾으려 노력하고 행동하지 않을 뿐더러,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밥벌레들이기도 했다. 오...!! 정치적으로 올바르면서 신선한데? 놀라서 박씨에게 내가 방금 당신 말을 맞게 컴파일 했냐고 확인하자 그렇게 바보같은 논리로 따지다보면 밑도 끝도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그러길래 내가 농담한 걸로 댁이 농담을 하면 나도 농담을 한다니깐...

그래서 그 다음에는 박씨에게 '잉여'에 관해 말한 것 같다. 술 마시고 절전 상태라 뭔가 또 허튼 소리를  한 것 같은데 아까 사진에 나온 자세로 딱 필름이 끊겨 잘 기억나지 않았다. 잉여와 인연과 45억의 밥벌레 사이에 대체 무슨 관계가 있어서 떠들었을까? 나도 그 점이 몹시 궁금한데, 내면의 꿍한 외침을 제대로 되새겨보고 앞으로는 입 닫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술을 줄여야겠다.

Big Bang Theory S04E07
Big Bang Theory S04E07. 'To the metric system!' (미터법을 위해 건배). 왠일로 쉘던이 이런 귀여운 짓을 하나 싶다. 하지만 타이슨에게(찬조 출연한 물리학자로, 한국에 '타이슨이 연주하는 우주 교향곡'이란 저서로 소개된 적 있음) 명왕성 퇴출의 책임을 물었을 땐 평소의 또라이 기크로 돌아왔다. 명왕성이 왜 행성이냐?

Modern Family S02E07
Modern Family S02E07. 에피소드와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딸 애가 얼마 전에 거리 캐스팅을 당한 적이 있었다. 연락이 왔고 마누라가 만약 딸 애를 미디어에 노출시켰다면 내가 아마 발광했을 것 같다. 다행히 아내가 잘 처리했다. 어쩌면 내가 아이에게 편협하고 어두운 미래상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딸 잘 키워서 화성 이주민으로 보내고 싶지만 얘도 자라서 평범한 지구인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싶어할 지도 모른다.

Black Thunder
Black Thunder. 수식으로 이름을 적은 특이한 타이포가 인상적.

Black Thunder
Black Thunder. 러시아판 SF 영웅물? 나노메틱 엔진을 단 볼가 자동차가 하늘을 누비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 모스크바를 한방에 날려 버리려는 악당의 음모를 저지한다. 마블 코믹스 같다.

Magadheera
Magadheera. 기본적인 인간 감정만으로 인디아인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맛살라 영화 보고 지금까지 딱히 실망한 적이 없다.

Magadheera
2시간 40분 짜리 영화인데 화면에 '10분 쉬고 400년 전으로 돌아갑시다' 라고 적혀 있다.   남인도 영화는 (북인도 영화에 비해 인기가 없는 탓인지 몇 편 보지 못했지만 주어진 경험만으로 지극히 어설프게 일반화하자면) 징후와 예언으로 가득찬 심각한(?) 영웅 서사물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인디아의 신/고 문화가 보통 뒤죽박죽 섞여 나타나기도 했다 -- 소재나 주재가 인민영웅, 힌두이즘, 윤회, 계급 갈등, 거기에 덧붙여 예언의 실현, 윤리관의 충돌, 선악의 대결, 충성과 신의 등, 이를테면 문자문화와 다른 구술문화에서(생산성이 무지 떨어지고 가족과 혈맹이 그래서 중요했던 봉건사회에서) 중시하는 가치관이 자주 반복되었다. 마치 고대 유럽의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닭대가리 기사들처럼 합리성 보다는 뜨거운 열정과 무대포스런 용맹과 기타 잡것들이 주성분을 이루는데, 그 때문에 스케일이 크고 선이 굵고 피비린내 나게 재밌어서 아무 생각없이 주말에 늘어져 보는 오락용으로 딱이다.

Magadheera
물론, 인도영화에 등장하는 주연 여배우는 대부분 '여신'급이다. 흡사 결혼식 들러리처럼 그 주변은 한 떼의 오크로 가득 채워 여신의 아우라를 도드라지게 했다. 그러고보니 데브다스의 그 보석들에 완전히 넋을 잃었던 작자가 기억났다. 사실 그 보석들이 영화용 짝퉁 소품인 줄 알았다. 저것도 진짜일까? 인도인들이 중국인들처럼 금붙이를 무척 좋아하긴 하는데...

Magadheera
춤추고 노래하고... 환타지물인데 남인도에 유우니의 소금사막 같은 저런 지역이 있었나? 설마 미처 못 보고 지나갔나 싶어 구글링을 해봤다. 인도의 몇몇 도시는 영화에 나오는 CG와 도저히 구분이 안 간다. 자연환경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The Other Guy
The Other Guys.  보는 내내 어정쩡하게 웃기는 이 코메디 영화의 감독이 누군지 찾아봤다. 마이클 키튼은 뭐하러 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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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도 죽는다

잡기 2010. 4. 11. 23:50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6&art_id=201003241910291 -- '그대들도 죽는다' 어떤 장례식사. 웃자고 하는 얘긴데 죽자고 달려들진 않겠지?

환율이 1100 가까이 접근하면 외국인 매수세는 사라질 것이고 그때 쯤엔 펀드를 뺄 생각도 했다. 임박한 위안화 절상, 달러 강세, 원화 동반 강세, 부동산 버블론 등 별별 얘기가 다 돌아 솔직히 요즘은 뭘 어떻게 해야할 지 통 방향을 못 잡겠다. 이럴 땐 복지부동?

4/4 애가 아파서 어디 놀러가지 못하고 자전거 몰고 안산에 갔다 올 생각으로 혼자 나왔다. N5800에 설치한 스포츠 트래커의 버전이 낮아 중간에 찍은 사진들이 스포츠트래커 사이트에 함께 올라가지 않았다. 업그레이드. 설정이 눈에 익어 프로그램을 어떻게 잘 사용할 수 있는지 알겠다. 1. 출발할 때 프로그램을 켜고, 2. 가끔 가다 Lap 찍고 3. 사진도 좀 찍다가 4. 돌아와서 업로드한다. 이 절차가 워낙 바보같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해서 스포츠 트래커는 노키아 휴대폰의 킬러앱이 되었다. 이 정도가 아이폰과 경쟁할 정도라면 우스운가? 아이폰 OS 4.0 이전 버전은 이게 안 된다: 블투 헤드셋으로 음악 들으며 gps 백그라운드로 깔고 여행중에 사진 찍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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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해 보니 안산 시화호 습지 공원이 있다. 의도하고 여길 온 것은 아니다. 습지를 따라 이런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전국의 거의 모든 지자체가 강변 산책로/자전거 도로 만들기에 혈안이 된 것 같아 흐뭇하다. 수원시 역시 수원천 복개공사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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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라고 기억나는 것은 환경 오염, 죽은 새떼와 썩은 물, 망할 교훈 뿐이다. 담수호 만들려다가 결국 제방을 포기하고 해수호로 만들었다 정도? 산책로에서 썩은 내는 나지 않았다. 의외로... 좋다.

안산 습지 공원
안산 습지 공원. 무료. 갈대를 잘랐다. 자전거 끌고 들어갈 수 없단다. 개와 고양이도 안되고. 대략 이 위치면... 저 산 너머 쯤에 공룡알 화석지가 있을 것이다. 이거 잘만하면 '관광 클러스터'가 될 수도 있겠는데? 안산시장 선거 때 혹시 이슈가 되지는 않을까?

안산 습지 공원
안 자른 갈대. 담수호를 포기하고 해수 유입을 허용한 다음에도 오염이 차도를 보이지 않자 조력 발전소를 지어 물의 유입/유출을 늘렸다. 시화호 방조제를 만들 당시에도 건설업자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공사를 했다. 그후 새만금, 청계천, 4대강 사업 등 역사적인 프로젝트가 줄줄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환경단체의 별 생각없어 보이는 헛소리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다. 신심은 바른데 내용이 엿 같아서 환경 교회에 안 간다.

안산 습지 공원
습지공원의 갈대밭은 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흡사 콩팥처럼 생긴 이 습지의 정화능력이 제 기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지만(선거를 앞두고 눈가리고 아웅하려고 만든 것처럼 느껴지는 고작 0.75km^2 갈대밭 따위가? more! more!) 이런 노력에 괜히 초를 칠 마음이 없다.  

안산 습지 공원
찍어놓고 보니 어쩐지 동남아 분위기가 풍긴다. 메콩강 하류, 쪽배에 의지해 근근히 먹고사는 베트남 남부의 거대 삼각주 어딘가에서 찍었다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안산 시내에 베트남 쌀국수 집이 있다던데 거기나 갔다올껄 그랬다.

안산 습지 공원
조류 관찰대. '노래하는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휴대폰 카메라가 잘 찍히나 테스트.

안산 습지 공원
맑은 날은 그나마 잘 찍힌다고 했는데 이건 좀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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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이렇게 사진 찍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 나이 들수록 편한 대로 하게 된다. 집에서 머리를 깎던 미용실에 보내던 아이 머리는 마누라의 컨셉인 '정비가 편한 단발'이다. 안 그래도 애가 안 똑똑한데 영구 머리에 꽃 들고 헤헤거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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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아이 데리고 버블매직쇼 보고 산길을 돌아다니다가 집 근처의, 언제나 별로 특색 없는 그림들이 전시되곤 하는 미술관에 갔다.  운영비는 시 재정으로 충당하고 관람료는 늘 무료이고 지역 아마추어들에게 저렴하게 대관해 주는 것일까? 그렇다면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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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미술관, 도서관, 화성, 광교산 등이 아이와 주로 가는 나들이 코스가 되었다. 봄이 오면 물향기 수목원에 가고 여름 문턱에 융건릉에 가고 여름에는 안양천에 가야겠다.

아이와 돌아다니는 휴일과 별개로, 첫번째 자전거 소풍은 광교산(30km), 두번째는 안산 시화호 습지공원(60km), 그리고 4월 10일 세 번째로 간 곳은 경기도 화성 일주 코스(90km)가 되었다.

가는 길에 지나가는 비를 맞았다. 블루투스 헤드셋을 끼고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블루투스 덕택에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핸즈프리 전화 통화도 했다. SportsTracker + Bluetooth + MP3 Play 를 동시에 돌리면서 사진 30장, 1분 짜리 동영상 3개 정도 찍으면 배터리 만충 상태에서 계산상 약 5시간 정도 사용 가능하다. 노키아 N5800은 쓰면 쓸수록 정이 가는 휴대폰이다.

그래도 예전처럼 GPSr을 자전거에 설치해 사용한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아웃도어에서 떨어지면 깨지고, 하다 못해 지나가는 비에 잠시 노출되는 정도로 맞이 갈 수 있는 휴대폰 따위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안산이나 화성이나 초행이다. GPSr에서는 터닝 포인트가 나타날 때면 방향 지시를 해 준다. Garmin Mobile XT를 사용하면 블투로 음악듣는 와중에 방향 지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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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봄이 온다. GPS 지도에는 화성호로 표시되어 있지만 언제인지 간척지를 일구어 놓았다. 집에 돌아가면 OSM 지도에서 해안선을 방조제 저 편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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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부터 작년에 울며 겨자먹기로 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강력한 디스크 브레이크에 아직 적응이 잘 안되어 브레이크 감이 없어 레버를 당길 때면 꼬리 밟힌 고양이 비명 같은 소리가 난다. 수원 외곽에서 화성 까지 가는 길은 비참할 정도로  재미가 없었지만 화성 외곽의 똥 냄새 나는 논밭 사이로 난 농로를 지날 때는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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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잡히지 않은 연쇄살인마와 그 때문에 오랜 기간 저평가되어 왔던 부동산 정도 밖에 아는 것이 없는 도시. 꽤 넓은 지역에 걸친 큰 도시일 줄 알았던 화성 시가지가 생각보다 작았다.

용주사
용주사 입구. 화성 일주하고 돌아오는 길에 융건릉과 용주사가 보여 용주사부터 들렀다. 정조 임금이 사도세자를 기리기 위해 중수해 원찰로 삼은 절. 안 그래도 언젠가 한 번 관광 와야지 생각했는데 우연찮게 기회가 생겼다.

용주사 홍살문
용주사 입구. 임금이 들락거리는 곳이라서인지 홍살문이 있다. 떼관광객이 우루루 몰려다니는 관광지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고즈넉하니 분위기가 좋다.

용주사
회랑이 있어 사진을 찍었지만 사진이 깨졌다. 그러고보니 이 날 찍은 관광 사진 대부분이 깨졌다.  

용주사 대웅전
대웅전. 정조가 용꿈을 꾸고 중수한 절이라서 현판 옆에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이란다. 처마에 여의주 물고 있는 용이 있는 대웅전은 내 경험에 비춰볼 때 꽤 많았다. 이 용은 좀 웃기게 생겼다. 현판은 정조가 직접 썼고 탱화가 볼만했지만 사진이 다 깨져서 이것 하나만 건졌다.

융건릉
용주사를 나와 융건릉으로 향했다. 철쭉이 피었다. 울창한 상수리 나무 숲과 소나무 숲이 몹시 마음에 들어 여름에 방문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의 풀밭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겠다고 마음먹었다. 별로 시간이 없어 산책로 중 짧은 코스를 택해 빠른 걸음으로 융릉과 건릉을 돌아봤다. 약 30분 정도 걸렸다.


융건릉 산책로.

14만원 짜리 상당히 비싼 LED 스탠드(LS-LED-100)를 사서 2주쯤 사용했다. 다른 LED 스탠드와 달리 확산판을 달아 LED 특유의 쏘는듯한 광원(직사면만 밝게 빛나고 그외의 영역과 칼 자르듯이 경계면이 남는다)과 달리 부드럽게 비춘다. 색온도를 다르게 한 3개의 모드가 있고 각 모드 별로 LED 밝기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색온도와 밝기 조절이라... 관심없는 기능.

조도가 낮은게 눈에 띄는 단점이다. 마음대로 회전시킬 수 없다는 것이 두번째 단점이다 -- 좁은 책상에서 책과 공책 정도만 꺼내놓고 이미 천정에 형광등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켜 놓고 공부할 때나 쓸 수 있는 종류의 스탠드다. 총평: 별로다.

수명과 전력 소비량 때문에 값비싼 LED 스탠드를 샀다. 이전까지 사용하던 스탠드는 보통 20~50W 짜리 전구를 사용하는데, 전구에 따라 다르지만 일 평균 6시간으로 3~6개월 정도 사용하면 조도가 현저하게 떨어져 지난 6년 동안 전구를 12 번 가량 갈았다. 그 금액이면 수명이 60000~100000 시간 가량 되는 14만원 짜리 저전력 LED 스탠드를 살 수 있다. 예상수명 27년, 조도가 2/3로 떨어지는 지점을 8년으로 잡아도 LED 스탠드 쪽이 저렴한 편이니까.  2W 짜리 LED 6개를 직렬로 달고 확산판을 단 다음 케이스를 자작하는 걸로 어림잡아 견적을 내보니 못해도 10여만원 가량 나왔다. 그냥 샀다.

이참에, 아내를 위한 가전 제품을 값싸고 제대로 사는 요령:

1. 24시간 가동하는 냉장고, 김치 냉장고, 때로는 TV 따위는 딴전 피울 것 없이 무조건 소비전력을 보고 사야 한다(그 덕에 170리터 짜리 냉장고를 작년에 사고도 100리터가 안되는 조그만 냉장고를 사용할 때와 같은 전기세를 냈다). 냉장고는 한 번 구입하면 10~30년을 사용한다. 10kWH 차이로 10년 동안 100만원 더 냈다면 그 반에 해당하는 금액인 50만원 더 주고라도 전력소비량이 적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계산이 복잡하니 계산은 생략). 카테고리에 벗어나지만 워낙 중요한 항목이라 1순위로 전력소모를 꼽았다.

2. 현 시점에서 약 6개월~1년 전 제품을 구입. 소비자 구매성향이나 패턴 때문에 속칭 백색가전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딱 그 정도라 6~12개월 지난 제품군은 떨이, 묶음 판매되는 것들이 많아 가격이 저렴하다. 5항 참조.

3. 가전제품에 따라 가장 중요한 기능이 무엇인지를 일단 알아야 구매 포인트를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치냉장고의 성능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온도 안정성과 온도 정밀도다(약간 뜬금없지만 김치 냉장고에 와인, 맥주 넣어 냉각했다가 마셔본 사람들은 이게 뭔 소린지 대번에 이해할 듯) 또는 가스레인지 구입에서 핵심은 화구에서 연소되는 열량이다 . 그 열량이 음식의 품질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4. 사용 목적과 부합되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백색 가전에서 아줌마들 사이에 가장 말이 많은 제품이 세탁기다., 드럼 세탁기와 일반 세탁기 사이의 성능 경쟁은 별 의미가 없지만 5인 가족 빨래를 드럼 세탁기로 하는 건 좀 바보짓 같다. 아이가 생긴 아빠들은 대부분 DSLR을 사려고 마음 먹는데, 애들 사진 찍기 쉽지 않으니 안되는 디카로 괜한 삽질하지 말고 보통은 캠코더를 사라고 추천한다. 또는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음식점 리뷰를 올리려는데 DSLR이 부담스럽다면 소위 '렌즈가 밝은 ' 똑딱이가 우선 순위에 올라가야  하는 것처럼 사용 목적과 부합하는 제품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5. 계절가전 -- 옷과 마찬가지. 쌀 때가 있고 비쌀 때가 있다. 미리 준비하면 꽤 큰 금액을 절약할 수 있다. 혼수철 떨이, 이사철/개학철 떨이, 에어콘, 전기장판 등 비수기 재고 땡처리 등등. 2항 참조.

6. 스펙과 피쳐 -- 잘 모르는 제품군을 살 때는 최고가의 최고 스펙을 착실하고 철저하게 연구한 다음(비싼 것들은 비싼 이유가 있기에) 스스로가 만족하는 수준에서 가격 대 성능 또는 가격 대 스펙을 정한다. 4항의 '사용목적과 부함되는 제품을 고른다'와 겹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TV의 PIP는 평상시에는 대체로 쓸데 없는 기능이지만(목적이 광고 스킵하고 본방 보기 위해 PIP에 멍하니 화면 띄워두는 것이라면 채널 예약과 기능 면에서 겹친다) 그 기능이 있고 없고에 따라 제품 단가가 1-2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면 있는게 낫다.

7. 밸런싱과 트레이드 오프: 1항, 3항, 6항은 주부들에게 무리일 수도 있겠다. 한국의 백색 가전 시장은 얼마나 황당한지 가장 기초적인 소비전력량, 디멘젼(제품의 가로세로폭) 따위를 제대로 적어놓지 않은 곳도 많다. 하이마트 매장 판매원은 그런 거 모른다. 구매층의 다수는 명성과 TV 광고와 평판과 A/S을 잣대 삼아 제품을 구입하지 1, 3, 6항 같은 머리에 쥐나는 연구 활동(?)을 즐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 소비자를 상대하니 백색 가전 시장이 그 모양이다. IT 제품군은 줄 하나 잘못 그었다고 블로그에 지랄해대는 오타쿠스럽고 젋고 깐깐한 소비자들 덕에 스펙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1,3,6항이 안되면 기능과 사용 목적과 피쳐를 합친 매트릭스를 작성하고 각 항목마다 가중치를 주어 제품 평가에 관한 점수를 메기고 가장 높은 점수를 갖거나 가장 밸런스가 잘 맞는 제품을 가려내는 과정은 무의미하다.

8. 유지보수(또는, A/S)는 과연 얼마나 중요한가? 요점만 알면 된다. 어떤 기계이건 대부분의 오류는 초기와 말기에 집중된다 -- 뽑기 운이 좋아 처음에 고장이 안 나면 부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고장날 확률이 매우 작거나 거의 없다는 뜻이다.

단품에 소모품이 없을 경우에 한해, 자연적인 고장에 따른 A/S 발생 건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적어 덜 중요할 수 있다. TV, 냉장고 따위가 소모품과 악세사리가 없으며 한 번 거치된 후 옮기거나 작동 불량을 야기할 수 있는 조작이 가해지지 않는, 딱 그런 경우다.

다른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진공 청소기를 2005년 구입해서 잘 사용하다가 2010년 1월 탈착식 헤드가 부러져 새로 구입해야 할 때 그 부속품이 제조사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높을까? 대기업에서 어떤 시기에 주력으로 삼고 생산한 제품군의 부품과 악세사리는 장기간 동안 재고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소업체는  그때까지 살아있어 전화를 받아주면 그나마 다행이다. 불안해서 중소업체의 가전제품을 믿고 쓰겠나?

이런 예도 있다: 집에 있는 TV는 10여년 전에 구매한 중소업체의 브라운관 TV인데, 회사가 없어져 고장나면 수리 맡길 데가 없다. 그런데 비슷하게,  LG에서 10여년 전에 구입 당시 24만원을 주고 산 TV가 고장이 나서 수리 비용이 9만 5천원이 나온다면 과연 TV를 수리해서 쓸까?

 장기간 A/S 가능하고 재고를 보유할 수 있는 대기업이 좋아 보이지만, 단품 제품의 라이프사이클로 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설령 재수가 없어 구입한 제품이 사자마자 고장나서 수리와 교환을 수 차례 반복하며 갖은 고초를 겪더라도 수십만 대가 팔려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의 초기 불량율이 구매결정에 영향을 끼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참고로, 가전 제품 사는 요령이 컴퓨터 구입과 거의 비슷하지만 다른 점 하나가 있다. 컴퓨터 부속은 설계연한 이전에 사용 연한이 다한다. 컴퓨터 부속은 보통 2년 정도의 수명을 지녔다고 보는게 편하다. HDD는 보통 2년 이상이 되면 에러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나머지 부속들은 기술 발전의 속도 때문에 단종되어 시대에 뒤쳐진다. 이를테면 2년 전까지만 해도 SSD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멋지고 비싼 명품을 구매하던가, 가격 대 성능비에 집착하던가. 명품 살 돈 없으면 머리 굴리란 말인데, 머리 굴리기 귀찮을 때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중소업체의 제품이 스펙상 동일하거나 더 우수해도 LG 제품을 택했던/택하지 않았던 다수는 LG 제품을 추천하고 자기도 LG 제품을 구입한다.

Freedom
Freedom. 컵라면 선전이 무척 자주 나왔다. 과연 지구에 얼마나 큰 위성체가 떨어져야 지구가 폭삭 망할까? 그런데 컵라면 광고하려고 이런 7편짜리 애니를 만들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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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dom. 지구는 무사합니다! 스포라서 줄거리를 말할 수 없지만 지구에서 날아온 메시지를 보고, 로켓 날리기가 컬트가 되버린 지구로 내려간 두 명의 정신나간 젊은이들의 모험담.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설정이 SF로 보나 극화로 보나 엉망이지만 로켓이 오락가락 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The 40 Year Old Virgin.
The 40 Year Old Virgin. 마이클 스캇 사장님이 오타쿠로 등장. 아끼는 액션 피규어를 팔려니 가슴이 찢어진다는 거 이해한다. The Office의 인도 아가씨도 출연.

The 40 Year Old Virgin.
The 40 Year Old Virgin. 왼쪽 친구는 맨날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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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김치전쟁. 자염 만들기. 동치미, 물김치 따위를 배추김치보다 좋아했다.

Heroes
Heroes.왼쪽부터, 인디아인같지 않은 인디아인, 일본인같지 않은 일본인, 일본인 행세를 하는 한국인. 끝날 때가 다 되었는지 낚시질이 예전보다 줄었다.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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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포르마

잡기 2009. 9. 9. 18:52
경제 살린다고 하면 경제가 죽고
서민 살린다고 하면 서민이 죽고
4대 강 살린다 했으니 자연도 조져 놓겟네
2개의 알려진 사실로부터 3번째를 유추? 흥미로운 논리는 아니지만... 어째서 노무현과 김대중이 죽은걸까. '김대중 전대통령은 홧병으로 죽은 거야' 라고 아내에게 말하니 이명박이 전직 대통령 셋을 잡을 관상이란 말을 친구에게 들었단다. 노태우가 있었구나. 논리로선 해소할 수 없는 불가해가 일상적인 세상이 아니라서 나만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8/8 마지막으로 북한산에 올랐다. 화창한 날씨, 넓은 시야, 기온은 33.6도. 너무 더워서 금새 지쳐버렸다.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더웠다. 그래서 백운대 까지 가는 것은 포기하고 산을 내려와서 시원한 콩국수를 먹고 푹 쉬었다. 북한산과의 작별인사가 그랬다.

세상의 의견이 다 존중받아야 한다는 헛소리를 존중해줄 생각이 없다. 똘레랑스가 바보스러워 보이지 않으려면 이해 관계의 본질을 파악해야 하고 다만이라도 주장의 합리적 수미일관성은 유지되어야 한다. 30년을 지켜온 어리석고 밑도 끝도 없는 똥고집을 삶의 방식이나 철학이라고 여길게 아니라. 개나 소나 맘대로 떠들어대는 것을  인정하겠다는 것도 똘레랑스로 여길 수 있을까? 그저 안면 있는 이웃으로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를 원칙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과 생활은 격이 다르고 상식은 좌우이념과 상관없다. 경우에 따라 내가 늘어놓는 고사원칙이 과부 사정 몰라주는 화냥년의 헛소리처럼 들리리라 수긍하기에 설령 내가 타인을 설득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극히 적은 몇몇 사람들은 그저 달관하지 못한 안타까움과 섭섭함이 남은 내 유창한 달변을 들었다.

수 년 동안 교통은 불편하지만 공기 좋은 곳에서 살아서 좋았다. 그곳에서 산 것이 내 의사는 아니었다. 여행 갔다 돌아오니 집이 움직였다. '내 의사가 아니었다'라....  불가에 '수처작주 입처개진'이란 말이 있다 -- 입 다물면 아름다워진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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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했다. 4대문을 한 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는 속설이 있다. 집값이 비싸서겠지. 서울을 벗어나는데 미련이 없다. 서울에 홀홀단신으로 들어왔고 나갈 때는 처자식을 전리품처럼 챙겼다. 흡사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트로피 와이프를 얻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군. 전혀...

결혼 전에는 무일푼이었고 결혼 당시 재산은 월세방과 천만원 가량의 예금이 전부였다. 아내나 나나 검소한 생활에 익숙하고 애당초 돈 벌 팔자는 못 되어, 아내나 딸아이를 호강시켜주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다만 눈치는 있어서 아내가 집이 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알았다. 그간 집 살 기회를 두 번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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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작고 낡은 집의 내장을 뜯어 고치는 일을 주관했다. 비용도 본인이 조달했다. 공사하느라 닷새 중 사흘 동안 자전거 여행 갔다. 사고가 나서 울며 겨자먹기로 돌아왔다. 여행을 하다만 것이라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집을 공동명의로 해 달라고 아내가 요청했지만 무시했다. 비유가 적합하지 않으나 어떤 사람은 여자들에게 핵탄두 ICBM의 발사 스위치를 맡기는게 세계의 안전을 도모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여자들의 변덕과 다정함이 세상사가 복잡해진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아내가 공동명의 운운하는 것은 만일을 대비한 것이렸다. 나름대로 머리 굴린다고 하지만 여자들이 각자의 생존을 위해 힘을 기울여야 할 (훌륭한) 스캠은 한설희의 마술처럼 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남자들의 지각과 감각의 사각에서 호수가 흐르듯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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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정리는 먼 훗날로 미루고 주말에 집 근처의 화성행궁으로 놀러갔다. 대장금을 여기서 찍은 모양. 만한전석의 기원 때문에 대장금이 중국에서 다소 웃음꺼리가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정조 시절에 만한전석이 있었을까? 대장금을 본 적이 없다. 하여튼 대장금 탓인지 일본인/중국인 관광객이 많다. 수원 화성은 사도세자의 죽음을 기리고, 효의 실천을 핑계 심아 정조 치하의 태평성세를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것 같다. 나중에 조사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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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에 아이를 목마 태워 서장대에 올랐다. 아이가 가벼운 것인지 내가 돌쇠 체질인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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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대에서 국궁체험을 하는 시민들. 몽골식 활쏘기를 배운 어느 서양인 전승자는 17초에 10발을 쏘기도 하는데 화살을 쥐는 방법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아이가 '용 기차'를 타고 싶다고 해서 화성행궁에서 연무대로 향하는 행궁기차를 탔다. 도시 한복판에서 민폐를 끼치며 20분 동안 씩씩하게 달리는 훌륭한 관광열차다.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며 새 도시의 트랙로그를 만들고 OSM을 그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는데... 안타깝게도 GPS를 사무실에 놔두고 왔다. 이 도시에 애정을 갖게 될까? 도시가 영영 깨어나지 않은 생물로 남아, 가끔 뒤척이며 꿈 속에서나 변태하는 탓에 별로 공포스럽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지도. 남녀간의 애정과 마찬가지로 도시에 애정이 생기려면 첫인상과 첫인상을 지속시키는 교류의 끄나풀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의 거개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 도시에서 아직은 딱히 개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사한 후로 출퇴근 시간이 짧아져 책 읽을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다. 부러 시간을 내서 책 읽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인생의 여백을 활자로 채워고, 또, 책을 영혼이 이 생지옥에서 굶주리지 않기 위해 태우는 중국인의 지전처럼 활용했다. 그래서 책을 읽든 안 읽든 도서관에 일단 등록했다. 한 도서관에 가입하면 도시 내의 여덟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XSpeed Internet + LG IPTV 결합상품을 신청하고 이전의 LG070을 묶고 거기에 LGT 까지 결합했다. 패밀리형 2인 기본료 20% 할인 (가족간 음성통화료 50% 할인) xspeed 월 이용료 20% 할인. 인터넷 3개월 무료. 29만원 다음날 지급. 여기에 제휴카드 결제까지 덧붙이면 한달에 4-5000원 정도 통신비 절약이 가능해 보인다. 과정은 귀찮고 복잡했으며 성과(통신비 절약)가 예상보다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싱가폴처럼 알 라 카르테를 지원하지 않는 LG의 IPTV는 라이브도 그렇지만 VOD 컨텐츠 역시 초라했다. 이전 집에서 보던 디지털 케이블의  VOD에는 못 미쳤다. 특히나 아이가 즐기는 프로그램들이 적었다. 다만 좋아진 점이라면 PC의 공유 폴더에 접근해 영화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정도? 코덱에 제한이 있긴 하지만.

LG에서 제공하는 게이트웨이 + LGTV 단말기(뭐라고 부르더라?) + 070 무선 게이트웨이를 사용하는데, 070 무선 게이트웨이는 스위치 모드로 작동시켜야 무선랜 접속하는 노트북이 데스크탑과 동일 클래스 네트웍에 붙는다. 이게 귀찮아서 IP 공유기 + LGTV 단말기 형태로 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LGTV 단말기의 프로그램 정보 업데이트와 펌웨어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 어떤 프로토콜와 포트를 사용하는지 알게될 때까지는 그럴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 방법이 나올테고 그때까진 새 공유기 구입을 미뤄야 하나...

왕피천 트래킹 후 너덜너덜해진 낡은 신발을 대체할 새 신발을 샀다. 트렉스타 코브라 530. 사진과 달리 상당히 멋지다. 540을 포기하고 530을 산 것도 530이 good design 상을 받았기 때문이지 2만원 더 싸기 때문은 아니다. 수 개월을 잠복했는데 그동안 가격은 고작 5000원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경기 불황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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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화장실에 갔다가 한가하게 남의 집 불구경을 했다. 집에 나돌아 다니는 라이터를 모두 숨겼다. 아이가 언젠가는 라이터 불을 당겨 집을 태우며 환호작약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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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일하다가 고개를 돌리니 창밖으로 무지개가 보였다. 집을 구하느라 생활비 마저 다 떨어졌어도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지시로 알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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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anthropist  -- 처음 보는 단어. 자선가, 박애주의자란 뜻. 로또 당첨금 15억을 분산 투자해 얻은 수익을 잘 굴려(아마도 전지 산업과 인도네시아 투자에 역점을 둘 것이다) 내가 억만장자가 되고 나면 그 뒤 해야 할 일을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드라마. 좋다. 주인공도 멋지고, 음악도 좋고, 세계 여행도 하고. 마침 이런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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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니 다코의 2009년판인 샘 다코. 샘은 도니의 여동생. 여전히 세상을 구하기 위해 누군가가 희생되어야할 상황. 도니 다코 보다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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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n Notice. 점점 산으로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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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ying Gravity. 2화까지 봤다. 2060년 무렵 태양계 탐사를 배경으로 한 망할 휴먼 드라마가 될 것 같다. 70년대 무렵에나 국가영웅이었던 우주비행사가 2060년에도 여전히 꿈의 직업 운운하는 것이 놀랍다. 아무도 안가는 우주에 처음으로 간다는 의의는 예전에는 진화상의 이득(?)을 줬겠지만 지금은 글쎄다? SF 껍데기를 쓰고 있으니 보기야 보겠지만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뒤처진 우주개발의 기술적 진실 탓에 첫 인상이 별로.
 
Inhabited Island Fight. 러시아 액션 SF. 영화를 무슨 TV 드라마처럼 찍는건지 클로즈업이 좀 부담스러웠다.

CG는 이렇게 그림으로 때우기도. 하지만 '그림'은 되었다.

만화같은 줄거리에 꽃미남 주인공, 보기드문 '러시아제'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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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light. 십대에게 먹혀 들어갈 것 같은 영화. 우연찮게 몇몇 지명이 귀에 들어와 구글 맵스로 검색해 보니 실제 존재하는 장소들이었다. 인디언 신화도 진짜였다. 오...

5불 생활자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어떤 여행자가(여행자들이?) 잘난척한다고 비용 안 들이고 남미를 여행할 수 있다고 떵떵거리는 것을 참다못해 ㄷㅏ니님이(게스트 하우스 운영하는 재외교포?) 그들 글에 현지 사정을 설명하며 조목조목 반박하다가 순진한 여행자들이 한비야 같은 여행자의 허풍으로 가득한 책 따위를 읽고 굉장히 위험한 지역을 거리낌없이 돌아다니는 현실을 개탄하여 블로그를 비롯,  어떤 동호회에 남미여행의 위험성과 한비야를 비롯한 오지여행가들의 허풍에 관한 게시물을 올렸다.

반향이 상당했던 것 같다. 그래서 긴 댓글을 남겼다가 ㄷㅏ니님(이 분 필명으로 검색해 들어와 이 블로그에 귀찮은 트래픽이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해 이렇게 표기)의 글이 일으킨 플레임이 생각보다 커서 얼른 지웠다. 그 분의 글에 딱히 맞설 이유는 없지만 (여행지가 워험하다는 사실은 변치 않으니까) 각론에서 무리한 얘기가 몇몇 눈에 띄어 반론을 쓸까 하다가 한비야가 소속된 단체에서 그 분이 월드비전과 한비야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는 협박(?) 이후 플레임이 사그러 들었다.

공교롭게도 그 분과 같은 생각을 하는 재외동포를 여러 차례 만났다. 내가 만난 재외동포는 나같은 장기여행자를 한결같이 싫어했다. 타인이 날 싫어하거나 좋아한다고 기분이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타잎이라 비교적 건설적이고 격렬한 토론을 할 수 있었다(실은 할 일도 없고 심심하니까). 그래서 그렇게 반복되는 그들의 주장에 익숙한 반론이 있었고, 몇  번인가 반론을 적어야 한다는, 일종의 소명의식을 느꼈지만 매 번 잘 참았다. 앞으로 이걸 언급하지 말자는 생각만 토담처럼 다지고 또 다졌다.

이렇게 촉발된 파장은 월드비젼에 대한 도ㅇㅏ님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 '통전적 선교를 통해 모 지역 인구의 90%를 개종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통전적 선교가 더 확실한 선교라는 방증이죠.'

* '그냥 선교'를 하면 몇 %가 개종하더라, '통전적 선교'를 하면 90%가 개종하더라.
* 이 실험은 n차례 반복되었다/이 관찰은 n 차례 반복되었다.
* 그러므로 통전적 선교가 그냥 선교에 비해 더 확실한 마케팅 방식이다.

피실험 생태계의 특성과 문화인류학적 고찰을 덧붙여 타당성을 설득력 있고 실감나게 묘사했더라면 아름다웠겠지만.

그건 그렇고, 다ㄴㅣ님이 그렇게 욕을 퍼붓던 한비야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을 해라.

알아들었다. 내가 그렇게 살았는데, 올해는 이사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항상 두근두근해서 한비야를 부러워하거나 시기한 적이 없다. 그의 글이 재미가 없어 몇 권 읽은 것도 없었다. 비단 한비야 뿐만 아니라 남의 여행기나 내 여행기나 대부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았다. 신천지에 놀러갈 생각을 하면 두근거리는 것으로 보아 내 감수성은 선택적이다.

아내는 한비야의 글을 읽고 허파에 바람이 들어 위험하다는 곳을 겁없이 돌아다녔으며, 가려고 하는 나라 말도 모르고, 거지꼴로 구걸하듯 현지인의 친절과 그들이 주는 음료와 그들이 나눠주는 음식을 넙죽넙죽 잘 받아먹고 그들의 집에서 거리낌없이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다. 다ㄴㅣ님 주장에 따르면, 아내같은 정신나간 여행자들의 배후에는 그들을 선동한 한비야같은 개념없는 장기 여행자들이 있었다. 한비야 같은 이들이 얼빠진 레밍떼같은 여행자들을 위험한 곳으로 내몰면서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다ㄴㅣ님의 울부짖음이 귀에 선하다.

낄낄 웃으면서 말하건대, 나나 아내를 비롯한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처음 시작할 때 그랬다.  다ㄴㅣ님 글에 토다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언제 그의 게스트하우스에 가게 되면 술 한 잔 드리면서 얘기해야지 싶다. 거절하면 억지로라도 부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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