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10.31 there's world elsewhere 1

there's world elsewhere

잡기 2007. 10. 31. 19:37
400줄 짜리 간단한 File System Notification 클래스를 하나 만들어서 도와줬더니 그거 코드프로젝트나 코드 구루에 올려보는게 어떻냐고 한다. 올릴 수야 있지만 올리기 위해 들여야 하는 과정이 너무 귀찮아서 안했다. 구글 뒤져보면 있는데 뭣하러? 구글에 없단다. 구글 뒤져보니 쓸만한 것은 없었다.

운전면허 갱신. 새로 받은 운전면허증을 보니 1종 보통 면허를 1994년에 땄다. 두 번의 적성검사를 받았고 이전 것은 10년 무사고 때문에 말 많던 그린 면허증이었다. 적성검사는 간단한 시력 측정, 색맹 측정(보여요? 예. 끝), 앉았다 일어서기가 전부였다. 면허만 갱신하고 13년째 차를 안 몰고 있다. 뭐, 한국에는 저렴한 가격에 맘에 드는 모양을 가진 차가 없기도 했다. -_-

화창한 토요일에 자전거를 정비했다.
자전거 수리: Bottom Bracket 분리

패달과 크랭크 암을 분리하고 Bottom Bracket을 빼내어 정비했다. 이걸 빼고 깨끗이 닦은 다음 그리스칠을 해서 조립하는 비용으로 2년전 자전거 가게에 3만원을 줬다. 공구 가격이 6만 2천원이니까 이걸 두 번만 해도 공구 가격은 뽑는 셈.

자전거 수리: Freewheel 분리
프리휠도 분해했다. 분해 조립이 너무 쉬워 희희락락했다. 이렇게 해서(자전거 전체 분해 조립 후) 내린 결론은, 자전거 정비 중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부분이 앞 디레일러 조정이다. 어쩌면 자전거가 싸구려라 앞 디레일러의 유격 조절이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다 보면 짜증난다.

플라스틱 스프라켓 가드를 닦아 말리다가 바람에 날아가 옆집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2m가 넘는 담을 넘어 꺼내오면서 팔 다리에 생채기가 났다. 남의 집 담을 넘는 것은 참 오랫만인 듯.

스푹스 6화. 멋진 장면이 나온다. 두 스파이가 대면하면서 벌이는 의식. 이 드라마는 볼만한 드라마였던 것이다. 경찰을 짭새라 부르는 것처럼 스파이를 스푹스라고 부르는 것 같다. 국민 대다수가 술이나 퍼마시며 축구에 미쳐 지내는 후진국으로만 알고 있던 영국의 드라마 두 편이 연달아 볼만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를테면 점차 쓰레기 같아지는 히어로즈나 프리즌 브레이크에 비하면 말이다. 게다가 이들은 프로다. 친구는 도움이 안되고, 믿을건 오직 적밖에 없단 것을 안다. 스파이물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스파이의 교조적 정의를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예전 스파이가 habit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의 스파이는 hobbit을 가지고 있다. MI5의 구호가 Regnum defende(Defence of The Realm)였다. 개들이 자기 구역을 돌아다니면서 오줌을 싸는 것을 라틴어로 말하면 저렇게 되는 것 같다. 갖은 궁상은 다 떨지만, 비열하고 냉정하며 손속이 매서운 스파이를 가감없이 묘사한다. 종종 미국을 등장시켜 엿먹이며 영국인들끼리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서; Oh well, needs must.

키이쓰 E. 스타노비치 - 심리학의 오해  - 영문 제목이 How to think straight about psychology 6th Ed. 였던 것으로 기억.  그게 어쩌다 변명같아 보이는 한글판 제목을 달았을까.
 책 내용을 보면 그런 변명이 주저리주저리 언급된다. 훌륭한 저술이었고, 심리학에 관한 오해를 푸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다 읽고난 후 책 제목이 납득이 갔다.
흔히 영화나 연극에서 독서를 즐기는 사람은 책에 몰입하는 것이 세상과의 상호작용을 대신하는 것으로 보이며, 고독하고 다소 염세적이며 자기 몰입적인 성격으로 묘사된다. 그렇지만 이 연구는 이러한 고정관념이 신화에 불과하단느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독서를 즐기는 사람은 내성적이거나 사회적으로 버림받기는 커녕, 광범위한 사회적/문화적 활동을 보이며 적극적인 흠잡을 데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정반대로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은 많은 측면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통속적 신념의 검증 과정에서 나타난 한 조사 결과. 한국의 독자들이 자폐증 찌질이 같다고 생각해 왔는데, 놀랍다. 이런저런 블로그에 가면 몹시 거지같은 책에 관한 열성적인 호평이나 뭘 읽은건지 생각은 하면서 책은 읽는 건지 상관없이 되는대로 떠들어 대는 이유가 높은 외향성 때문일 줄이야...
닉커슨은 브로노프스키와 마찬가지로, "과학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모든 과학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해서가 아니라... 다른 과학자들이 견지하고 있는 가설이 틀렸음을 증명하려는 동기가 무척 높기 때문이다"라고 믿는다.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굴드나 에드워드 윌슨이 존경받는 이유는 시기심 많은 동료 과학자들의 무자비하고 파상적인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자신의 가설을 어떻게든 생존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날이 갈수록 자신감이 쌓여 뻔뻔해져 갔던 것이다.
플라세보 효과의 개념은 오즈의 마법사라는 영화에서 잘 예시되었다. 마법사가 실제로 깡통인간에게 심장을, 허수아비에게 두뇌를, 그리고 사자에게 용기를 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두 나아졌다고 느꼈던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가 메디컬 드라마적인 측면이 있었구나. 마누라가 두피 염증 치료를 위해 한의원에 가는 것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 보았다. 그 한의원은 탈모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 한의원에서 나눠준 책이 '모(毛)가 난 사람들, 모가 나지 않은 사람들' 뭐 그런 제목이었던 것 같다. 양방과 달리 한방의 거개 치료기술에 대해 신뢰가 안 생긴다. 치료 효과에 관한 통계 분석을 제대로 하는 것 같지 않아서다. 양방은 그런 면에서 검증할 수 있고, 재현가능한, 수치화된 자료를 제시한다. 하지만 '용한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더니 나았다' 자체를 부정하긴 힘들었다. 위약 효과는 실제로 25% 가량의 치료율을 보인다는 어떤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용한 한의원에서 믿을만한 한의사에게 몸을 맡기면 희망과 그 자신의 신념에 자연 치유력이 보태지는 셈이다.
생물학자 윌슨(E. O. Wilson, 1998)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지적하면서 처치랜드의 생각이 정확한 이유을 시사한다: "두뇌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계다. 이 두 목적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기 때문에 과학에서 얻어진 지식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마음이란 세상을 조그만 조각들로만 보게 된다. 마음은 세상에서 다음 날에도 살아남기 위해서 알아야만 하는 부분에다 조명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 심지어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보다 자동차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 그리고 이것이 바로 마음의 본질적인 설명은 경험적인 것이지 철학적이거나 종교적인 물음이 아닌 이유인 것이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 치고 윌슨이 언급되지 않은 글을 본 적이 없다. 처치랜드도 가끔씩 나오긴 하지만 윌슨만큼 엄청난 빈도는 아니었다. 훌륭한 문구다. 두뇌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존재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에드워드 윌슨이 훌륭한 과학자인 까닭은, 한밤중에 으슥한 골목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때려부수는 행동을 실현하는 십대 아이의 두뇌가 얼마나 생존에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 입증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역자주: 여기서 hard science란 전통적인 자연과학, 예컨대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을 지칭하는 것이며, soft science란 최근의 컴퓨터과학, 인지과학, 심리학 등을 지칭한다.
역자주: J. R. R. Tolkien은 하이틴 소설을 많이 쓴 문학교수이자 소설가다. 그가 쓴 몇 가지 소설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다. 예컨대 The Lord of the Rings는 마술반지라는 제목으로, The Hobbit는 꼬마 호비트의 모험이라는 제목으로 시중에 나와 있다.
컴퓨터과학이 soft science였었나? '마술반지'라는 하이틴 소설은 한국에서도 빅 히트를 기록했다. 이 책의 1판1쇄는 2003년 1월 10일에 나왔고 역자 서문을 2002년 말에 쓴 것 같다.

해피SF에 들어가보니 '쥬라기 공원'을 SF라고 하더라. 얼마전에 마이클 코디의 '신의 유전자'를 읽었는데 그것도 그럼 SF인 것 같다. 쥬라기 공원은 십몇년 전 한국에서 처음으로 SF 동호회가 결성되고 첫 정기모임을 가질 때 대화의 소재였던 것 같다. 그 얘기를 십몇 년 후에 다시 들으니, 쥬라기 공원이 SF인지 아닌지 별 관심이 안 가는 것과는 상관없이, 정말 감개무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