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08 09:53:45am에 이 홈페이지의 블로그가 80000번째 카운트 되었다. 예상보다 10일 정도 빠르다. 8천번, 1만번, 2만번도 아니고 8만번에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8자가 사람 인 자 모양을 닮았는데, 인간(사람과 사람 사이)은 공허하고, 공허하고, 공허하고, 공허하다 라고 해석한 것이 팔만이다. 이 블로그가 팔만 경구로 이루어진 팔만장경은 아니고, 이 홈페이지의 컨셉인 '인간관계 신경쓰지 않겠다'와 같다.
야... 웃긴다.
팔만번의 인간 관계가 이렇게 부질없다니.
실리콘 베어링 장착 후 주행테스트 목적으로 북악 스카이웨이를 관통하여 석계역을 거쳐 의정부로 가서, 송추계곡과 온릉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70km 짜리 주행을 해봤다. 대부분 오르막길이다. 그중 북악 스카이웨이 초입에서 팔각정까지 80m에서 280m까지 오르는 2km의 오르막 길이 압권이다.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어쩌면 베어링 탓일지도 모르겠다. 흡사 물살을 가르는 아웃트리거처럼 자전거가 부드럽게 진행한다. 평속이 1-2km쯤 늘어난 것도 같고.
의정부의 어느 뒷골목 중국집에서 2500원짜리 짜장면을 먹었다. 짜장면이 2500원 짜리가 있었던가?
주행 4시간 20분, 최속 48kmh, 평속 16kmh가 나왔다. 석계-의정부 자전거 도로 구간은 평속 28kmh를 유지했다. 뒷바퀴 베어링까지 갈면 아이스링크의 하키 퍽처럼 부드럽게 움직일 것만 같다.
지난 3년 동안 자전거로 돌아다닌 서울 근교의 대략적인 gps point. 서울 남동부를 제외하고 꽤 넓은 지역을 돌아다닌 셈이다.
Alastair Reynolds의 Century Rain을 대략 1주일 걸려 읽었다. 출퇴근 시간에 읽었으니 하루 3hrs씩 7d = 21hrs. 500p / 21hrs = 23 page/hr. 한글책은 대략 100 page/hr이니까 다섯배 느린 것 같은데, 1p당 글자 밀도는 영문소설이 한글에 비해 2.3배 정도 높은 편이니까, 실질적으로 영문소설 읽는 것은 한글소설에 비해 2~3배 정도 시간이 더 든다고 볼 수 있다.
센츄리 레인의 주인공은 Verity Auger, Floyd란 형사다. 레널즈가 쓰라는 하드SF는 안쓰고 탐정 소설 비슷한 걸 써 놨다. 그래서 Auger양은 유감스럽게도 A4 용지 두께 정도의 얄팍한 개성을 지니게 되었다 -- 종잇장처럼 평평한 개개 인물들의 개성 때문에 그들이 흡사 MMORPG의 MOB들 같아 보였다.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 스타게이트, 그렉 이건의 쿼런틴 + 다이슨구, 해밀턴식 외계문명, 나노테크널로지, 싱귤라리티, 마이 마인드 이즈 유어 마인드, 레리 니븐의 링월드,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속에나 등장할 것 같은 고루한 탐정 등등 이것 저것 하도 많이 섞은 '존슨탕'으로 배경 설정에 100p가 들었고 전개와 진행에 300p 이상을 소비하다가 마지막 100p는 우주활극으로 마무리 지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지구는 nanocaust로 쫄딱 망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날씨가 엉망이 되자 나노테크로 날씨를 어떻게 좀 해보려다가 지구를 거대한 나노 슬러지 덩어리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인류의 대부분이 멸종했고 일찌감치 우주로 나간 사람들중 일부는 지구권 궤도면에 Tanglewood란 흡사 니븐의 링월드처럼 생긴 곳에 주로 거주한다. 우주인은 두 부류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러다이트처럼 나노테크를 거부한 Thresher와 나노테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신체를 완전히 변화시킨 불사신에 가까운 Slasher가 있다. Slasher는 다시 두 부류로 나뉘어 쓰레셔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과 공생을 추구하는 moderator와 이왕 이렇게 된거(지구가 쫄딱 망한거) 갈데까지 가보자는 aggressor가 있다.
23세기 무렵 Thresher는 Slasher와의 화성 쟁탈전이 끝난 후 화성의 달에서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지구2(Earth 2)와 연결된 wormhole을 발견한다. 슬래셔는 이전부터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우주 여기저기 만들어놓은 웜홀에 관해 알고 있었지만 1949년 지구의 양자상태를 통째로 스냅샷으로 찍어놓은 지구2로 통하는 웜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몰랐던 것으로 추측된다(Thresher들 생각으로는). Thresher는 지구2를 탐사중이었는데 탐사원 white양이 지구2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하고 그것을 알리려다가 의문의 사고사를 당한다.
남편과 아이들을 팽개치고 전 세기의 지구 유물 탐사에 미쳐 지내던 고고학자 auger양은(사실 제대로만 묘사했다면 꽤 싸가지 없을 인간형이다) 탐사중 연구원이 사고로 죽은 후 별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지구2로 가서 학계에서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white양이 죽은 후 남긴 유품을 접수하러 간다.
레널즈는 첫 100p에서 이딴걸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슬래셔와 쓰래셔의 오래된 분쟁과 슬래셔의 기술적 진보를 현란하게 묘사했더라면 좀 더 높은 집중력을 가지고 볼 수도 있었지만, 별다른 역할 없이 그냥 이곳 저곳에 감초처럼 끼어 부댓자루처럼 끌려다니는 Floyd란 20세기 형사와 20세기 파리의 모습에 지나칠 정도의 애정(집착)을 보인다. 쓸데없는 대사와 불필요하게 장황하고 너저분한 얘기를 없애고 지구2의 정황을 사건과 끈적끈적하게 연결했더라면 꽤 재밌는 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서 죽도 밥도 아닌 소설이 되었다. SF의 여러 가젯을 늘어놓다가 수습이 안되니까 그의 장기인 우주 추격전으로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렇게 해서 그다지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aggressor들이 지구2를 뽀작내려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작가 스스로도 별볼일 없는 헛소리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key person인 나이아가라를 죽여버린다. 정말 성의 없다.
악평을 늘어 놓았지만 최근에 읽은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첫번째 번역작품과 비교해 보았을 때, 현저한 차이가 눈에 뜨인다. 심하게 말해 마일즈의 전쟁은 희박한 SF적 설정을 제거하면 무협지와 별반 차이가 없는 반면, 센츄리 레인은 설정 자체가 극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자 진행의 핵심이 된다. SF같기도 하고 SF가 아닌 것 같기도 한 것과 SF와의 차이가 그럴 것이다. 아쉬운 것은 누군가 레널즈 옆에서 '그렇게 써서는 안된다'고 코치라도 한 것인지(서사가 중요하다고 우기는 인문학 닭대가리 편집자겠지) 하드SF가 나올만하면 툭툭 끊어지고 서둘러 묘사를 마감해 버린다. 레널즈의 가장 큰 장점이 그렇게 사라졌다. ALS의 물리적 속성이나 실버웨어(나노머신), 웜홀 물리학, 정말 끝내주는 슬래셔 우주선 그런 것 하나만 가지고도 소설 써서 밥벌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센츄리 레인에는 그런 가젯들이 무려 수십 개가 쏟아져 나오고 레널즈 나름의 독특한 해석도 있다. 레널즈가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우려먹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오덕함으로 극소수에 불과한 하드SF팬으로부터 격찬을 받기 보다는 남들 다 읽는 소설을 쓰려고 한 것이다.
국내에서 (희망적으로 보았을 때) 5명 미만의 사람들이나 읽을 부류의 소설이라 스포일러 경고는 무의미하다. 평면적 인간형과 단순한 서사구조 때문에 상받을 소설로서는 글렀고 하이테크 면에서도 기대보다 수위가 낫다.
2/3쯤 읽었을 때, 설마 이거... 믹스견이 똥먹는 얘기로 끝나는 거 아닌지 하는 불안감마저 들었다. 수확체감과 달리 예술적 고양감 또는 앱솔루션에 대한 감각은 어쩌면 드물게 나타나는 저주일지도 모르겠다.
하여 교훈은 이렇다:
1. 송충이가 솔잎을 먹고 살아야지 갈잎 먹으면 죽는다.
2. 황새가 뱁새 흉내 내면 다리가 꼬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널즈의 pushing ice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갈증 때문이다. 하드SF에 대한 심한 갈증. 로빈슨은 그의 대표작인 화성 씨리즈가 아닌 '쌀과 소금의 시대'가 번역되었다. 케이트 빌헬름, 이 작가 글 잘 쓴다. 그런데 내 취향은 아니다. 엘리자베스 문도 번역되었다. 마일즈 보르코시건, 이건 그냥 무협지 읽듯이 '평범한' SF설정에 스토리를 즐기는 페이지 터너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도 번역되었다. 한국 출판시장은 정말 도깨비 시장 같다. 어디로 튈지 예측이 안 된다. 아너 헤링턴, 보르코시건도 나왔는데 old man's war나 reality dysfunction같은 것이 못 나올 이유도 없다.
논의와 숙고가 끝났으니, 이제는 막가는 SF로 즐길 때가 아닌가!
SF들이 줄줄이 번역되고 있지만 하드SF는 없다. 앞으로도 없을 전망이다.
Q: 왜 여성 작가들은 제대로 된 하드보일드를 못 쓰는 것일까?
A: 그들 중엔 맛간 또라이가 없으니까
미드 Travllers는 이제야 나오는 건가? 졸업을 앞 둔 두 젊은이가 배낭여행을 시작하자 마자 괴상한 사건에 휘말리는 얘기다. 작년에 파일럿을 보고 살짝 땡겼다. 1월중 방영 계획이 밀려 5월이 되어서야...
야... 웃긴다.
팔만번의 인간 관계가 이렇게 부질없다니.
실리콘 베어링 장착 후 주행테스트 목적으로 북악 스카이웨이를 관통하여 석계역을 거쳐 의정부로 가서, 송추계곡과 온릉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70km 짜리 주행을 해봤다. 대부분 오르막길이다. 그중 북악 스카이웨이 초입에서 팔각정까지 80m에서 280m까지 오르는 2km의 오르막 길이 압권이다.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어쩌면 베어링 탓일지도 모르겠다. 흡사 물살을 가르는 아웃트리거처럼 자전거가 부드럽게 진행한다. 평속이 1-2km쯤 늘어난 것도 같고.
의정부의 어느 뒷골목 중국집에서 2500원짜리 짜장면을 먹었다. 짜장면이 2500원 짜리가 있었던가?
주행 4시간 20분, 최속 48kmh, 평속 16kmh가 나왔다. 석계-의정부 자전거 도로 구간은 평속 28kmh를 유지했다. 뒷바퀴 베어링까지 갈면 아이스링크의 하키 퍽처럼 부드럽게 움직일 것만 같다.
지난 3년 동안 자전거로 돌아다닌 서울 근교의 대략적인 gps point. 서울 남동부를 제외하고 꽤 넓은 지역을 돌아다닌 셈이다.
Alastair Reynolds의 Century Rain을 대략 1주일 걸려 읽었다. 출퇴근 시간에 읽었으니 하루 3hrs씩 7d = 21hrs. 500p / 21hrs = 23 page/hr. 한글책은 대략 100 page/hr이니까 다섯배 느린 것 같은데, 1p당 글자 밀도는 영문소설이 한글에 비해 2.3배 정도 높은 편이니까, 실질적으로 영문소설 읽는 것은 한글소설에 비해 2~3배 정도 시간이 더 든다고 볼 수 있다.
센츄리 레인의 주인공은 Verity Auger, Floyd란 형사다. 레널즈가 쓰라는 하드SF는 안쓰고 탐정 소설 비슷한 걸 써 놨다. 그래서 Auger양은 유감스럽게도 A4 용지 두께 정도의 얄팍한 개성을 지니게 되었다 -- 종잇장처럼 평평한 개개 인물들의 개성 때문에 그들이 흡사 MMORPG의 MOB들 같아 보였다.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 스타게이트, 그렉 이건의 쿼런틴 + 다이슨구, 해밀턴식 외계문명, 나노테크널로지, 싱귤라리티, 마이 마인드 이즈 유어 마인드, 레리 니븐의 링월드,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속에나 등장할 것 같은 고루한 탐정 등등 이것 저것 하도 많이 섞은 '존슨탕'으로 배경 설정에 100p가 들었고 전개와 진행에 300p 이상을 소비하다가 마지막 100p는 우주활극으로 마무리 지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지구는 nanocaust로 쫄딱 망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날씨가 엉망이 되자 나노테크로 날씨를 어떻게 좀 해보려다가 지구를 거대한 나노 슬러지 덩어리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인류의 대부분이 멸종했고 일찌감치 우주로 나간 사람들중 일부는 지구권 궤도면에 Tanglewood란 흡사 니븐의 링월드처럼 생긴 곳에 주로 거주한다. 우주인은 두 부류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러다이트처럼 나노테크를 거부한 Thresher와 나노테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신체를 완전히 변화시킨 불사신에 가까운 Slasher가 있다. Slasher는 다시 두 부류로 나뉘어 쓰레셔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과 공생을 추구하는 moderator와 이왕 이렇게 된거(지구가 쫄딱 망한거) 갈데까지 가보자는 aggressor가 있다.
23세기 무렵 Thresher는 Slasher와의 화성 쟁탈전이 끝난 후 화성의 달에서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지구2(Earth 2)와 연결된 wormhole을 발견한다. 슬래셔는 이전부터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우주 여기저기 만들어놓은 웜홀에 관해 알고 있었지만 1949년 지구의 양자상태를 통째로 스냅샷으로 찍어놓은 지구2로 통하는 웜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몰랐던 것으로 추측된다(Thresher들 생각으로는). Thresher는 지구2를 탐사중이었는데 탐사원 white양이 지구2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하고 그것을 알리려다가 의문의 사고사를 당한다.
남편과 아이들을 팽개치고 전 세기의 지구 유물 탐사에 미쳐 지내던 고고학자 auger양은(사실 제대로만 묘사했다면 꽤 싸가지 없을 인간형이다) 탐사중 연구원이 사고로 죽은 후 별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지구2로 가서 학계에서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white양이 죽은 후 남긴 유품을 접수하러 간다.
레널즈는 첫 100p에서 이딴걸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슬래셔와 쓰래셔의 오래된 분쟁과 슬래셔의 기술적 진보를 현란하게 묘사했더라면 좀 더 높은 집중력을 가지고 볼 수도 있었지만, 별다른 역할 없이 그냥 이곳 저곳에 감초처럼 끼어 부댓자루처럼 끌려다니는 Floyd란 20세기 형사와 20세기 파리의 모습에 지나칠 정도의 애정(집착)을 보인다. 쓸데없는 대사와 불필요하게 장황하고 너저분한 얘기를 없애고 지구2의 정황을 사건과 끈적끈적하게 연결했더라면 꽤 재밌는 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서 죽도 밥도 아닌 소설이 되었다. SF의 여러 가젯을 늘어놓다가 수습이 안되니까 그의 장기인 우주 추격전으로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렇게 해서 그다지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aggressor들이 지구2를 뽀작내려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작가 스스로도 별볼일 없는 헛소리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key person인 나이아가라를 죽여버린다. 정말 성의 없다.
악평을 늘어 놓았지만 최근에 읽은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첫번째 번역작품과 비교해 보았을 때, 현저한 차이가 눈에 뜨인다. 심하게 말해 마일즈의 전쟁은 희박한 SF적 설정을 제거하면 무협지와 별반 차이가 없는 반면, 센츄리 레인은 설정 자체가 극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자 진행의 핵심이 된다. SF같기도 하고 SF가 아닌 것 같기도 한 것과 SF와의 차이가 그럴 것이다. 아쉬운 것은 누군가 레널즈 옆에서 '그렇게 써서는 안된다'고 코치라도 한 것인지(서사가 중요하다고 우기는 인문학 닭대가리 편집자겠지) 하드SF가 나올만하면 툭툭 끊어지고 서둘러 묘사를 마감해 버린다. 레널즈의 가장 큰 장점이 그렇게 사라졌다. ALS의 물리적 속성이나 실버웨어(나노머신), 웜홀 물리학, 정말 끝내주는 슬래셔 우주선 그런 것 하나만 가지고도 소설 써서 밥벌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센츄리 레인에는 그런 가젯들이 무려 수십 개가 쏟아져 나오고 레널즈 나름의 독특한 해석도 있다. 레널즈가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우려먹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오덕함으로 극소수에 불과한 하드SF팬으로부터 격찬을 받기 보다는 남들 다 읽는 소설을 쓰려고 한 것이다.
국내에서 (희망적으로 보았을 때) 5명 미만의 사람들이나 읽을 부류의 소설이라 스포일러 경고는 무의미하다. 평면적 인간형과 단순한 서사구조 때문에 상받을 소설로서는 글렀고 하이테크 면에서도 기대보다 수위가 낫다.
2/3쯤 읽었을 때, 설마 이거... 믹스견이 똥먹는 얘기로 끝나는 거 아닌지 하는 불안감마저 들었다. 수확체감과 달리 예술적 고양감 또는 앱솔루션에 대한 감각은 어쩌면 드물게 나타나는 저주일지도 모르겠다.
하여 교훈은 이렇다:
1. 송충이가 솔잎을 먹고 살아야지 갈잎 먹으면 죽는다.
2. 황새가 뱁새 흉내 내면 다리가 꼬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널즈의 pushing ice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갈증 때문이다. 하드SF에 대한 심한 갈증. 로빈슨은 그의 대표작인 화성 씨리즈가 아닌 '쌀과 소금의 시대'가 번역되었다. 케이트 빌헬름, 이 작가 글 잘 쓴다. 그런데 내 취향은 아니다. 엘리자베스 문도 번역되었다. 마일즈 보르코시건, 이건 그냥 무협지 읽듯이 '평범한' SF설정에 스토리를 즐기는 페이지 터너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도 번역되었다. 한국 출판시장은 정말 도깨비 시장 같다. 어디로 튈지 예측이 안 된다. 아너 헤링턴, 보르코시건도 나왔는데 old man's war나 reality dysfunction같은 것이 못 나올 이유도 없다.
논의와 숙고가 끝났으니, 이제는 막가는 SF로 즐길 때가 아닌가!
SF들이 줄줄이 번역되고 있지만 하드SF는 없다. 앞으로도 없을 전망이다.
Q: 왜 여성 작가들은 제대로 된 하드보일드를 못 쓰는 것일까?
A: 그들 중엔 맛간 또라이가 없으니까
미드 Travllers는 이제야 나오는 건가? 졸업을 앞 둔 두 젊은이가 배낭여행을 시작하자 마자 괴상한 사건에 휘말리는 얘기다. 작년에 파일럿을 보고 살짝 땡겼다. 1월중 방영 계획이 밀려 5월이 되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