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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19 Year Song

Year Song

잡기 2007. 12. 19. 02:40
  • 이보디보 -- 교재 빼고 발생생물학 책은 거의 시장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 좋은 기회.
  • 만들어진 신 -- 읽다가 졸려서 좀...
  •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온 사방에서 핀커, 핀커 해대니 최근 핀커의 책을 안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낌. 안 그래도 읽을껀데 자꾸 들으니까 부아가 나서 안 읽고 개기는 중...
  • 소수의 음악 -- 소수에 관해선 대충 낯 익을 만큼 본 것 같은데 뭐가 더 있을까.
  • 스트링 코스모스 -- 안 읽어도 괜찮을 것 같은 책. 또는 최근의 획기적인 연구성과라도 있다면 모를까.
  • 스피노자의 뇌 -- 안 봐도 내용이 뻔할 것 같은 (초심자용) 마음과 인식의 가이드북으로 보임.
  • 인간 없는 세상 -- 얼마 전에 소개받은, 헐리우드 재난 영화 같다는 책. 암, 두통약은 걸러도 블럭버스터물이라면 꼭 봐줘야지.
  •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 어떤 식으로 사기를 치다 동료 과학자들에게 걸렸는지 흥미로워 보임
  • 칼 세이건 -- 그의 왠간한 에피소드는 이미 보고 들을만큼 경험한 것 같은데... 파인만처럼 히죽히죽 웃음이 나오는 스타일은 아닌 노력형 범생이라서...
  • 특이점이 온다 -- 가끔 지인에게 권해주긴 하지만 (광기어린 문장으로 가득찬) 그 두께에 다들 질려버리는 것 같음.
서점에서 내용을 좀 더 살펴봐야 겠지만(책에 돈 들이는 것이 점점 아깝다는 조잔한 생각),  2007년에는 길이길이 인상에 남을 흥미로운 과학교양서적이 적은 것일까? 이보 디보, 인간 없는 세상 정도를 일단 구해봐야겠다.

길 가다가 '느리게 살자'는 문구를 보고 웃었다. 0.5x 나 0.1x 정도로 살면 느리게 사는 것일까?  '나'를 세상에 갖다 맞추지 말고 세상을 내게 갖다 맞추자는 부류의 얘기지 싶다. 또는, 느리게 살자는 말은 그저, 건강을 생각해 가끔 게으름 피우고 지내자는 뜻일께다.

중천에 뜬 달이 질 때까지 해변에 누워 달 쳐다본 적 여러 번 있다. 정말 느리게 살다보면 쓸데 없는 것을 멍하니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명상 한다고 앉아 있으면 텔로미어도 그만큼 멍하니 짧아지게 마련. 하루 6시간 자고 14시간씩 직장 생활을 하는 바람에 총알이나 말뚝이 몇 개 뚫고 지나간 것 같은 가슴으로 인생을 허비하여 후회하노라고 말하는 거야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다 -- 즉, 조건에 들어맞는 인간 누구나 언제든지 내키면 할 수 있다.

산을 넘는 달이나 거북이는 의외로 빠르고 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짧지만, 생활 속도는 1x가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 멈추거나 느려지면 보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그만큼 멍청할 따름이다. 아니 어쩌면 뇌가 놀 시간이 없어 굳이 느려져야 자기 자신을 명징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거나 평소에 자기 자신에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어서? 대개 인간의 두뇌는 8g 이상의 중력 가속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심박이 낮으면 저혈압을 동반한 갖은 질병에 시달리게 되고 신경의 반사속도가 0.7s 이상이 되면 길에서 걷는 사람과 충돌하여 심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느린 인간은 인간의 맞대면 소통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제스쳐, 얼굴변화, 톤의 미묘한 움직임을 포착할 수 없어 소통 장애에 시달리며  때로는 상대의 감정 변화를 제때 읽지 못해 사랑(교미와 번식)의 실패로 이어진다. 아울러 이 사회는 자폐아를 격리하려 하고 사고 속도가 느린 사람을 정신지체라는 장애로 취급한다.

또는, (웃음을 머금고) 난 주변에서 1x 이상의 가공할 스피드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1x였고 보통은 0.7~ 0.9x의 속도로 살아간다. 나쁘게 보자면 인간은 대체로 게으르다.

마음을 데우는 또 다른 가설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겉으로 보기에 평범해 보이지만 소수의 초능력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필요한 경우 주변의 시공간을 축퇴시켜 시간을 멈추거나 느리게 흐르도록 할 수 있다. 그들은 자기와 다른 사람들에게 가끔 스스로에게 되뇌이듯이  '느리게 살면 참 좋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 얘깃거리들이 많지만 생략하고, '느리게 살아보세'에 대한 내 정서는 보통 '엿이나 쳐드삼'에 많이 가깝다.

애를 업고 일요일에 북한산에 올랐다. 멀리는 안 가고 약 한 시간쯤 능선까지 기어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별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등에 진 것이 무생물 배낭과 달라서 산길을 걷는 것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어려웠다. 아이는 바짝 쫄았는지 등 뒤에서 입을 반쯤 벌리고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얌전히 앉아 있었다. 숨소리가 조심스러웠다. 겁 먹은 것 같다. 환영할만한 분위기 인지라 애를 겁주기 위해 가끔 데려와야겠다.

청와대
영욕의 역사 현장을 증언하는 듯('20년전 저 앞은 피바다였어') 인상을 긁는 소울이는 며칠 전 제 엄마와 관광차 청와대를 방문했다.

아무튼. 항간 등산객들의 욕설처럼 등산로 조성한다며 등산로에 바윗돌을 박아놨다. 이런 길을 몇 시간씩 오르락 내리락 하면 노인네들 무릅 다 나간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해 놓은건지. 그러다가.... 연신내 역이던가, 아니면 구파발 역이던가? 지하철 역 입구에서 '당신 한 사람 북한산에 안 올라와 주시면 산이 살아납니다' 비슷하게 적힌 커다란 광고판을 본 기억이 난다. 등산로 조성 사업은 이렇게 조금만 앞뒤를 살피면 아하~! 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산은 하도 많은 사람들이 오르락 내리락 해서 많이 훼손되었다. 비교적 산세가 험해 매 주 사고가 생겨 다리가 부러지거나 떨어져 죽는 사람이 있는데도 최근 수 년 새에 무슨 까닭인지 북한산 등산객이 부쩍 늘었다. 연초의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와 주5일 근무제 때문인 것 같다. 이건 뭐, 겨울에도 산 꼭대기가 바글거리니 점점 산타기가 내키지 않는다.

일리움, 트로이, 헬렌 오브 트로이, 오 브라더 웨얼 아 유?  내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일주일을 일리아드 오딧세이 속에서 허부적거렸다. 일리움 -- 댄 시먼즈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훌륭한 장편 시대 서사물을 썼으나(그는 서사의 대가다. 이야기로써뿐만 아니라 문장력으로써도) 문제는 일주일 동안 그 무거운 책을 한 손에 받쳐들고 지하철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를 오락가락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헬쓰보이'가 되었다.  그 고생을 하면서 읽었는데 마지막을 젠장맞을 낚시질로 끝냈을 뿐만 아니라, 후속편인 올림포스는 2008년 출간 예정이라는 더더욱 엿같은 선전 찌라시로 막장을 닫았다. 출판사나 역자의 순수한 호의와 친절이 두 배로 울컥 치밀어 오르게 했달까?

이건 뭐, 묵향도 아니고.

형제여 너는 어디 있나? 라는 코헨 형제의 영화 중 한 장면. 주인공들은 아름답고 목가적인 저 풍경 아래서 두들겨 맞는다. 조지 클루니가 왜 뭇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지 의아했는데 이 영화의 몇몇 장면에서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 조지 클루니의 표정을 봤다. 아, 저 느끼한 양반이 저런 표정을 짓는구나...

동네 어귀의 이명박 포스터는 통산 다섯 번 찢어졌다. 웃동네 포스터도 역시 몇 번 찢긴 흔적이 있다. 다른 동네는 안 그런 것 같은데 왜 이 동네만 유독 그러는지 모르겠다. 공약의 질은 권영길이 제일 낫지만 대통령 당선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작자가 차기 총선에서 민노당의 생존을 보장하는 그럴듯한 차선책을 세운 것 같지는 않다 -- 내년 총선에서 과연 의석이나 확보할 수 있을런지. 정동영은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의 이탈을 조장한(방관한) '배신자'라서 안 뽑을 것이고, 공약이라고 내세운 여러 정신 나간 헛소리와 부패비리로 썩은 이명박과는 애당초 인연이 없고, 출마하면서 시대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늘 겉도는 우직한 애국애족 수구꼴통 이회창을 찍을 일도 없다. 대선 쇼핑의 가격대 성능비 및 감상적 지지 성향을 따져보면 역시 문국현이다. 문국현의 공약은 그저 그랬다.

오랫만에 만난 김씨 아저씨와 술 한 잔 하면서 TPM(Total Productive Maintenance)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약 2개월에 걸쳐 HW 개선 아이디어를 수십개 정리한 67페이지 짜리 pt 자료를 연례 발표 했다. 내용이 워낙 안드로메다적이고 전문적이라 참석자의 90%가 졸았다. 대충 하고 송년회 하러 갔다.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소주 2.5잔, 맥주 1000cc. 날이 갈수록 술맛을 잃었다. 술 좀 마시면 정신이 오락가락 한다. 거의 멀쩡한 정신에 노래방에서 2시간 반 동안 꽥꽥 노래를 불렀다. 평소에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물론 노래방에도 가지 않는다.
 
사실을 수식하는 쓰잘데 없는 잔털을 깨끗이 제거하면 태어날 때부터 오류 투성이인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독버섯처럼 우후죽순 곡해와 오해가 꽃핀다 -- 편의상 21세기 오캄의 전기 면도기 정의 --  진실과 사실은 '따라서' 사과 껍데기 벗겨 먹듯이 제거해야할 불필요한 수식을 일정 정도 필요로 한다. 

John G. Hemry says:  As a writer, too, I wanted to see what the replies in this discussion said. I have some marketplace evidence that the opinions here do reflect what a lot of people want. When the first book in my latest series came out (Dauntless, under the pen name Jack Campbell) one magazine reviewer complained that it could have been serialized in John Campbell's Astounding. This attempted put-down helped my sales, as a number of people have told me they sought out the book because that's the kind of story they were looking for. In terms of science I put in something that isn't normally done, including light-speed limitations and relativistic effects in engagements ranging over light minutes and light hours of distance. Far from complaining about that level of complexity, many people have praised it. So pay attention to the posts here, Greg. Readers want good, intelligent space opera.
잭 캠벨,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작가의 What do you think is missing from today's SF?에 대한 주절주절 늘어놓는 코멘트 중 밑줄 친 부분 100% 공감.  게시판에는 현재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많은 빌어먹을 인권 및 환경 문제 보다, 단 한 권의 읽을만한 SF가 없다는 서글픈 결론에 투정을 부리고 진저리를 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블로그들 사이에 떠도는 설문.
 
【1】당신은 아는 사람으로부터 책 한권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유명한 동화지만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어떨 것같습니까? 인어공주가 살아있는 삼치를 먹는 이야기
 
【2】책장을 넘기니 한 장만 색깔이 다릅니다. 그것은 전체의 어느 부분이라고 생각합니까? 첫장 바로 뒤
 
【3】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다고 생각합니까? 인어공주가 달빛 아래 바위에 걸터 앉아 삼치 뼈로 된 빗으로 머리를 빗으며 노래를 부른다.
 
【4】당신은 지금, 다이아몬드를 한 개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정도의 크기로 어떤 다이아몬드입니까? 되도록이면 자세히 묘사해주세요. 손톱 반 정도의 핑크빛 다이아몬드 원석.
 
【5】당신의 다이아몬드를 훔치려고 누군가가 뒤에서 훔쳐보고 있습니다. 자, 그럼 도대체 누구일까요? 거울에 비친 내 뒷모습
 
【6】당신은 그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가공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떤가요?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졌나요? 아니면 변화가 없나요? 여전히 아름다우나 그 가치에 관해 의문을 가짐.
 
【7】당신은 그 아름다운 다이아몬드에게 이름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어떤 이름을 붙일 건가요? 누르
 
【8】당신은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을 사주기 위해 시내에 나갑니다. 집에서 시내까지 가는 길은 어떤 길입니까?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평범한 1차선 도로
 
【9】시내에 도착해서 당신은 인형을 사기로 했습니다. 당신이 집은 인형을 보고 "저거 갖고 싶어!" 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몇 살 정도의 사람입니까? 20대 초반. 흔해빠진 오타쿠.
 
【10】당신은 인형을 포기하고 수제 케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당신은 정말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자, 완성된 케익을 보고 느낀 감상을 말해주세요. 보기보다는 맛있을 꺼야
 
【11】선물을 건네주기 위해 당신은 택시를 타려고 합니다. 택시를 타려고 하니까 기사가 승차거부를 합니다. 멀어져 가는 택시에게 한마디 한다면? 할 말 없음.
 
【12】책장에서 뽑은 그림책을 뒤적이다가 거기에 마녀그림이 있었습니다. 그 마녀는 어떤 성격, 어떤 마법을 쓰나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조용히 최음제를 만듬. 특별한 마법은 없으나 사람들은 그녀의 심장을 꿰뚫는듯한 투명한 눈알을 보고 마녀라 부른다.
 
【13】그 마녀가 사는 성의 지하에는 사람이 갇혀있었습니다. 몇 명의 사람이 잡혀있을까요? 해악을 끼치며 존재해서는 안될 오크-인간 하이브리드 두어마리
 
【14】이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갇혀 있는 걸까요? 나뭇꾼을 잡아먹었음
 
【15】이 그림책의 마지막에 마녀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그가 구해준 마을 사람이 자신을 저주받은 마녀라 부르며 달아남.
 
 
그런데 결과를 보니 이거 꽤 오래전에 인터넷에서 해본 기억이 남.

Mike Resnick이 썻다길래 빌린 책,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Lady with an Alien)'은 말투부터 내용까지 아동용 전기물 같았다. 키리냐가와 너무 달라 황당했다. 읽는 내내 지루해서 지하철에서 졸다 읽다를 반복. 어렴풋이 어린 시절에 드라마타이즈된 다빈치 미니 시리즈를 본 기억이 난다. 새장에서 새들을 꺼내 하늘로 날리고 공원에 앉아 그들의 비행 모습을 스케치로 남기던 다 빈치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묘하게도 주인공 얼굴은 잊어 버렸지만 그가 그린 새 그림은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처럼 이것 저것 다 해보면서 살고 싶은 소망. 다 빈치를 보면서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평생 여자와 인연이 없고(할 일이 많아 관심이 안 가는 것임) 채식을 주로 하며 들판을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인간. 그래서 친근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는 천재였다.

사이먼 싱의 '코드북' 이후 '암호의 과학'을 오랫동안 읽으려고 기다렸다. 결국 엊그제 읽긴 읽었다. 어째 어디서 많이 보던 내용. 반쯤 읽다가 결론을 내렸다. '암호의 과학'은 '코드북'과 같은 책이다. -_-

유씨가 모성본능의 본질에 관해 물었다. 옥시토신 이라고 간단히 대꾸했다. 뭔가 설명할 줄 알았더니, 그래요 하고 대화를 끝낸다. 이제 한두 달 밖에 안 남았다. 한두 달 후면 아이 말문이 트인다. 기억이 한동안 늘어나고 뇌량이 보다 조밀하게 연결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소울이가 3-4살 무렵에 저 혼자 한글과 영어를 학습할 아이처럼 보이지 않는다. 아이 지능은 110~120 사이로 평범할 것이다. 후천적으로 변위가 너무 커서  키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공간지각이나 제어조응은 또래 평균 수준. 체중 및 신장 미달. 자폐 증세는 없고 체형, 얼굴 윤곽, 성격은 엄마를 많이 닮았다 -- 엄마는 자기 성격이 어떤지 잘 모른다. 둘 다 서로를 괴롭히며 고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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