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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05 Lost Fleet 1

Lost Fleet

잡기 2008. 1. 5. 16:31
Altered

Altered: 저렴한 비용(?)으로 만든 B급 고어물로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갖은 인체실험에 시달리다가 쓰레기처럼 버려진 몇몇 사람들이 홧김에 외계인 사냥에 나서 쏘고 썰고 지지고 때리고 하는 제대로 된 영화.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를 만든 Eduardo Sanchez 가 감독.

I Am Legend: 버려져 초토화된 도심 외에는 별달리 볼꺼리가 없고(윌 스미스의 갑바는 예외로 인정하자?) 재미도 없는 돈지랄 쓰레기.
 
2008년 들어 처음으로 끝낸 책은 Jack Campbell의 Lost Fleet: Fearless. 1월 2일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해 4일 끝냈다. 300p/3d = 100p/d. 연휴에 놀러간 마누라 대신 애를 보면서 읽은 원서치고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읽은 셈. 오늘이 5일. 그 동안 Fearless를 포함해 책 3권을 읽었다.
 
스토리라인 앞부분: 블랙잭 기어리는 Syndics를 피해 여전히 도망다닌다. 전쟁포로 구출 작전 후 기어리에 맞먹는 명성을 지닌 20년전의 명장(?) Fighting Falco를 구출하나, 팔코는 자기가 도탄에 빠진 앨리언스를 구원할 적법한(또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또라이였다. 팔코는 신딕에 맞서 싸우지 않고 전략적으로 도망만 다니는 기어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다가 40여척 함선 선장을 설득해 반란을 일으켜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신딕과 무턱대고 싸우러 간다.
Fearless, Lost Fleet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상평: 1권에 비해 꽤 재밌어졌다. 1권에서 전개에 필요한 설정과 상황 설명을 주로 했다면 2권이 전개가 된다. 따라서 3권도 읽어야 하고 올해 여름에 나오는 4권과 내년쯤에 나올 5권까지 읽어야 끝난다. 기어리의 (불필요한) 내면 독백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구질구질한 에누리가 돋보이는 서술 역시 줄었다. 전투씬이 2권의 거의 모든 부분을 차지하고 함대전에 대한 묘사가 1편보다 자세하고 정밀하다. 이를테면 작전지시 때 '우현 상방 앙각 23도 기함 중심 45도 방향으로 04시 감마 포메이션을 전개하라' 라고 '제대로' 말한다.
 
1권이 구질구질해서(이미 SF를 볼만큼 본 사람들에게는 50p 이내로 압축되도 무방한 분량을 300p로 늘려 놓아서) 암 말도 하고 싶지가 않았는데 2권에서 차도가 보이니... 설정은 이렇다;
 
  • 방어체계: 0.2c로 가속하면 통상적으로 함선의 사람들은 짜부러진다. inertial damping field를 도입하여 사람들이 오징어포가 되는 것을 방지. 아울러 에너지 병기 및 사출 병기의 일차적 임팩트를 저지하기 위한 에너지 방호막을 사용. 비전투시에는 0.2 ~ 0.4c의 대단한 속도로 주행하는 함체를 우주먼지와 데브리스, 기타 등등 고에너지 입자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자세한 원리는 알려지지 않음.
  • 전략적 포메이션을 이용한 함대전이 쇠퇴하고 막무가내 개싸움이 된 직접적인 원인은 전장에서 영웅적인 용기를 보여준 블랙잭 기어리와 백여년 동안 벌어진 전쟁 기간 동안 영웅적인 용기를 보여주다 죽어나간 수많은 고참 지휘관들의 절대적인 부족 때문 -- 이건 좀 이해가 안 간다. 전략전 시뮬레이션을 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원시적인 전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non so blind. 이건 뭐 네안데르탈 전투도 아니고... 백년 동안 자다가 얼떨떨하게 깬 블랙잭 기어리의 등장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불필요하지만 있어야 할 장치 정도로 이해.
  • 액티브 센서리는 상대론적 효과 때문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당연하다. ping을 날려서 그것을 받으려면 2배의 시간이 드는데 함대간 거리가 수 광시에 해당하면 액티브 센서리보다는 고성능 패시브 센서리가 전략수립에 더 유용하기 때문.
  • 상대론적 효과 때문에(서로를 향해 질주하는 두 함선의 상대 속도가 무려 0.4c나 되어) 타겟팅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말은 이렇고 타게팅이 불가능). 함대전 또는 전함 대 전함이 싸우려면 양자가 모두 '싸우겠다'고 마음 먹을 때만 전투가 성립한다는 점은 반질거리는 현실감으로써 타당하다. 따라서 용맹이 최고의 전술적 가치가 되는 개싸움도 일부는 이해가 간다.
  • 무기체계: 스텔스 지뢰가 큰 역할을 한다. 근거리에서 상대의 shield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grapeshot(세라믹 코팅된 금속볼 고속 사출 무기), 근거리에서 함선에 구멍을 내는 hell lance,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지능형 spector 미사일, 극단적인 단거리에서 사용하는 원자간 힘을 상쇄시켜 물질을 완전히 분해하는 null field가 있다(레널즈의 SF에서도 소름끼치는 고딕풍으로 등장). 마지막으로 행성을 폭격할 때 사용하는 grapeshot과 유사한 무기가 있다. 행성 폭격에 사용하는 탄환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앨리언스와 신디케이트 월드의 무기체계는 호환되지 않는다.
  • 추진계: 연료전지(fuel cell)을 사용. 캠벨의 설명만으로는 잘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고 실제로 책에서도 설명이 안 되어 있다. 정지 상태에서 0.2c(12만km/sec) 가속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들텐데 연료전지로 추진한다?
  • 보급 체계: 캠벨이 정성을 들여 부러 서술한 부분. 무기체계가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적 병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어 무기는 아스테로이드 원석에서 추출, 또는 행성계의 적 거주구에서 징발된 자원을 가공한다. 이 때문에 대단히 규모가 크고 느린 공장선을 함대에서 질질 끌고 다닌다. 함대의 전략적 아킬레스건. 무지막지하게 소모되는 무기(수백 킬로 미터 범위의 광대한 공간에 산탄을 사출하는 엄청난 수준이니)와 추진계 때문에 함대에서 보급선을 보전하기 위해 기어리 함대장은 사력을 다한다.
  • 도약: 전형적인 jump gate는 항성계에서 알려진 항성계 사이의 근거리 도약에 사용하고, hypernet이라 불리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원거리 직접 점프 게이트가 있다. 두번째는 근원부터 원리까지 알려진 바가 없으나 신딕은 앨리언스에서 그 기술을 훔쳤다고 여기고 앨리언스는 신딕이 자신들의 기술을 훔쳤다고 여긴다. 아마도 외계인 기술을 사용한 듯. 2권에서 이것에 관해 잠깐 언급되는데 3,4권까지 열나게 싸우고 5권 쯤에서 뭔가 결론이 나올 것 같다.
  • 선단 구성요소: 배틀십, 배틀 크루저, 디스트로이어 등 규모가 큰 강력한 함선이 주로 함대전에 사용되고 배틀스타 갤럭티카나 스타워즈 류에서 익히 보아왔던 파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썩 괜찮은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설정이다. 파이터나 전술 폭격기는 크기 제한 때문에 약한 배리어와 다소 가벼운 무기체계, 지극히 짧은 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연료를 실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배틀십을 때려부수기에는 부적합하다. 그레이프샷 한 방이면 나가 떨어지고 0.4c 가속을 견뎌주는 배틀쉽의 배리어를 돌파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니 의미가 없다. 사람이 타는 바이퍼나 타이 파이터 등은 우주전을 그럴싸하게 포장해주는 역할을 할 뿐 우주전에서 그닥 쓸모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논란의 소지가 있음)
  • AI: 무인함선은 원격제어의 취약성(해킹 가능성)과 AI의 자율체계에 대한(로봇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신딕이나 앨리언스나 개발하지 않았다. 고속 무인 전술 파이터와 AI는 밀리SF팬들 사이에 논란꺼리가 될만한 소재다. 수년 전에 진 로덴버리가 만든 안드로메다란 드라마에서 안드로메다는 무인 드론를 자체 생산하고 근접 전투시에 활용하는 이전에 없었던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여줬다.
이게 전부다(김씨는 혼블로우류에 뭘 더 기대하냐고 낄낄거렸다). 전방위적으로 윤기가 잘잘 흐르는 흡족하게 '잘 쓴' SF는 아니다. 설정의 몇몇 부분은 대충 얼버무리거나 해설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정도의 노력에 방황하는 함대 시리즈의 핵심인 '상대론적 시간 지연이 감안된 함대전의 묘사'라면 밀리 SF로서 상당한 성의를 보여줬고 노력도 엿보인다. 설정이 잡힌 상태라 2권은 그야말로 무협지처럼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정신없이 좍좍 읽어내렸다.
 
한 가지 신경에 거슬리는게 있다면, 캐릭터 중 Callas Republic을 대표하는 Co-President Rione. 1권에 이어 여전히 밥맛 떨어지는 캐릭터로 시빌리언인 리오네가 왜 자꾸 브릿지에 등장해서 작전마다 끼어들어 뻔한 허튼 소리로 사사건건 간섭하게 내버려두는 지. 목숨이 걸린 군사작전인데. 3권 이후에 앨리언스와 신딕스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하이퍼넷으로 인류의 우주 진출 범위를 규정한 그들 공동의 적인 외계인을 쳐부수러갈 때(이게 다 외계인 때문이야!) 정치적 합의를 위해 필요한 캐릭터라 내버려둔 것 같다. 2권에서도 1권과 마찬가지로 시대에 뒤떨어진 리더십에 대한 찬송가는 여전하지만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바라던 요구조건을 충족시켜 주었으므로 이런 저런 사소한 단점은 넘어가도 무방할 것 같다.
 
잭 캠벨의 본명은 John Hemry이고 퇴역해군장교 출신이다(그래서인지 함대전에 필요한 군바리 리얼리티가 어느 정도 배어 있는 듯). 존 헴리가 잭 캠벨이란 필명을 사용하게 된 이유가 재밌다: 서점 컴퓨터에 한번 기록된 필명으로 이전에 주문된/팔린 책의 판매 부수가 적으면 컴퓨터의 소프트웨어가  다음 번에 다시 주문하지 않게 되어(우선순위에 밀려) 자신이 새 책을 써서 판매하려고 할 때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필명을 바꾸어 서점의 전산 소프트웨어를 우회한 것이다. 책 팔기가 그렇게 어렵다 -_- Campbell은 물론 전설적인 SF 편집자였던 John Campbell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재밌게 읽었고, 무협지 류이므로 본격적인 전개가 기다리는 3권을 읽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사실 아너 해링턴과 마일즈 보르코시건은 다른 사람들처럼 다음 권이 번역되길 그다지 조바심을 내며 기다리지 않았다. 보르코시건의 경우 얼음과 불의 노래에 등장하는 개성이 강한 난장이 캐릭터에 비해 임팩트가 다소 떨어졌고 후편이 어떻게 될런지 아무런 힌트도 주어지지 않았다.

아무튼, 아너 해링턴이건 마일즈 보르코시건이건 떠도는 함대건, 긴급한 업무를 기꺼이 뒤로 미루고 재밌는 SF를 읽으며 시간을 죽이고 싶다는 욕망은 유전자 깊숙히 프로그래밍된 인간의 선천적 자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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