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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us operandi

잡기 2008. 8. 28. 19:33
2년 6개월을 사용한 예전 노트북을  들고 용산의 중고 매입상을 찾아가니 상태가 A+에 가까운 최상품이라고 칭찬하고 30만원을 결제해 주려고 했는데,  매장 직원이 LCD 표면의 실금을 발견했다. 도트가 망가진 것은 아니지만, 일전에 아이가 노트북 밟고 지나가다가 생긴 흠이다. 그 덕에 5만원 깎여서 울며 겨자먹기로 25만원에 판매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치뤄야 할 댓가다.

보유 펀드의 대부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돈이 없고 해서 추불 기회를 번번이 놓쳤지만, 러시아 펀드 같은 경우에는 그저 '바빠서' 환매 타이밍을 놓쳤다. 매우 이상하게 바빠서 사무실에 진득히 앉아 일할 시간이 별로 없다.

이번주 금/토요일에는 사무실 이사, 그래서 지리산 트래킹은 9월 4일로 미뤘다. 근육을 풀어둬야 고생 안 할 것 같은데, 요즘 거의 운동할 시간이 없어 근육 상태가 많이 안 좋다. 정신 상태는 약 먹은 것처럼 약간 뿅 가 있고.

북한산 향로봉
8월 16일 뒷산에 마실 갔다. 약 2시간 트래킹. 향로봉에서 바라본 서울시 행정의 여러 실패작 중 하나인 은평 뉴타운 공사 현장.

8월 23일에는 애를 업고 잠깐 산에 올라갔다 왔다. 고지까지 대략 1km의 거리, 고저차는 300m 가량 / 평균 경사각은 17.5도. 지나가는 등산객들은 애를 업고 올라가는 것을 신기하게 쳐다보곤 했다. 집에서 족두리봉까지 오르는 트래킹 코스는 경사가 좀 있는 구간에 속한다. 그보다 심한 트래킹 코스는 숨은벽에서 백운대까지 오르는 길로 평균 경사각 23.6도 -- 땀 한 바가지 분량.

24일에는 오랫만에 맛 좋고, 싸고, 영양가 풍부한 코다리찜을 만들어 도시락을 싸들고 산에 올랐다. 얼마나 빠른 시간 동안 익숙한 코스를 주파할 수 있을지 테스트해 볼 겸, 불광사에서 출발해 위문을 거쳐 숨은벽 능선까지 대략 26km를 가 보기로. 하지만 너무 늦게 출발한 탓에 위문에 다다를 무렵에는 어느덧 18시 가까이 되었다. GPS를 보니 해지는 시각이 19시 14분.  그래 벌써 가을이다.

위문에서 숨은벽 능선을 타고 밤골까지는 13km 정도로, 아무리 빨리 걸어도 3시간 이상 걸린다. 한밤중에 랜턴 하나 없이 그 아슬아슬한 능선을 타는 것은 정신나간 짓 같아, 아쉽지만 위문에서 북한산성 방면으로 내려왔다.

며칠 비가 와서 수량이 늘어난 계곡에 발 담그고 있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간혹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적없는 계곡에서 바라본 노을이 멋지다.

걸은 시간 3h22m + 식사 및 휴식시간 1h43m  = 5h. 13.1km를 걸었고 순 이동 평속 3.9kmh.  쉰 시간까지 합해 계산하면 13km/5h = 2.6kmh, 12시간 트래킹 한다고 가졍하면, 2.6kmh x 12h = 대략 31km를 걸을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 늙고 다 썩어가는 근육으로도 하루면 노고단에서 천왕봉 종주(34km)가 가능하다. 그럴 리가 없지. 산지를 하루에 25km이상 가면 꽤 잘 돌아다니는 축에 낀다. 

지리산에 함께 가기로 한 황씨는 1박 2일이면 노고단-천왕봉 정도는 가능하다는데도, 수 개월간 산악 트래킹을 해 온 자기 몸이 미덥지 못한지 굳이 2박 3일로 가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극기훈련하러 산에 올라가는게 아니라 놀러가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노고단(1507m)에서 천왕봉(1914m)까지는 꾸준한 오르막길이다.  그 중 힘든 구간은 노고단에서 반야봉(1750m) 까지의 2.8km 구간. 그래봤자 평균 경사각 10도 내외이고, 구간 마지막 8km는 순전히 내리막길이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다 고저차가 무려 700m에 이르는 북한산보다 고저차 400m 가량하는 지리산이 덜 빡세다. 어디까지나 노고단 출발일 때 얘기지만.

RD 잠뇌 조사실 2화 -- 주변 오타쿠들은 꼭 봐야할 훌륭한 애니의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주제가. 가사:

보이지 않는 라인으로 구분된 누더기투성이인 세계 지도
국경은 역사의 상처라서 낫게 할 약을 찾고 있어
머나먼 과거로부터 말없이 전해진 메시지
아아, 이 별을 계속 걸어 나가며 발자국조차 없는 바람이 될 때까지
발자국조차 없는 바람이 될 때까지 바람이 될 때까지

증세가 심할 때는 발자국 없는 바람이 될 때까지 하루 평균 50km를 걸었다. 걷는 일은 괴롭고 고독하다. 나는 어쩌다 고통과 고독을 삶의 정수로 받아 들이게 되었을까? 다음에 걸을 때 무덤 파둣이 두개골을 파보자.

옛날 옛날에 불린쌀 한 봉지 들고 지리산 종주할 땐 구례역에서 천은사를 거쳐 성삼재까지  걷고 또 걸은 후 노고단까지 올라갔다. 구글 어스로 직선거리를 재보니 그것만 16km다. 밤마다 비 맞고 잠도 못 자고 덜덜 떨다가 근육이 뻑뻑하게 굳은 탓에, 혼자서 낙오된 빨지산처럼 매우 지랄같은 2박 3일을 보낸 기억이 난다. modus operandi: 그때는 루신의 소설에 나오는,  정신승리법으로 버틴 것 같다.

앞으로 1년 동안 머리칼에 잔뜩 섞인 흰머리들의 숫자를 오로지 의지만으로 줄여보기로 했다. 그전까지는 자연스러운 세월의 과정에 굳이 개입하려 들지 않았다. 1년 후 흰머리가 줄어들지 않았다면, 사실 그것들은 진정한 흰머리가 아니며, 여전히 검은 머리가 절대적으로 우세하다고 자부하면 된다. 이렇듯이 정신승리법을 잘 활용하면 젊음의 끝없는 패퇴를 지연할 수 있다.

오랫만에 근육을 혹사했더니 미오신과 액틴이 타들어가 다리근육이 후끈거린다. 연서 시장에 들러 막걸리와 빈대떡을 시켜 먹었다. 4500원. 알딸딸하게 취하니 기분도 좋고 초가을 저녁 바람이 신선하다.

TEM을 이용한 냉각장치

펠티어-제백 효과를 실험하기 위해 15000원짜리 Thermoelectric module을 구입했다. P,N 접합 텔루오르화 금속 계열에 전압을 가하면 한 쪽은 뜨거워지고 한 쪽은 차가워진다. 온도차는 대략 70캘빈 정도 되는데 구입한 제품 규격을 살펴보니 12V, 4.6A의 전력을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소비한다. 이론적으로 -20도 까지 온도를 떨굴 수 있을 것 같지만 열이 나는 쪽의 방열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느냐에 좌우되는 듯. 대략 -2도 정도까지 표면 온도를 낮추니 떨구어놓은 물방울이 순식간에 얼음으로 변한다. 직원들이 그걸 보더니 신기해 하던데, 펠티어 소자는 실험실에서 쓰이는 소형 냉장고 따위에서 흔히 보던 것 아닐까 싶은데, 실물로 본 것은 처음이어서인 듯.

CPU 냉각팬 대신에 TEM(주로 Thermoelectric cooler로 소개된다)을 끼우고 냉각효과를 측정해 보았다. 평소 idle시 CPU 온도가 35C 가량 나오는데, TEC를 장착하니 16도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프라임 테스트를 돌리자마자 60도 가까이 치솟았다 -- 원래 AMD 정품 쿨러와 같은 정도의 냉각효율을 보인다. 방열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CPU 냉각에 큰 효과가 없으면서 60W 이상의 전력을 먹는 듯. 뭐 CPU 냉각을 목적으로 실험한 것은 아니다. 15000원짜리 장난감일 뿐.

올봄에 1300원짜리 AVR을 사용하여 프로그래머들 상대로 몇 가지 제어 회로 실험을 하다가 일이 바빠서 중단했는데 내일쯤은 LCD 제어와 PWM 팬 컨트롤러를 만들어 보고 PWM으로 TEM을 제어하는 것과 온도 측정하는 것을 만들어볼 생각. 이들 실험은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지만, 실은 순수한 호기심 충족과 취미활동이다.  매일 출장이라 사무실에 붙어 작업을 연속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짜투리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다가 이렇게 된 것.

16x2 Character LCD 실험

Character LCD 제어는 비교적 쉬워서 브레드보드에 회로 대충 꾸며서 2시간 정도 걸려 결과를 만들었다. 8비트 제어는 쉬웠고 4비트 제어에서 헤멨는데, 프로그램 코드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 배선에서 실수가 있었다. 이걸로 뭘 하지? 특별히 응용해서 써 먹을 데가 떠오르지 않는다. 시간나면 zigbee로 Ubiquitos Sensor Network나 만들어볼까? 하루에 한두 시간씩 취미생활한다고 연구활동(?)을 하다 보면 언젠가 활로가 갑자기 확 나타나겠지. 내 직업도 내 취미생활 때문이고, 특정 방면에서만 집요한 호기심 때문이다. modus operandi: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있다. 최근 정신승리법의 활용을 찾고 있는, micro management를 일삼는 control freak.


Generation Kill
Generation Kill.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Evan Wright의 이라크 참전 수기를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 이 장면의 상황에 해당하는 이라크 침공에 관한 기사를 운 좋게 찾아냈지만 다시 찾으려니 못 찾겠다. 보는 내내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이 쩍 벌어지는 해병대의 삽질을 다룬다. Band of Brothers 이후 오랫만에 보는 흥미로운 전쟁 드라마.

Terry Pratchetts 원작. 영화 The Colour of Magic. 왜 이렇게 재미가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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