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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n, Clave, RPG

잡기 2008. 2. 14. 23:58
설날 처가집에 내려갔다가 처음 보는 친척이 제대로 인사해야 한다며 복날 개 잡을 때 쓰임직한 '야외 큰 솥 세트'에서 밧줄을 꺼내 내 발목을 묶어 매달았다. 마누라는 자기와는 상관없다며 옆 방에서 희희낙낙 놀고 있었다. 아이가 울고 장모님이 화를 내서 발목에 심한 멍이 들기 전에 끝났다. 화가 나거나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발목이 조금 까졌다.

진중권 "숭례문이 불우이웃이냐? -- 그러게 말이다.

마누라와 아이가 소리를 꽥꽥 지르며 비이성적인 언쟁을 할 때는 흡사 원숭이 행성에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누라가 아이 다루는 거에 큰 불만은 없지만, 아이를 혼낸다고 어둠 속에  울게 내버려 두는 것이나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것은 좋은 방법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전자는 아이 대뇌피질이 아직 덜 발달되어 있는데다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 수 없으니 어둠과 분리는 소뇌에 깊숙이 짱박히는 공포로 프로그래밍 되어 장기간 영향력을 행사할 것 같기 때문(경험에 비춰볼 때 그런 종류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장기간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후자는 그런 때문에 아이의 개성이 현저하게 발달되어 버렸다. 벌써부터 의사 표현이 분명하다. 애비를 닮아서 그렇다는 얘기는 무의미하다. 이럴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일란성 쌍둥이 실험(?)에 따르면, 동일 유전자를 공유하는 두 아이의 성격은 각각 다르다. 개성은 유전되지 않는다가 요지다.

처가에서 KTX 입석을 타고 서울로 올라와 이틀쯤 잠을 푹 잤다. 마누라, 놀아달라고 울먹이는 애가 없으니까 푹 자고 푹 쉬게 된다. 몇 주 만에 잘 쉬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편안히 의자에 앉아 하릴없이 드라마를 보는데, 갑자기 화면이 지지직 거리며 컴퓨터가 맛이 갔다. 살펴보니 그래픽 카드의 캐패시터가 터졌다. 노트북으로 pc에 접속해보니 그래픽 카드만 고장 났을 뿐, pc는 정상 동작한다. 그래픽 카드를 갈아 끼웠지만 왠지 찜찜하다. 그래픽 카드를 새로 장만할 돈이면 메인보드와 cpu를 교체하고 내장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는게 낫겠다. 돈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일단 불편한대로 노트북에 스피커를 연결해 관람을 계속했다.

황금 나침반 - 원작과 비교하면, 내용을 그럭저럭 잘 살린 편. 다소 불만은 앞부분 20분을 적당히 잘라버리고 마녀, 짚시, 아이스베어 등의 주변부에 좀 더 할애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감독 생각에는 풀먼의 원작 1편에 등장하는 방대한 내용을 주마간산 격으로 읆다가 조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한 듯.

주인공 여자애의 인상이 너무 강해(잘한 캐스팅이지만) 스토리에 강한 양념이 된 것 같다. 풀먼의 소설을 처음 보았을 때는(전 3권을 거의 6년에 걸쳐 읽은 셈) 애들 보는 동화도 아니고 성인소설도 아닌 아주 애매한 영역의 소설 부류라 생각했는데 해리 포터를 들춰 보다가 요즘 아이들의 독서 능력(이해력)을 과소평가했구나 하고 반성한 기억이 난다. 내 경우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헨리5세나 주홍글씨, 제인 에어의 배경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주여, 스스로를 속일 만큼의 지능이 있는 젊은이를 (전쟁터로) 보내주십쇼. Space: Above & Beyond의 한 장면. 주인공들은 극이 다 끝나갈 때까지 별로 군바리처럼 보이지 않을 뿐더러 스스로를 속일 만큼의 지능은 없어 보인다. 해병대라기 보다는 special ops쯤 되는 병사들이지 싶은데, 편대 비행 소대 인원도 아닌 것 같고, op 1, demo 1, comm 1, armo 1 이런 유닛도 아니고 a team 처럼 9명도 아니고 13명도 아닌 좀 이상한 구성의 팀원들.

설날 연휴 동안 어쩌다 우연히 발견해서 보기 시작. 첫 편의 10여분을 보고 다음 편은 안 봐도 되겠다 싶었는데, 1시간 30분 중 40분 동안 우주 전투를 메들리로 보여주는 괴력에 감탄해서 2편, 3편 살금살금 보다가... 끝까지 봤다.

chig인지 chicken인지 하는 외계인 종족은 시체를 두려워해서 적을 살해한 후 분해한다. 무덤까지 파헤쳐서 신체를 조각내야 안심한다.

chig라는 외계인과 박터지게 싸우는 스페이스 오페라(장장 23편 중 신파극 몇 편을 제외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줄기차게 싸워댄다). 배틀스타 갤럭티카와 비슷한 포맷인데 나온지 오래되어 CG는 구질구질하고 캐릭터도 그저 그랬지만 주관적으로 업계 최저(최악) 수준인 SG, BG 보다 좀 사정이 나았다. 특히 BG는 회를 거듭할수록 훌륭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정신나간 시나리오에 맞장구치는 한심한 내면연기와 정신분열 과학자, 스타벅이란 년이 감정 연기 하거나 술 처먹고 주정 부리는 종류의 수작 빼고는 진전이란게 도무지 보이질 않는 쓰레기 중에 왕쓰레기 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우주선이 참 정이 안 가게 생겼고, 캐릭터도 낙제점 부근에서 오락가락 하는 사정에  사운드는 재앙에 가까울 정도로 촌스럽다. 여기 등장하는 주인공 해병 다섯은 의전 에스콧 서비스부터 공수여단식 강습, 침투/정찰, 초능력 사용, 심지어 전투기도 모는 등 여러가지 하는 수퍼맨들이다. 그래서 제목도 종횡무진(space above & beyond)이다. 타이틀 나레이션에서 '부르기만 하면 우주,땅, 바다 어디든 달려가 싸운다'고 말씀하셔서 의문의 여지를 없앴다. 그거면 됐다.

CGI는 1995년임을 감안하면 그럭저럭 볼만하지만 전반적으로 극화가 하도 촌스러워 보고 있으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릴 지경이지만, '재밌어서 번역했다'는 자막의 부연처럼, 재밌다!
 
생각나서 적어둠: 얼마 전에 읽은 John Ringo의 Hymn before battle는 대체로 황당했다. 군 편제에 관해 잘 모르는 관계로 계급장 따먹기 놀이 하는 동안 엄청 헤멨지만 애로가 꽃피는 군 생활과 개떼처럼 몰려드는 외계인과의 전투씬이 섞였다. 여러가지로 괴상한 외계종족들이 등장하고 평화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전쟁을 벌이기 보단 멸종의 길을 택한 다른 외계종족들을 위해, 흡사 자유주의를 수호한답시고 실은 앵벌이하러 베트남에 팔려간 한국군처럼 대리전을 치룬다. 곧 외계인들이 쳐들어 올 지구는 준비가 안되었고 동맹외계종족은 외상으로 찔끔찔끔 무기를 빌려줬다(그 외계종족은 채식주의자들이라는데 이빨이 튼실했고 협상중인 지구인을 종종 잡아먹는듯). 일찌감치 '준비되어 있던' SF작가들을 그러모아 외계전을 준비하고 지구에서 소집된 베테랑 군인들은 팬저 그래네이더 따위로 적의 레이저포와 싸우다가 파견군의 80%가 전사했다. 적군은 수백만 단위로 중공군처럼 밀려온다. 지상전에서 죽음의 규모가 참, 장쾌하다. 시종일관 아머드 수트가 맹활약을 하고 마지막이 맹숭맹숭하게 끝나 이상했는데 시리즈물인가 보다. 더 봐야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평범한 미드티어 매니저들이 날뛰는 얘기를 좋아하지 않았던가?

Space: Above and Beyond
S:AAB의 장면; black forest(공중 지원 없음), red sea(추가 지상 병력 지원 없음) 이란 무선을 받고 어안이 벙벙해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58소대원들. 10주 동안 굶주린 채 쫓겨다니던 25000명의 해병대 중 23000명이 이 행성 탈환전에서 사망.

Space: Above and Beyond
마지막 장면. 전세가 역전되었던 과달카날에 비유되는 스윙해머 작전 D-1(시리즈 전체에 걸쳐 수많은 전쟁사가 나열되는게 어지간한 전쟁사오타쿠(밀리 오타쿠하고는 다름)가 각본을 잡은 듯). S:AAB 역시 저주받은 컬트 시리즈가 되어 버렸다. 1995년부터 1996년까지 대략 1년 동안 1기가 폭스TV를 통해 방영되었는데 수퍼볼 따위에 밀려 시청율이 형편없어 원래 계획했던 5시즌 분량의 드라마는 달랑 1기로 마무리되었다.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2기 제작 루머가 회자될 정도로 일부 팬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제작자 둘은 저작권을 포기했고 2기 제작은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 전망. 5기까지 너끈히 나올만한 구성인데 아쉽다. 장면 좌측은 Invitro라 불리는 AI전 때 만들어진 클론 닭대가리. 둘을 제외한 소대원 전멸.

설날 연휴가 끝나자 마자 정신없이 바빠졌다. 책 읽을 시간도 없고 회의에 쫓아다니며 설계서 따위를 작성하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날더러 50살 되서도 프로그램 짜겠냐고 묻는다. 아마도 필드 프로그래밍을 접더라도 설계서는 작성하지 않을까?

GPS의 지도 데이터를 구하기 위해 꽤 애썼지만 성과는 아직 보잘 것 없다.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엄청 돈이 드는) DEM 지도를 NASA에서 구했다. 도로 선도, routable path, 폴리곤, POI따위를 어떻게 입수할 수 있으면 GPS용 지도를 만들어 볼텐데... 인터넷을 돌아다녀 보니 취미생활로 디지털 지도 제작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김에 디지탈 대동여지도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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