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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디보

잡기 2008. 4. 2. 03:59
벌써 새벽 4시. 갑자기 회사에서 목요일에 있을 매우 중요한 미팅에 사용할 문서를 작성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작업하다보니... <-- 이렇게 해서 회사에 말리는 거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맥주의 현 주소: 언젠가 신문기사를 보니 맥주를 즐긴다는 어떤 외국인이 한국에서 먹을만한 맥주는 맥스 뿐이라고 말했다. 그 양반이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 신문기사에 그대로 실릴 리는 없을테니, 굳이 행간을 읽어 그가 아마도 하고 싶어했을 말을 보충하자면, '맥스는 그나마 인간이 먹어도 괜찮다는 뜻이고, 나머지는 개성도, 맛도 없는 쓰레기다'. 짝짝. 브라보.

며칠 전에 '이상한 회사'라는 책을 읽었다. 나고야에 있는 어떤 목재 가공 기계 제작 회사에 관한 얘긴데, 회사의 사훈이 'F=ma'다.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회사인 것 같다. 본문에서는 F=ma를 이렇게 소개한다. 'F=ma가 갖는 세 가지 마음의 심오한 경지: 얽매이지 않는 마음, 구애되지 않는 마음, 치우치지 않는 마음'

입사하면 무조건 물리학을 배워야 한다. 직원수 80명, 사옥 꼭대기에 사우나가 있고, 특허를 700여개 가지고 있다. 한 해 매출액이 270억엔, 순이익이 그중 30%, 빚 0엔, 사장이 직원들에게 돈 좀 그만 벌어오라고 만류한다. 이 회사의 급여는 사원들끼리 정하는데, 직함이나 호봉은 없고 각 사원의 차원을 정한다. 차원은 이렇게 정한다;

  • 0.5차원 --  아직 자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남의 일에 간여할 여유라곤 전혀 없다.
  • 1차원 -- 자기 일만을 그런 대로 해내는 사람
  • 1.5차원 -- 선배 한 명이 같이 협조해 준다면 주어진 일을 장기간에 걸쳐 처리할 수 있는 사원
  • 2차원 --  5,6명을 자신의 개성적 경험과 약간의 논리로 단단히 리드할 수 있는 사람
  • 2.5차원 -- 10-20명을 논리적,행동적으로 납득시켜 리드할 수 있는 사람
  • 3차원 --  3차원 이하 사람들에게도 고도의 인간성 지도를 할 수 있는 사람
  • 4차원 -- 3차원의 사람을 리드할 수 있는 사람
  • 5차원 -- 4차원의 사람을 리드할 수 있는 사람
차원은 연봉을 결정한다. 연봉=일본의 평균연봉 x 2 ^ n. n=차원. 3차원급은 일본 평균 연봉의 8배(2^3)를 받는다. 사장은 4차원급이다. 직원들은 자신이 저축한 액수만큼 무담보 무상 대출을 회사에서 받을 수 있다. 입사 3년차 직원이 130평의 땅에 자기가 설계한 38평짜리 단독 주택을 가지고 있다. 언급한 숫자는 부정확하지만 대충 그렇다. 회사의 모집 공고문 일부;

우리는 고릴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 회사는 일개 소기업이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인간으로서 각기 사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집단으로 만들고자 뜻있는 동료들이 모여 고투해 나가고 있다. 벨트 컨베이어 위에 있는 젊은이여, 자네는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 인생은 돈과 오락과 지위로 해결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공허한 것이 아니다.

이 지면만으로는 우리의 생각을 모두 설명할 수가 없다. 다소라도 공명되는 바가 있다면 한 번 찾아와 주기 바란다.
차원 환산표에 따르면 나는 겨우 2.5차원 될까말까 한, 프랙탈 차원적인 인간이다. 물리학을 배우는데다가, 연봉 계산법이 훌륭해서 저 회사에 입사지원서 넣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올블로그에서 사람 뽑았다가 적합치 않다고 판단하고 합격취소 통보를 한 후 당사자가 억울하다고 올린 글에 올블로그의 팀장쯤 되는 친구(이 친구 유명하지 않나? 어디서 많이 들어본 아이디인데?)가 반박하다가 온라인에서 심하게 두들겨 맞는다. 뭐 사측이 잘못했으니 욕 먹는 거야 당연하지만 개발자 뽑는게 워낙 어려운 일이라서 남 얘기 같지가 않다.

개발자 뽑을 때 아주 사소한 단편에 불과해서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일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자기가 쓸 사람인데 마음 안 맞는 사람 뽑으면 안 뽑으니만 못하지 싶을 정도로 개고생한다. 개발자 중에는 철딱서니 없거나 쓸데없이 따지면서 까다롭게 굴거나 단순히 미쳤거나 적성에 안 맞는데 끝까지 개발하겠다고 우기는 미련한 녀석들이 많은데(거의 70%가 이 부류, 열심히 하겠습니다 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미친 개발자나 스트레스를 주는 개발직 동료라는게 어떤 건지 잘 모른다. 저런 얘기를 나오면 으례, 회사 vs 개인이 되어 대다수가 약자인 개인을 변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게 마련이고, 때때로 입사 합격 취소 당한 사람이 내 말마따나, 그럼 미친놈이냐고 발광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 언급할 가치가 없으므로 당연히 무시.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될 것을 사측이 공개된 곳에서 내 잘못 없다고 굳이 언급해서 갖은 욕을 먹는 것이다. 말 잘못 했으니 책임자가 욕을 바가지로 먹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개발팀장 일이 원래 그렇지 뭐. 일로 깨지고, 거래처에 깨지고, 말 안 듣는 애들로 깨지고, 그런 애들 보호해준답시고 감싸다가 깨지고, 개긴다고 깨지고, 과중한 업무에 치이고, 아내한테 깨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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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내는 요즘 애한테 뭘 시키는 거지? 애 하고 놀러가 본 지가 꽤 오래되서...

이제서야  '이보디보, 생명의 블랙박스를 열다'(Endless Forms Most Beautiful : The New Science of Evo Devo And The Making Of The Animal Kingdom)를 읽었다.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 거의 3개월이 지났다. 내가 신청한 책이라도 예약을 걸어놓지 않으면 항상 대출 중으로 나오는 책들이 무척 많다. 책의 서두;

나는 여러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썼다. 첫째로 자연과 자연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 둘째로 자연과학자, 공학자, 컴퓨터 과학자, 그밖에 복잡성의 기원에 흥미를 가진 독자들, 세번째 독자층은 학생과 교육자들, 네번째 독자는 '나는 어디서 왔을까?'를 늘 고민하는 사람이다.

네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하는 나같은 독자도 있다. 작가인 캐럴 역시 네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하지 싶다. 절반쯤 지나서 핵심을 정리해줬다. 요약하면 (발생생물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진화적 혁신의 네 가지 비밀은 재활용, 다기능성, 중복, 모듈화에 있다.

발생 생물학의 눈부신 성과와 인접 영역과의 교차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적었고 시각적으로 상당한 관심을 끄는 나비의 날개 색상에 관한 설명은 천연색 화보 까지 담아 질질 늘어 놓았다.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징그럽게 구구절절 반복하는 걸 보니 과학저술에는 초심자 같지만 책 날개에 씌어진 Library Journal의 평은 이랬다; '캐럴은 천부적인 글재주를 지녔다.'

책 내용이 워낙 훌륭해서(스위치 박스 역할을 하는 Homeo Box; 줄여서 hox 또는 툴킷 유전자에 의한 지정학적 개폐로 발생시 형태와 기능이 지정된다 같은 맛가는 문장이나, 진화의 역사는 부속지의 발달이다 같은 백 마디를 대신하는 완빵 한 줄 문장도 다수 나옴) '천부적인 글재주' 같은 사소한 것들은 잊어버려도 될만 했다. 본문에서도 언급되는 사람들이지만 '천부적인 글재주' 운운하려면 쟈크 모노나 스티븐 제이 굴드, 일리야 프리고진 쯤은 되야지 싶다...

책 말미에는 미국인이 얼마나 무식한지 처참한 설문 조사를 공개해 놓았다. 문항: '인간은 이전의 다른 동물종으로부터 발달한 것이다.' 1=분명한 사실,2=아마도 사실,3=아마도 사실 아님,4=절대 사실 아님으로 평가했을 때, 국가별 득점 평균치: 동독 1.86, 일본 1.89, 캐나다 2.45, 러시아 2.80, 미국 3.22

두번째 문항: '최초의 인간은 공룡과 동시대에 살았다.' 미국인 응답자중 32%가 그렇다, 모르겠다는 20%를 차지했다. -- 미국인의 52%가 똥오줌 못가린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책의 저자, 션 캐럴의 논평 '미국인들이 얻은 한심한 점수에서 밝은 면을 찾자면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 교육계의 생물학 교육 개혁을 제안한다.
생물학을 배우는 수백만명의 학생들이 '진화는 유전자 발생 빈도의 변화이다' 같은 (집단유전학에서 온) 개념을 공부한다. 이런 개념에 초점을 맞추면 유전자에 대한 추상적인 묘사와 수학으로 이어질 뿐, 나비나 얼룩말,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네안데르탈인의 참모습은 사라지고 만다.

형태의 진화는 생명의 이야기에서 주가 되는 드라마이다. 화석 기록을 봐도 그렇고 현생 종의 다양성을 고려해도 그렇다. 그러니 그런 이야기를 가르치자. '유전자 빈도의 변화' 대신 '형태의 진화는 발생 과정의 변화에서 온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상당히 훌륭한 발언이다. 이보디보(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 진화론적 발생 생물학)는 진화론을 흥미진진하고, 재밌고, 역동적이고, 우리 동네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는 일임을 가르칠 수 있는데다 애들이 환장하는 공룡 얘기(고생물학)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보디보가 언급한 재활용, 다기능성, 중복, 모듈화가 개체지향 프로그래밍의 룰과 일치한다. 유사하다,가 아니고 일치한다. 물론 개체지향 프로그래밍은 생물학적 개념에서 차용한 것이므로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얘기는 할 필요 없다. OOP는 다형성(polymorpishm), 캡슐라이즈, (다중)상속, 인터페이스로 재활용과 모듈화를 구현한다.

개념을 차용한 OOP는 약과고, 예전에 Genetic Algorithm이라 불리는 공학적 모델은 돌연변이, 크로스오버(전사), 게놈 스플라이싱 등을 노골적으로 베껴왔고 실제로 휴리스틱한 최적해를 병렬 연산 하는 것이 효과적인 프로그래밍 필드의 특정 분야에서 상당한 효용성을 인정받아 사용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손을 떼고 있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요즘은 유전 알고리즘이라고 하지 않고 그 방면을 통합하여 진화 연산 프로그래밍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따라서, 이보디보에 흥미를 느낄만한 독자층에 '툴킷' 및 방대한 API에 익숙한 프로그래머가  포함되는 것이다. 온갖 해괴하고 바보스러운 생명 현상과 마찬가지로, 프로그래머는 늘 버그 투성이의 프로그램을 짠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유전 알고리즘을 이용한 지역 최적화 문제에 손을 댄 적이 있다. 실제로 적용했다. 십여년 전만 해도 유전 알고리즘을 공부한 다음 설마 이걸 필드에서 써먹을 일은 없겠지 했던 생각이 난다. 지금은 진화 연산 프로그래밍이 게임의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MMORPG에서 MOB들은 여전히 병신 같을까?

이보디보에 수식은 단 한 줄 나온다. 돌연변이가 개체군에 퍼지는 시간을 세대 단위로 계산하는 공식: T = 2/s ln(2N), N:개체수, s:선택계수(상대적 적합성 차이)

책에서는 저런 수식 같은 집단유전학과의 연관이 느슨하고 주마간산 격으로 지나가서 아쉬웠는데, 앞으로 이보디보가 진화론에 상당한(그리고 혁신적인) 기여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캐럴의 다음 책 The Making of the Fittist에서 집단유전학과 이보디보의 통섭(?)에 관한 못다한 이야기들이 언급될 것 같아 내심 기대된다. 이왕 쓰는 김에 일반인 교양 너무 의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만 쓸데없이 길어지고 복잡(?)해진다.

이번 번역본에서는 캐럴이 괜찮은 편집자를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려면 중언부언하지 말고, 직설적이고 간결하게 서술하는 방식을 선보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추천 서문 쓴 사람이 장대익씨? 아무리 책 내용이 좋고 흥미진진하다지만 그 양반이 한 일은 정말 재밌는 미스테리 영화를 기대하면서 보려던 사람에게 '범인은 절름발이다!' 라고 말한 것과 같다. 왠만하면 입 다물고 독자가 알아서 즐기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보디보에서 언급된 Henry Walter Bates의 Naturalist on the River Amazons 책이 번역되었나 알라딘에서 뒤져보니 없다. 교보 외서부에서 검색하니 하드커버 중에는 37만 9천원에 팔리는 것도 있었다. 하여튼, 기권.

한강변
한강변의 괴물 먹이감들.

SPH-M4650의 2백만 화소 카메라로 뭘 찍을 때마다 좀... 카메라 소프트웨어에 대체 무슨 짓을 해 놨길래 찍는 사진마다 이렇게 3류 찌라시 기사용으로 날조(?)된 것처럼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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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는 사진들이 하도 이상하게 나와서 '원본'을 포토샵으로 400% 확대해 봤다. 와 이건 참... 아무리 저질 폰카메라지만 이왕 만드는 것인데 신경 좀 쓰지.

엊그제 한강변에서 자전거 탄 주행 기록: 총 주행시간 3h26m, 순수 주행시간 2h43m, 쉰 시간 43분, 주행거리 51.67km, 평속 18.90kmh. 시내에서 줄곳 신호등 걸리고 지체되었는데도 2주 전보다는 좀 나아진 셈. 근간에 도로주행을 해봐야겠다.

수많은 미드 중 최고의 대물 낚시에 속하는 Lost.  로스트중 가장 끔찍한(멋진) 장면은 이게 아닐까? 그런데 너무 티 난다.

시즌3 부터 중심인물인 벤. 그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Pillip K. Dick의 Valis. 쾍. 당황스럽군. 로스트는 서바이벌 게임 -> 권력쟁탈전 -> 미스테리 -> SF로 탈바꿈하는 중. 대형 참사후 조사나 구조가 이상하게 안되는 섬이다 보니 섬 자체가 시공간 왜곡의 중심에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설정을 황급히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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