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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재구입

잡기 2008. 7. 17. 20:14
Stargate Continuam: 언제 봐도 내용 없고 생각 없고 재미도 없는 SF 드라마인데 이런 것도 영화로 만든다. 영화를 참 거지 같이 만들어 놓았다.

수 개월간 책에서 손을 떼고 지냈더니 머리에 세상의 온갖 똥이 차고 넘친다.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불합리한 세상에서 대다수의 남자는 불합리함을 참고 견딜 줄 안다. 숙고할 가치가 있는 데이터는 극히 적고, 그 대부분은 땀과 눈물 없이 얻기 힘든 탓도 있다. 그리고 각자의 담력에 따라 그런 불합리한 시스템을 제한적 합리성이 적용되는 엉성한 시스템으로 개선하거나, 자신을 변화시키거나, 그저 짜증이 나서 펀치를 날리기도 한다. 대부분은 쥐새끼처럼 비겁하게 산다.

대다수의 어른은 (어른인 척 하는 것들은) 죽을 때까지 아이로 남는다. 그러고 싶어한다. 아이는 아이와 만나고, 패거리를 만들어낸다. 아이 패거리 내부와 외부에서 인과와 역학이 발생한다. 바퀴벌레처럼 떼를 지어 사는 인간이 여기저기 똥을 싸며 질병을 옮는 도시 바퀴벌레보다 나은 점이 그래서 별로 없다. 비관적으로 봐서 그런가? 하여튼 떼를 지어 사는 인간 사이의 역학 관계가 지닌 예술, 내지는 최고의 정치적 역량은 맹렬한 투쟁과 희생 끝에 얻어지는 화유의 기술이다. 방법이나 과정이 어떻든 결과가 같지만, 강퍅하게 살아온 탓인지 애들이 싸움을 일체 모르고 자라면서 주접처럼 떠들어대는 평화 어쩌구 하는 꼴사나움을 별로 즐기지 않았다.

비오는 저번주 토요일 저녁, 6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엘리를 만났다. 내가 술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한적한 섬에서 레게 바를 만들게 되면 막걸리 칵테일을 만들어서 팔 꺼라고 말했는지 모르겠다. 제조방법이 간단하면서 적당히 이것 저것 섞으면 막걸리같지 않은 칵테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엘리는 블루 그라스가 합법이라고 말한다. 법 자체가 없으니 불법이고 나발이고 없단다. 난 레게바에서 죈종일 밥 말리 틀어 놓고 막걸리 칵테일에 파전을 팔고 싶을 뿐이다.

대다수의 성질 더러운 예술가들처럼 엘리도 괜찮은 여자가 아예 없을까? 내가 옛날 옛적 성질 더러운 예술가처럼 꼴사나운 몰골로 돌아다닐 때 여자들이 꼬이긴 했지만, 그 여자들에게 나는 스바로프스키의 새 크리스털 컬렉션처럼 별나고 신기한 아이템에 불과했다. 반짝이는 돌덩이도 되지 못해 궁상을 떠는 작자들보다 사정이 다소 나았겠지만 잘 배운 원숭이가 재주넘길 기대하며 눈알을 반짝이는 여자들에게 정나미가 떨어졌다. 아마 엘리도 나처럼 정나미가 떨어졌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처럼 사랑과 섹스에 관심이 없는 나머지 어린 나이에 여자에게 흥미를 잃어) 수도승처럼 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썩 괜찮은 여자는 없어 보이지만 엘리는 요가하고 피리 불고 풍등 띄우고 UFO를 기다리고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며 잘 지냈다. 내 착각인지, 난 많이 변했는데 엘리는 별로 변하지 않았다.

A/S 때문에 용산으로 아침마다 출근한 지 사흘 만에 Anynote PAQ4500 T83K를 반품했다. 뭐, 몹시 안 좋은 키보드와 심한 발열, 그리고 낮은 해상도 때문에 반품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A/S 기사가 두 말없이 기계를 받아준다. 그러면서 중국제에 뭘 바라겠어요 하는 투의 말을 한다.
 
HDD만 교체한 예전 노트북을 그대로 쓰기도 뭣해서 다른 노트북을 찾아보기로 했다. 한숨 한 번 쉬었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노트북이 14인치 짜리인 줄 알았는데, 15인치 짜리였다. 게다가 무게가 무려 2.64kg나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2.2kg짜리 Anynote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1280x800이란 애들 장난감 같은 낯간지러운 해상도는 접어버리고 15인치 노트북 중에 광활한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노트북을 찾아보기로 했다. 아울러 무게는 3kg 미만이면 아무 거나 괜찮다. 내 HP 노트북에 GPS 리시버(220g)을 더하면 보통 2.9kg 가량의 노트북 무게와 같아진다. 2.64kg짜리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것이나 2.9kg짜리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것에 별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 늘 그렇고 들고 다녔다. 하여튼 무게는 신경 안 쓰기로.
 
다음은 CPU, 45nm High-K 공정으로 발열을 줄이고 성능을 높였다는 인텔의 Penryn 프로세서군은 어쩐지 특징이 없어 보이는 CPU다. 같은 2.4GHz 클럭인 T8300과 T7700 사이에 속도 차이가 별로 없다. 실수 연산 유닛의 속도가 좀 더 빨라졌고 펜린 프로세서 쪽이 좀 더 저전압을 사용하나, 실제 노트북에서 CPU보다는 LCD 쪽이 전력 사용량에 영향을 더 많이 끼친다. 정확치는 않지만 간단히 계산해 보면 Merom CPU와 Penryn CPU의 전력량 차이는 3~4w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다.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시간으로 따지면 10~20분 밖에 차이가 안 난다.

그런데 high-K를 사용하여 게이트 누설 전류를 줄이면서 열로 손실되는 전력을 줄였다는 펜린 프로세서 노트북들이 전반적으로 뜨겁다. 용산 매장을 돌아다니며 갖가지 노트북들을 만져보면서 느낀 점이다. 어쩌면 펜린 프로세서의 저전력 저발열 특성 때문에 노트북 메이커 측에서 발열 대책을 덜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적절한 기술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지만, 펜린 프로세서에 별다른 장점을 느끼지 못했다.
 
펜린의 2.5GHz CPU는 45nm 공정 덕에 칩 공간이 널널해지면서 2차 cache memory를 6MB까지 올려놓았다. 고용량 2차 cache memory가 실제 application 환경에서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 글쎄... 별로 없다. application의 크기가 늘어나면서 캐시 히트율이 많이 감소했고, Super PI 등의 캐시 히트율이 유난히 높은 벤치마크 프로그램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뿐.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센트리노2 몬테비나 플랫폼 기반의 노트북이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왔다. 제대로 막말 하자면 펜린 프로세서군은 별 특징 없는(개떡같은) 제품이다. 메롬과 몬테비나 플랫폼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 단계에서 인텔이 마케팅 수단 또는 테스트베드 또는 갭 필러로 내보낸 CPU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 걔들 자주 그랬다.
 
하여 Penryn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구매할 노트북을 Merom까지 확장하고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15인치, 무게는 신경 안 쓰기로 하자 쓸만한 노트북이 몇몇 눈에 띄었다. 그중 Lenovo의 노트북이 유난히 마음에 들었다. 일단 노트북 전체를 감싸는 케이지 시스템으로 내충격성을 강화했고 키보드야 IBM 시절부터 명성이 자자했으며, 아울러 키보드에 물을 흘려도 그것을 발수하는 희안한 설계다. 용산 매장을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노트북 후보들을 검토해 본 결과 레노보의 노트북이 발열이 가장 적었는데, 레노보의 R61 시리즈가 이중 냉각핀을 도입한 훌륭한 냉각팬 시스템 덕택에 저발열과 정숙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HDD 용량은 어차피 신경쓰지 않았다. 2-3일간 조사 및 실사를 마치고 2.9kg짜리 15인치 Lenovo Thinkpad R61 8918-A17을 골랐다.
 
* 지문 인식 시스템은 아이가 컴퓨터를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한다. (저번 노트북 HDD가 날아간 이유는 아이가 노트북의 전원을 껐다 켰다 하는 걸 즐겨서 인 듯)
* 발수 시스템은 아이가 컴퓨터 키보드에 물을 흘려도 안전하다. (우유 쏟은 적 있음)
* 튼튼한 케이지는 아이의 몸무게가 늘어도 안전하다 (저번 노트북을 바닥에 내려 놓으면 아이가 발로 밟고 올라서곤 했다)

적어놓고 보니 어째 아이가 적이 된 것 같다.

 
스펙:
 
CPU: Intel Core 2 Duo T7700, 2400 MHz (12 x 200) 
Chipset: Intel Crestline-PM PM965 
Memory: 2048 MB (DDR2 SDRAM 667Mhz PC5300 1GB x 2) 
Video: NVIDIA Quadro NVS 140M
LCD: LG Philips LP154W02-TL06 [15.4" LCD]  1680x1050
Battery: 10.8V, 4800mAH
Audio: Analog Devices AD1984 @ Intel 82801HBM ICH8M - HD Audio Controller 
Modem: ThinkPad Modem 
LAN: Intel(R) 82566MC Gigabit Network Connection 
Wireless LAN: Intel(R) WiFi Link 4965AGN
CD/DVD: MATSHITA DVD-RAM UJ-850 z 
기타: Bluetooth 2.0 EDR, 지문인식기, 웹캠, USB 3 port, S-VHS, SD/Memory Stick Reader, IEEE1394
 
노트북에는 Vista Home이 미리 설치되어 있었다. Windows XP SP3 (snoopy) 버전으로 미련없이 밀어버렸다. 설치 후 드라이버 셋업하는데 좀 헤멨다. 레노버의 System Update 는 드라이버 업데이트를 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필요한 드라이버를 인터넷으로 모두 다운받아야 한다. 심지어 드라이버 CD도 제공하지 않았다. 택배로 온 노트북에는 배터리, 어댑터, 노트북 본체, 간단한 매뉴얼이 전부. 제대로 된 매뉴얼을 보려면 Access Help라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한다.

키보드를 두들겨보니 이게 몇 년만인가 싶을 정도로 키감에 감동. 용산의 노트북 매장에서 키보드를 안 두들겨 본 노트북이 없는데, 역시 IBM 아니, 레노보다.
Lenovo 8918-A17
나사 다섯 개만 돌리면 아주 쉽게 상판을 들어내 마그네슘 케이지를 볼 수 있다.
 
Lenovo 8918-A17
CPU 및 GPU 냉각팬 시스템.  중앙 윗쪽에 4965AGN 무선랜 카드, 그 왼쪽이 블루투스, 아래가 백업 배터리, 백어 배터리 아래 2GB DDR2 SDRAM 2개. 4965 AGN 무선랜은 기존의 801.11g만 지원하던 HP 노트북에 비해 수신율이 2배 이상 높아졌다. 레노버 노트북은 안테나를 제대로 달아놓아 동종 펜린 노트북 중 같은 무선랜 카드를 사용하는 노트북보다 수신율이 높은 편이다. -- 사무실에서 여러 노트북으로 수신율 비교해 봤다.

Lenovo 8918-A17
1680x1050의 방대한 스크린. nVidia Quadro NVS140이 AMD HD2400보다는 3DMark06 점수가 떨어지지만 Intel GMA X3100보다는 2배 이상 낫고, 왠만큼은 3D 게임은 돌아간다.
 
설치하면서 이것 저것 뜯어서 살펴보고 113만5천원 주고 산 노트북에 상당히 만족했다:

튼튼하다.
조용하다.
발열이 적다.
키보드가 좋다.
해상도가 높다.
CPU나 3D, DVD, HDD등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보기 드물게, 내가 원하던 사항들 모두 충족. 이래서 노트북 살때는 신중하게 알아보고 사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트북 산지 3일도 안되어 몬테비노 플랫폼이 출시된 걸 보면 나도 참 운이 없다. 나보다 더 운이 없는 사람은 사무실 동료 중 어제 펜린 노트북을 산 사람이다.

모니터 상단에 웹캠이 달려 있어 여기저기 동료들과 NateOn으로 화상대화를 시도해 봤다. 흥미롭게도 네이트온 화상대화 플러그인은 H.264 포맷으로 화상을 전송하면서 4명까지 동시에 대화가 가능하다. 언제 이런 걸 지원했지?

일단 설치를 어떻게 끝내고 나서 원래 있던 HDD를 빼고 16GB 짜리 SSD를 달았다. 남들 말로는 16GB가지고 윈도우즈 깔아 뭘 할 수 있겠냐고 하지만 나는 MS Office와 Visual Studio .net 2005 따위 무거운 것들을 비롯한 여러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그러고도 6GB 가량을 남겨 잘만 쓸 수 있다. 최근 작업 소스는 다 합쳐봤자 1.7GB 분량, 컴파일해서 바이너리 만들어 봤자 5GB가 안되고 그나마 그것들 모두 NTFS 압축 디렉토리로 사용하니까.
 
다음은 하면 할수록 피곤하고 밥맛 떨어지지만 안 할 수도 없는 전력 제어에 착수. 일단 레노버에서 제공하는 Power Manager를 사용해 봤다. 그럭저럭. CPU 전압 및 배속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없다. Notebook Hardware Control(일명 NHC)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RMClock 2.3.5 버전을 다운받아 셋업. 최대 사용시간 예상:
 
LCD Brightness: 최고 밝기에서 2단계 다운
Core Clock: 200Mhz x 6 = 1.2GHz
Core Voltage: 0.962v
Discharge Rate: 16878mW (3h5m) -> 따라서, 대략 2h30m 정도의 일반적인 사용
 
프라임 테스트에서 안 뒈지며 작동하는 최저 전압을 찾아 RMClock 2.3.5를 셋업했다.
 
AC Power: performance on demand (6x,8x,10x)
Battry: performance on demand (6x,7x,9x)
 
Clock / Voltage Setup:
 
6x 0.9625v
7x 0.9875v
8x 1.0125v
9x 1.0375v
10x 1.075v
11x 1.1v
12x 1.125v
 
다음 셋업할 때 기억날 리 없으니, RMClock 2.3.5 세팅을 기록해 둔다.
RMClock 2.3.5 Setup

RMClock 2.3.5 Setup

RMClock 2.3.5 Setup

RMClock 2.3.5 Setup

RMClock 2.3.5 Setup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만, RMClock을 사용한 후로 CPU 온도가 40도 미만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배속이나 전압 세팅은 제대로 되었는데 왜 이러지? 어떻게 공회전하는 시스템의 온도가 48도씩이나 나올까? RMClock이 가끔 다운되는 현상도 벌어진다. 다시 레노버의 Power Manager로 복귀. 괜한 짓으로 시간 낭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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