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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12 Why Mars?
  2. 2009.12.08 Nfy 1

Why Mars?

잡기 2010. 11. 12. 20:57
화성에서 단조롭고 숨막히는 종신형을 살게 될 사람들에게 바이오스피어2에서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 바이오스피어2는 과학 프로젝트라고 보기엔 좀 그런게, 옛날에 관련 문건을 검색해서 볼 때는 흡사 사식 넣어 일곱 명의 히피를 먹여 살리는 프로젝트 같았다.

화성에 보낼 4명의 이상적인 성비는, 1:3이 좋아 보였다. 성교와 임신을 별개로 생각하고, 정자를 얼려 가끔 화성에 택배로 부치면 그들이 번식에 성공할까? 재원이 바닥나거나 또다른 금융위기로 지구에서 화성으로의 '공급'을 만장일치로 중단하여 그들더러 자력갱생 하라며 죽이는게 빠를까, 피크닉이라고는 자료 조사나, 낙하산 타고 떨어진 '선물'을  찾으러 로버 끌고 황량한 사막을 달리는게 전부인 화성인들이 생애 어느 시기에 서로를 악의적인 독설로 1차 살해하고 원격 감시 체계를 우회하여 우울증 때문에 자살하거나, 견해와 이데아의 차이로 동료를 잡아먹는게 더 빠를까?

어쩌면 그들은 먹을 것이 떨어진 나머지 지하 깊숙히 숨어있던 고대의 박테리아(또는 스파이스)를 먹고 깨달음을 얻어 예언자의 길을 걸으며 모래충을 몰고 다니는 프레멘이 될 지도 모른다. 어쩌면 킴 스탠리 로빈슨의 SF처럼(아니면 우연한 사고로 발생한 나노테크 슬러지의 자발적 진화로) 화성을 테라포밍하는데 성공할 지도 모른다. 오버는 그만하고, 화성에서 평생 살겠다고 자원할 사람들이 인류에 대한 숭고한 자기희생을 몸소 실천하는 동안 지구에서는 화성에서 벌어지는 무척 지루한 트루먼쇼를 감상하게 될 것만 같다. 그러나, 굳이 말이라도 그렇게 하자면, '희생은 불가피하다'.

오바마가 'to the mars'를 대안으로 들고 나온 때부터 화성 계획에 여러 의구심이 들었다. 지구-달 라그랑지안 점에 전진기지를 배치하고, 중국-인도-EU를 아우르는 범세계적인 협력을 통해 달부터 먼저 가면 안 되나 했는데 IEEE 스펙트럼에서 같은 의문을 품은 사람들을 위한 자세한 설명을 해 놓았더라. 스페샬 리포트 제목이 Why Mars? Why now? -- 무척 간단히 요약하자면 달 또는 궤도 전진기지를 통한 화성 유인 탐사 계획이 훨씬 더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면서 뽀대가 안 난다. IEEE 스펙트럼에는 추진체계부터 우주복에 이르기까지 볼만한 'write stuff'가 꽤 많았다. 도서관에 가서 뉴턴 과학 잡지라도 몇 권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시류를 틈타 Kim Stanley Robinson의 Mars Trilogy가 한국에 번역되길 기대해 보겠다. 그 삼부작을 다 읽긴 한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1, 2권은 스토리 보니까 대충은 읽은 기억이 나는데, 3부는 통 모르겠네? 그건 그렇고 올해 초부터 우리 팀이 시작한 프로젝트 명이 ares였고 작년에는 eris 였다. 그게 다 달 건설(?) 계획을 포기한 오바마에 실망해서 그랬다. -_-

오랫만에 GLXP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어느새 참가 팀이 22개로 늘었다. 구글의 공식 지원을 받는다는 루머가 있는 Oddyssey Moon 팀이나 NASA와 천만불 짜리 수주 계약에 성공한 Astrobotic팀의 우승이 유망하다는 소리가 있다.

상관없다. 행성 탐사에 관한 여러 우울한 설문이나 처참하게 가엾은 지구의 현실은 일단 제껴두고, 비열하게 달러 펑펑 찍어 경기부양하고 개도국들 사다리 걷어차면서 grephene으로 궤도 엘리베이터도 만들고, 외계인 살해하고 UFO 뜯어내서 야금야금 배운 기술로 나노테크 물질 컴파일러도 만들고 달에도 가고 화성에도 가고 얼른 링 월드도 만들고 다이슨 스피어도 만들고 eon ship의 양자 컴퓨터에 가속된 의식들의 공동체를 담아 이 시골스러운 은하 변두리를 좀 벗어나 보자. 감질나 죽겠다(그렇지만 외계인이 나타나 인류를 uplifting 해주는 건 김 새고 입맛에 안 맞는다).

구글 별지도
이건 요즘 밤거리를 걷다가 가끔 휴대폰으로 띄워보는 구글 별지도. 꽤 좋다. 아이에게 가스지성체가 우글거리는 목성이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었다. 집 근처는 광공해가 심해 망원경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가끔 쌍안경으로 자원 채취용 SCV가 오락가락하는 보름달이나 보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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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을 다 찍었네? 술 마시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와 함께 잠 들었다. 소위, 절전 모드. 아내 말로는 내가 술에 취해 심씨에게 (평소처럼) 허튼 소리를 늘어놓았단다.

며칠 후, 오픈을 하루이틀 앞둔 인도 식당에서 까졸과 샤룩 칸이 오랫만에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를 보며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쿠치 쿠치 호타 헤를 같이 흥얼거리며 늘 먹던 그런 것(알루 고비 커리, 치킨 커리, 달, 난과 갈릭 난, 탄도리 치킨)을 먹었다. 요리사를 파하르 간즈에서 데려왔단다. 주인장이 우리 집에 술 마시러 온 적이 있는데 솔직히 기억이 안 난다.  아마 맨날 사람들 불러다가 집에서 파티할 때 였던 것 같다. 아아... 그러고보니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사람들 불러놓고 옥상에서 우산 쓰고 숯불 갈비를 구워먹은 적도 있었다. -_-

세계 등 축제
밥 먹고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청계천에서 하는 세계등축제에 가서 아이랑 놀았다. '세계'자 붙은 축제치고 빈약했다. 옆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애가 아이와 내가 노는 꼴을 무척 부럽다는 듯이 힐끗힐끗 쳐다봤다. 결혼하고 싶겠지, 애 낳아 오손도손 살고 싶겠지, 인파로 북적이는 이런데 와서 가족이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겠지, 굶주리는 사람도 많은데 화성 계획은 돈 낭비가 아닐까? 생각하겠지, 소원을 적은 등불을 띄우고 있던 옆 남자 친구는 믿을만할까? 생각하겠지. 하고 싶은 대로 하시길. 책/영화 제목처럼 지구 위 미답지를 걸으며 eat pray love. 그런데 애 낳고 키워서 이런데 놀러와 히히덕 거리는게 뭐가 부럽지?

흠... 얼마 전에 GPSr의 트랙로그를 정리해 보니 지난 892일 동안 자전거 출퇴근을 포함해 106번의 자전거 주행 또는 짧은 여행을 했다. 자료만 보면 평균 8.4일에 한 번은 돌아다닌 셈인데, GPSr로 안 찍은 것들까지 감안하면 참 많이 돌아다닌 것 같다. 아이를 업고 북한산에 오르락 내리락 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 애 키우면 인생 쫑난다고 생각한 것도 엊그제 같다. 결혼을 왜 하냐고 빈정거리던 때가 엊그제 일 같다. 그 동안 아내 인생은 영 시원찮았다. 한국과 같은 저개발국가에서 육아는 리스크가 참 큰 망할 벤쳐 비즈니스다(하지만 번식 성공율은 높았다).

엊그제가 잘 기억 안나서 그런데, 어렸을 적에 '순간을 살라'는 말을 듣고 삶을 미분 하자는 말인가 궁금했다. 그래서 카르마는 적분처럼 쌓이고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하루 하루 벌어지는 사건 사고는 파동 함수의 끝없는 붕괴가 되고?

진중권은 호모 코레아니쿠스에서 문자문화를 통해 이성적 마인드셋을 갖춘 서양과 달리 한국 같은 저개발국가에서는 끈끈한 유대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합리성과 개인주의 및 개인간 거리를 숭상(?)한다고 믿어지는 서양인들 대개는 나를 막론하고 온갖 사람들에게 집적거리거나 싫어하거나 하여튼 무슨 감정을 가지느라 바빴다. 집적거리는 한국인들 만큼이나 그들을 멀리 했다. 사람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집적거린다. 그래서 人間이란다. 인간은 서로 집적거리는 걸 무척 즐긴다. 그놈에 합리성과 개인주의와 전혀 상관없이 혼자 있다 보면 서양이고 동양이고 간에 뭐라도 집적거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 같다.

'3 idiots'를 보고 난 후, 나도 가끔 가을을 타거나 의기소침할 때(그럴땐 가을이 왜 이렇게 춥냐고 화가 나지 의기소침해지지 않는 것 같지만) 스스로를 위로할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자신을 위해 이런 걸 만들었다고 말했다 '나는 무슨 일을 하건 실패하고 못 생기고 재산도 없고 아내와 딸애는 나 없이도 잘 산다. 따라서 (잃을 것이 없으니) 화성에 가서 눈알이 튀어 나와 죽건, 무슨 시도건 두려워할 것도 없다' 굉장한 실존적 부조리가 느껴지는 이런 취지의 말을 박씨에게 끼얹으며 집적거렸더니, 나를 위로해 줄 생각은 안 하고 그건 인류 중 무려 45억에 대한 더러운 경멸과 모독이자,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올바르지 않다고 대꾸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 중 45억은 가진게 없고 매번 실패하는 병신들이며 45억이나 되는 사람들이 존재론적 회의와 수치심 때문에 자신의 환경과 삶을 개선하고 인류를 위한 최선의 길을 찾으려 노력하고 행동하지 않을 뿐더러,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밥벌레들이기도 했다. 오...!! 정치적으로 올바르면서 신선한데? 놀라서 박씨에게 내가 방금 당신 말을 맞게 컴파일 했냐고 확인하자 그렇게 바보같은 논리로 따지다보면 밑도 끝도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그러길래 내가 농담한 걸로 댁이 농담을 하면 나도 농담을 한다니깐...

그래서 그 다음에는 박씨에게 '잉여'에 관해 말한 것 같다. 술 마시고 절전 상태라 뭔가 또 허튼 소리를  한 것 같은데 아까 사진에 나온 자세로 딱 필름이 끊겨 잘 기억나지 않았다. 잉여와 인연과 45억의 밥벌레 사이에 대체 무슨 관계가 있어서 떠들었을까? 나도 그 점이 몹시 궁금한데, 내면의 꿍한 외침을 제대로 되새겨보고 앞으로는 입 닫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술을 줄여야겠다.

Big Bang Theory S04E07
Big Bang Theory S04E07. 'To the metric system!' (미터법을 위해 건배). 왠일로 쉘던이 이런 귀여운 짓을 하나 싶다. 하지만 타이슨에게(찬조 출연한 물리학자로, 한국에 '타이슨이 연주하는 우주 교향곡'이란 저서로 소개된 적 있음) 명왕성 퇴출의 책임을 물었을 땐 평소의 또라이 기크로 돌아왔다. 명왕성이 왜 행성이냐?

Modern Family S02E07
Modern Family S02E07. 에피소드와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딸 애가 얼마 전에 거리 캐스팅을 당한 적이 있었다. 연락이 왔고 마누라가 만약 딸 애를 미디어에 노출시켰다면 내가 아마 발광했을 것 같다. 다행히 아내가 잘 처리했다. 어쩌면 내가 아이에게 편협하고 어두운 미래상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딸 잘 키워서 화성 이주민으로 보내고 싶지만 얘도 자라서 평범한 지구인과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싶어할 지도 모른다.

Black Thunder
Black Thunder. 수식으로 이름을 적은 특이한 타이포가 인상적.

Black Thunder
Black Thunder. 러시아판 SF 영웅물? 나노메틱 엔진을 단 볼가 자동차가 하늘을 누비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 모스크바를 한방에 날려 버리려는 악당의 음모를 저지한다. 마블 코믹스 같다.

Magadheera
Magadheera. 기본적인 인간 감정만으로 인디아인은 물론 수많은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맛살라 영화 보고 지금까지 딱히 실망한 적이 없다.

Magadheera
2시간 40분 짜리 영화인데 화면에 '10분 쉬고 400년 전으로 돌아갑시다' 라고 적혀 있다.   남인도 영화는 (북인도 영화에 비해 인기가 없는 탓인지 몇 편 보지 못했지만 주어진 경험만으로 지극히 어설프게 일반화하자면) 징후와 예언으로 가득찬 심각한(?) 영웅 서사물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인디아의 신/고 문화가 보통 뒤죽박죽 섞여 나타나기도 했다 -- 소재나 주재가 인민영웅, 힌두이즘, 윤회, 계급 갈등, 거기에 덧붙여 예언의 실현, 윤리관의 충돌, 선악의 대결, 충성과 신의 등, 이를테면 문자문화와 다른 구술문화에서(생산성이 무지 떨어지고 가족과 혈맹이 그래서 중요했던 봉건사회에서) 중시하는 가치관이 자주 반복되었다. 마치 고대 유럽의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닭대가리 기사들처럼 합리성 보다는 뜨거운 열정과 무대포스런 용맹과 기타 잡것들이 주성분을 이루는데, 그 때문에 스케일이 크고 선이 굵고 피비린내 나게 재밌어서 아무 생각없이 주말에 늘어져 보는 오락용으로 딱이다.

Magadheera
물론, 인도영화에 등장하는 주연 여배우는 대부분 '여신'급이다. 흡사 결혼식 들러리처럼 그 주변은 한 떼의 오크로 가득 채워 여신의 아우라를 도드라지게 했다. 그러고보니 데브다스의 그 보석들에 완전히 넋을 잃었던 작자가 기억났다. 사실 그 보석들이 영화용 짝퉁 소품인 줄 알았다. 저것도 진짜일까? 인도인들이 중국인들처럼 금붙이를 무척 좋아하긴 하는데...

Magadheera
춤추고 노래하고... 환타지물인데 남인도에 유우니의 소금사막 같은 저런 지역이 있었나? 설마 미처 못 보고 지나갔나 싶어 구글링을 해봤다. 인도의 몇몇 도시는 영화에 나오는 CG와 도저히 구분이 안 간다. 자연환경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The Other Guy
The Other Guys.  보는 내내 어정쩡하게 웃기는 이 코메디 영화의 감독이 누군지 찾아봤다. 마이클 키튼은 뭐하러 나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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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y

잡기 2009. 12. 8. 23:06
OSM XAPI 서버는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했다. 온라인 지도 편집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potlatch 1.3을 마지막으로 potlatch 2.0을 준비중이다. mkgmap r139x 버전대는 등고선을 제대로 컴파일한다. 다만, 오랜 시간 동안 해안선을 랜더링하다가 최종 결과물을 보면 해안선 폴리곤이 제대로 생성되지 않았다 -- 국토의 절반이 잠겼다. 흡사 지구온난화에 의해 발생한 슈퍼 허리케인이 한반도를 휩쓸기라도 한 것처럼 처참하게. 로버트가 리스트서버에 가입하라고 연락했지만 별로 가입해서 활동할 생각은 없다. 네덜란드에 사는 누군가 OSM 지도를 이용해 routable map을 다운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 나도 서버가 있으면 이런 거나 해 볼텐데! 멋지다! http://garmin.na1400.info/routable.php

네이버 지도가 업데이트되었다. 수도권역에 등산로와 자전거 도로가 나타났다. 항공사진의 품질도 좋아졌다. 다음지도와의 경쟁이 볼만하다.

오랫만에 엔파이를 방문했다. 결혼하고는 처음이다. 이번에는 혼자 그곳을 떠돌아다니지 않았다.  바람이 잘 통하고 바닥에 양탄자가 깔린 무굴식 가옥에서 아내와 아이와 함께 생활했다. 조상이 식물인 선주민은 인간을 두려워해 거주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모여 살았다. 수명이 5-6백 년에 이르는 선주민들과는 지극히 제한된 소통만 가능했다. 별로 똑똑하지도 않고 기술문명에 관심도 없다. 처음 엔파이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그들이 80cm 길이의 지능이 없는 황갈색 자벌레인 줄 알았다. 선주민이 에를이라 부르는 팔색조와 딜름이라 부르는 고양이 비슷한 짐승이 많이 살고 있다. 별로 위험하지 않다. 인간 또는 선주민과 감응을 맺은 고양이를 닙이라고 불렀다. 닙들은 개처럼 어디건 자신의 짝을 따라다녔다. 팔색조는 고양이를 잡아먹고 고양이는 팔색조를 잡아먹었다. 말이 팔색조지, 깃털에 피가 말라붙은 화식조 처럼 생겼다. 종류만 수백여 종인데, 선주민은 자기보다 큰 고양이와 팔색조를 키우기도 하고 잡아먹기도 했다.

선주민은 자기들을 엔푸라고 불렀는데, 지구 출신 정착민들은 엔파이(발음은 은파이에 가깝다)에 새로 입주하는 사람들에게 엔파이가 Nothing F'd up Yet의 약어라고 설명하곤 했다. 엔파이에 주거 하고 있는 나를 비롯한 초기 전송자 700 여명의 사람들은 빙퇴구 골짜기에 살고 있다. 공전 궤도의 앙각이 대부분의 행성이 나열되는 수평면에서 무려 60도이고 자전축이 50도 가량 누워 있어 약 2-3만년마다  북극은 수증기를 내뿜는 지옥으로 변했다. 그때 폭 2-10km, 길이 수천 킬로미터의 길고긴 고랑을 따라 남쪽으로 흘러들어온 물은 거대한 빙하를 형성했다가 물러나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지표에는 마치 쇠고랑으로 긁어낸 듯한 거대한 단구가 길죽하고 수평하게 늘어서 있는데, 수백년 동안 지속되는 서늘한 여름에는 빙하에서 녹은 물이 거북이 등짝같은 바위틈으로 숨어 흘러가며 곳곳에 호수와 하천을 형성했다. 선선한 바람은 늘 북(우리가 북극이라 부리는 곳을 기준으로)에서 남으로 흘렀다.  쓰다보면 말이 길어져 묘사하긴 뭣하지만 꽤 아름다운 곳이다.

나는 저녁에 아이를 무등 태우고 향불로 천정과 벽이 시꺼멓게 얼룩진 힌두사원 근처를 한가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 자원해서 왔다. 실체는 여전히 지구에 있으며 양자 얽힘에 의한 공간 이동(실제로는 정보 이동)을 통해 홀로그램과 유사한 우리의 복제본이 알데바란 부근에 실체한 것이다. 복제본은 우리의 66년 전 모습이다. 양자얽힘에 의한 정보이동 또는 공간이동은 단방향이고,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확실치 않다. 게다가 우주의 어디에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특정 패턴에 맞는 우주의 특정 장소가 있으며 인류는 지난 수백년 동안 그런 장소를 찾기 위해 엄청난 수의 송신기를 어디론가 복제하고 그 송신기에서 보내주는 전파에 의존해 장소를 찾아 나가고 있다.

지구상의 '우리'는 알데바란의 복제본이 활동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66년 전부터 날아온 전파를 통해 마치 낡은 비디오처럼 감상했다.  복제본들 역시 늙어가고 사고로 죽어갔다. 범죄자이거나 정신이상자가 아닌 한, 신청자는 누구나 그곳에 복제본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없다. 그들의 메시지와 영상은 일방적이며 우리가 보내는 모든 응답은 66년 후에나 그곳에 도달했다. 엔파이와 통신하기 위해 달의 여러 곳에는 수천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VLA가 있고 수신한 전파를 지구로 재전송하기 위해 지구와 마주보는 면에도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

꿈에서 깨어났다. 눈을 껌뻑이다가  옆에 누워 잠자고 있는 아이를 쳐다 보았다. 기분이 희안했다. 비록 꿈일지언정 지금껏 무수히 많은 별들을 돌아다녔다. 어린 시절에는 꿈꾼 것들을 어떻게든 그러모으고 말이 되도록 데코레이션을 한 다음 이야기를 써보려고 했던 것 같다.

Casio EX-Z450  -- 구매 시기를 재다가 쇼핑몰에서 제품이 갑자기 사라졌다. 어느날 37만원대의 가격으로 다시 나타났다. auction의 eBay 구매 대행(32만원)과 eBay.com 직접 구매(199$)와 일본 쇼핑 대행몰을(35만원) 하릴없이 비교했다.

그동안 죽 외면해 왔던 emacs에 익숙해 지려고 짬짬이 노력중이다. ctrl키를 하도 많이 눌러야 해서 손가락이 아프다.  emacs를 사용하자고 마음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 116MB짜리 텍스트 파일을 열어 이것저것 테스트하다가 엄청난 처리속도에 경악. emacs가 빠른게 아니라, 다른 editor들이 20년 전에 만들어진 emacs만도 못한 것이 맞으리라. 그러다가 한 일주일이 지난 다음 266MB짜리 파일을 열려고 시도했더니 안 열린다. 마음이 바뀌어 emacs 사용을 다시 유보.

chromeplus는 쥐도 새도 모르게 어느새 1.3.2.0으로 업데이트되었다. adblocks 문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adblock 기능을 켜놓으면 사이트 진입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끔 다운되어서  한 이틀 네이버 들락거릴 때 사용하다가 꺼버렸다. 이제는 은행 사이트 들어갈 때 자동으로 IE로 연결해서 보여준다.

내년에 크롬os가 나온다고 한다. 크롬 브라우저 때부터 엔지니어가 직접 나와 자기들이 어떻게 소프트웨어를 재설계했는가를 설명해주는 시도가 참신했다. 크롬 os 역시 엔지니어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런데 cloud에 user data를 저장하고 stateless machine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잘 알겠는데, 문서의 형상관리(저널링)는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가 없다.

불가에서는 인생이 고통스러운 이유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때문이라고 했다. 그 셋을 적정량 다 가지고도 내 인생은 고통스럽지 않았다 -- 타인은 늘 고통스러웠다. 욕망은 욕망을 욕망하게 되서 더럽게 여겨 똥보듯 피해갔던 나같은 사람을 위해 벤야민이 소비시대를 슬기롭게 개무시하고 살아가는 방법에 관해 쓸만한 조언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위대한 소비시대는 놀랍게도 온라인에서 Thomas Pynchon의 Gravity's Rainbow를 무료로 보는 것을 가능케했다. 구글이 구글 books라는 서비스를 하는 줄도 모르고 옥션에서 값싼 아이들 완구나 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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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당 대략 8500원에 옥션에서 구입한 중국산 RC카. 아이에게 원격작용의 개념을 '느끼게' 하는데 RC카보다 나은 아이템은 없다고 여겼지만 아내는 시끄러워서 달가워하지 않았다. 첫번째 자동차를 조립하는데 1시간, 두번째는 20분 만에 조립. 앞바퀴에는 간단한 서스팬션이 있고 서보 모터 대신 DC 모터와 피니언 기어를 써서 바퀴의 좌우 회전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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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바퀴는 high, low의 2단 기어를 시프트할 수 있는데 기어에서 토크 손실이 클 것 같은 설계. 물론 구동손실을 줄이기 위한 배려는 없다. 타이어 그립이 안 좋다. 동봉한 스펀지 타이어를 장착하고 리튬 그리스를 기어에 발랐다. 송신기는 각각 27MHz, 40MHz 대역에서 4종류의 시그널(전진,후진,좌회전,우회전)을 전송하는데, 통달거리는 약 5m 가량, FM 출력을 부스트하면 좀 더 먼 거리까지 가능할 것 같은데 별로 개조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다.  아이는 차 위에 벨로키랍토르를 태워 달리며 희희락락했다.

4대강에 로봇 물고기가 돌아다니며 오염도를 측정해 보고한단다. 추정 4천만원이나 하는  이 로봇 물고기를 낚기 위해 낚시꾼들이 눈빛을 반짝였다. 21세기 초의 기념비적인 4대강 삽질의 흔적을 어탁으로 떠서 길이길이 남길 생각인 듯. 로봇 물고기가 찌를 안 물면 투망질을 해서 잡던가, 소위 '빳떼리'로 기절시켜서 잡는 방법도 있다. 또는  '오염 물질'을 슬슬 흘려 로봇을 유인해 낚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그렇게 큰 대형 로봇(추정 1.2m, 무게 12kg, 3hrs duration)을 만드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수량의 계절 편차가 심하고 유속이나 수심이 오락가락하는 한국의 하천 특성상 이명박이 말하는 그런 거대한 물고기는 쉽게 좌초되거나 운영이 어려울 것 같다. 대단한 준설작업을 벌여 수심 6m짜리 저유속의 똥냄새 나는 하천을 계획하고 있다면야...

기계연구원 “로봇물고기, 50센티 크기에 3년 후 상용화” -- 이것말고 다른 기사에서는 지금 한국 기술로 500만원 정도면 50cm짜리 잉어 물고기를 만들 수 있다는데...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을텐데? 궁금한 것은 로봇 물고기가 수류를 거슬러 올라갈 때의 동력 손실, 부력을 유지하는 방법, 전지 등의 실장품의 수명, 오염 측정 항목, 전파가 잘 전파되지 않는 물속과 지상 기지국과의 통신 방법 따위다. 프로펠러보다 동력 손실이 적다는 물고기 형태는 아마도 폴리머에 전기를 가해 뒤틀리게 해서 물고기처럼 꼬리를 흔들며 움직이게 하는 것인 듯 한데...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기개발된(?) 로봇 물고기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얼마나 시시하고 실망스러운지는 Robotic-fish.net을 보면 알 수 있을 듯.

로보틱스, IT, 센서 인터페이스, 기계공학은 사실상 공학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을 수 있어 머릿속으로 로봇 물고기의 설계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은데, 로봇 물고기 보다는 화학 센서 몇 개 설치하고 GPS와 간단한 로거를 덧붙인 부이 또는 작은 쪽배를 만들어 강의 흐름에 따라 흘려보내 하류에서 수거하는 것이 경제적일 것 같다. 설계 및  비용 산정을 해봐야 알겠지만 목적이 계측이라면 유지보수와 재활용 측면에서 센서 부이가 로봇 물고기보다 효율적일 것 같다. 흥미로운 일꺼리라서 각하께서 맡겨만 주시면 싸게 만들어 드리겠다.

11월 2일 동네에 있는 부어치킨이 의왕으로 이사갔다. 주말에 어디서 치킨을 시켜 먹어야 할지 난감해졌다. 수 차례에 걸쳐 팔달문 근처의 진미통닭과 용성통닭을 벤치마크 했다. 두 치킨집은 수원 치킨업계의 양대 산맥이란다. 진미통닭은 워낙 사람이 많이 찾아 전자번호표를 받고 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용성통닭은 구이 소스에 마늘 따위를 넣었는지 발색이 좋지 않다. 어쩌면 닭을 오래 튀겨서 그럴 수도 있고, 기름 한 통에 튀기는 닭의 숫자가 많아서 그럴 지도 모르겠지만 (설마?) 아마도 튀김옷에 마늘 등의 이물을 섞은 탓이지 싶다. 아내는 용성통닭표 치킨에 입도 대지 않았다.

회전이 빠른 진미통닭의 장점은 알맞은 커팅에 있다. 용성통닭이나 진미통닭이나 닭은 30 조각 정도로 분해하는 것 같은데, 진미통닭의 절단 방식이 닭을 발라먹기에 유리했다. 두 가게 모두 가마솥에 해표 식용유(콩기름)를 왕창 붓고 센불로 닭을 튀겼다. 가마솥의 용적과 두께 때문에 기름이 쉽게 식지 않아 튀김이 바삭바삭하다. 앉은 자리에서 먹으면 거개 배달해 먹는 동네치킨보다 바삭하고 고소하다. 심지어 빵가루나 쌀가루를 반죽에 섞어 튀기는 치킨들보다도 낫다.

프라이드 치킨의 가격은 12000원, 닭맛이야 어디가나 거기서 거기지만 진미통닭의 닭맛이 14000원짜리 동네치킨보다는 좀 낫고 양도 동네치킨의 1.5배 가량 된다. 서비스로 주는 모래집이나 닭발 따위는 식으면 별 맛 없어 별다른 장점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내 편에서는 진미통닭이 용성통닭보다 좀 더 나았다. 하지만 두 집 다 찾아가서 먹기에는 거리가 있다.  결론: 진미통닭이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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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심돈. iso 설정이 잘못되어서 사진이 이 따위로 나왔다. 찬바람에 벌벌 떨면서 딸애와 산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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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저수지 옆의 약 2km 짜리 좁은 산책로. 아이를 데리고 놀러갔다. 등산로같지는 않았다. 꽤 좋았다.

아내의 세뇌교육 덕택에 딸애는 착하게 굴면 크리스마스에 '한반도의 공룡' 화보집을 받을 수 있을 꺼라고 믿고 있다. 한반도의 공룡은 타르보사우르스의 일대기를 담은 EBS의 다큐멘터리로 MBC의 '공룡의 땅'과 함께 작년에 대단한 히트를 기록했다. 등장인물은 네 발로 진흙바닥을 뒤뚱거리며 걷는 해남이쿠누스, 아무리봐도 티라노사우르스 렉스를 닮은 타르보사우르스와 그의 식량 프로토케라톱스, 친타오사우르스를 사냥하는  털없는(?) 벨로키랍토르, 타르보사우르스를 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앞 발을 가졌다고 해서 좀 황당했던 테리지노사우르스 등등이 등장한다.

내 취향은 어딘가 어설픈 '한반도의 공룡' 보다는, '공룡의 땅'이다. 화성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의 미스테리를 추척하며  이융남 박사가 필립 커리나 루이스 제이콥스 같은 쟁쟁한 사람들을 이끌고 몽골 탐사대를 조직해 화석 탐사에 나서는 내용이다.

옛날 대구에서 생긴 일: 지나가는 행인에 의해 신천변에서 공룡 화석 발자국이 발견되었지만, 대대적인 하천 공사로 신천 하상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은 물막이 보로 인해 1m 수심에 푹 잠겼다. 담당 공무원은 공룡 발자국이 물 속에 있어야 보존이 잘 된다고 주장했다. 우연한 발견, 생업과 상관없는 공룡 발자국, 물막이 보, 삽질, 정신나간 공무원 등, 있을 것 다 있는, 그야말로 한국적인 정서가 듬뿍 배어있는 교훈적인 옛날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공룡 발자국 화석을 복원하기로 한 것 같다.

한국에는 공룡 화석이 드물게 발견되었다. 간단히 말해 물에 잠겼다 올라온 땅이 없다. 퇴적암 보다는 화성암이 많은 한국의 산하에서는 화석이 발견되기 어렵다. 그래서 서해안 일부, 태백산 부근, 그리고 경상도 인근 해안가를 제외하고 화석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 그렇게 알고 있다. 뭐 관입된 화강암에 공룡 발자국이 찍힌 독특한 화석이 있지만.

고생물학에 특별히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누군가의 도움 없이 공룡 발자국을 쳐다보는 것으로는  상상력이 샘솟지 않는다. 당연한 것이 기상학, 지질학(지구물리), 생물학, 해부학 등 적어도 7-8개의 학제에 걸친 배경지식이 없이는 공룡 발자국만 보고 7-15톤 짜리 공룡의 자태가  우아하게 떠오른다는게 더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공룡에 관해 어린 시절에 그다지 보고 배운 것이 없다. 왠일인지 개성이 철철 넘치는 미국의 쥐라기, 백악기 공룡의 몇 안되는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신생대 이전의 고생물학사에 관해서도 아주 어렴풋한 지식만 가지고 있었다. 수억년에 걸쳐 생성된 대기 덕택에 육지에 식물군이 융성하게 되고 바다말과 식물군이 생산한 엄청난 양의 산소가 지상을 곤충의 천국으로 만들었다 -- 날아다니거나 운동량이 많은 곤충은 대단히 많은 양의 산소를 소비하는데 대기중에 산소가 늘자 이런 곤충들이 득세하게 된 것이다. 이게 아마 캄브리아, 페름, 석탄기 시절의 이야기일 것이다.

물고기 시대인 데본기에 들어서 물고기 떼와 지느러미 달린 파충류가 바다에서 활달하게 돌아다니다가 몇몇이 뭍으로 기어올라왔다. 2004년에는 그것과 관련한 극적인 발견이 이루어졌다. Tiktaalik roseae . 뭍가에 공룡이 올라온 이유는... 음... 물 속에서 피식자와 포식자, 포식자와 포식자 사이에서 벌어지던 무한경쟁에 지친 파충류들이 흘낏 뭍을 쳐다보니, 뭍에는 포식자가 없을 뿐더러 1m짜리 잠자리 같은 육즙이 풍부한 곤충이 엄청나게 많은 낙원이었다.

트라이아스기에 뭍 근처에서 어설프게 절름거리며 떠돌던 파충류들은 풍부한 먹이를 먹고 점점 몸뚱이를 불렸다. 쥐라기와 백악기에 들어 거대공룡들이 융성한다. 트라이아스기 이후의 얘기는 아마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난 150여종(?)의 분류가 된 공룡 중 고작해야 20여종을 간신히 구분하는 정도다.

내 꿈 중에 하나가  일주일 일정으로 스미소니언에 가보는 것이다 -- 화성시는 화성 인근에 자연사 박물관을 만들 생각인 것 같다. 이융남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화성은 수도권 인근이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으므로 자연사 박물관을 짓기에 좋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단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라는데, 자연사 박물관, 특히 '제대로 된' 자연사 박물관이 지어지길 무척 고대한다. 그런데 혹시나 말인데, 오리지널 자연사 박물관 대신 생태주의나 환경주의를 공룡시대와 리믹스한 희안한 것이 들어서서, 환경을 오염시키면 지구가 멸망한다고 세뇌교육 따위나 시키게 되지는 않을까? 그런 건 제발 다른 곳에 맡겼으면 좋겠다. 공룡 화석 보는데 방해된다.

자연사 박물관의 파급효과는 아마도 계량이 어려울 테지만, 그것 때문에 공룡 몇 마리 보고 고생물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어린이 몇 마리가 자연발생할 수도 있다는 차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 같은 사람은 서적 따위로 근근이 얻은 지식의 간극을 순전히 불확실한 추측과 남들의 가설과 견해에 의존해 피동적이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여 꿰메어야 했다. 말하자면 조각보 사나이가 되었다. 만지고 볼 수 있는 현실의 증거는 책 나부랑이 따위가 주는 수억년간의 감도 안 잡히고 머리속에서만 앵앵 거리는 역사와는 질적으로 아주 다르다. 지질시대로 구분되고, 고생물사의 연대기순으로 나열된 화석과, 그것을 채취하는 과정과, 어떻게 해서 그렇게나 많은 가설을 고작 석화된 뼈조각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었는지, 이런 종류의 지적 자극과 사고 경험은 인생에 가치있는 경험은 물론, 사고 방법의 현저한 변화를 가져다 준다고 믿는다. 극단적으로 말해, 자연스러운 개종 체험을 하게 한다.

삼엽충, 암모나이트 따위 조차도 어렵게 발견되는 한반도에서 누대(eon)에 걸친 장대한 지구의 역사를 현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즐거움이 될 것이다 --

오로지 색깔 구별 능력이 있는 동물만이 몸의 빛깔이 알록달록하다, 오로지 보고 듣고 만진 자만이 피상적인 지식의 지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중요한 얘기라서 열광적으로 적고 보니 여행을 하는 이유와 같은데, 반병신스러운 로봇 물고기 떼나 만들어 낚시꾼들이나 즐겁해 줄 돈으로 자연사 박물관이나 거창하게 지었으면 좋겠다.

이문환의 플라스틱 아일랜드에서 조식을 발견했다. 김조식은 예전에 내가 만든 이름이다. 작가가 그 이름이 좋아보인다며 자기 소설에 써먹겠다고 했던 것 같다. 그때 오예수라는 이름도 만들었다. 이외수가 oisu란 아이디를 사용해서 내가 활동하던 동호회에 들락거리는 걸 본 후로는 오이수를 사용할 수 없었다. 플라스틱 아일랜드 전반, 중반은 재밌고 좋았는데 후반에서 약빨이 떨어졌다. 쓸 것도 없어 빌빌거리던 후반에 크로울리 운운하면서 흑마술 관련한 이야기를 잔뜩 집어넣었으면 좋았을텐데. 홈페이지에 들러보니 잘 살고 있어서 딱히 안부인사를 전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한 5년 후면 그가 쓴 더 재밌는 소설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세월과 외로움 속에서 기억은 퉁퉁 불어 아비 어미도 알아볼 수 없는 시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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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re in the Blood. S2E4 Sharp Compassion. 2기 마지막 화에서 드디어 알맞은 사진을 찾았다. 정치인은 인류를 두 종류로 나눈다. 도구와 적으로. -- 니체. 정치인은 psychopath와 비슷하고, psychopath와 sociopath는 종종 헷갈린다. 와이어 인 더 블러드의 주인공은 다감해서 사이코패스의 정신세계를 이해해주었다. 덱스터가 이 작자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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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n Family. 근래 보기 시작한 코미디. 딴세상에 사는 듯 눈치 없고 하는 짓마다 바보같은 필이 웃겼다. 가정에서 내가 하는 짓이 필과 비슷하기도 하고... 이거 히트감인데 인기는 별로 없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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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2009. 미국 방문 비자를 들고 있는 못생긴 파충류 외계인. S1E4에서 감질맛나게 중단되었고 내년에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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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lourious Basterds. 재밌다 없다도 판단이 안된다. 기억에 남는게 아무 것도 없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든 건가? 어 역시 그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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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지구가 망한다는데, 유시민은 그때 대선에 출마할 생각인 것 같다. 재난이 주연인 영화. 태양에 거대 흑점이 발생한 2012년, 태양풍에 평소보다 더 엄청난 양의 태양 뉴트리노 입자가 지구로 쏟아져 들어와서 지구 핵을 가열(뉴트리노가 지구 핵을 어떻게 가열한다는 거지?) .옐로우스톤의 수퍼 볼케이노가 예정대로 장엄하게 폭발한다. 북아메리카 서부 연안 도시가 붕괴될 때는 장쾌한 광경을 방해하는 분진류를 컴퓨터 그래픽에서 깨끗이 제거했다. 해발 5천5백미터 산들이 바닷물에 잠기면서 로라시아가 맛 가고 흡사 곤드와나처럼 생긴 대륙이 떡 하니 나타난다. 그야 뭐... 옥에 티가 하도 많아 일일이 지적하는 것은  시간이 아까운데 압도적인 화면 덕택에 잠시도 쉬지 않고 본 영화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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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rogate. 포샵질한 브루스 윌리스 출연. 그저그런 메시지나 담는 한심한 SF 영화도 아니고 그저그런 가젯과 테제를 나열하는 일반인용 SF도 아니고, 그렇다고 액션의 진실을 담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재미있다. 나 같으면 서로게이트들 죽이지 않고 자기가 자기 자신이라는 믿기지 않는 현실을 떠안은 채 지지리 궁상맞게 살아야 하는 인류를 그대로 내버려 두겠다. 그럴 놈들은 그렇게 살다 가는게 바람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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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Forward.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 Surrogate에 비해 전 인류가 평화롭게 뻗은 광경은 이쪽이 좀 낫지 싶었다. 137초(?)동안 인류가 6개월 후의 미래를 보는 예지몽을 꾼다. 매크로적 규모로 벌어지는 일을 미시적으로 재구축하는데 스케일링이 어설퍼서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여기 출연한 한국인과 Lost에 출연한 한국인이 올해 10대 섹시남에 뽑혔단다.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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