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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a vista

잡기 2008. 9. 29. 16:13
약 두 달 전쯤 컴퓨터에 비스타를 설치했다 -- XP가 단종되고 앞으로 개발할 SW의 호환성 여부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가상머신에 vista를 설치해서 작동 여부만 체크하는 정도로는 안될 것 같았다.

설치하고 나서 주욱 써 본 결과, 이 놈에 OS에 처음 가졌던 인상, 어쩐지 기분나쁘다, 은 바뀌지 않았다. 유려한 UI 빼고는, 줄이고 줄여도 늘 1GB의 주 메모리를 잡아먹는다 -- 2GB 밖에 없는 주 컴퓨터 메모리 보다 종종 더 많은 메모리가 사용한다. 그래서 평소처럼 열댓 개의 창을 띄워 쓰는게 불가능하다. 1. 내가 모르는 뭔가가 배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기분 나쁜 것이고, 2. 모르기 때문에 알려고 해도 정보가 부족한데다, 3. 그 모르는 것을 지워 나가다가 맛가서 세 번째로 vista를 설치했다.
 
정품 인증 메시지가 나와서 지웠다. 비스타 쓰다가 XP 사용하니까 컴퓨터가 두 배는 빨라진 것 같다. 흡사 새 하드웨어를 구입한 효과를 맛보았다. Windows 7이 내년 중에 출시된다면 Windows Vista는 아마도 사라지겠지.

9/3, Google이 Chrome 베타 버전을 런칭했다. 사용해보니 Firefox보다 낫다. sandbox와 secret 모드가 바로 내가 필요했던 것. multi processing이 뭔 대단한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 javascript 가상 머신인 v8의 성능은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그 때문에 구글 아이, 구글 리더, 지메일 등등 크롬과 궁합이 잘맞는 사이트에 자주 들락거렸다.

8살엔 '칭찬', 12살 이후엔 '꾸중'이 효과적
-- -- 실험을 위해 그런 불편한 모델을 만들어 놓고 '아직 알 수 없다'느니, '아마도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한 결과'라느니 말하는게, 참, 여러 모로 성의가 없어 보인다.

中, 우유 1톤으로 50톤까지 불려 -- 오, 천잰데?

Macross Frontier 마지막 장면. 이건 뭐... 툭하면 튀어나오는 삼각형부터... 막장에는 민메이 로켓까지 등장하시고... 이전 마크로스 시리즈를 이것 저것 갖다 붙여 총정리한 느낌이랄까? 음악이 워낙 칸노 요코 스타일이라 (이젠) 물린다. 감상평: 잼없다.

Art of Travel
Art of Travel이란 영화를 보았다. 'Do not go where the path might lead, go instead where there is no path and leave a trail' 라는 랄프 왈도 에머슨 형님의 한 말씀으로 시작한다(나같은 Mr. Plan에게도 계획대로 여행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하, 저 곳은 내가 라파즈에서 하루에도 몇차례 오르락 내리락 하던 곳, 볼리비아 최대의 번화가. 저 위 언덕으로 시장과 여행사 골목과 게스트하우스 촌이 있다.

그건 그렇고,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서점에서 읽는 내내 what a waste, what a sucks를 연발했다 -- 내 보기엔 갖가지 눈꼴사나운 지랄을 떤다.

별 기대하지 않고 보기 시작한 영화, 여행의 기술은 신선했다. 예전 자극과 영감에 관한 추억이 떠올랐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결혼 하게 된 친구가 결혼을 취소하고 식장을 뛰쳐나와 캐리어 하나 달랑 들고 공항에서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 니카라구아의 마나구아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에스빠뇰 한 마디 모른 채, 전형적인 바보 그링고처럼 게스트 하우스에서 숨겨둔 돈을 털리고 강도를 당한다. 우여곡절 끝에 그럭저럭 여행에 적응할 때쯤, 파나마시티에서 우연히 만난 한 부부와 콜럼비아의 다리엔 갭 최단 기간 통과에 도전한다. 그리고 정말로 마체테 한 자루 들고 정글을 336일만에 뚫고 나온다. 오오!!

중남미를 돌아다니는 병신같은 그링고에 대한 욕설을 포함해 이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이렇게 배낭여행자와 여행을 다루는 영화는 레오날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The Beach 이후 아주 오랫만인 셈이다. 63년 마다 한 번씩 용출한다는 전설의 ulti geyser를 찾아 인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한 좋은 여자를 버리고 어렵게 볼리비아의 살라 데 유우니를 찾아 가지만, 가보니 친구들한테 사기당한 것이다.

여행자들의 개뻥이 가득 섞인 이바구를 믿고 자기 삶을 바꾸어 찾아간 비스타는 흔히 그 모양이다. 정말 엄청 공감 가는 대목이다. 여행이란 무엇인가? 영화는 이렇게 말했다; mastering the art of travel. ... It's way of life(그렇다. 삶의 방식이다). unknown to the majority. it's almost impossible to convey to your friends back home over the course of a single conversation(그래서 나는 친구들에게 여행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않았다/안할 것이다). The art of travel is to deviate from one's plan. 여행은 길을 벗어나면서 시작한다. 자의든 타의든. 난 길에서 벗어나는 바람에 지금 아내와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살게 되었으며, 길에서 벗어나지 않은 예측가능한 삶에 천착한다. 그것이 지금은 내가 생각하는 부에나 비스타가 된 셈이다.

Amazing Race
Amazing Race Season 12. 두 친구가 우승하길 바랬다. 우승했다. 이들만 유일하게 '배낭여행자' 같이 생겨서랄까? 이 재밌는 프로그램은 11개 팀에게 목적지와 경비를 주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미션을 수행하다가 가장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팀에게 상금 백만불을 준다. 참 아쉬운 것은 여기 저기 정신없이 뛰어다니느라 여행을 제대로 즐길 틈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 아내와 내가 팀으로 출전하면 꽤 잘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잘하는 것은 둘째치고, 아내나 나는 피차 같이 여행하고 싶은 생각들이 없지만, 프로그램이 몹시 매력적이다. 어메이징 레이스 아시아판에 한국인 형제가 출연해 우승했다는 뉴스를 얼마 전에 보고 찾아본 것이다.

Man Vs. Wild: Cooper Canyon. 이전 편까지는 부싯돌, 칼 따위를 들고가는 것을 야유했지만,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의 악어 투성이 늪지대를 통과하는 편과, 얼음과 불의 나라인 아이슬랜드 편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렇게 주인공이 고생하거나, 제작진이 주인공을 학대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설정이라느니 어쩌구 얘기들이 많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인간대 야생이란 프로그램의 목적은 애당초 주인공이 꽃미남 서바이버 먼치킨을 보여주는 데 있는 것 같지 않다 -- 그러기에는 주인공이 너무 못 생겼다. 마누라와 자식도 있다. 게다가 매 회 마다 기어다니는 온갖 벌레를 목구멍으로 삼키고(살기 위해) 똥구덩이를 굴러다니고 짐승이 덮칠까봐 늘 밤잠을 설치는데 그런 것 때문에 주인공을 부러워하고 대리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따뜻한 집에 누워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이렇게 한가한 얘기를 늘어놓는 것에 늘 감사한다.

당장 써먹을만한 것으로, 인간 대 야생을 통해 냇가에서 티셔츠를 이용해 물고기 잡는 것이나, 신발끈을 묶어서 나무 타는 것을 배웠다. 눈을 파서 쉘터를 만들 때 차가운 공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구멍을 파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정말 뼈저리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일요일에는 아내가 놀러 나가서 혼자 애 보며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발(EIDF) 참가작들을 하루 종일 보았다. 볼만한 것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볶음밥을 잘하는 비결을 깨달았다. 저녁으로 맛있는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양파로 단맛을 조절. 당근과 양파를 잘게 썬다. 햄, 피망, 오징어, 새우 따위 부재료가 있다면 그런 것들도 썰어 넣던가. 기름에 마늘향이 배이게 하고 계란을 까 넣어 스크램블 하듯 섞다가 식은 밥을 넣고 센 불에 볶는다. 밥에 코팅이 적당히 되면 당근과 양파를 투입. 부재료에 따라 30초~2분 정도 익히다가 불 끄고 마지막에 소금과 후추를 투입해 한 두 번 뒤섞는다. 여기에 생선 간장 뿌리고 오이를 얹으면 태국식 볶음밥이 된다. 그 동안 볶음밥을 하면 뭔가 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황금 볶음밥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볶음밥이 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었다(볶음밥에는 무조건 계란이 들어가야 한다). 라면 끓여먹는 시간이나 볶음밥 해 먹는 시간이나 그게 그거라서 조금씩 변주해가며 자주 해먹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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