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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XP

잡기 2010. 2. 22. 16:42
Google Lunar Xprize: 2012년 12월 31일까지 달에 탐사선을 착륙시키고 로봇으로 달 표면을 500미터 이상 주행한 다음 이미지를 보내주면 상금을 준다. 달 탐사 계획에 필요한 비용은 알아서 펀딩을 받아야 한다. 오바마는 달 계획을 포기했다. 사정이 이해가 가지만 안타까웠다. 먹고 사는 것과 상관없는 이런 바보같고 멋진 프로젝트를 민간 기업이 기획한다니 박수라도 열심히 치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 네트웍 앱스는 나같은 개발계나 문학계 자뻑 왕따들에겐 쓸모없는 서비스다. 누가 내 일에 관심 가져주는 거나, 삽질 과정이나 가십, 자랑꺼리를 여기저기 퍼뜨리면서 사회화의 장점(또는 혜택)을 누리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대체 사회화의 장점이나 혜택이 뭐지? 자뻑 왕따는 주어진 환경에서 자력갱생, 자가발전, 자급자족 등이 가능한 완벽한 상태인데. 농담.

Modern Family가 Bing Bang Theory 보다 취향에 맞는 것 같다. 빅뱅 이론의 늘 뻔한 코드와 반병신스럽게 묘사되는 오타쿠의 불편한 사회부적응 에피소드는 어렸을 적에 경험해 볼 만큼 해서일까? 처음에는 코드가 맞는 듯 하더니 날이 갈수록 재미가 없다. 흡시 일상에 독거하는 피치못할 지겨움을 재연하는 것처럼.

오리처럼 꽥꽥 대고 오리처럼 걷는다면 그것은 오리다. -- Duck Typing의 정의. -- 프로그래밍이 점점 실존적으로 변해가는 것일까? 시간이 많이 흘러 오랜 세월 배운 것들을 대부분 잊어버렸다. 술자리에서 erlang 얘기가 나왔다. 난 루비 얘기를 했고 플랜9의 적자인 go나 c의 적자인 d에 관한 얘기는... 할 틈이 없었다. 주변에 그런 얘길 나눌만한 사람이 없다. 현실은 시궁창이라 여전히 c++을 사용했다. 농담. 오래전 STL 도입 초기에 뻔질나게 하던 것이 벤치마크였다. 벤치마크 결과는 시중에 떠도는 프로그래머들의 말이 구라이거나 불완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 후로는 STL을 죽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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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친구가 찍은 것 같은데, 난 이런 각도로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다. 원본 사진이 좀 구리다. 미련없이 가위질했다. 크롭질을 비롯한 사진 후보정을 모두 포함한 것이 사진 예술이라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원본이 구리면 만사가 허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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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호랑이 새끼를 만져본 적이 없다. 이러다가 아이가 호랑이는 인간의 친구라는 어리석은 편견을 가지게 되지는 않을까?

라파엘로가 활동하던 시대의 그림들 대부분이 구리고 시시한 것들이지만(성화를 대체로 꺼리는 취향 탓도 있고) 이제는 그런 것들을 이해하는 것이 교양의 한 방편이 되었다. 게다가 저 먼 땅덩이에 본인과 관계없이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야 그림이 제대로 보인단다. 아는 만큼 보인다나? 어디서 들은 말, 아무데나 갖다 붙이면 맞을 것 같지?

댄 시먼즈의 올림포스는 세익스피어 전부는 몰라도 템페스트 정도는 읽어야 하고,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의 저작과, 별자리에 얽힌 설화를 암기하는 것보다는 그리스 신화의 짜임새에 관해 좀 더 알아야 매니악하게 즐길 수 있긴 한데, 그런 것들 몰라도 재밌다. 댄 시먼즈가 글빨이 좋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어떤 작가가 마술사, 명장 소리를 들을 지경이 되면 배경지식이나 교양이  없어도 작품만으로 거개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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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기어코 빨간 두건 코스프레를 해냈다. 결혼 전에는 젊은 엄마들이 딸애 옷 갈아 입히는 것이 로망이라는 얘기를 콧방귀를 뀌며 흘려 들었다. 내가 뭐에 씌인 건지 별로 잘 생기지 않아 평소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딸아이가 이런 옷을 입혀 놓으니 정말 그럴듯해 보였다. 바구니 하나 주고 숲속에 풀어놓으면 완벽할 것 같다.

1/17. 예전에 시간이 부족해 안양에서 안산까지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워 눈이 녹다만 수리산에 다시 올랐다. 명학역-관모봉-태을봉-슬기봉-수리봉 까지 꾸역꾸역 걸어갔다. GPSr을 쳐다보지 않다가 길을 잘못 들었다. 납다골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죽 내려오다가 눈밭에 자빠졌다. 1.5km쯤 걸어 산을 내려와 다시 3km를 꾸준히 걸어 반월 저수지에 다다랐다.

오후 늦은 시각인데 반월 저수지 유원지에는 인적이 드물었고, 저수지는 딱딱하게 얼어 있다. 얼음 두께가 10cm는 족히 넘을 것 같다. 조심스럽게 저수지를 가로질렀다. 새하얀 눈 위에 내 발자국만 꾸준히 이어졌다.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저수지 입구까지 얼음 위를 살살 걸어 영동 고속도로와 만나는 곳까지 가니 누군가 이글루를 만들어 놓았다. 지도에는 안 나오는 무슨 물전시관이 보였다. 논밭을 가로지르는 농로를 따라, 청둥오리가 얼음을 깨고 둥둥 떠있는 작은 개울을 끼고 대야미역까지 걸어갔다. 드물게 기분좋은 산행이다.

1/8~24. 예전 회사의 OB 모임에 갔다. 오랫만에 본 유씨는 내 블로그가 재미가 없어서 요새 안 들어온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이 블로그에 지인이라고, 안부가 궁금해 찾아오는 사람들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줄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딱 세 사람만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중 박씨는 '육아 블로그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보면 그 많던 자폐증 환자들과 스토커들이 홈페이지에 안 들르고 다 어디로 갔을까? 내가 세월과 노고에 지치고 망가져서 예전같은 매력을 잃어버린 아저씨가 되어서일까, 아니면, 이 세상은 어떤 찌질이의 독아론보다는 한 뼘 더 넓다는 것을 나이 먹다가 문득 깨달아서일까.

인간이 인간이게 하는 조건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게 뭔지 잊어버렸다. 한 30년 개고생해서 얻은 다음 간신히 엑기스만 추려놓고 매년 스스로에게 그것을 잊었는지 기억하는지 물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어처구니란 멧돌의 손잡이를 말하는 것이라고 누가 어디 글에 써놨다. 어처구니가 멧돌 손잡이가 맞긴 한데, '어처구니가 없다'의 어처구니는 한옥 지붕에 얹어놓은 조그만 짐승 조각상들이 맞을텐데? 풍상에 시달리다가 어느날 그것이 갑자기 사라지면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한다고 오래 전에 책에서 본 것 같은데... 이런 쓰잘데기 없는 것들만 기억하고 정작 중요한 것은 잊었다. 하여튼 인간 조건과 마찬가지로 이 블로그는 생계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방문자가 사라진 것이다. 사실 방문자가 사라지건 말건 개의치 않았다.

고씨는 ebook reader가 성공할 것 같냐고 물었다. ebook은 책과 달리 남들에게 자랑꺼리가 되지 못할 뿐더러 자기 자신도 구입후 흡족한 기분을 느끼지 못한다. 그게 작년부터 몇몇 출판사의 세계문학 문고판 시리즈가 성공하고 있는 이유였다. 물리적 실재감을 주는 '책'은 이 나라에서 교양인의 자부심 같은 것이다. 말하자면 ebook 리더가 허영심을 자극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책이 사라지고 전자매체로 전환하게 될까?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책은 배터리 없이 약 100년 이상 작동한다. 현존하는 전자기술로는 책처럼 fault tolerant한 미디엄을 대중화시키지 못했다 -- cd는 일부분이 부러지면 읽지 못하지만 책은 일부가 찢어져도 내용을 알아볼 수 있다. 앞으로 2-30년 동안 책의 수명이 갑자기 단축될 것 같지는 않았다. 아직까지 적은 에너지로 정보의 보존이 가능하고, 정보의 소실이 총체적 접근 불능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수천 년 동안 장기간 인간의 지각 체계와  적은 비용으로 호환이 유지되는 혁신적인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과 글자가 적힌 책이 현재로썬 유일하다. -- 운석 한 방으로 천년 가량의 암흑기가 도래하면 이렇게 풍성하고 시끄러운 디지털 문명은 끝장이 나지만 책은 그래도 남아 있을 수 있다.

'다시 책이다' -- 요즘 도서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캠페인인 줄 알았는데... 책 제목?

후배와 술자리에서는 가방을 잃어버렸다. 다시 찾았다. 그 가방은 잃어버리기엔 너무 좋으니까. 목요일부터 목이 부어 일요일에 병원에 갔다. 홈플러스 안에 일요일에도 하는 내과가 있다니 신기했다.

1/30. 가지고 있는 자전거를 모두(3대) 정비했다. 사고로 망가졌다가 자전거 가게에서 고쳐온 자전거는 대체 이게 고친게 맞는지 의심스럽다. 허우대가 멀쩡하지만, 휠 정렬이 엉망인데다 앞 뒤 디레일러 조정이 잘못되어 기어 전환이 잘 안 된다. 앞 브레이크를 잡으면 자전거가 꿀렁꿀렁 요동을 쳤다. 그 동안 그 자전거를 안 타고 문 밖에 방치해 두어 사정이 그러한 줄 몰랐다.

두번째, 사고 후 한 번도 안 탄 채 베란다에 고이 모셔둔 자전거의 디스크 브레이크 이격을 조정하고 베어링을 교체했다. 리튬 그리스도 잔뜩 발랐다. 팔려고 했지만 팔아봤자 똥값 받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타기로 했다. 세번째, 아내 주려고 사 놓고 주로 도서관 갈 때 타고 다니던 접이식 자전거의 뒷 바퀴를 뜯어 뻑뻑한 베어링을 손 보고 체인 링크를 달았다. 자전거 세 대 손보는데 네 시간쯤 걸렸다.

손때가 묻은 오래된 자전거를 몰고 시내주행을 해 봤다. 도저히 장시간 타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가까운 거리에 장 보러 갈 때나 쓸 정도다. 사무실과 집이 가까운 직원이 출퇴근에 사용한다길래 주기로 했는데 언제 물건을 건넬 지는 모르겠다. 일왕 저수지까지 30분쯤 달렸다. 귓가로 스치는 바람이 아직 차가워 귀가 얼어붙었다. 반면 폴라폴리스와 트레이닝 복을 입은 상체는 땀이 났다.

J.D. Salinger가 사망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금세기에는 내가 어렸을 적에 읽었던 책들 대부분의 저자가 사망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고. 자전거 타고 올라간 중앙 도서관에는 존 업다이크의 소설 여덟 권(희안하다!), 코맥 메카시의 책이 네 권 있다. 코맥 메카시의 책을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다. 재미있을까? 재밌다는데, 읽어보면 알겠지.  

수원 중앙 도서관의 분위기가 좋다. 어깨가 닿는 비좁고 정겨운 서가, 아주 오래된 책에서 풍기는 냄새, 출입문을 열자마자 정기간행물 열람실과 도서 열람실이 바로 있다. 그래서 문을 열자마자 책이 확 다가와 기분좋은 긴장과 흥분을 느꼈다. 왼쪽에는 아이들 문고가 따로 있다. 산꼭대기에 있어 전망이 좋았다. 시내의 모든 도서관을 들르면 어쩐지 오타쿠 바보같아 보여서 다른 도서관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 여섯 군데의 도서관을 돌았다.

그런데 내가 얼음과 불의 노래 4부 '까마귀의 향연'을 읽기는 한 건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음 번에는 빌려올 것이다. -- 빌렸다. 읽었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온갖 가문의 온갖 인물들. 전 편에 비해 조금 맥이 빠졌지만 여전히 재미있게 읽었다.

1/25~1/31. 본사 서버에 접근하고 문서관리를 일원화하기 위해 SMB 터널링을 했다. 시간이 나는대로 openLDAP를 셋업하던가 뭣하면 익스챈지 서버라도 설치해야겠다. DNS server를 조작하는 해커 녀석들 때문에 홈페이지가 이상한 피싱 사이트로 연결되었다. 내친김에 white domain에 등록했다. 아이를 데리고 토이저러스에 갔다. 눈빛을 반짝이며 상가를 헤메다니는 아이들과 그들 손에 질질 끌려다니는 부모들을 볼 수 있었다. 소울이는 공룡을 집어 들었다. 집에는 이제 온통 공룡뿐이다. 도시락으로 싸온 딸기를 아이와 나눠 먹었다.

연초라 각종 사회단체에서 꾸준히 email이 날아왔다. 김장환인지 하는 기부천사 가수만은 못해도 총각 시절엔 곧잘  기부했다. 뭐 사실 전 재산을 기부했다. 젊었기에 돈은 필요없었다. 아프간에 기부 좀 하자고 했더니, 국내에도 굶어죽는 사람들 많다... 는 것이었다. 부모를 잃고 점심을 굶는 아이들과  시청에서 갖다 주는 쌀로 밥을 지어먹는 독거노인들과 교회에서 무료점심을 얻어먹으며 을지로역에서 잠자는 노숙자들은 지진으로 한쪽 다리가 부러진 채 가족과 집을 잃고 배고픔에 지쳐 힘없이 쓰러지는 아이티의 아이들처럼 오늘, 내일 그 절박한 삶이 스러질 팔자는 아닌 것 같은데? 아이티 난민은 기독교 구호 단체에서 구해줄테니까 걱정할 것 없단다. 우리에게도 처절한 현실이 있단다. 현실에 발맞춰, 약값이 떨어져 거리를 헤메던 아줌마를 도왔다. 길에서 벌벌 떨고 있는 아저씨를 도왔다. 예전 같았으면 그를 데려가 술과 밥을 먹이고 잠을 재웠을 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고약해진 것은 사실.

2/1~2/7. 보드 선정 작업. 세미콘 코리아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Nokia N5800 휴대폰을 구입했다. 드라마 '파스타'를 보니 좋아하던 스파게티의 이름이 'alio e olio'란 것이었다. 수년 전 외국의 어떤 식당에서 먹어 보고 감탄했으며, 가끔 집에서 만들어 먹으며 왜 맛이 없을까 고민했다. 최근에는 마누라가 좋아하는 해물 크림 파스타 이외의 것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이건희가 '모두가 정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이 2-30년 전으로 후퇴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2/8~2/15. 설날 연휴, 발렌타인, 결혼 6주년 기념일이 겹쳤다. 외식하러 가자니 뚱하다. 아내에게는 화보집 하나 사줬다. 아마 결혼 기념 선물인 줄도 모를 것이다. 외식은 글렀고, 그래서 서울랜드에 갔다. 아내의 종용으로 놀이기구를 탔다. 아내는 내가 놀이기구를 무서워서 안 탄다고 여겼다. 사실 대부분의 놀이기구는 재미가 없어서 타지 않았다. 그렇게 된 이유는 딱 하나 뿐이다. 목숨이 오락가락 하는 체험(?)을 자주 하다보니, 공포를  시뮬레이션 하는 놀이기구는 죽음에 대한 진실성이 부족해서 재미가 없다. 그렇다고 위험을 넘어서 죽음에 가까운 체험을 즐기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댄 시먼즈의 올림포스가 도서관에 들어와 빌려봤다. 인용:
살아있기도 헷갈리는 시절이다.

아테나가 어깨를 들썩했다. "그건 전투 중에 일어난 일이잖아. 난 피가 들끓는 상태였고."
"날 죽이려 했던 변명이 고작 그거냐, 이 개 같은 여신아?"

"이 지뢰를 묻은 사람이 원망스럽지 않나요?"
"글쎄... 저도 지뢰를 설치했기 때문에 할 말은 없죠. 당시 지뢰를 묻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고요. 지뢰는 전선을 방어하려고 묻은 거고요. 덕분에 지금 이렇게 큰 댓가를 치르고 있지요."  -- 사라예보의 시가지를 빙 에두른 지뢰를 제거하는 지뢰제거작업반과 펠린의 대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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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궁전은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으며 중세 이후 건축물의 변화를 볼 수 있죠."
"당국에서 왕궁에 들어선 이 건물들을 철거하려고 시도한 적은 없나요? 이건 유물에 대한 모독일 것 같은데요."
"아뇨, 이것도 스플리트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전통이니까요."
"저것도 많이 바랬네요?"
"네, 로마 시대 건물이니까요."
"전 빨래 얘기를 한 건데요." -- 마이클 펠린의 신 유럽기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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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참 많군요?"
"네 전부 3시 4분이에요."
"왜 전부 3시 4분이요?"
"3시 4분에 티토 대통령이 죽었거든요." -- 티토가 누군지 안다. 할아범이 만세를 부르며 그가 죽은 시간을 영원히 기념하는 심정을 잘 알 것 같다. 마이클 팰린이란 영국 노인이 신 유럽기행이라고 동유럽을 돌아다녔다. 이 섬에 맥도날드가 들어서면 목매달겠다는 노인네와 티토의 독재 시절을 얘기한다. 주방 벽에 걸린 저 무시무시한 도구들은... 이 할아범은 소를 직접 잡아서 요리하나? 마이클 펠린의 신 유럽 기행은 보통의 여행 프로그램처럼 (피로 쓰여진 역사 앞에서 괜히 숙연한 척 위선이나 떨어대며 실상은 밥맛 떨어지게 넋놓고 관광이나 하는) 프로그램에서 빠진 것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꽤 괜찮았다. 그래서 버라이어티 보며 희희낙낙하는 TV를 끄고 아내에게 부러 보라고 추천해 줬다. 갈 생각 있으면 지원해 주겠다고 호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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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황기. "이 손을 피로 더럽혔다. 내가 패도를 걷는 것은 정의나 백성 때문이 아니다. 단지 나의 욕심 때문이야! 나는 내 편을 잃고 싶지 않다. 그러나 적은 아무리 죽여도 개의치 않는다. 내가 살아있는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 그러나 너라면 적도 우리편도 사상자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이길 줄 아는 지혜가 있겠지? 죽어가는 사람을 줄이고 싶으면 나를 죽여라. 그럴 수 없다면 나에게 와라!" --  24권. 카자르 세이 론이 알 레오니스 우르 굴라에게 보내는 다정한 말. 해전 중에 사용하는 용어가... 혹시 작가가 혼블로워 안 읽어봤나? 그래도 재밌다. 이 만화책의 불법복제 스캔은 '미친뇬'과 '냐옹~'이 만들었다. 음지에서 땀을 흘리는 젊은이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50화로 짐승의 연주자 에린이 끝났다. 이례적으로 긴 시리즈였다. 엄마가 짐승에게 먹혀 죽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고 자기 손을 물어 뜯긴 에린이 화살에 맞은 채 달려가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 어찌나 공감가던지 원. KBS 9시 뉴스 대신에 이런 애니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Lona's Silence
Lona's Silence. 벨기에... 내가 아는 벨기에는 불법이민자들로 골치를 썩이는 나라였다. 영화의 주제가 그것이다. 뭘 어쩌자는 것도 아니고 재미라고는 하나도 없으며 보고 나서 기분만 상하는, 말하자면 '예술영화'다. 헐리웃 액션 블록버스터물을 보고 싶어도 소위, 영혼이 없는 아바타 같은 영화 따위나 걸려서 실망이다.

Sleep Dealer
Sleep Dealer. 멕시코 SF 영화인 건가? 역시 내용 없고 시시한 예술영화처럼 생겨먹었다. 갖은 고초를 겪어 간신히 해 놓은 일이 사소한 반란 정도라서 현실을 지나치게 복제하여 우울해진달까. 헐리웃 액션 블럭버스터물을 보고 싶지만 걸리적 거리는 거라고는 크로싱 오버같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엿같이 우울한 자뻑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는 영화 따위나 걸렸다.

Detroit Metal City
Detroit Metal City. 그러다가 이런 코메디물을 보면서 역사와 추억에 잠겼다. 아... 내가 이 머리통을 지나치게 메탈과 프로그레시브에 푹 담구고 절여놔서 성격이 더러워진 거야. 게다가 귀까지 맛이 가 버렸잖아? 감사히 잘 봤다. 주인공이 쥐도 새도 모르게(자신도 모르게) 어둠을 향해 또박또박 착실히 걸어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우린 대부분 길을 잘못 들어 엄청나게 헤메고 있지만, 나이 60 먹어서 자신이 아직도 락커(또는 프로그래머) 라는 사실에 딱히 감정이 없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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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읽은 셜록 홈즈에는 친절하게 스코틀랜드 야드가 런던 경시청인 이유를 설명해 놓았다. 신문 판형이 흥미롭다. 건 그렇고 여늬 버디물과는 달리 왓슨과 홈즈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호모들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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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중인 타워브릿지, 돛배와 증기바지선이 뒤섞인 선착장. 그야말로 호들갑을 떨어도 될 만큼 품질좋은 빅토리아 시절의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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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에서 산업혁명 시기의 가장 끝내주는 장면은 바로 이 쉽야드와 다음에 이어질 타워 브리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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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영화에서 이 장면이 시사하는 바가 마술사를 죽인 이성과 모더니즘의 힘 쯤 되어 보이지만, 감독이 정말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대위적 아이라니라고 생각한다면 속편에 가망이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속편은 기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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