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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피하는 법

잡기 2009. 5. 14. 16:57
젊은이들이 남자, 여자를 '남자 사람', '여자 사람'으로 부르나 보다. 성별에 굳이 '사람'을 붙이면 화자에게는 상대 성을 존중하는 표현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청자중 일부(물론 본인)는 그렇지 않다; 내 탓도 네 탓도 부모 탓도 아닌 성차에 존중을 담을 이유가 없어서. 아울러 남자 새끼, 여자 새끼 라고 부르며 욕하거나 히히덕거릴 것도 없지만. 그냥, 애들 하는 행동이 희한스러워서.

이 나라 저 나라 일없이 돌아 다니다가 굳이 그들의 가난이 비참하다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이 동네에 전등불이 있으면 아이들이 저녁 때 공부해서 40년 후 이 나라에서 달 탐사선을 띄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전세계 오지에서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피코수력발전기(Pico Hydro)에 관해 알아봤다. 조그만 저수지(10m^2 정도?)로 낙차를 만들고 지름 15cm의 5-10m 길이의 플라스틱 도관으로 물을 집중해서 흘려 보내 중국제 20$ 짜리 발전기의 수차를 돌려 200~500W의 가량의 전력을 얻어 오지의 불을 밝힌다. 설치나 구성이 쉽다. 작은 시냇물 하나만 있으면 그런 발전기를 돌릴 수 있는데, 문제는 저질 부품을 사용해서 부속 중 고정자와 터빈의 고장이 잦다는 것. 싼게 비지떡이지. 달리 말하자면 100$ 내외의 제대로 된 부속을 사용하면 컴컴한 밤에도 전구 2-3개와 TV, 라디오, 노트북, 휴대폰 등을 장기간 사용 가능한 전력체계를 구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발전기의 정비라고 해봤자 이물질 제거, 터빈 청소, 베어링 교체, 그리스 먹이기 정도? AVR이나 PIC 따위 프로그래밍과 전력 제어 회로 구성 따위는 나 혼자서도 할 수 있겠다.
 
KSLV-I 이름이 '나로'로 결정되었다. 예쁜 이름이다.

이것저것 바빠서 요즘은 주마간산 격으로 읽는 '신문'에 눈에 띄는 기사가 보였다. [SF세상읽기] 정보와 신체, 자아의 술레잡기 -- 누군가 했더니 닭아이님이구나. 스트로스의 엑셀러란도는 글에 쓰인 것처럼 막가는 소설인데 굉장히 웃겼다. 하여튼 그가 쓴 소설들은 다 웃긴데다 읽고난 한참 후에도 다시 생각나는 것들이다. 스트로스나 닥터로우의 장편은 아예 번역된 적이 없어서 아쉽다고 해야할 지...  근근이 주어지는 SF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진 마징가Z
최근 시작한 '진 마징가 Z'의 나레이션: "팔이다! 가슴이다! 거대한 얼굴이다! 그렇다. 그것이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한 흑철의 성. 마징가 Z!!"

그저 좋다.

동쪽의 에덴
동쪽의 에덴. 오프닝송을 오아시스가 불렀다. 귀여운 그림체. 이거 SF인가? 재미없어 보인다.

옛속담에, '하늘은 스스로 삽질하는 자를 삽으로 두들겨 팬다'고 하지 않았던가? 공개되어 있는 전국 국도, 지방도 shp 파일을 보고 그간 OSM에서 도로 그리느라 삽질한 것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반포대교 앞에 뭔가를 만들어 놨다. 반포대교에 만들어놓은 분수쇼는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한강 부근의 강한 바람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한 탓에 그걸 전부 틀어놓으면 잠수교 밑을 지나가는 시민이나 차량은 홀딱 젖게 생겼다. 개장식 때 잠깐 틀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은 모양이다. 멋있을진 모르지만 설계할 때부터 뭔가 좀... 물값도 많이 들어서인지 하루 중 제한된 시간에만, 그것도 풍향을 고려해서 분수쇼를 한다고 한다.

얼마전 반포대교 앞에서 개장식을 하는지 인파가 버글버글 한 가운데  잠수교 길을 통제했다. 한강에서 유일하게 다리 위로 낑낑매고 올라가지 않고 자전거가 지나갈 수 있는 잠수교를 행사 한답시고 통제하니 여기저기 실랑이가 벌어졌다. 뭐 나야.. 생까고 기도같이 생긴 것들이 만들어놓은 통제선을 밀고 들어가 잠수교를 건넜다. 몇몇은 나처럼 건넜지만 대부분은 선량한 시민들이라 실랑이만 벌이다가 물러난다.

자전거 도로 건설하는 것에 별로 감흥이 없다. 서울 및 경기도 지역에서 일반도로에 자전거  병행 도로를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다. 통행량이 얼마 되지도 않는 자전거 도로(향후 추산 교통분담량을 10%로 잡았단다. 연중 맑은날 220일 기준 140일 가량 비게 될 도로)를 위해 1m 폭의 자전거 도로를 설치해 놓으면 차도를 줄이던가 보행자도로를 줄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일반 도로의 경우 교통흐름을 방해하면서도 큰 쓸모는 없어 보였다. 자전거 2대가 나란히 지나갈 길도 안되면서 십중팔구 자동차 주차장으로 쓰일 것이고 버스/택시의 승하차 때문에 자전거 운행자들 안전하라고 만든 자전거 도로가 어차피 안전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니까.
 
한국, 특히 서울 도심은 애당초 자전거를 위한 배려가 전혀 안 되어 있다시피 하다. 자전거 도로를 만든다면 자전거 통행이 가능한 연결로/연계 도로를 만드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멀쩡한 도로의 일정 용적에 자전거 통행 전용도로를 할당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했다. 만일 그런 자전거 전용 도로라면  자동차 운전자와 자전거 주행자, 행인들끼리 각자 서로의 권리를 주장하다가, 결국 손해보는 쪽은 자전거가 되지 싶다.

마누라한테 핀잔을 들으면서도 어김없이 자전거를 탔다. 방문할 때마다 행주산성의 원조 국수집에서 한 번 국수를 먹고, 다음에 그 옆 가게에서 다시 국수를 먹었다. 총 세 번 국수를 먹었다. 원조국수집 국물이나 면이 좀 더 나았다. 어디 갈데가 없어서 한강만 죽어라고 뺑뺑이 돌고 있는 신세가 좀 처량하다. 한강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었다. 자전거 타면서 언제나 바람을 맞았다. 바람에 맞서면 힘들다. 바람은 주행의 제1조건처럼 일반적이었다. 근육이 단단해지자 내가 바람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것 같은 착각을 했다.

"알드는 우리 신들에게 침을 뱉어요"
"뱃사람은 바람에 침을 뱉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들 하지."

르귄의 소설 '보이스' 중.  자전거 타는 사람도 바람에 침을 뱉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할 것이다. 보이스는 뭔가를 자꾸 생각나게 했다. 마음에 걸려서 한켠에 두고 생각하다가 꿈 속에서  hafez를 봤다. 하페즈는 이란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다. 그의 무덤에 적힌 싯구를 옮겨 적었던 생각이 났다. Where doth thy love's glad message, echo for my rapt soul to rise? This sacred bird from the world's meshes, yearns to its goal to rise...  완전한 싯구를 찾았다. 구글에서는 영어로 번역된 그 싯구가 이 세상에 두 페이지 밖에 없음을 알려줬다.

Where doth Thy love's glad message, echo for my rapt soul to rise?
This sacred bird from the world's meshes yearns to its goal to rise.
 
I swear, wilt Thou Thy servant name me, by all my love sublime
Higher than my desire of lordship o'er space and time to rise.
 
Vouchsafe, Lord, from Thy cloud of guidance to pour on me thy rain,
Ere Thou command me as an atom from man's domain to rise.
 
Bring minstrels and the wine-cup with thee, or at my tomb ne'er sit:
Permit me in thy perfume dancing from the grave's pit to rise.
 
Though I am old, embrace me closely, be it a single night:
May I, made young by thy caresses, at morn have might to rise!

mausoleum of hafez at shiraz
쉬라즈에 있는 하페즈 무덤. 당시에는 뭐하는 작자인지도 몰랐고 젊은 여자들을 비롯한 이란인들이 무덤에 경배하며 그의 싯구를 읽는 것을 경이롭게 쳐다보았다. 7년 전에 찍은 사진.

설마 르귄이 보이스 쓰면서 하페즈를 떠올린 것은 아니겠지?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디반을 좋아했다. 하페즈의 재능(gift)은 광범위한 감정이입으로 유의에서 유의로 이어지며 마치 레이저같이 결맞은 마법으로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하는 것... 설령 그것이 파르시가 아니어서 외계인에게 완전한 감각의 폭풍을 경험케 해주지 않을지언정 -- 워즈워드의 싯귀가 굳이 한글이었더라도 크게 상관없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르귄의 gift에서는 아이러니도, 비극도, 장대한 서사의 발자취도, 크리스털처럼 반짝이는 문장도 구경하지 못했다 -- 두 촌뜨기가 깝깝한 고향집을 떠나 개고생하러 간다는 평범한(별 거지같은) 서사였다. 반면 voice는 읽기 편했고, 좋았다. 다음 권인 파워를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 아직 읽지 못했다. 약오르게도 신청해놓으면 누군가 덥썩 먼저 물어갔다. 한두 번이 아닌데, 소이어의 멸종을 그래서 아직도 못 읽었다. 아이는 스미소니언 공룡 전집을 즐겨 읽고 공룡 장난감 가지고 놀고 있는데, 난 이게 뭐냐?

예전에 이씨가 배명훈 소설이 읽을만하다고 말한 기억이 나서(그 반대로 그 작가가 그저그런 재미없는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알라딘에서 얼마전부터 연재중인 그의 소설, '타워'를 읽었다. 그리하여, 왜 그의 글을 재미없어 했는지 어렴풋이 기억났다 -- 별로 웃기거나 재밌지 않은 개그 나부랑이를 읽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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