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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per

잡기 2007. 4. 30. 20:40
나이트 빌드 시스템과 하루 단위 소스 백업, 소스 리포지타리, 버그 트래킹 시스템, 게시판과 공개 자료실, 다큐멘테이션 웹 등, 돌이켜보면 없는 게 없는 개발환경이고 대부분 자동화되어 있지만 정작 쓰는 사람들이 게으르니 효율이 올라가질 않는다. 대략 한 달 동안 코로 숨을 쉰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보냈다. 흥행에는 매 번 죽을 쑤면서도 여러 예쁜 여자 배우와 잠자리를 함께 하였다는 김기덕 감독의 주장에 따르면, 코로 숨을 들이 쉬면 반드시 내쉬어야 한다. 들이키고, 내쉬고, 들이키고, 내쉬고.


경고문이 심금을 울렸다.

그럼에도 시간은 벌레처럼 기어간다. 깡총깡총 뛰면서, 타키온을 입에 물고. 시간의 속성을 이해한다고 시간을 마스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간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 벌레가 지나갈 때 제대로 작별인사를 못하고 지나간 벌레의 뒷모습과 n+1차원이 남긴 n차원의(보통은 왜곡된 3차원의) 스냅샷 또는 그림자를 멀거니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을 아쉬워한 적이 없다. 멍청할 때라야 비로서 행복해진다는 것은 위대한 진리다. 두개골을 비우고 인식하는 자아를 버리면 시공간은 축퇘(collapse)된다. 방법을 알았으니까 언젠가 번쩍이는 시간을 잡아 맛있게 구워 한 입에 삼킬 것이다.

planet earth: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은 해마다 녹아간다. 달리 말해 지각있는 북극곰이라면 털갈이도 하고 식생활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안 그러면 북극 최강의 생물체임에도 멸종한다. 태어난 것부터 실수일 가능성이 높은, 평생 실수를 통해 시시콜콜하고 하찮은 것들을 '배워가는' 인간의 힘으로 지구온난화를 되돌릴 수 있을까?

글쎄...

2족 보행의 진화적 증거라고 하기엔 미심쩍은 아이의 행동양식: 아이에게는 자기를 업은 부모가 앉아있는지 서 있는지에 관한 확실한 감각이 있다고 믿어진다. 다섯시간 동안 7.5kg짜리 아이를 업고 서성이는 것이 쉽지 않다. 흡사 배낭여행하던 시절 버스표를 구하기 위해 7kg짜리 배낭을 매고 오전 한나절 시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아우토부세스 떼르미날을 찾아 파김치에 땀범벅이 되도록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조용한 배낭은 참아줄만 하지만 이 배낭은 다섯 시간 동안 50dB로 울어댄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누워있을 땐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지는 염세적인 표정을 짓는다. 팔을 벌리고 악을 쓰면서 '안아달라'를 자기만의 언어로 말한다. 우에에에-- 외계인이 따로 없다.


누가 봐도 남자애같은 이 아이를 업고 삼일을 인근 야산에 데려가거나 도심을 가로질렀다. 아줌마가 업고 있을 때는 자리를 내주지만 내가 업고 다닐 때는 선뜻 자리를 내주는 사람이 없다. 겉보기에는 똘똘해보이지만 뉴런들이 덜 연결된 상태. 말하자면 두뇌가 파충류 수준.


안녕 소울이 페스티발(Hi Seoul festival)이 서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마누라는 3일 동안 교육 받으러 가고 나는 금요일 하루 사무실에 나가지 않고 애를 봤다. 애 보면서 프로그래밍하려니 거의 미칠 지경이다. 소울이 눈물로 뒤범벅된 '눈물의 코딩'이었다. 둘째날은 시궁창 버전 3.0인 청계천에서 일없이 오락가락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상쾌한 개울이란 컨셉은 빌딩 스카이라인과 인간과 개울로 이루어진 3층밥처럼 마음이 소화시키지 못하는 부조리한 식사처럼 느껴진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그렇게 부자연스럽지 않은데 말이야... 비자연스럽다고 해야 하나?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데 꼬집어서 뭐라 말 못하겠다.

생각났다.

너절하다.


세째날에는 북촌에 갔다. '조선시대 재현'이라고 하더라. 흙먼지 날리는 애들 놀이터라서 사진을 안 찍었다. 조선시대 재현은 무슨 얼어죽을... 조선시대 주막, 기생집 재현 같은 것은 왜 안하는 거야?

이렇게 3일동안 애를 짊어지고 다니며 개고생을 한 덕택에 아내가 시험에 붙었다. 이것이 바로 내조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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