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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브류어리

잡기 2008. 7. 29. 20:38
매번 맥주 사먹기가 귀찮아 맥주 제조기를 알아봤다. 국내에서 수입/판매하는 것이 18만원 가량. beer mix 10리터 짜리가 2만6천원. 시중 유통되는 맥주의 단가는 2.15원/ml 정도. 즉 시중 유통맥주 10리터는 21500원 인데, 신선한 맥주를 자기가 부러 만들어(약 10일 걸림) 먹는데 드는 비용이 비싸고 귀찮고 손이 간다. 게다가 왠지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 제품이 야매스럽다. 그냥 맥주나 사다 먹자.

EBS 세계 테마 기행(EBS의 여럿 되는 개념 프로그램 중 하나)에서 인도네시아 얘기가 나왔다. 몇 년 전부터 인도네시아에 가겠다고(또는 가야만 한다고) 계획을 잡았던 생각이 났다. 또 7~8년(?) 전에 말레이지아 말라카에서 그놈에 벼룩에 물려 며칠 동안 고생하는 바람에 인도네시아행 배를 타지 못한 기억도 난다.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인도네시아 여행 루트는 이랬다; 자카르타->족자카르타->솔로->화산대->발리 섬. 보르네오, 수마트라를 아우르기엔 무리고 그래서 자바섬만이지만 상당히 재밌을 것 같은 코스.

세계 테마 기행에서는 보르부르드 유적지가 불교 유적이라고 나왔다. 인디아, 캄보디아, 미얀마, 타일랜드 등 모두 가봤으니(말이 불교 유적이지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그냥 힌두사원이다) 이제 남은 곳은 거기 뿐이다. 무거운 역사 때문에 기분 상하는 돌무더기 유적지와 화산을 돌아다니다가 발리에서 푹 쉬는 썩 괜찮은 코스.

자전거가 맛이 가서 망연자실하다가 옥션 등지를 돌아다니며 자전거 가격을 알아보니 대략 34만원이면 27단 디스크 브레이크 달린 12.7kg짜리 자전거 구입이 가능하다. 올해는 휴가 때 인도네시아나 후쿠오카 자전거 일주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휴가갈 짬이 있으면 그렇다는 얘기다.

올초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약 7개월쯤? 새벽 2~3시에 잠들어 9시쯤 일어나니 머리가 텅 비고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정상인의 수면시간은 보통 5~6시간 정도로 알고 있는데, 나는 잠을 덜 자면 머리가 안 돌아간다.

그런데 지병인 두통이 사라진 것이 신기하달까? 그간의 생활을 반추해 보니 그 동안 책을 읽지 않았고 체스로 치자면 세 수 앞 정도를 보는 복잡한 생각을 거의 안 한 탓인 듯. 하여튼 잠을 못 자니 술 먹다가 졸기도 하고 자전거 4-5시간 타면 피곤해서 눈꺼풀이 떨린다.

이제는 뭘 봤는지 기억이 가물거려서 엑셀 시트로 지금까지 몇 기 몇 편까지 봤는지를 기록해 두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를 정도로 미국 드라마/일본 드라마를 많이 봤다. 대략 100여편이 넘었다. 드라마는 식상해져 hell's kitchen과 survivor를 보기 시작.

우연히 survivor china편과 cook island편 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쿡 아일랜드에서 권율이라는 한국계 미국인이 우승을 한다. 한국계가 우승 후보로 두 명이나 올라갔다. 권율은 무슨 경영 컨설턴트 였고 다른 한국 여자는 변호사였다. 둘은 만나자 마자 동생, 오빠로 끝장을 볼 때까지 같이 가기로 한다. 여자는 무능하지만 권율이 워낙 유능해서 최종 경쟁자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그들의 최종 경쟁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대단히 뛰어난 멕시칸 친구였다. 권율이 우승한 것은 그의 정치적 역량에 힘입은 바 크다. 비단 미국계 한국인이 우승한 것만이 아니라 쿡 아일랜드 편이 워낙 드라마틱해서 재밌게 봤다.

서바이버에서 최종 우승자가 되는 것은 단순히 실력과 재능, 사회 적응력만 가지고는 판단할 수 없을 것 같다. 출연자들은 tribe merge 이후 대단히 야비해져서 약자 연대와 박쥐같은 casting vote, 그리고 자기가 밟고 올라가서 judge가 되는 사람들의 평가 따위가 합쳐져서 혼란스러운 평가가 이루어진다. 연대를 이루지 않으면 개개인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찌질이 연대가 합심해서 떨구기 일쑤다.

헬스 키친: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전설적인 영국인 요리사 고든 램지가 미국에 건너와 TV 쇼를 할 목적으로 요리사 열댓 명을 모아놓고 평균 30초마다 그들의 무능에 욕설을 퍼부어 끝까지 살아남는 요리사 한 명에게 음식점을 주는 프로그램. 요리사에게만 욕하고 음식을 그들의 얼굴에 집어던지는게 아니라 손님들에게도 욕한다. 일관성이 있다. 보다가 좀 질리긴 하지만 정 볼게 없을 때 마져 봐야겠다.

The Man From Earth -- 참 싸게 만든 SF... 랄 것도 없는 드라마. 자신이 1만4천년 전부터 생존해 온 크로마뇽인이라고 주장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라기 보다는 연극에 가까운 드라마. 고흐와 친구, 부처와 잘 아는 사이. 내키지 않는 듯 자신이 이에수스임을 밝히는 대목에서 킥킥 거렸다. 종말전 십억년이 딱 이 분위기였다. 불필요한 마지막 반전을 없애고(그래서 뭘 어쨌다는 거야?) 좀 더 현학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사가 많았더라면 '볼만한 SF'라고 했을 것이다. 1만 4천년 동안 살면서 폐렴과 흑사병, 뉴턴과 마녀 사냥과 1, 2차 세계대전을 거쳐온 친구가 지적 열정을 잃어버린, 남은게 건조한 노스텔지아 밖에 없는 수준 이하의 닭대가리라서 실망스럽다.

어딘가 면접에서는 사람을 뽑을 때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뽑는단다. 저 혼자 잘나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운 것만이 아니라 주변의 도움을 통해 이룬 성과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졌고, 운이 나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탓할 핑계꺼리를 찾기 때문이라나? 작년 까지만 해도 내가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각종 경품 당첨) 올해 들어서는 그렇지 않았다. 올해 들어 뜯어진 신발 두 켤레와 망가진 노트북, 망가진 자전거, 엊그제는 소울이가 안경 다리를 부러뜨렸고, 그리고 어제는 심지어 휴대폰까지 망가졌다.

하여튼 운이 나쁜 건 내 탓이 아니다. 서바이버로 치자면 각종 찌질이들의 연대 투쟁에 하루 평균 5-6시간 밖에 못자서 두어수 앞을 대비할 정신적 여유 없이 사정없이 깨지는 상황인 것이다.

휴대폰 SPH-M4650에서 어떤 파일을 지운 후 active sync가 되지 않았다. 하드 리셋을 하고 백업받은 것을 덮어씌우자 액티브싱크가 된다. 이 김에 오랫 동안 미루었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삼성 사이트에서 MITs Upgrade software를 다운받아 설치하려니 winusb.dll 파일이 없다거나, 모델 이름을 읽지 못한다는 에러나 나왔다.

웹을 뒤져보니 M480용 MITs upgrade는 그런 문제가 없다길래 그걸로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다가(어느 정도 진행되다가) 휴대폰이 맛이 갔다. 삼성 서비스 센터에서 30분 정도 A/S를 받았다. 다시 백업받은 파일을 덮어 씌워 정상 복귀했다.

업그레이드 이후 배터리 사용시간이 줄었네, 늘었네, 이전과 같아졌네 하는 말들이 많은데, 그렇듯이, LG 냉장고가 좋다는 입소문으로 LG 냉장고를 사는 아줌마들과 차이가 없는 사용자 평가를 보면 데이터가 없어서 항상 짜증이 난다. '배터리가 한 3일쯤 가는 것 같아요' 같은... 무의미한 내용.

보르 게임을 3/5쯤 읽었다. 개그SF에 차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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