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etched sort of existence

잡기 2003. 6. 26. 22:38
노는 것과 일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하는 동안에는 하도 멍청한 상태라 무슨 생각을 하며 지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노는 동안에는 힉스 입자의 존재 유무 나 우주의 얼개, 외계 생명체의 존재, 인류의 장래 등등 여러 가지 잔걱정에 휩싸여 지냈다.

최근에 본 어떤 스파이 영화에서 '아이스나인'이 거론되었다. 유창석의 주장에 따르면 아이스나인은 오따구 같은 작자들 사이에서나 통용되는 코드란다. 하긴 그 얘기를 안다면 일단 정상인은 아닌 것 같고... (짜증나게) 잡학다식한 주변 사람들의 면면이 떠올랐다.

난 뭘까? 난 좆도 아니다. 하지만 이 블로그의 제목처럼 더럽고 지저분한 절망감 대신 기운을 낼 만한 이유가 있다. 남들도 다 그럴 것이다.

선릉역에 가는 길에 로또를 만 원 어치 샀다. 처음으로 복권을 사 본다. 그 자리를 함께 해 준 빙그레 바나나 우유가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3개월 전에 내 운이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자랑을 늘어 놓으니까 당장 펜을 꺼내 번호를 불러 달라던 친구가 있었다. 적어준 6개의 번호로 로또 5등을 해서 만원을 챙겼단다. 그것만 봐도 업그레이드 된 운이 내 몸 값 보다는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전파상에 들러 땜납을 얻어와(살 돈은 없고...) 집에서 디지탈 카메라를 고쳤다. 자기가 망가 뜨리고 자기가 고쳤다. 그래서 그 복잡한 기계를 고쳤다는 사실이 별로 기쁘지 않았다.

iRiver IMP-350 바이오스 업그레이드. 업그레이드 만으로 플레잉 시간이 1시간 늘어난다니... 멋지다. 일주일 째 거의 미친 것 같은 음악을 들었다. 이런 음악을 예전에 즐겨 들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흔히 듣는 말: 저음역이 뭉게진다? 주파수가 낮아질수록 뭉게지는 것은 당연했다. 청자의 '아름다운 것과 친해지고 싶은' 기분과는 상관없이.

이어폰을 잘 쓰려면 에이징을 해야 한다나? 몇년째 듣고 있는 말. 웃음이 나왔다. 콩나물이 그야 말로 미친x처럼 널을 뛰는 50dB 이상의 사운드를 최소한 20년 이상 꾸준히 듣느라 세월을 먹으며 망가진(aging) 귀의 가엾은 청세포가 실낫같은 하이 피델리티 사운드에 제대로 경련을 일으킬 리는 만무했다.

그래서 에이징 운운하는 녀석들을 보면 속으로 비웃거나, 아니면 '망할' 락 따위를 듣는 것이 아니었는데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세월에 찌든 귀부터 제대로 바로 잡아야 스피커나 이어폰의 에이징이 소용이 있는 것이지.

자토 아저씨의 말을 듣고 MSN Messenger 6.0를 설치했다. 로그가 남았다. 괜찮은데?

y tu mama tambien의 평론을 읽다. 그 영화의 스토리를 잘못 알고 있었다. 한 친구의 주장에 따르면 사면초가에 직면한 조연 여자의 절박한 상황을 멕시코의 비참한 현실에 대입하고, 주인공 중 한 친구를 부르즈와, 다른 친구를 정치가로 대체하면 영화를 전혀 새로운 문맥으로 읽을 수 있다나. 재밌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관점에서 그만큼 중요한 축을 이루는 멕시코 성직자가 빠졌다.

비슷한 이유에서 당대 히트를 쳤던 Crimen del padre Amaro(아마로 신부의 죄악)은 리베라가 묘사하지 못했던 오로쓰꼬의 관점을 투사하고 있었다. 멕시코 근대 화가 중 오로쓰꼬가 유난히 인상깊었던 데에는 그런 이유가 개제되어 있었던 것 같다. y tu mama tambien에서 잠깐 흘러나왔던 brian eno의 by this river를 다운 받다가 실패. 브라이언 에노라니... 하하. 얼마만에 들어보는 정다운 이름인가. 그는 여전히 윈도우즈의 '새로운 시작' 따위 배경음악을 만들고 있을까?

wakeup frame에 의한 원격 컴퓨터의 wake up을 구현. 안방에 앉아 건너방에 꺼져 있는 컴퓨터를 켤 수 있게 되었다. 동선은 그만큼 짧아졌고, 그만큼 게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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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술자리가 파하고 돌아오는 길에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가 시국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노무현을 하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선일보 말투로)나라가 걱정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간혹 욕설을 섞었다. 시발. 나라꼴이 존나 개판이야. 하면서.

택시 기사와 무의미한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저씨에게 노무현을 하야 시키면 누굴 대통령 시켜야 겠어요? 라고 물었더니 그야 당연히 박근혜란다. 왠간하면 참을라고 했는데... 말도 안된다 싶어서 언성을 높였고 몇 분 지나자 기사 아저씨가 입을 다물었다.

다른 손님을 태운다. 나이 지긋한 경상도 아저씨였다. 택시 기사가 역시 세태를 들먹이면서 박근혜 얘기를 꺼내자(그 아저씨의 도움을 빌어 나를 한코 죽이려는 생각이었겠지만) 그 아저씨 마저 발끈하고 말았다. 갑자기 아저씨가 택시를 세우란다. 오늘 당신 벌 택시값 내가 다 낼테니까, 우리 셋이 어디 근처 술집에 가서 제대로 얘기해 보잔다. 나는 당연히 찬성했다(할 일도 없는데 한 잔 기울이면서 나라 걱정이나 해야지). 사면초가에 몰린 택시 기사 아저씨가 그 아이디어에 반대했다. 그래서 우리는 정중히 내려야 할 곳에 내렸다. 버림 받은 기분이었고, 입맛을 다셨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Modern C++ Design. 책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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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공항에 갔다 왔다. 인도의 한국 대사관으로 라면 배달? 별 걸 다... 공항에서 캐나다로 간다는 아저씨가 난처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묻는다. 아저씨는 내가 여행을 아주 많이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을 아주 많이 한 친구들도 인천 국제 공항 지하에 값싼 식당이 있다는 사실은 대개 모르고 있었다. 탐색과 발견과 모험과 로맨스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고 유전자에 새겨져 있으며 대개의 사람들에게 있는 능력이다. 그들은 다만, 경제 사정이 갑자기 나빠지거나 심심한 적이 없었을 뿐이다.

비를 많이 맞았다.
오랫만에 집에서 짜장면을 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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