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less poverty

잡기 2003. 7. 10. 23:08
사우나에서 산 200원 짜리 칫솔과 면도기를 집에 가져와서 한 달쯤 사용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하루에 2달러로 생활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하루에 2불 정도로 생활하는 것은 실제로 가능했다.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생활하면 한국 경제가 마비될 것 같다.

예전에는 속물로 불리던 것들을 요즘은 명품족이라고 부르더라.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우기던데 아쉽지만 속물도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로또 당첨되서 떼돈이 들어오면 3-4억 떼고 나머지는 항공우주산업 인재 육성에 기부할 것 같다.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투자는 인간이다. 하지만 어떤 애들한테 어떤 식으로 투자할 지를 생각하다 보니 머리가 너무 아팠다. 소비도 일종의 기술이고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명품족 애들한테 맡기면 잘 해낼까? 옥석을 가리는 안목이 있을테니.

[아프리카 人皮거래 활발..1만달러까지] --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라... 마법사라면 제대로 된 가죽 한 장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짝퉁 가죽 말고. 명품족 마법사라면 흰색 가죽으로 자신의 품위를 높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죄질이 나쁜 강간범, 유아 유괴범들의 껍질을 벗겨서 아프리카에 수출하면 짭짤할 것 같다.

보험이 없고 연금도 없고 직업도 없고 돈도 물론 없다. 정말, 아무 것도 없다. 영혼도 없다. 내 영혼은 옛날 옛날 어둠 속으로 뒷걸음질 치며 달아났다. 안 그랬으면 목을 땄을 것이다.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문득 그리워졌다.

할머니는 날 봤다고 말했다. 저녁 일곱시쯤 양복을 입고 이 거리를 지나갔다고 '증언'했다. 양복? 연탄 생고기집 주인 아저씨도 날 봤다고 말했다. 아마 영혼이 거리를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우연히 닥터스쿠르를 구해 다시 읽었다. 수 년 전에 본 것인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수가 있는 것인지. 그것과 함께 2001년 야화, 쵸비츠, 현대문명진단, 하대리 따위를 봤다. 기대했던 하대리는 생각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책은 세 권쯤 읽었다. 언급할 가치가 없다.

최근 빌려 읽기 시작한 프리스트의 프레스티지에서 돋보이는 것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힘이었다. 지난 2주 동안 삭막한 책들을 읽어서인지, 아니면 소위 문학에 느끼는 거리감이 예전보다 심해져서 인지 생각보다 별로였다. 글 솜씨는 훌륭하지만... 더 읽어야 하나 망설였다. 그리고 줄곳 또다른 삭막한 글들을 읽었다.

로버트 퍼시그의 '도와 오토바이 정비 기술 zen and the art of motocycle maintenance'가 영문으로 있었다. 닥터스쿠르와 마찬가지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즐겨 사용하는 paedros라는 늑대 아이디는 그의 책에서 따온 것이었다. 파에드로스는 아마도 플라톤이나 소크라테스 중 어딘가에 언급된 적이 있던 것으로 희미하게 기억난다. 플라톤, 소크라테스, 서양 철학, 동양 철학, 20대를 넘긴 어느 날, 그것들 모두가 밥맛 떨어졌다.

SF etext를 정리했다. 상당수의 최근 단편이 빠져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콜렉션으로선 썩 괜찮았다. 최씨 아저씨한테 줄 것을 하나 복사해 두었다.

1년 만에 ftp를 다시 열었다. 공유기-공유기 상황에서는 passive mode를 on하고 proxy 역시 on 해둬야 제대로 작동했다. 하지만 공인IP로 접속을 테스트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되는 것이었는데 안되는 줄 알고 있었다.

웹에 널려 있는 ftp client를 하나 하나 다운받아서 테스트하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무려 5년이 흘렀건만 LeechFTP 이상의 ftp client는 본 적이 없다.

웃기는 얘기를 들었다. 후배가 집을 옮기면서 이 집의 케이블모뎀을 끊었는데 게을러서 모뎀을 아직 반납하지 않았단다. 고지서가 날아오지 않았다. 다시 말해 무료로 초고속 케이블 통신을 사용 하는 것이다. 심심해서 대낮에 스캔 프로그램을 돌려보니 이 지역에서 초고속 케이블 통신을 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돈도 없는데 잘 되었다. 묵묵히 사용해주지.

컴퓨터의 전원 절전 모드를 hibernation에서 STR(suspend to ram)으로 설정. 추정되는 소비전력은 5w쯤? 두 대의 컴퓨터 모두 제대로 멋있게 작동하지 않았다. 주 컴퓨터는 wake on lan용 케이블이 없고 STR 상태에서 키보드로 부팅이 불가능하다. 천상 발가락으로 전원 스위치를 눌러줘야 했다. 서브 컴퓨터는 STR 상태에서 팬이 돌아 황당해서 다시 하이버네이션으로 바꿔 놓았다. 그래서 전원을 올리고 부팅하는데 10초 가량 걸렸다. ftp 서버를 운영하면서 그나마도 STR을 없애버렸다.

VIA 보드의 AGP 4x에 문제가 있어 os를 새로 설치했다. os 설치하자 마자 VIA 패치를 해주고 그 다음에 ATI 드라이버를 설치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컴퓨터가 잘 가다가 그냥 멎고는 했다. 꾹 참고 있었지만 메인보드를 갈아 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비디오 오버레이 모드는 훌륭하게 작동했다.

옥션의 내 관심 물품 보기에는 후지쯔 P-1000, 도시바 리브레또 L1, L2K, 소니 C1, LG IBM 240X 따위 1kg 가량의 귀여운 서브노트북이 줄줄이 늘어져 있었다. 노트북은 징그러워서 살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일을 해 볼 생각이다. 낮에는 일, 밤에도 일. 남는 2%의 시간에는 사랑을 할까? 때문에 영혼이 도망간 것이 아닐까? 일에 미쳐 있으면 등을 돌리고 떠나는 사랑이나 어둠 속으로 슬며시 뒷걸음치는 영혼을 잡을 시간이 없다. 서글프지만.

집 뒤에 북한산이 있었다. 언제나 존재감을 느꼈다. 어두워지면 의례적으로 산 아래 부근을 산책했다. 행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