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책에 올리려다가 날짜를 보니 기한을 넘겨서 괜히 똥 싸다만 기분이 들어 여기에 옮겨 적습니다.

Iain M. Banks, Player of Games, Consider Phlebas, Feersum Endjinn -- 이안 뱅크스의 다른 글들은 역겹고 괴상했는데 그의 문체, 그의 스타일, 그의 스토리텔링, 어느 것 하나 이안 뱅크스의 괴상하게 꼬인 글들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든다. 그는 어쩌면 이미 수퍼스타가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나라에 가던 그의 책이 없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중독성이 있는 걸까?

Neal Stephenson, Diamond Age. -- SF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나노테크를 편집증적으로 다룬 SF. 다만 아쉽게도 그의 글빨은 전작인 스노우크래시, 조디악 시절부터 뭔가 문제가 좀 있어 보였다. 그렉 이건이 출간될 정도면 그보다는 상태가 좀 나아보이는 스티븐슨 정도도 먹힐 것이라고 생각. 닐 스티븐슨의 책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그는 SF 독자가 아니라 일부 광신도들 사이에서 이미 컬트가 되었다! 나노테크 스테디셀러를 원한다면 이것만한 것은 없을 듯. 노무현 대통령한테 읽혀야 한다고 믿는다. 그의 과학기술 정책이 왠지 한심해 보여서. 국가를 한시적으로나마 이끌어갈 사람이라면 적어도 10년, 20년 후의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비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음. 괜한 개소리 했군.

Gene Wolfe, Shadow and Claw -- New Sun series의 첫 권. 수많은 SF 독자가 썸스업을 하는 글. '절대로 번역될 것 같지' 않은, 읽기 무진장 힘든 글. 가톨릭대의 영문학 교수님에게 넌지시 보여주면 아마도 그가 알아서 전 시리즈를 번역하지는 않을까 하는 소망을 품게 만든다.

Jack Vance, Planet of Adventure -- 시리즈물. 상상력을 자극하는, 외계문명의 공동 소유지에 추락한 가엾은 인간이 벌이는 액션 어드벤쳐. 독자들로부터 하나같이 찬사(?)을 받는, 수수께끼의 작가. 심지어 진 울프 마저도 new sun 시리즈를 이 작가의 Tales of the Dying Earth에 빚지고 있는 것 같다.

Ken MacLeod, The Cassini Division -- 인류에게 장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싸이코 좌파 아나키스트들이 위트가 곁들여진 56배속 짜리 문체에 순정을 담아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외계인 개새끼들을 신나게 때려부수러 떠난다. 상상만 해도 피가 끓어 오른다.

Alastair Reynolds, Revelation Space -- 21세기 들어 갑자기 나타난, 당황스럽게 밀도가 높은 hard sf(?)를 쓰는 작가. 그의 충격적인(?) 데뷰에서 보여주는 괴기스럽고 음산한 우주와 거의 절대4도에 이르는 쿨함을 과시해서 평생 친해질 것 같지 않은 주인공들이 펼치는 에픽의 첫 권. 워낙 뒤통수를 많이 때리는 작가라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의 시리즈가 얼마나 많은 독자들의 추천을 받고 있는지 가끔 궁금해진다. 닐 스티븐슨의 장미빛(?) 나노테크를 읽었다면 그의 음산한(?) 나노테크는 아무래도 음양 또는 상생상극의 관계. 그렉 베어와 그렉 이간, 피터 해밀턴의 가장 좋은 점들을 스페이스 오페라로 버무렸다. 아마도 그의 두번째 책 Chasm City는 올해 읽은 가장 재밌었던 책이 될 것 같다.

Michael Flynn, Firestar -- 인간은 우주로 나가야만 한다. 과학기술의 괴사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극복해야 한다. 정부와 환경주의자들이 세상을 망쳐놓고 있다(동감!) 비뚤어진 좌파 논리를 갖고 있는 억만장자 CEO가 이끄는 다국적 기업만이 비좁은 지구에 갇혀 처참하게 망가져 가는 인류를 구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정말 괜찮은 작가 아닌가? sf를 일종의 불가능한 환타지로 전락시킨 절대 다수의 sf작가들 중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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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_-) SF 팬덤계에서 무수히 빛나는 수 많은 작가들의 세계관이 지닌 비전과 결점에 관해 세계 sf freak들과 맞짱을 뜰 수준이 되려면 읽어야 할 많은 것들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아, 맞짱 뜨려고 읽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편협하고 비틀린 시각을 보완하기 위한 건설적인 토론을 하자면 말이에요.

때만 되면 애타게 지원해줄 것 없냐고 유령처럼 사방을 헤메다니는 과학기술문화재단의 지원을 출판사에서 타낼 방법은 없습니까?

아무튼 행복한 SF 100권 화이팅.
행덤 컴, 팬덤 컴, 킹덤 컴.

lu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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