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d wood

잡기 2003. 7. 19. 03:42
동 사무소에 귀국 신고를 하지 않으면 예비군 훈련이 안 나오는 것 아닐까?
개기자.

볼링 포 컬럼바인 비디오를 보면서 블로그질 시작. 낄낄낄 웃었다. 아이러니를 대할 때 현실의 척박함 보다는 웃기는 것을, 다음에는 뭐가 더 웃길까 하는 점에만 신경썼다. 이를테면, 보네것이 무슨 의미심장한 말을 했는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가 쓴 글이 몹시 웃겼다는 것 만큼은 잘 기억난다.

생각했다. 그 말을 용케 기억했다. '내 마음이 사막인데 사막엔 뭣하러 또 가나요?' 라고 내가 말했다나? 그러고서 사막에 갔으니 웃기지도 않는 자기모순을 어떻게 설명할꺼냐,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이해한다. 라는 요지의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다. 보내지 않은 답장의 내용은 이랬다: 동물의 왕국 안 봐요? 특히 코끼리편. 코끼리는 죽을 때가 되면 제 고향으로 돌아간다지요. 내 마음이 사막 같으니 내 고향이 바로 거기 아니겠어요. 사막에 가서 골로 갈 생각이었는데 나 때문에 울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가다가 말고 되돌아왔죠. 변명치고 참 그럴듯했다. 그럴듯한 변명이라 답장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진담이었으니까.

아잔타에서 샀던, 보내지 않고 간직한 1998년 엽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몹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뱃살이 많이 빠졌어요. 돌아가서 뵙겠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타일랜드에서 희희락락하고 돌아온 날, 민사장님이 돌아가셨다. 그는 젠틀했고, 고통을 잘 견뎠다. 저들의 평가에 따르면 내 못 되먹은 성질머리를 견딜만한 인격을 가진 지구 상에 남아 있는 유일한 사람이란다. 그들이 맞다고 치자. 이제 나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지구상에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것인가? 그럼 할 수 없지. 견딜만한 사람이 되는 수 밖에.

quiji table을 돌려 민 사장님의 혼령을 불러내면 정작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를 생각하면 떠난 옛 애인들을 떠올릴 때처럼 웃음이 나왔다. 재미있었다. 고생 많이 시켜드렸다. 그동안 죄송했다고 웃으면서 말할 것 같다. 슬픈 것이 아니라 별나게 웃겼다. 남은 가족은 그렇다치고, 그는 행복했다. 내가 그를 가장 좋아하는 점이었다.

평생 얼마나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시간도 얼마 없는데 왠만하면 떼로 만났으면 좋겠다.
업무 효율을 생각해서.

봉당 아저씨와 지나치게 술을 자주 마셨다. 술김에 날더러 대단한 놈이라고 중얼거렸다. 술 잘 마시고 프로그래밍도 할 줄 알고,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쓸 줄 알고, 여행도 해 봤고, 사진도 원하는 대로 찍고, 심지어는 카사노바다? 거럼. 대단하지. 그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이샤 우파니샤드에서 한 귀절 발췌: 무지를 숭배하는 자는 그저 어둠 속으로 빠져들지만, 지혜만을 숭배하는 자는 그보다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그가 그렇다고 믿었다. 이샤 우파니샤드는 어떤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읽고 교훈을 얻을만한 글이기도 했다. 한 귀절 더: 저것은 완전하고 이것 또한 완전하다. 완전함에서 완전함이 생겨난다. 완전함에서 완전함을 빼면 또한 완전함이 남는다. 수년 동안 나는 이샤 우파니샤드를 달달 외웠고, 나중에는 모두 잊어버렸다. 이샤 우파니샤드에서 나를 위한 귀절은 이것이었다:

의지를 가진 마음이여!
네가 한 일을 기억하라!
네가 한 일을 기억하라.
시팔.

i've got to go. things to destroy. -- 신밧드, 일곱 바다의 전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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