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blog를 WIK에 등록했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8월초 그러니까 TWOV(Transit without visa) 라는 제3국행 중간 기착지로서 미국을 경유해 가는 것을 미국 정부가 금지한 이후 중남미로 가는 길이 예전보다 쉽지 않게 되었다. 미국이 자폐국가가 되건 말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으쓱.
웹캠과 헤드셋을 끼고 saynsay.com에서 온라인 화상 회의 테스트를 했다. 굳이 비교할 형편이 안 되었지만 용산에서 이것 저것 테스트해 보니 Kocom KMC-90 Web e Camera가 개중 나아 보였다. 27000원. 어제 오후에는 용산에 가서 헤드셋 2개와 웹켐 하나, 성능과는 무관하게 타인이 사용하는 것 하고는 똑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고집에 굴복하여 Panwest의 Lebeca Web(24000원)을 살 생각. 그러나 27000원 주고 샀다. 매장 직원이 왜 비싼지 시시콜콜한 이유를 대며 궁시렁거렸다. 그냥 입 다물고 3천원 더 내고 사겠다면 그냥 주면 되는 것이다. 6시 약속이라 서두르다가 그에 상응하는 급행료로 3000원을 더 냈을 뿐.
msn messanger로 얘기하려니 답답하고, 사무실은 멀기만 하고.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saynsay.com의 채팅 대기실에서 본 방 제목은 순 이딴 것 뿐이었다: 일단 벗고 시작하죠. 집에서는 늘상 옷을 벗고 있는 입장에서 그다지 자극적인 제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의 냄새나고 지저분하게 생긴 음부를 노출한다고 흥미진진해 지는 것도 아니고. 결론적으로 채팅에 흥미를 잃은 지 오래되었다.
메이란 영화를 본 것을 잊고 있었다. 유일한 친구가 인형 밖에 없는 외로운 메이가 하나하나 친구를 사귀어 가다가 자기가 마음에 드는 부위 별로 친구들을 잘라내 완벽한 친구를 하나 만들어 위로 받는 멜로물이다. 심지어 그 친구가 자기를 볼 수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 한 나머지 자기 눈알을 정성껏 뽑아(비명과 함께) 인형에 달아주기도 한다. 신기했다. 가장 변화가 많고 언제봐도 '질리지 않는다는' 세간의 '평'을 듣는 인간의 얼굴이 그의 관심사 밖이었다는 점이. 메이의 내용은 컴퓨터 업그레이드와 비슷했다. 이것저것 잡동사니 부품을 사들여 컴패니언을 만들고 자신의 눈마저 그 비생물에게 부여하는 것. 내 친구, 컴퓨터. 컴퓨터 업그레이드에 미친 놈들이 그 정성의 반만이라도 애인과 가족과 사회에 쏟아 붓는다면,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차게 될 것만 같다.
올드보이. 만화책. 별 것 아닌 어린 시절의 상처로 같은 반의 친구를 10년 동안 구금해 둔 미친놈이 있었다. 십년 동안 쪽방에 갇혀 배달되는 중국 음식을 먹으며 TV로 세상을 배우고 꾸준히 몸을 단련하다가 풀려 나온 친구. 그는 미친놈에게 질질 끌려 다니다가 게임에 진 그의 죽음의 방관자가 되었다. 돈은 엄청 많은데 하잘 것 없는 이유로 목숨을 버리는 개같은 놈이었다. 설정은 괜찮았다. 설정만 괜찮았다.
저녁을 먹고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극장에 가서 League of Extraordinary Gentlemen 이란 영화를 봤다. 아는 이름이 튀어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심지어 노틸러스 호 위에 요니와 시바 링감을 얹어 놓아 한숨을 푹 쉬었다. 귀족 출신의... 네모가 깔리 신앙을 섬긴다는 우습지도 않은... 그렇게 따지면 세계 정복에 미쳐있는 M이나 자기 초상을 보면 죽는 도리언 그레이, 총질하는 톰 소여도 웃기기는 마찬가지였다. 뱀파이어 미나가 도리언 그레이를 살해하는 이유가 모호했다. 그리 오래 살았으면 세상 만사가 부질없다는 것쯤은 이해할텐데?
극장을 나오니 0:30am. 택시를 잡으려다가 바람이 시원해서 걷기로 했다. 거리에서 먹이를 찾아 해메던 3명의 핌프가 날더러 연애하고 가라며 말을 걸었다. 연애? 싫어, 싫어요. 싫어.
귓구멍으로 바하의 파이프 오르간이 울려 퍼졌다. 걷고 싶은 이유로는 훌륭했다. 바람이 불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가락 끝이 저릿저릿했다. 끝까지 다 듣자. 그래서 걸었다. 1시간 반쯤 반짝이는 화성을 따라 걷다가 나를 인도하던 그 행성을 왼편에 두었다. 명동을 지나 노숙자들이 자고 있는 을지로를 지나고 경복궁을 지나고 사직공원을 지나고 독립문을 지나고 두 개의 터널을 지나쳐 연대 앞에 이르렀다. 다시 한 시간쯤 더 걸었다. 바하는 자기 마누라와 섹스 하면서 푸가를 구상했을 지도 모른다. 4/4박자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며. 그런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슈베르트로 넘어갔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엊그제 밤에는 인류에게 왜 희망이 없는가 따위를 얘기했다. 생물학적 결정론으로, 대개의 사람들이 싫어하거나 반대하는 얘기이자...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할 수도 있었다.
자다가 깨었다. 면도를 하고 이빨을 닦고 샤워 하다 말고 옷을 챙겨 입고 허겁지겁 사우나로 달려가 사우나와 냉탕 사이를 왕복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내 인생 최고의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 기분이 좀 나아졌다.
난 내가 옳을 때가 싫드라. 망할. -- 다이 하드2, 부르스 윌리스 왈.
나도.
8월초 그러니까 TWOV(Transit without visa) 라는 제3국행 중간 기착지로서 미국을 경유해 가는 것을 미국 정부가 금지한 이후 중남미로 가는 길이 예전보다 쉽지 않게 되었다. 미국이 자폐국가가 되건 말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으쓱.
웹캠과 헤드셋을 끼고 saynsay.com에서 온라인 화상 회의 테스트를 했다. 굳이 비교할 형편이 안 되었지만 용산에서 이것 저것 테스트해 보니 Kocom KMC-90 Web e Camera가 개중 나아 보였다. 27000원. 어제 오후에는 용산에 가서 헤드셋 2개와 웹켐 하나, 성능과는 무관하게 타인이 사용하는 것 하고는 똑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고집에 굴복하여 Panwest의 Lebeca Web(24000원)을 살 생각. 그러나 27000원 주고 샀다. 매장 직원이 왜 비싼지 시시콜콜한 이유를 대며 궁시렁거렸다. 그냥 입 다물고 3천원 더 내고 사겠다면 그냥 주면 되는 것이다. 6시 약속이라 서두르다가 그에 상응하는 급행료로 3000원을 더 냈을 뿐.
msn messanger로 얘기하려니 답답하고, 사무실은 멀기만 하고.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saynsay.com의 채팅 대기실에서 본 방 제목은 순 이딴 것 뿐이었다: 일단 벗고 시작하죠. 집에서는 늘상 옷을 벗고 있는 입장에서 그다지 자극적인 제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의 냄새나고 지저분하게 생긴 음부를 노출한다고 흥미진진해 지는 것도 아니고. 결론적으로 채팅에 흥미를 잃은 지 오래되었다.
메이란 영화를 본 것을 잊고 있었다. 유일한 친구가 인형 밖에 없는 외로운 메이가 하나하나 친구를 사귀어 가다가 자기가 마음에 드는 부위 별로 친구들을 잘라내 완벽한 친구를 하나 만들어 위로 받는 멜로물이다. 심지어 그 친구가 자기를 볼 수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 한 나머지 자기 눈알을 정성껏 뽑아(비명과 함께) 인형에 달아주기도 한다. 신기했다. 가장 변화가 많고 언제봐도 '질리지 않는다는' 세간의 '평'을 듣는 인간의 얼굴이 그의 관심사 밖이었다는 점이. 메이의 내용은 컴퓨터 업그레이드와 비슷했다. 이것저것 잡동사니 부품을 사들여 컴패니언을 만들고 자신의 눈마저 그 비생물에게 부여하는 것. 내 친구, 컴퓨터. 컴퓨터 업그레이드에 미친 놈들이 그 정성의 반만이라도 애인과 가족과 사회에 쏟아 붓는다면,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차게 될 것만 같다.
올드보이. 만화책. 별 것 아닌 어린 시절의 상처로 같은 반의 친구를 10년 동안 구금해 둔 미친놈이 있었다. 십년 동안 쪽방에 갇혀 배달되는 중국 음식을 먹으며 TV로 세상을 배우고 꾸준히 몸을 단련하다가 풀려 나온 친구. 그는 미친놈에게 질질 끌려 다니다가 게임에 진 그의 죽음의 방관자가 되었다. 돈은 엄청 많은데 하잘 것 없는 이유로 목숨을 버리는 개같은 놈이었다. 설정은 괜찮았다. 설정만 괜찮았다.
저녁을 먹고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극장에 가서 League of Extraordinary Gentlemen 이란 영화를 봤다. 아는 이름이 튀어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심지어 노틸러스 호 위에 요니와 시바 링감을 얹어 놓아 한숨을 푹 쉬었다. 귀족 출신의... 네모가 깔리 신앙을 섬긴다는 우습지도 않은... 그렇게 따지면 세계 정복에 미쳐있는 M이나 자기 초상을 보면 죽는 도리언 그레이, 총질하는 톰 소여도 웃기기는 마찬가지였다. 뱀파이어 미나가 도리언 그레이를 살해하는 이유가 모호했다. 그리 오래 살았으면 세상 만사가 부질없다는 것쯤은 이해할텐데?
극장을 나오니 0:30am. 택시를 잡으려다가 바람이 시원해서 걷기로 했다. 거리에서 먹이를 찾아 해메던 3명의 핌프가 날더러 연애하고 가라며 말을 걸었다. 연애? 싫어, 싫어요. 싫어.
귓구멍으로 바하의 파이프 오르간이 울려 퍼졌다. 걷고 싶은 이유로는 훌륭했다. 바람이 불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가락 끝이 저릿저릿했다. 끝까지 다 듣자. 그래서 걸었다. 1시간 반쯤 반짝이는 화성을 따라 걷다가 나를 인도하던 그 행성을 왼편에 두었다. 명동을 지나 노숙자들이 자고 있는 을지로를 지나고 경복궁을 지나고 사직공원을 지나고 독립문을 지나고 두 개의 터널을 지나쳐 연대 앞에 이르렀다. 다시 한 시간쯤 더 걸었다. 바하는 자기 마누라와 섹스 하면서 푸가를 구상했을 지도 모른다. 4/4박자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며. 그런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슈베르트로 넘어갔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엊그제 밤에는 인류에게 왜 희망이 없는가 따위를 얘기했다. 생물학적 결정론으로, 대개의 사람들이 싫어하거나 반대하는 얘기이자...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할 수도 있었다.
자다가 깨었다. 면도를 하고 이빨을 닦고 샤워 하다 말고 옷을 챙겨 입고 허겁지겁 사우나로 달려가 사우나와 냉탕 사이를 왕복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내 인생 최고의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었다. 기분이 좀 나아졌다.
난 내가 옳을 때가 싫드라. 망할. -- 다이 하드2, 부르스 윌리스 왈.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