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gul

잡기 2003. 8. 20. 13:22
새로 만든 cpu의 인스트럭션 셋을 정의하느라 토론 했다. 화이트보드에 매직칠을 하며 총알처럼 말을 내뱉었다. 반쯤 제정신이 아닌 채로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떠들었다. 임부처럼 쉰 목을 달래기 위해 삼겹살과 소주를 마셨다.

새로 생긴 장난감을 들고 비를 맞으며 집으로 걸어왔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묵직한 푸른색 하드보드 박스 안에... strongARM evaluation board. 비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남들처럼 영화 보고 그럴듯한 평을 쓸 줄도 모르고 책 보고 그 책이 왜 재미있는지 설명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래 봤으면 좋겠지만, 300페이지 짜리 책을 읽고 어떻게 300 단어가 넘는 즐거운 평론을 쓸 수 있는 것일까? 자신에게 좀 질렸다.

Nest라는 레인보우 6같은 영화와 Visitor Q라는 일본 변태 영화를 봤다.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날들이 가고, 하늘은 여전히 흐리고, 비와 바람은 그칠 줄 모르고...
재미없는 사람이라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대신, 365번째와 366 번째 날의 노래를 들어주렴.

King Crimson, Larks' Tongues In Aspic, Book Of Saturday
King Crimson, In the Court of King Crimson, I Talk to the Wind

Said the straight man to the late man
Where have you been
I’ve been here and I’ve been there
And I’ve been in between.

I talk to the wind
My words are all carried away
I talk to the wind
The wind does not hear
The wind cannot hear.

I’m on the outside looking inside
What do I see
Much confusion, disillusion
All around me.

You don’t possess me
Don’t impress me
Just upset my mind
Can’t instruct me or conduct me
Just use up my ti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