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ly high;

잡기 2003. 8. 27. 01:34
백노이즈 깔고 시작. Faust, Faust IV, The Sad Skinhead

온갖 잡동사니를 다 끌어모은 지랄같은 샘플링, 그들 앨범에서 가장 거지같다는 곡? 왜? 옛날 옛날 우리 모두가 사이좋고 어리석었던 시절, 함께 엿 먹고 서로의 얼굴을 후려 갈기는 것 외에 딱히 할 일이 없던 좋~았던 시절. 기억들은 시프트 레지스터에 밀려 좋든 싫든 떠나간다. 장마비에 불은 흙탕물 위로 돼지와, 누군가의 마누라가 한가하게 둥둥 떠내려 가듯이.

어젯밤 evaluation board에 linux kernel을 올려 돌렸다. 6시간 삽질. 매뉴얼도 없고 소스를 뒤져 간신히 로딩 방법을 찾았다. 회로도를 보다가, 설계 스펙을 좀 더 튜닝해야 할 것 같다. fclk divisor의 한계가 2^17이고 잘만 하면 direct mapped i/o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메모리 뱅크를 정리하고 mmu에서 virtual memory control을 exclude 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한 달 이내에 boot code와 kernel과 device driver, 그리고 ram disk와 smart media를 마운팅하는 모듈을 포함시킨다. 부트 코드에는 ADS에서 작성한 빌어먹을 코드를 살펴 리눅스에서 gcc로 리컴파일하고, bootp와 tftp가 포함되어야 하고... 한 달이라? 이제 27일 남았다. JTAG cable이 있어야 마음껏 플래시 메모리를 날려먹어도 복구가 가능한데... JTAG 케이블이 사나이를 소심하게 만들었다.


CD-R의 수명 2년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결과 발표.
--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 아니었던가? 뉴스꺼리도 못 되는. 2년 전에 구운 영화 divx cd들이 맛이 가서 영화는 더 이상 굽지 않을 뿐더러 중요한 자료는 hdd에 저장하고 잼겨놓게 된 것이 바로 2년전 이맘 때. hdd의 기가당 단가가 싸지면서 cd 120장 구울 시간과 보상받지 못할 무용한 삽질에 들이는 정성을 감안하면 시중에서 가격대 성능비가 현재로서는 가장 좋은 80gb 하드디스크를 사서 저장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데이터가 중요하다면 말이겠지. cd 파손은 기억의 심각한 손상과는 무관했다.


[휴지통]로또20억 분배싸고 동거녀와 주먹다짐
-- 5억, 세금 제한 것이라면 총액의 1/4. 그녀는 불안했을 것이다. 돈 생긴 남자가 자기를 버리고 새 생활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목적? 애정의 확인과 사랑이 깨졌을 경우 일종의 위자료로서. 그녀가 가만히 있었더라면 사정이 더 나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후 그것 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만들기 일쑤였다. 도대체 왜 그러는건지 모르겠다.

애당초 인간은 자신의 실수를 통해, 기억의 잡목숲을 헤쳐 무언가를 배우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진화하지 못하고 앞으로 천 년이 지나도 타인에게 자기 먹이를 안 나눠 줄 것이고, 머리 속에 모호하게 떠오른 유령같은 허름한 사상과 이념만 가지고도 사람의 몸에 갖가지 구멍을 내서 죽일 것이고, 우주로 나가 패싸움질이나 하는 등, 온갖 등신같은 짓을 다할 것 같다. 자기 얼굴이나 후려칠 것이지.

wake on lan을 사용해서 그동안 옆 방의 컴퓨터를 원격으로 부팅하는 등 잘 써 먹었는데 AIR-400K로 공유기를 바꾼 후 어찌된 일인지 udp magic packet을 공유기가 차단해서 로컬 랜에 브로드캐스트 하지 않는 바람에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공유기에서 왜 필터링을 하는가 게시판에 물어보니 친절하지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AIR-400K는 그 기능을 지원하지 않으며 그 기능이 '추가'되면 자료실에 펌웨어를 올려 놓겠다나. 잘 되던 기능을 없애 버리고 다시 '추가'를 한단 말이야? 맙소사.

볼 일이 있어서 드림위즈에 가입 신청을 하려고 보니 이미 가입이 된 상태고 아이디는 정지되어 있다. 정지를 풀려고 로긴하니 정지를 풀려면 암호와 주민등록번호, 이름을 입력하라고 나온다. 기껏 입력하니까 그 암호로는 정지 상태를 풀 수가 없단다. 문의 사항이 있으면 메일질 하거나 200원 내고 SMS로 보내란다. 내가 왜 내 돈 200원을 들여서 SMS를 보내야 하나. 여러 모로 이해가 안 간다. 상담데스크에 email을 보내니 답장이 왔다. 본인 확인을 위해서 주민등록증을 팩스로 보내라는 것이다. 더더욱 이해가 안갔다. 내가 남의 주민등록증을 스캔해서 포토샵으로 그걸 위조해 팩스로 날리면 어쩌려고 그러나. 조언했다. 본인 확인은 드림위즈 본사에서 하십시오. 라고.

전 세계의 고객센터에는 세상의 온갖 바보들이 다 모여 있는 것 같다. 고객센터에 전화질, 메일질, 삿대질 해봤자 소용없다. 그들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늘 얼간이 같은 소리만 늘어놓았다. 더더욱 그들이 얼간이 같아 보이는 것은, 심지어 상냥하게 웃기까지 한다는 것. 그리고 고객센터의 얼간이들은 십중팔구 여자다. 이건 음모다. 여자는 하등 쓸모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외국 항공사의 헬프 데스크부터 국내의 콜센터까지 그들은 경악에 가까운 일관성을 보여준다. 여성 운동, 이쯤에서 출격해야 한다.

설계 스펙 대부분을 외웠다. 화이트 보드에 그 복잡한 코드와 맵을 일사천리로 전개하는 동안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 보았다. 나도 놀랐다. 그 방대한 문서량을 어떻게 다 외울 수 있는지 모르겠다. 루크는 나이를 먹어도 머리가 안 썩는 것 같아. 라고 말한다. 나이라... 그렇게 무언가를 외운 만큼 오래된 기억들은 떨어져 나간 것이다. 좋든 싫든, 똥 싸듯이.

그래서 내 대가리의 작동 방식은 NAND 플래시 메모리와 흡사했다. 임프린트가 있고 배드 블럭이 존재했다. ECC 체크로도 안 걸리는 한심한 에러들이 산재했다. digitally high에 추호의 주저나 흔들림 따위는 없었지만 어느날 배드 블럭이 되어 버렸고 버림 받았다.

그래서 내 대가리는 SDRAM처럼 작동했다. 하지만 리플래시 사이클을 잊어버려 무언가가 사라졌다. 플로팅 게이트에 떠 있는 전자 몇 마리는 호박 속에 갇힌 캄브리아 모기처럼 박제되어 있다가 어느날 우주를 변화시키러 떠났다. 실리콘 호박은 남고 빈 게이트에 더 이상 전자는 주입되지 않았다. 때로 전원이 나가기도 했다.

컴퓨터 얘기만 늘어놓고 있는 건가? 읽은 책들은 재미가 없고 보는 영화마다 꽝이었다. 오직 쿼런틴만 남았다. 쿼런틴 2부 반쯤 읽은 것 같은데. 전화기의 전지가 다 떨어질 때까지 쿼런틴 얘기로 '수다'를 떨었다. 역자가 역자 후기나 해설에 양자역학을 설명 하겠다던데 설명하면 할수록 독자들을 괴롭히는 것 밖에 안 될테니 제발 참아 줬으면 했다.

3시간 밖에 못 자서 피곤하다.
맥주 먹고 잘까, 아님 꿈을 꾸다 잘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애가 생기면 보조기억장치로 활용하자.
son of bits로 만들자.
son of bits는...
digitally high 였다가...
digitally low 였다가...
z state로 넘어가기도 할 것이다.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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