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처리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나름대로 서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불길한 것은 저러다가 새만금 꼴이 날 것 같다는 것이다. 새만금에서는 내 세금이 어떻게 한꺼번에 공중으로 허무하게 날아가나를 스펙타클하게 보여줬다. 세금 내고 싶지 않다. 절반은 생각 없는 정부 때문이고 절반은 광기에 사로잡힌 시민단체 때문이다. 열 받지 말고, 생각을 달리해야지 별 수 있겠나?

아는 얘기만 하자. 원자력 발전에 관한 하고많은 반감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대안이랍시고 제시하는 것에 관해 비웃음에 가까운 회의를 느끼고는 했다. 대체 에너지 중 현재로서 쓸만한 것이 하나도 없고 그 모든 것들이 미래에는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 순진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반증 불가능한, 대체 에너지의 '효용성'에 대한 그들의 희망을 작살낼 수 조차 없었다. 연료전지, 태양전지, 풍력, 지열, 조력, 소규모 수력, 폐기물 발전 등 개중 상업화 된 것들은 대규모 상업 발전에 적합한 수준으로 '진화'하지 않았다. 대체 에너지 개발이 지난 30년 동안 정말 말 그대로 지지부진했다. 그놈에 동력원 중 어떤 것도 전구 몇 백 개 이상 켜는 수준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알래스카의 오지에서는 태양전지나 연료전지가 아니라 가솔린으로 발전한다.

태양전지가 엄청나게 비싸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정말 엄청나게 비싸서 30m^2짜리 태양전지판을 우리집 옥상에 설치해도(집 전체를 모두 가리고도 부족하다) 냉장고 하나 돌리기 바쁘다. 흐린 날에는 그나마 돌릴 수도 없다. 흐린 날에 냉장고 하나 돌리기 위해서는 비싼 축전지가 잔뜩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김에 함께 절전하면서 살아볼까?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다.

무절제하게 낭비되는 전력의 양이 엄청났다. 논리는 거기에서 부터 비롯된다. 발전소는 발전을 중단할 수 없다. 피크타임 전력사용량을 가정해 최대수요곡선에 맞춰져 있다. 경제와 산업의 양적 팽창이 필연적으로 낳은 결과다. 원전을 더 이상 건설하지 않고 '최첨단 환경친화 기술'을 사용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전기를 아끼고 공장에서 남아돌아가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그야 물론 현재의 발전 용량으로도 충분할 뿐더러 넘치기까지 한다. 과소비 사치 풍조를 조장하는 정부와 방송을 때려잡는 일도 물론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은 적어도 원자력 발전이 안고 있는 문제를 30가지 이상은 줄줄이 늘어놓을 수 있다. 그리고 '최첨단 환경 친화 발전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문제가 된다. 아쉽게도 틀렸다. 다시 말하건데 최첨단 환경친화 발전 방식을 사용하고, 기대할 수 없는 시민의식과, 전기가 남아도는 공장과 산업시설에서 전력을 아낀다해도 원전이 없던 시절처럼 오후 2시에서 4시까지의 피크 타임 때는 에어컨을 켤 수 없다. 아니 도로에 가로등을 켜둘 수 조차 없다. 단전은 일상화될 것이다. 하지만 단전에 익숙해지면 별 거 아닐 것 같긴 했다. 옛날에는 그렇게 살았고 내 생활 방식은 옛날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난 전기를 아껴쓴다. 평범 이상으로. 그 때문에 대체 에너지에 평범 이상의 관심을 가졌다. 왜냐하면 전기세 내기 싫어서.

환경단체 사람들이 미친 러다이트같이 기술을 배격하는 것 같고 확실히 자연친화적이긴 한데, 대체 에너지 개발 기술이 최첨단 기술이라는 것을 알기는 할까? 거대 자본이 들어가고 특정 지역에서만 이용가능하고 적어도 수십년 동안은 기술의 발전이 암울해 보이는? 다시 말하지만 알래스카에서는 가솔린을 가지고 가가호호마다 발전한다. 알래스카 얘길 왜 자꾸 하냐 하면, 환경단체 애들이 좋아하는 대체 에너지원 중 어느 것도 25% 효율의 값싼 가솔린을 사용하는 발전기만 못하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으면 인터넷을 친히 뒤져 보시라. alternative energy나 기타 비슷한 말로.차라리 집에서 매달 전기세 13000원씩 내는 것이 싸게 먹힌다. 집에서 컴퓨터를 다섯대 돌리는데도 한달에 전력 사용료로 13000밖에 안 낸다.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라 하다 못해 잘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의 플로피 드라이브와 cdrom 드라이브의 전원 라인을 다 빼버리거나 2-3분이면 standby 모드로 들어서는 컴퓨터 세팅 때문이다. 나는 TV를 안 본다. 밤에는 30W짜리 인버터 스탠드 하나로 조명을 때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 어느 누구보다도 환경친화적이다. 쓰레기 분리 수거하지요, 재활용 하지요, 전기 안 쓰지요, 냉장고에 썩어서 버리는 물건 하나 없지요, 매일 밥을 해먹으면서도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0에 가깝지요, 물은 대야에 받아서 아껴 쓰지요. 심지어 수돗물을 마시지요.

정말 대체 에너지에 관해 제대로 알고나 있어서 하는 말일까? 궁금하다. 내 집 마당에 연료전지와 태양전지와 수력발전과 풍력 발전과 축전지를 다 갖춰도(말 그대로 기천만원이 든다. 대신 전기세에서 해방된다!) 대체 컴퓨터를 몇 대나 돌릴 수 있을지를 우선 걱정하는 편인데... 어쩌면 시민단체는 내가 모르는 뭔가 새로운 것을 알고 있고 숨기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면 외계의 반영구 에너지원이나 원자력보다 수백만배는 더 무서운 안티 매터 프로덕션 엔진 같은 것들. (참고로 안티매터 엔진은 무공해 클린 에너지원이다. 반물질의 제조 단가가 천문학적이라서 그렇지. 한번 터지면 도시 하나쯤 손쉽게 날려버린다. 클린하게.) 저렴하게 거의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얻을 수만 있다면 세계가 바뀐다. 어떤 정부도 그걸 그대로 방치해 두지 않을 것이다. 이쯤 되면 음모론이라고 할 수 있지. 왜 효율적인 에너지는 놔두고 그보다 뒤떨어진 에너지 생산원에 각국 정부가 매달려 아둥바둥하고 있을까? 에 관한. (사실 궁금하다. 대체 에너지 개발이 왜 유독 지지부진할까? 석유회사의 음모일까? 아마도 그렇겠지?)

정부가 원자력에 환장한 이유는 단가당 전력 생산비가 그 어느 것보다도 싸기 때문이고, 둘째, 전력 수요가 나날이 증가해서 환경친화적이라는 수력 발전소 따위로 때울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부에 또라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유독 똑똑한 시민들이 만들어 놓은 환경단체에는 왜 그런지 또라이들이 많았다. 원자력 발전 문제를 경제 수요나 생활의 문제로 보지 않고, 정치 권력 구조 내지는 음모론으로 파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좀 핀트가 어긋난 것일까?) 그래서 무지한 시민들을 선동해 자신들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환경단체에서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사실들 대부분이 마치 심리적 공황을 유발하기 위해 특별히 제조된 정치적 선전선동문구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자기들도 잘 모르고, 대중은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 적혀 있는 갖잖은 홍보문구를 단지 정부 유관 기관이 썼다는 이유로 믿지 않을 것이고 환경단체 끼리끼리 어디서 줏어온 전설스러운 얘기들을 조합한 '민간인'의 얘기에 훨씬 더 신뢰감을 가질 것이다. 때때로 전문가들 몇몇이 끼어 들어 한 마디 썰을 푼다. 나는 이런 구조를 예전에도 익히 보아 왔다. 지식과 사실이 아닌, 일종의 신념과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광신도들.

이런 얘기를 어젯밤에 했다. 간만에 흥분해서 침을 튀기면서. 하지만 그는 원전에도 대체 에너지에도 폐기물 시설에도 관심이 없었다. 될대로 되라고 해. 나는 방관자야. 라고 말했다. 이 양반을 설득할 실력이 내겐 없다. 그리고 대다수 국민들을 설득할만한 웅변 역시 불가능하다. 어쩌면 가장 좋은 방법은 그의 말대로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국민은 어처구니없는 세금을 내는데도 의외로 얌전한 편이니까. 새만금 간척사업 때문에 나간 세금이 영 꽝이 되었다는 것으로 열받은 사람은 주변에서 오직 나 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외롭다!

폐기물 관리 시설을 건설하지 않고 폐기물을 몽땅 수출한다. 원자력 발전소를 없애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서울의 밤하늘에서 심지어 별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로등을 꺼야 하니까) 대신 세금은 5% 증가한다. 뭐 그런 식으로. 아니다. 세금 부담을 늘리지 않을 수도 있다. 가솔린에 붙는 터무니없는 세금을 줄이기만 한다면. 대체에너지로 때운다? 한국의 총 발전량의 40%를 원전이 차지하고 있는데 걔네들이 좋아하는 대체 에너지로는 훨씬 값비싼 댓가를 치루고 아마 대략 5% 정도를 간신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얘기는 해봤자 쓸모가 없다. 정부 프락치 취급이나 당할테니까. 그래서 잊어버리기로 했다. 대안도 없이 미신같은 얘기만 늘어놓고 결국은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 환경단체에 공감한 적은 한번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무작정 틀리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결국은 대체 에너지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꼴통들과 뚜껑 안 열리고 토론하는 법'이란 책의 첫장을 열자마자 주위에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병자처럼 미친듯이 웃었다. 종교적 광신에 가까운 어떤 행동에 대한 반증(논거를 주도면밀하게 파괴하는 공작)에 대한 애환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1장을 마감했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뚜껑 안 열리고' 토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토론은 필요없다. 애당초 말이 안 통할테니까. 웃으면서 이익을 볼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했다.

원자력 발전의 부산물을 처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산간오지에 수만평의 땅을 사서 폐기물 처리 비용을 받고 그것들을 묻어버리고 그 옆에서 관리인으로 살며 책이나 보는 것이다. 환경단체가 때되면 지랄해서 처리 비용을 올려줄 것이니 의외로 유망한 사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 프로그래머로서 연봉이 끝없이 올라간 이유는 멍청하고 등신같은, 말 그대로 프로그래머라고 부를 수도 없고, 책 한 줄 읽지도 않는 허파에 바람만 든 초짜들이 IMF 이전에 터무니없는 연봉을 받아 먹으면서 사이드 이펙트로 누렸던 호사였다. 세상이 멍청해서 해놓은 짓에 사실 나는 환호작약했다. 노동량은 같은데도 불구하고(하루 18시간) 어느날 가만히 앉아 있다가 연봉이 올랐는데 입이 안 찢어질 수가 있겠나? 난 그들을 사랑했다.

그래서 환경단체의 활약에 기대가 된다. 우리는 고비용 저효율로 나아가고 있다. 그것은 광기나 미신이 아니다. 환경단체는 나를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내 장래를 위해서. 자칭, '하이 퍼포먼스 알바'인 나는 이런 세계에서 물만난 고기처럼 행복하게 잘 해 나갈 수 있다.

영풍문고에서 하릴없이 배회하다가 평생 안 볼 것 같은 처세술에 관한 책들을 읽어 보았다. 재밌는 얘기들이 많았다. 어떤 책에서 첫 찹터의 타이틀이 이런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은 믿을만 하다. 어? 내 얘기잖아?

크루그만의 책이 눈에 띄어서 얼른 집어 들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사야 10% 할인이라도 되지만, 30분이면 기억이 자동으로 증발하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잊어먹기 전에 7000원을 주고 카드로 그었다. 국제무역에 관한 재밌어 보이는 책이다. pop internationalis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