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잡기 2003. 10. 12. 22:52
엊그제 아침, 어제 아침 무렵 밥 먹으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성명인지 인터뷰인지 하는 것을 보았다. 소화가 잘 안 되었다. 터질 것이 터졌구나 하는 심정이었다. 제발 국민투표까지 가는 일이 없기를.

쿼런틴이 드디어 출간되나 보다. 여러 사람 즐겁게 해줄만한 책이 될 듯. 그것하고 퍼뮤테이션 시티가 마저 번역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SF에 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될 것 같다. 도서관에서 빌린 몇 권의 인문 소설을 읽었다. 끝내기야 끝냈지만 도저히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안 든다. 아는 사람들에게 권해 주다가 책이 아직 안 나오고 해서 시들해졌다. 읽을 사람은 읽게 되겠지.

밀린 메일을 후다닥 보냈다. 읽지도 않고 200통씩 쌓여있는 스팸 사이에서 바위 틈에서 김을 파내듯이 알만한 아이디를 골랐다. 신중하게. 잃어버린 것들이 있지 않을까? 스팸의 절반은 국내에서, 나머지 절반은 해외에서 보내주신 것들이었다. 일단, 해외에서 보내주는 지속적이고 뜨거운 관심에 감사드렸다. 하지만 자지 길이를 2인치 씩이나 늘이거나 섹스 파트너를 구하거나 쉽게 돈버는 방법에 관심이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12cm는 가정용, 15cm는 영업용, 18cm는 가정파괴용' 이란 노랫가사가 있던데...

신진대사, 적응, 번식이 생명체의 특징이라면 번식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번식기가 끝난 노인네들은 얼어붙은 현재를 기준으로 불완전한 생명체이거나 맛이 간 생명체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게다가 절간에서 목탁을 두들기며 앉아 번식을 외면한 대머리들도 있었다. 신부, 수녀들 역시 남녀상열지사에 한눈 팔지 않고 신의 영광에 온 정성을 쏟아부었다. 즉, 생명 활동에 별 관심들이 없어 보였다. 그들은 그런데 의아하게도 번식하는 체 하는데 사용하는(생명체의 정의에 충실한 체 하는데 사용하는) 콘돔 착용을 반대했다. 가톨릭은 지나치고 무책임한 생명 활동을 죄악시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인간은 이성이 있으므로 동물이나 식물처럼 아무하고나 달라붙어서 막무가내로 번식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거나, 신의 노여움을 산다고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사람 사이에 별다른 차이를 느껴보지 못했다. 이를테면 인간의 두뇌는 신진대사, 적응, 번식을 고도화하기 위해 우연찮게 주어졌고, 그 자체가 적응의 산물이라고 보는 편이라서. 다시 말해, 거대하고 불안하게 생긴 인간의 머리통은 생명을 좀 더 잘 유지해 보려고 어쩌다가 우연히 목 윗쪽에서 콩나물처럼 쑥쑥 자란 것이라고 믿었다. 예를 들면 번식 활동을 위해 자지가 쑥쑥 자라고 젖가슴이 쑥쑥 자라나듯이.

하지만 내 목 위쪽에 달려있는 것은 거의 백퍼센트에 가까운 비율로 여자들이 별로 예쁘지 않아 기분이 늘 비참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번식에 도움이 안된다. 생명체의 정의를 가지고 너무 빈정거렸나? 음. 좋은 방법은 번식을 생명체의 정의에서 빼버리는 것이다. 중하고 신부도 끼워줘야 그들이 삐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적응도 사실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적응이 무슨 의미인지 애매하다. 인위적으로 계의 환경을 조작한다던가, 우연히 개체풀 속에서 자연선택(도태)에 의해 간신히 살아남는 것을 적응이라고 한 것인지...

중, 신부, 수녀, 생각없이 잘 살고 있는 AIDS 바이러스들까지 포함하려면 신진대사도 문제가 좀 있어 보인다. 신진대사를 좀 더 우아하게 정의해서 계의 엔트로피를 낮추고(복잡성을 축적하고) 주변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쓰레기를 배설하는) 경향을 보이는 활동을 통털어 살아보려고 애쓰는 현상이라고 눈 딱 감고 정의하자. 그러면 인간이 만든 기계와 로봇을 몽땅 생명체의 범주에 포함하게 될 뿐더러, 산소와 수소가 불꽃을 튀기며 만나 물이 되는 것도... 불편하기 그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생명현상에 대해서 30년 이상 세뇌를 당했다고 생각해봐라. 마치 민주주의에 세뇌당한 것처럼.

생명의 정의에 관한 저런 고리타분한 정의 말고 좀 더 쌈박하고 확 깨는 정의는 없을까? 노무현, 수구꼴통, 조선일보 애독자, 중, 신부, 수녀, 선인장, 아메바, AIDS 바이러스를 다 포함하면서. 이중 몇몇은 아무 생각 없이도 생명력을 과시하며 참 끈질기게 잘 산다. 단백질의 존재 양식, 생명은 제어 그 자체다. 이런 저런 말들.

옛날 옛날 무슨 책인가에서 읽어보니 의식의 수준을 생명성(?)의 강도로 해석한 대목이 있었다. 예를 들어 바위는 의식이 전혀 없으므로 생명력이 지극히 약하고, 아메바는 바위보다는 형편이 좀 낫고, 동물에게는 약간의 의식이 있으며 인간은 의식이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르렀으므로 생명력이 강력하다는... 그럴듯 하긴 한데, 문제가 좀 있었다. 정박아는 침팬지와 비슷한 수준의 생명력을 가진 셈이 되고, 아인슈타인은 그럼 지구 생명계의 정수쯤 된다.

밤에 쓰는 글은 낮에 쓰는 글에 비해 감상적이란다.

당분과 섬유질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출격하는 개미들이 깍아놓은 배 찌꺼지에는 접근하지 않아 희안했다. 그들의 작전지역이 궁금해졌다.

요즘 뜨는 서브노트북 리스트:
후지쯔 라이프북 P5010
소니 바이오 PCG-TR1L
JVC 에어웍스 MP-XP7310KR/골드
도시바 포테제 R100
스펙만 봐서는 후지쯔 라이프북이 제일 나아 보이는데, 글쎄다. 써봐야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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