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하루

잡기 2003. 10. 18. 20:36
수중에 돈이 없이 지하철 역 근처에서 술을 마셨다. 뭔가 열을 올리며 떠들다가 마지막 지하철을 놓쳤다. 놓친 김에 더 마셨다. 별 수 있나? 나와서 택시를 잡으려고 보니 지갑에 달랑 만원 짜리 한 장 밖에 없었다. 택시 기사에게 만 원 어치만 주행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끝까지 다 가서 내려준다. 고마웠다. 술 마시고 택시비도 못 내는 꼬락서니가 우스웠지만.

아침부터 머리가 헤롱거렸지만, 기분좋은 바람과 햇살을 온 몸으로 느끼며 도서관에 올라가(언덕 위에 있으니까) 빌린 책을 반납했다. 어디선가 '헤르메스의 기둥'이란 책 제목을 어렴풋이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저번 주 토요일에는 도서관 구내 식당에서 두 끼를 먹었고, 저녁 무렵 건물의 모든 문을 잠궈 잠깐 동안 갇혀 있었다.

전력 절약, 원격 컴퓨터 부팅에 관한 간략한 셋업법 정리 -- 컴퓨터 셋업할 때 한 번 씩은 다 해 본 것 아니었나? 괜한 문서 작성한 것 같은데...

집에서 빈둥대면서 짬뽕을 시켜 먹고 침대에 누워 '맥시멈 코리아'를 읽었다. 미국인이 한국에 놀러와 얼마간 지내면서 느꼈던 감상문. 한두 명도 아니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길모퉁이 자판기의 인스탄트 커피를 예찬 하는 것이 무척 신기하다.

오늘자 SBS 8시 뉴스에서 자동차 번호판 각도조절기라는 것을 봤다. 과속 단속 카메라에 기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30만원 짜리 기계였다. 캬... 그 얍삽함이 정말 죽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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