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도 안 써 버릇 하니까 할 말이 없군. 뭘로 킥스타트를 할까? 음... 내가 만지는 것은 빛이 되고 내가 버리는 것은 모두 숯이 되었다. 틀림없이 나는 불꽃이다. -- 니체.
화재다, 산불이다, 재앙이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파장 분위기인 시장에서 오징어를 한 마리 샀다. 할멈은 천오백원인데... 하고 말을 흐렸다. 왜요? 왜긴 뭐가 왜야. 천오백원이라니깐. 살꺼여? 퉁명스러운 할멈을 쳐다보고 대꾸했다. 천오백원이 뭐가 어쨌다는 거요? 할 말이 없는지 낄낄낄 웃음으로 때운다. 오징어 두루치기를 만들고 일부는 고추장을 엷게 풀어 국을 끓였다. 두루치기는 훌륭한 안주감이 되었다.
블랙 아이스를 보고 나서는 싱싱한 생선을 사다가 옥상에서 석쇠에 구워 먹을 궁리를 해 봤다. 생선과 스페인식 쌀요리, 와인이었던가? 생선과 스페인식 쌀요리와 와인, 그리고 어젯밤에 머리가 날아간 시체에 관한 생각할 꺼리 정도. 여자는 뺐으면 좋겠고.
멕시코 넥타이에 목이 졸려 죽은 시체 생각을 하다 보니까... 요리에 관한 일본 만화, 드라마를 대체 얼마나 본 것일까. 일본 드라마에서 배울 점은 사람이 있고 기예를 존중한다는 점.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탓일까. 멈칫거리고 주저하고 밥 먹다가 말고 오이시 라고 말하며 흐느끼는 장면이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일본 드라마를 보노라면 그것도 적잖게 스트레스가 되었다. 나 같았으면 일찌감치 깽판을 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야성의 부름을 좇아 콘크리트 숲으로 어기적어기적 사라졌을 것만 같다.
하루에 두 번 한강을 건넜다. 한강의 모습이 이렇게나 다채롭구나 싶었다. 그것들을 연출한 주역은 바람이었다. 어느 날은 바람이 없었고 어느 날은 실바람이 불었다. 강물에 새겨지는 잔주름의 패턴이 아름다웠다. 덕택에 밤마다 많은 꿈을 꾸었고 혈관을 따라 흐르는 핏물은 주기적인 맥동에 따라 소박한 리듬을 만들었다.
비가 내리자 낙엽이 앉았다. 황야의 이리를 읽기 시작. 블랙 아이스에서 필립 말로우가 나오는 롱 굿바이와 자신을 이리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해리 할러가 나오는 황야의 이리, 이렇게 두 권의 책이 소개 되었다. 해세의 다른 책은 읽었으면서 황야의 이리를 여태까지 안 읽었다. 그렇게 따지니 무한정 읽기를 보류한 몇몇 오래된 책들이 있었다. 시간이 들더라도 언젠가는 마무리를 지어야 하겠지.
그래. 헤세. 쓰레기 같은 서문을 재빨리 건너뛰었다. '나는 내 나름의 거칠고 소심한 생활 방식대로, 숫처녀를 유혹해 슬그머니 목을 조르듯이 그 날도 그렇게 죽여버렸다' 해리 할러와 나는 생활 방식에서 많은 차이를 보였다. 굳이 말하자면 여러 좋지 않은 사정 때문에 절망하거나, 이 세계에 환멸을 느낄 수가 없었다 -- 환멸이 단맛을 이끌고 증폭해 주는 소금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금요일 밤에는 프로그램을 짜다 말고 사무실에서 뛰쳐 나왔다. 신선한 공기가 필요했다. 나와서 며칠 전에 얼핏 본 블로그 어워드 모임에 갔다. 비가 내렸다. 비를 맞으며 거리를 가로 질렀다. 홀로비트 아저씨를 만났고 여전하구나 싶었다. 술 얘기는 삼갔다. 술 한 잔 안하고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비를 맞았다. 생각난 김에 sf 컨벤션 준비 과정 중에 찍은 비디오를 보았다. 컨벤션 하기 싫어서 관두고 싶은 티가 내 얼굴에 역력하게 드러났다. 그래도 꾹 참고 일을 거들었다. 마지막이니까.
토요일에는 매트릭스 2를 다시 보고, 매트릭스 3을 보았다. 오라클 역을 맡았던 배우는 당뇨병으로 죽어 3편에서 다른 배우로 바뀌었다는 얘길 들었는데, 2편에서와 마찬가지로 3편에서도 여전히 사탕을 좋아했다. 그러니 죽었지 라고 중얼거렸다.
내가 만진 것은 타올랐고 내가 버린 것은 재였다. 여섯 갑을 피웠다.
화재다, 산불이다, 재앙이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파장 분위기인 시장에서 오징어를 한 마리 샀다. 할멈은 천오백원인데... 하고 말을 흐렸다. 왜요? 왜긴 뭐가 왜야. 천오백원이라니깐. 살꺼여? 퉁명스러운 할멈을 쳐다보고 대꾸했다. 천오백원이 뭐가 어쨌다는 거요? 할 말이 없는지 낄낄낄 웃음으로 때운다. 오징어 두루치기를 만들고 일부는 고추장을 엷게 풀어 국을 끓였다. 두루치기는 훌륭한 안주감이 되었다.
블랙 아이스를 보고 나서는 싱싱한 생선을 사다가 옥상에서 석쇠에 구워 먹을 궁리를 해 봤다. 생선과 스페인식 쌀요리, 와인이었던가? 생선과 스페인식 쌀요리와 와인, 그리고 어젯밤에 머리가 날아간 시체에 관한 생각할 꺼리 정도. 여자는 뺐으면 좋겠고.
멕시코 넥타이에 목이 졸려 죽은 시체 생각을 하다 보니까... 요리에 관한 일본 만화, 드라마를 대체 얼마나 본 것일까. 일본 드라마에서 배울 점은 사람이 있고 기예를 존중한다는 점.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탓일까. 멈칫거리고 주저하고 밥 먹다가 말고 오이시 라고 말하며 흐느끼는 장면이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일본 드라마를 보노라면 그것도 적잖게 스트레스가 되었다. 나 같았으면 일찌감치 깽판을 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야성의 부름을 좇아 콘크리트 숲으로 어기적어기적 사라졌을 것만 같다.
하루에 두 번 한강을 건넜다. 한강의 모습이 이렇게나 다채롭구나 싶었다. 그것들을 연출한 주역은 바람이었다. 어느 날은 바람이 없었고 어느 날은 실바람이 불었다. 강물에 새겨지는 잔주름의 패턴이 아름다웠다. 덕택에 밤마다 많은 꿈을 꾸었고 혈관을 따라 흐르는 핏물은 주기적인 맥동에 따라 소박한 리듬을 만들었다.
비가 내리자 낙엽이 앉았다. 황야의 이리를 읽기 시작. 블랙 아이스에서 필립 말로우가 나오는 롱 굿바이와 자신을 이리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해리 할러가 나오는 황야의 이리, 이렇게 두 권의 책이 소개 되었다. 해세의 다른 책은 읽었으면서 황야의 이리를 여태까지 안 읽었다. 그렇게 따지니 무한정 읽기를 보류한 몇몇 오래된 책들이 있었다. 시간이 들더라도 언젠가는 마무리를 지어야 하겠지.
그래. 헤세. 쓰레기 같은 서문을 재빨리 건너뛰었다. '나는 내 나름의 거칠고 소심한 생활 방식대로, 숫처녀를 유혹해 슬그머니 목을 조르듯이 그 날도 그렇게 죽여버렸다' 해리 할러와 나는 생활 방식에서 많은 차이를 보였다. 굳이 말하자면 여러 좋지 않은 사정 때문에 절망하거나, 이 세계에 환멸을 느낄 수가 없었다 -- 환멸이 단맛을 이끌고 증폭해 주는 소금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금요일 밤에는 프로그램을 짜다 말고 사무실에서 뛰쳐 나왔다. 신선한 공기가 필요했다. 나와서 며칠 전에 얼핏 본 블로그 어워드 모임에 갔다. 비가 내렸다. 비를 맞으며 거리를 가로 질렀다. 홀로비트 아저씨를 만났고 여전하구나 싶었다. 술 얘기는 삼갔다. 술 한 잔 안하고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비를 맞았다. 생각난 김에 sf 컨벤션 준비 과정 중에 찍은 비디오를 보았다. 컨벤션 하기 싫어서 관두고 싶은 티가 내 얼굴에 역력하게 드러났다. 그래도 꾹 참고 일을 거들었다. 마지막이니까.
토요일에는 매트릭스 2를 다시 보고, 매트릭스 3을 보았다. 오라클 역을 맡았던 배우는 당뇨병으로 죽어 3편에서 다른 배우로 바뀌었다는 얘길 들었는데, 2편에서와 마찬가지로 3편에서도 여전히 사탕을 좋아했다. 그러니 죽었지 라고 중얼거렸다.
내가 만진 것은 타올랐고 내가 버린 것은 재였다. 여섯 갑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