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er path

잡기 2003. 11. 14. 04:52
Magna Carta, Seasons, Elizabethan (2:38)

도서관 소식지를 읽어보니 은평구립 도서관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4개월동안 108권을 먹어 치웠다. 하루에 평균 한 권 정도 읽는 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삼국지, 아리랑, 드래곤 라자, 태백산맥, 수호지를 시리즈로 읽거나(도서관 탑 5 대여서적 리스트) 하루에 적어도 2시간 이상은 별 일 없어야 그렇게 읽을 수 있는데. 그것도 매일. 어쩌면 나처럼 출퇴근 길에 책에 코를 쳐박고 다닐지도 모르겠다. 난 뭐냐. 쪽팔리게. 일주일에 두 권 읽기 바쁘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성질만 더러워지고. 하루에 세 권 정도씩 읽어치운 거라고는 불과 얼음의 노래 밖에 없었다. 무협지처럼 팍팍 잘 넘어가던데. 생각해보니 그 책 3부는 언제나 나올려나. 어딘가에서 몇몇 사람들이 3부를 번역하고 있다는 얘긴 들었는데 귀찮아서 찾아보질 않았으니.

'황야의 이리'는 어렸을 적에 본 책이었다. 기억이 안 나서 마음 아팠다. 미셀 우엘벡의 '소립자'를 읽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타입의 소설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RPN 스택을 안 쓰고 재귀 호출만 사용해서 expression evaluator를 만들었다. 한 시간만에 코딩했다. 사용 중인 컴파일러/인터프리터의 버그를 두 개쯤 때려 잡았고(소스가 복잡해서 세 시간 가량) 남는 시간에 wdm 디바이스 드라이버를 만들었다. 2주 동안 regular expression library와 xml parser, 범용 해시 테이블, 압축 알고리즘 따위를 여기저기서 줏어와 만들었다. 별 지랄 다 했다.

그 와중에도 영화와 드라마를 엄청나게 많이 봤다. 남는 시간에 도서관에 가서 잡지를 해치우고 책을 읽고 밥을 해 먹고(어제는 '쇼타의 초밥'에 자극받아 김밥을 만들어 먹었다)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물에 빠진 귀신처럼 흐느적거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극소수를 제외하고 만날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앞으로도 줄곳 이랬으면 좋겠다.

the one, tar가 적어서인지 맛이 깔끔한 걸. 그나저나 이건 매트릭스 담배냐? 아니다. 타르 1.0mg, 니코틴 0.1mg의 담배. 그럼 only one이라고 할 것이지.

매트릭스 3부를 보느니 '옹박'을 보는게 백배 낫지. 시시한 악당짓을 하고 단지 주인공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얻어터지는 악당들이 가엾었다. 저건 연기가 아니라 쌩으로 두들겨 맞는건데? 어휴... 진짜 아프겠다.

비가 그친 다음의 북한산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골목길도 그렇고. 천문대 지붕이 얼핏 보였다. 낙엽이 다 떨어진 창밖 나무에는 홍시가 힘겹게 매달려 있었다. 저것들이 다 떨어지기 전에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할텐데. 맘 독하게 먹고 22분 짜리 종합선물세트 seasons를 틀어 버릴까? 다음 기회에. and the waves steal the footprints of the summer from the sand beneath the silver moon. the north wind blows, the fading leaves again.

정신나간 놈처럼 히히 웃으면서 일하다 보니 또 다섯 시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