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엔 민방위 훈련을 안 나갔다. 바빠서 날짜가 지나간 줄 모르고 있었다. 깜빡 잊고 동사무소에 재교육 신청하는 것도 잊었다. 그게 지금 기억났다. 어떻게 되겠지.
아침 8시에 주인집 아줌마가 깨웠다. 잠든 것은 6시 무렵이었다. 11시에 전화 세 통이 왔다. 늦었다. 벌떡 일어났다. 백화점에서 도시락을 사들고 기차에 올랐다. 하루 종일 꾸벅꾸벅 졸았다. 졸립고 피곤하고 수염은 덥수룩하게 돋은 채 뇌가 반쯤 뜯어먹힌 좀비처럼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다.
마음을 졸이고 있던 임베디드 보드 프로토타입은 전원을 인가하자 별 일 안 생겼다 -- 회로는 죽은 척 하고 있었다. 한숨 한 번 쉬고 인공호흡을 시작하자. 회로도를 펼치고 미심쩍은 부분을 살폈다. vhdl 컨버젼을 못한다고 cpld 프로그래밍을 안 해놨네? 가만있자... 3.3v 레귤레이터 핀 배열이 뒤집혀 있었다. max232의 in, out이 바뀌어 있었다. usb측 분압 저항값 선정을 잘못해 놓았다. 그건 디폴트 하이 시그널이 들어갔어야 했다. a0에 풀업을 빼먹었다. 어? a0가 어디간거야? 하이z 상태인 핀들도 눈에 띄었다. 회로 디자인이 엉망진창이다.
작동은 시켜야겠기에 회로도를 보고 고칠 곳들을 알려줬다. 납땜질에서 손 뗀지 어언 4년이 넘어간다 -- 내 갸날픈 손가락에서 단백질이 타들어가는 고소한 냄새를 맡아본 지도 오래되었다. 씁쓸하다. 회로 설계에서 손을 뗀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회로를 고치고 다시 전원을 넣었다. 리눅스가 부팅하고 be bug free 라는 message of the day가 떴다. 오래 전에 집어넣은 메시지였다. 커서가 깜빡였다. 상당히 신기하게 쳐다 보았다. 이게 왜 작동할까 하면서. 2-3개월 전에 뭘 했는지 통 기억이 안 난다. 그래도 뭔가 했으니까 이게 작동하겠지.
무간도, 무간도2를 봤다. 시작하자 마자 한 친구가 죽을 꺼라고 생각했고 끝에 가니 예상이 맞았다. 시간 때우기 좋은 영화였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영화 만드는 이 친구들은 한국의 아침 드라마를 한 번쯤은 봐야 할 것 같다. 2편의 대부분을 예측해서(다음 장면에는 쟤가 죽을꺼야, 저 친구는 지금 잘못하고 있어 배신해야지 식으로) 같이 보던 선배는 좀 김이 샌 모양이다. 비디오 짬밥이 얼만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무간도 시리즈 같은 단순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정서적으로는 맞지만, 졸립다. 스토리의 정합성과 내적 완결성을 견고히 유지하면서 시청자를 지겹게 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하드보일드나 느와르나... 사나이들의 신파다. 별 갖잖은 것으로 눈물을 찔찔 흘리거나 여러 가지 변명을 갖다붙여 한의 정서를 가진다던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이 가지는 기본적인 속성인 양 시청자들에게 공범의식을 뒤집어 씌웠다. 잘 나가던 카우보이 비밥도 그렇게 망가졌다. 그건 아닌데 싶었다. 그래도 무간도, 무간도2에서 건질만한 장면은 있었다. 감독 이름이 궁금했다. 어쩌면 내가 정신차리고 제대로 봤더라면 볼만한 것들이 꽤 많지 않았을까? 엘리베이터 천정에 총알 구멍이 뚫리면서 내려가는 장면이나 여자가 차에 치여 죽는 장면 같은 것 -- 이 장면에서 카메라가 지나치게 오래 머물러 있어서 감독의 악취미라고 폄하했다.
아. 사이먼 싱의 코드북을 잊고 있었군. 오래토록 기다린 보람이 있다. 닐 스티븐슨의 크립토노미콘을 읽고 왠지 불편했는데 (별 영양가가 없어서) 책 읽고 한동안 속이 시원했다. 바빠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미셀 우엘벡의 소립자와 함께 올해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으로 권해주고 싶지만 주변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거의 멸종해 버렸다. 권해주고 싶어도 권해줄 대상이 없어진 셈인가? 나름대로 나쁘지 않군. 책 내용이 어떻다느니 구질구질하게 설명하는 블로그가 아닌 바에야, 읽을만한 책이지 한 마디면 족하지 않을까? 웹에다 뭔가 감상평을 구질구질하게 올리는 것은 점점 하기... 싫어졌다.
용산에 갔다.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정작 산 것들은 2000원 짜리 세정제와 9000원 짜리 떨이로 파는 로지텍 광마우스였다. 사러 갔던 메모리는 8만원을 주고 세금계산서 대신 거래명세서를 받아왔다. 바보같으니라고... 밴드 오브 브라더스 dvd 다섯장을 3만원에 팔고 있었다. 2만원 정도면 살만할 듯 싶었는데... 얌전히 내려 놓았다. 그나저나 듄 tv 시리즈는 통 보이질 않는군.
집에서 선배와 함께 1.6리터 짜리 PET 병에 들은 맥주를 마셨다. 맥주를 PET병에 담는 것은 1994년에 우리가 술 먹다가 맥주 회사에 응모했던 아이디어였다. 맥주 회사에서 아이디어에 대한 상품이라고 맥주 한 짝을 보내줬고 감사히 잘 받아먹었다. 얼마나 술을 퍼마셔댔는지 그 당시 시냅스 접합은 몽땅 끊어진 상태지만 억울했던 사연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모양이다. 하하하.
모빌폰은 전화를 안 받기도 하거니와 요즘은 전화가 잘 걸리지도 않았다. 기계라서인지 세상사에 무감하고 냉담해진 것이다. 시계로 잘 쓰고 있다. 내 모빌폰은 테트리스도 가능했지만, 이제 슬슬 갈아치울 때가 된 것 같다.
아침 8시에 주인집 아줌마가 깨웠다. 잠든 것은 6시 무렵이었다. 11시에 전화 세 통이 왔다. 늦었다. 벌떡 일어났다. 백화점에서 도시락을 사들고 기차에 올랐다. 하루 종일 꾸벅꾸벅 졸았다. 졸립고 피곤하고 수염은 덥수룩하게 돋은 채 뇌가 반쯤 뜯어먹힌 좀비처럼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다.
마음을 졸이고 있던 임베디드 보드 프로토타입은 전원을 인가하자 별 일 안 생겼다 -- 회로는 죽은 척 하고 있었다. 한숨 한 번 쉬고 인공호흡을 시작하자. 회로도를 펼치고 미심쩍은 부분을 살폈다. vhdl 컨버젼을 못한다고 cpld 프로그래밍을 안 해놨네? 가만있자... 3.3v 레귤레이터 핀 배열이 뒤집혀 있었다. max232의 in, out이 바뀌어 있었다. usb측 분압 저항값 선정을 잘못해 놓았다. 그건 디폴트 하이 시그널이 들어갔어야 했다. a0에 풀업을 빼먹었다. 어? a0가 어디간거야? 하이z 상태인 핀들도 눈에 띄었다. 회로 디자인이 엉망진창이다.
작동은 시켜야겠기에 회로도를 보고 고칠 곳들을 알려줬다. 납땜질에서 손 뗀지 어언 4년이 넘어간다 -- 내 갸날픈 손가락에서 단백질이 타들어가는 고소한 냄새를 맡아본 지도 오래되었다. 씁쓸하다. 회로 설계에서 손을 뗀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회로를 고치고 다시 전원을 넣었다. 리눅스가 부팅하고 be bug free 라는 message of the day가 떴다. 오래 전에 집어넣은 메시지였다. 커서가 깜빡였다. 상당히 신기하게 쳐다 보았다. 이게 왜 작동할까 하면서. 2-3개월 전에 뭘 했는지 통 기억이 안 난다. 그래도 뭔가 했으니까 이게 작동하겠지.
무간도, 무간도2를 봤다. 시작하자 마자 한 친구가 죽을 꺼라고 생각했고 끝에 가니 예상이 맞았다. 시간 때우기 좋은 영화였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영화 만드는 이 친구들은 한국의 아침 드라마를 한 번쯤은 봐야 할 것 같다. 2편의 대부분을 예측해서(다음 장면에는 쟤가 죽을꺼야, 저 친구는 지금 잘못하고 있어 배신해야지 식으로) 같이 보던 선배는 좀 김이 샌 모양이다. 비디오 짬밥이 얼만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무간도 시리즈 같은 단순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정서적으로는 맞지만, 졸립다. 스토리의 정합성과 내적 완결성을 견고히 유지하면서 시청자를 지겹게 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하드보일드나 느와르나... 사나이들의 신파다. 별 갖잖은 것으로 눈물을 찔찔 흘리거나 여러 가지 변명을 갖다붙여 한의 정서를 가진다던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이 가지는 기본적인 속성인 양 시청자들에게 공범의식을 뒤집어 씌웠다. 잘 나가던 카우보이 비밥도 그렇게 망가졌다. 그건 아닌데 싶었다. 그래도 무간도, 무간도2에서 건질만한 장면은 있었다. 감독 이름이 궁금했다. 어쩌면 내가 정신차리고 제대로 봤더라면 볼만한 것들이 꽤 많지 않았을까? 엘리베이터 천정에 총알 구멍이 뚫리면서 내려가는 장면이나 여자가 차에 치여 죽는 장면 같은 것 -- 이 장면에서 카메라가 지나치게 오래 머물러 있어서 감독의 악취미라고 폄하했다.
아. 사이먼 싱의 코드북을 잊고 있었군. 오래토록 기다린 보람이 있다. 닐 스티븐슨의 크립토노미콘을 읽고 왠지 불편했는데 (별 영양가가 없어서) 책 읽고 한동안 속이 시원했다. 바빠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미셀 우엘벡의 소립자와 함께 올해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으로 권해주고 싶지만 주변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거의 멸종해 버렸다. 권해주고 싶어도 권해줄 대상이 없어진 셈인가? 나름대로 나쁘지 않군. 책 내용이 어떻다느니 구질구질하게 설명하는 블로그가 아닌 바에야, 읽을만한 책이지 한 마디면 족하지 않을까? 웹에다 뭔가 감상평을 구질구질하게 올리는 것은 점점 하기... 싫어졌다.
용산에 갔다.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정작 산 것들은 2000원 짜리 세정제와 9000원 짜리 떨이로 파는 로지텍 광마우스였다. 사러 갔던 메모리는 8만원을 주고 세금계산서 대신 거래명세서를 받아왔다. 바보같으니라고... 밴드 오브 브라더스 dvd 다섯장을 3만원에 팔고 있었다. 2만원 정도면 살만할 듯 싶었는데... 얌전히 내려 놓았다. 그나저나 듄 tv 시리즈는 통 보이질 않는군.
집에서 선배와 함께 1.6리터 짜리 PET 병에 들은 맥주를 마셨다. 맥주를 PET병에 담는 것은 1994년에 우리가 술 먹다가 맥주 회사에 응모했던 아이디어였다. 맥주 회사에서 아이디어에 대한 상품이라고 맥주 한 짝을 보내줬고 감사히 잘 받아먹었다. 얼마나 술을 퍼마셔댔는지 그 당시 시냅스 접합은 몽땅 끊어진 상태지만 억울했던 사연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모양이다. 하하하.
모빌폰은 전화를 안 받기도 하거니와 요즘은 전화가 잘 걸리지도 않았다. 기계라서인지 세상사에 무감하고 냉담해진 것이다. 시계로 잘 쓰고 있다. 내 모빌폰은 테트리스도 가능했지만, 이제 슬슬 갈아치울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