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상은 아닌데.

잡기 2003. 12. 18. 10:10
앨범이 없다. 웹에 사진을 잔뜩 올려놓은 적이 있었다. 사진들을 왜 올려놓았냐는 얘기를 예전에 들은 것 같다. 마땅한 대답이 없었는데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 주셨다. 1. 여자 꼬실려고 그러지? 그래 많이 꼬셨다. 2. 자의식이 강한 거 아니야? 강하다.


2000/3/7 이게 여자 꼬시려고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사진 같나? 잘도 꼬셔지겠다.




2000/8/1 for you 라고 말했다...


2001/7/20 여권 사진. 좀 웃어봐라 씹딱꿍아. 그래서 왼쪽 사진을 개량했다. 호러물 아니다.

대략 5000장 가량 찍은 여행 사진 중 얼굴이 들어간 사진은 20장이 채 안된다. 얼굴이 안 받쳐줘서 안 찍었다. 워낙 인물 사진을 못 찍어서 그런 탓도 있고.



1번은 여행 초기, 멀쩡했고 만사가 제대로 돌아갈 무렵 중국의 어떤 티베탄 마을에서 잘 곳이 없어 헤마다가 들어갔던 집의 젊은 샤오지에가 찍어준 사진이다. 발 닦을 따뜻한 물을 갖다줬다.

2번은 중국을 나가기 전, 따리에서 찍은 것이다. 지나가던 관광객에게 부탁해서 찍었다. 이때부터 맛이 가기 시작했다.

3번은 베트남에서 오토바이 뻑치기한테 당해 이빨이 부러지고 찍은 사진이다. 저 해맑은 웃음을 볼 때면 살맛이 났다.

4번은 앙코르와트를 돌아다니다가 방콕에 도착해 찍은 사진이다. 인상 참...

5번은 코 피피에서 다이빙하러 나갈 때 찍은 사진이다. 다이빙은 해서 뭐 하나. 뭐 그런 표정이다. 수영 하라길래 죽을 뻔 했고, 조류가 강해 이리저리 떠밀려 다녔다.

6번은 라메스와람에서 찍은 사진이다. 하시시를 빨아대서인지 맛이 좀 갔다. 어제 올린 바바 사진과 같은 날 찍은 것이다.

7번은 이란에서 사막을 횡단할 때 찍은 사진이다. 몸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

8번은 엘 살바도르에서 칼 들고 설치던 녀석을 두들겨 패고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와 찍은 사진이다. 분위기가 워낙 살벌한 동네라 눈에 힘주고 불량배처럼 하고 다녔다.

9번은 과떼말라에서 찍은 사진 같다. 유적지에서 팔자 늘어진 강아지처럼 빈둥거리고 있을 때 지나가던 외국인이 굳이 사진 찍어 주겠다며 찍어줬다. 외국에서 머리만 깎았다 하면 늘 영구 대가리가 되어 몹시 섭섭했다.

1번에서 갖은 고생 끝에 9번 안면으로 탈바꿈 했다. 1-9번은 우리 집안의 피가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 걸쳐 여러 번 섞였음을 반증한다.

웹에 얼굴 올리고 좀 망가지면 어때. 저것들은 내가 가진 나에 관한 유일한 사진이다. 서버가 뽀작나면 유통기간도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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