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을 얻는 것이 익명보다는 낫다? 익명이 백배 낫다.
머리가 달려 있어 가끔 생각도 하고 팔다리가 달려 있어 움직이기도 했다. 유저 인터페이스는 별로지만 모듈화는 잘 되어 있는 편인 것 같다. 구조주의 프로그래밍의 시대에는 구조주의적 룰에 맞춰 움직였다. 몸뚱이는 관념과 달리 해체된 적이 없었고 해체를 경험하는 것은 삼겹살, 돼지갈비, 목살, 족발을 먹을 때 정도 였다. 돼지는 해체해야 한다. 인간의 몸과 정신은 때때로 따로 움직이는 거라고 주장하지만, 글쎄다. 삼겹살, 돼지갈비, 목살, 족발을 지향하는 것이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의 냄새를 풍기기도 했다. 삼겹살은 각종 조리법과 식음법(프로퍼티와 메쏘드)이 존재하긴 하지만 삽겹살과 돼지갈비가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내재적 인과율에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증거는 없었다.
비록 삼겹살과 돼지갈비 사이에 돈독한 관계는 없을지 몰라도 메시지는 실재했다. 실세계에서 메시지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계시의 속삭임, 신문기사, 저항할 수 없다고 지랄하는 시류, 선택의 가능성을 붕괴시키는 확정적 자기 주장, 연인의 이행 불가피한 지시 사항 등등을 통해 각 개체, 또는 두뇌에 전달된 후 가능해야 할 현실로 수렴되었다. 남은 작동은 그것들이 모두 영창의 후렴구가 되어 적절한 순간에 근육을 조정하여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지폐와 동전을 세고 메시지에 따라 극장표를 사는 비가역적인 행위를 이루는 것이다.
표 구하기 힘들 꺼라고 지레 짐작하고 LotR을 볼 생각은 못했다. 과연 강남의 대부분 극장에서는 좌석이 매진된 상태였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새로 생긴 극장 구경도 할 겸 landcinema에 갔다. 맥스무비나 티켓링크에서는 예매가 불가능했다. 왠걸? 도착하자 마자 표를 구할 수 있었지만(8시표) 밥을 먹어야 겠기에 9시표를 끊었다. 밥 대신 적절한 메쏘드로 가공된 삼겹살과 소주를 한 잔 하고 들어갔다.
영화가 3시간 20분 짜리인 줄은 몰랐다. 지루해서 하품을 몇 번 한 것 빼고는 그럭저럭 훌륭했다. 프로도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책 만큼이나 지겨운 영화였다. 책을 읽을 때는 싯귀가 나올 때마다 졸기 시작해서 싯귀의 마지막 행이 끝나면 다시 정신 차리고 꾸역꾸역 읽어나갔다. LotR은 1편부터 3편에 이르기까지 뉴질랜드 관광 가이드북 같아 보였다.
머리가 달려 있어 가끔 생각도 하고 팔다리가 달려 있어 움직이기도 했다. 유저 인터페이스는 별로지만 모듈화는 잘 되어 있는 편인 것 같다. 구조주의 프로그래밍의 시대에는 구조주의적 룰에 맞춰 움직였다. 몸뚱이는 관념과 달리 해체된 적이 없었고 해체를 경험하는 것은 삼겹살, 돼지갈비, 목살, 족발을 먹을 때 정도 였다. 돼지는 해체해야 한다. 인간의 몸과 정신은 때때로 따로 움직이는 거라고 주장하지만, 글쎄다. 삼겹살, 돼지갈비, 목살, 족발을 지향하는 것이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의 냄새를 풍기기도 했다. 삼겹살은 각종 조리법과 식음법(프로퍼티와 메쏘드)이 존재하긴 하지만 삽겹살과 돼지갈비가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내재적 인과율에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증거는 없었다.
비록 삼겹살과 돼지갈비 사이에 돈독한 관계는 없을지 몰라도 메시지는 실재했다. 실세계에서 메시지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계시의 속삭임, 신문기사, 저항할 수 없다고 지랄하는 시류, 선택의 가능성을 붕괴시키는 확정적 자기 주장, 연인의 이행 불가피한 지시 사항 등등을 통해 각 개체, 또는 두뇌에 전달된 후 가능해야 할 현실로 수렴되었다. 남은 작동은 그것들이 모두 영창의 후렴구가 되어 적절한 순간에 근육을 조정하여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지폐와 동전을 세고 메시지에 따라 극장표를 사는 비가역적인 행위를 이루는 것이다.
표 구하기 힘들 꺼라고 지레 짐작하고 LotR을 볼 생각은 못했다. 과연 강남의 대부분 극장에서는 좌석이 매진된 상태였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새로 생긴 극장 구경도 할 겸 landcinema에 갔다. 맥스무비나 티켓링크에서는 예매가 불가능했다. 왠걸? 도착하자 마자 표를 구할 수 있었지만(8시표) 밥을 먹어야 겠기에 9시표를 끊었다. 밥 대신 적절한 메쏘드로 가공된 삼겹살과 소주를 한 잔 하고 들어갔다.
영화가 3시간 20분 짜리인 줄은 몰랐다. 지루해서 하품을 몇 번 한 것 빼고는 그럭저럭 훌륭했다. 프로도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책 만큼이나 지겨운 영화였다. 책을 읽을 때는 싯귀가 나올 때마다 졸기 시작해서 싯귀의 마지막 행이 끝나면 다시 정신 차리고 꾸역꾸역 읽어나갔다. LotR은 1편부터 3편에 이르기까지 뉴질랜드 관광 가이드북 같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