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일 하나 없는 꿀꿀한 연초다. 리듬을 잃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늘은 워밍업 겸 작은 tcp 서버 프로그램을 작성했다.
화성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스피릿은 지금 이 시간에 무슨 짓을 하고 있을까? 유럽의 비글2는 어딘가에서 박살이 난 채 여기저기 부품이 굴러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화성의 메마르고 붉은 땅바닥에 부동액을 피처럼 뚝뚝 흘리면서. 비글이 화성의 상공을 돌고 있는 마스 익스프레스와 교신에 성공하면 어떤 락 밴드가 만든 음악이 흘러나오게 되어 있었다. 지금쯤 유럽 과학자들은 미국의 성공에 더더욱 비참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난 김에 마그마의 스페이스 락을 틀자.
Magma, Mekanik Destruktiw Kommandoh, Hortz Fur Dehn Stekehn West (9:36)
이 바그너적인 행진곡은 지구를 떠나 우주로 뻗어나가는 코바이아인들의 에픽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룹 마그마는 일련의 갤럭틱(코스믹?)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코바이안 이란 독창적인 언어를 창조했다. 따라서 엄청난 집중력을 기울여도 도무지 가사를 알아먹을 수가 없지만, 일단의 광신자들이 우주의 각지로 팍팍 뻗어 나가는 느낌만큼은 제대로 전달되었다. 아. 좋다.
버리기는 아까와 맛이 간 산요 MZ1 카메라를 다시 뜯었다. 고장 나서 사진이 안 찍혔는데 기판을 자세히 보니 이물이 끼어 있어 회로가 단락되었다. 깨끗이 닦아서 뚜껑을 닫고 전지를 넣어 전원 스위치를 켜니 뻑뻑한 경통이 슬며시 튀어 나왔다. 사진을 찍어 보았다. 액정으로 확인해보니 사진이 알아볼 수 없을 지경으로 엉망진창이다. 열잡음, 카오스, 도리언 그레이의 흐리멍텅한 초상. 다시 뜯어 여기 저기 닦아 냈다. 모래와 먼지가 꽤 묻어 있었다. 커패시터에 잘못 손가락을 대어 불꽃이 튀었고, 팔을 따라 올라오는 강력한 전기 충격으로 뒤로 벌렁 나가 떨어졌다. 깜짝 놀랐다. 이런 것에 겁먹을 내가 아니지. 오냐. 팔을 걷어 붙이고 드라이버 끄트머리로 기판의 두 접점 사이에 살짝 갖다 대었다. 다시 불꽃이 튀었다. 탄 내가 몽글몽글 풍겨왔다. 인두로 떨어져 나간 패턴을 이어 붙였다. 어차피 a/s도 안되는 마당이니. 뚜껑을 닫고 사진을 찍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나왔다. 형편없이 망가져서 급하게 써먹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정들었던 이 놈을 안 버려도 된다는 것만 해도 어디냐.
카메라는 고쳤지만 나사가 빠진 정신 상태는 쉽게 고칠 수 없을 것 같다. 알츠하이머 병은 전두엽에서 시작해 두정엽을 지나 후두엽에 이르는 길을 따라 상상을 off시키는 스위치가 꺼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병이란다. 하... 의외로 로맨틱한 병이다. 치료법이 간단할지도 모르겠다. 전자기기가 말썽을 부릴 때 흔히 하는 것처럼 전자공학도라면 으레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고무 망치로 앞 이마부터 뒤통수까지 골고루 탕탕 두들겨 주면 어쩌다가 운좋게 '상상' 스위치가 꺼지지 않을까? 상상을 끄기 위해 자꾸 두들기다 보면 전자기기와 마찬가지로 영원히 off 될 가능성도 없지 않겠지.
화성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스피릿은 지금 이 시간에 무슨 짓을 하고 있을까? 유럽의 비글2는 어딘가에서 박살이 난 채 여기저기 부품이 굴러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화성의 메마르고 붉은 땅바닥에 부동액을 피처럼 뚝뚝 흘리면서. 비글이 화성의 상공을 돌고 있는 마스 익스프레스와 교신에 성공하면 어떤 락 밴드가 만든 음악이 흘러나오게 되어 있었다. 지금쯤 유럽 과학자들은 미국의 성공에 더더욱 비참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난 김에 마그마의 스페이스 락을 틀자.
Magma, Mekanik Destruktiw Kommandoh, Hortz Fur Dehn Stekehn West (9:36)
이 바그너적인 행진곡은 지구를 떠나 우주로 뻗어나가는 코바이아인들의 에픽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룹 마그마는 일련의 갤럭틱(코스믹?)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코바이안 이란 독창적인 언어를 창조했다. 따라서 엄청난 집중력을 기울여도 도무지 가사를 알아먹을 수가 없지만, 일단의 광신자들이 우주의 각지로 팍팍 뻗어 나가는 느낌만큼은 제대로 전달되었다. 아. 좋다.
버리기는 아까와 맛이 간 산요 MZ1 카메라를 다시 뜯었다. 고장 나서 사진이 안 찍혔는데 기판을 자세히 보니 이물이 끼어 있어 회로가 단락되었다. 깨끗이 닦아서 뚜껑을 닫고 전지를 넣어 전원 스위치를 켜니 뻑뻑한 경통이 슬며시 튀어 나왔다. 사진을 찍어 보았다. 액정으로 확인해보니 사진이 알아볼 수 없을 지경으로 엉망진창이다. 열잡음, 카오스, 도리언 그레이의 흐리멍텅한 초상. 다시 뜯어 여기 저기 닦아 냈다. 모래와 먼지가 꽤 묻어 있었다. 커패시터에 잘못 손가락을 대어 불꽃이 튀었고, 팔을 따라 올라오는 강력한 전기 충격으로 뒤로 벌렁 나가 떨어졌다. 깜짝 놀랐다. 이런 것에 겁먹을 내가 아니지. 오냐. 팔을 걷어 붙이고 드라이버 끄트머리로 기판의 두 접점 사이에 살짝 갖다 대었다. 다시 불꽃이 튀었다. 탄 내가 몽글몽글 풍겨왔다. 인두로 떨어져 나간 패턴을 이어 붙였다. 어차피 a/s도 안되는 마당이니. 뚜껑을 닫고 사진을 찍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나왔다. 형편없이 망가져서 급하게 써먹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정들었던 이 놈을 안 버려도 된다는 것만 해도 어디냐.
카메라는 고쳤지만 나사가 빠진 정신 상태는 쉽게 고칠 수 없을 것 같다. 알츠하이머 병은 전두엽에서 시작해 두정엽을 지나 후두엽에 이르는 길을 따라 상상을 off시키는 스위치가 꺼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병이란다. 하... 의외로 로맨틱한 병이다. 치료법이 간단할지도 모르겠다. 전자기기가 말썽을 부릴 때 흔히 하는 것처럼 전자공학도라면 으레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고무 망치로 앞 이마부터 뒤통수까지 골고루 탕탕 두들겨 주면 어쩌다가 운좋게 '상상' 스위치가 꺼지지 않을까? 상상을 끄기 위해 자꾸 두들기다 보면 전자기기와 마찬가지로 영원히 off 될 가능성도 없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