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왜 신나?

잡기 2004. 1. 23. 03:09
240$면 면봉으로 입천장을 긁어 dna 샘플을 보내 이브의 일곱 딸들 중 내가 어느 clan에 속하는지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서비스의 범위가 불분명하고 데이터베이스가 아직 작아서 신청은 삼갔다. 내가 누비아의 왕이라고 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나는 깜둥이다. 그러나 나는 왕이다' -- 미셀 투르니에의 동방박사(?)의 멋진 첫 문장.

노스모크에서 옛날 진화론을 부정하는 글을 읽고 잠깐 동안 옛날에 배웠던 것들을 회상했다. 거기 있는 사람들 대개가 진화론 '신자'는 아닌 것 같은데... 어째서 저게 논쟁이 되는걸까. 신기했다. 비슷한 것이 하나 더 있다.

eouia님의 블로그에서 알프레드 베스터의 '파괴된 사나이'에 관한 마초 논쟁을 읽었다. 나처럼 오직 앞만 보고 달리는 마초는 요즘 어디에도 낄 자리가 없었다. 번역물의 원문 대조를 안 하면 어불성설이 되나 보다. 원문대조 운운하는 걸 보니 문유님은 y님이 번역한 것보다는 본인이 한 것이 원문에 충실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 시시한 얘기 보다는, 코멘트 중간에 x가 이름을 숨기고 얍삽하게 뭔가 써놓고 튄 흔적이 보였다. 만날 저런 짓을 하고도 아직 한 대도 안 맞았다.

'아이도 썰고, 어른도 썰어 넣으세요.' -- food 채널에서 얼핏 들은 말. x는 cold meat pie가 될 자격이 있다. 노래 한 곡 땡기자. ELP, Brain Salad Surgery, Benny the Bouncer (2:21)

'진정한 사나이가 되고 싶다면, 내 배에 타라'
'지구가 사라졌다는 것을 야당놈들에게 들키면 큰일이야'
'한순간 우주 전체가 동시에 흔들렸습니다!'

이상, 자기 우주선을 갖고 있는 원조 마초 Captain Herlock TV판에서 본 대사들.

2004년 번역SF물 시장의 판도 -- '현명한' 독자라서 그런지 최근 출간된 sf중 알라딘의 서적 보관함에 forge of god 단 한 권만 담아놓았다. 저 아저씨는 자기는 번역서 한 권도 제대로 읽어볼 형편이 안되면서 한국의 sf 독자들은 신나겠다며 두미쌍괄식으로 얘기하던데, 소화 안 된다. 서비스가 좋아야 책 장사가 잘 되리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출판사는 책이나 잘 내면 된다고 본다. 독자들 한테 꼬리 흔들고 알랑방구 끼면 책의 품질이 저절로 향상되기라도 한단 말인가? 하다못해 반sf적이고 상상력 0에다가 저 유비퀴터스적으로 바보스러운 한국 sf의 표지가 개선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오역은 그렇다치고 오탈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출판사가 프로페셔널 집단이 아니라는 증거다. 프로그래밍 코드에서 철자 하나 틀리면 원자로가 폭발할 수도 있다. 나같은 극빈층 프로그래머 조차도 식은땀을 흘리면서 프로그램을 짜는데(어, 과장과 명백한 논리적 오류) 출판사 편집,교열원은 왜 죽기 살기로 자기 직업에 충실하지 못하나. 오탈자 하나당 곤장 한 대씩, 뭐 이런 내부지침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그 출판사에서 기획자가 사장님 눈, 귀 다 막아 놓은 걸 뻔히 다 아는데, 기획자만큼은 정성들여 씹어도 될 판인데, 저 아저씨는 늘 오줌 싸다 말고 지퍼 올리듯이 시시한 문제(출판 시장 따위)에 집착하는 것을 레코드 판 걸어놓은 것처럼 수 년째 반복했다. 하여튼 sf 종수는 늘었어도 뭐 읽을만한 것이 있어야지. 다들 자기들 지론이나 펼치기 바쁘지, 정작 나같은 독자는 아직까지 신날 일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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