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

잡기 2004. 1. 30. 17:38
어젯밤엔 벨 커브에서 양 극단에 속하는 특이성을 지닌,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인류에 관한 얘기를 했다. 여러 종류의 '평범한' 성향, 성격분석이나 적성,지능 테스트는 그런 사람들이 지닌 특이성을 잡아낼 수 없다 라고. 살인마가 내성적이라던가 결정을 잘 이루지 못해 망설인다던가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재능을 가지고 있다던가 하는 정도 뿐이라 참 귀엽기 까지 하다. 이상 정신 세계, 이를테면 예술가나 과학자, 범죄자의 성향을 제대로 분석하려면 절대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량적 분석을 시도하는 테스트는 무의미하다는 것. 을 강조하고 싶었다. 간만에 콜린 윌슨 얘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정씨 아저씨나 김씨 아저씨는 자기들이 그 극단에 속하는 사람들 임을 인지하지 못하던가 어렴풋하게 자각하는 수준이었다. 갈 데까지 가려면 자각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테면, 예수나 부처는 자각했고 놀부, 흥부는 자각이 없었다. 머릿 속의 라디오는 그런 주파수를 찾아다녔고 또한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인간이 가진 개성과 카리스마 따위는 눈을 현혹시키는 옷 같은 것이고 믿을 것은 몸에서 직접적으로 뿜어 나오는 희미한 에너지 발산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특이한 종류의, 조제된 인간성이 매력적으로 보인 적은 없었다. 매력적인 사람이란 범죄자,예술가,과학자가 지닌 특성이 혼합된 형태를 띄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예술가나 범죄자의 대다수가 별로 기대할 것 없는(차도가 안 보이는) 또라이라고 여기는 편이었다.

8월부터 로또복권 천원으로 인하 -- 미래를 일종의 투기, 사기도박으로 간주하는 평범하고, 늘 재수가 없는 소시민을 두 번 죽이지 않는 방법이 뭐가 있을런지.

'아침형 인간'도 처세술 책인가?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짐작컨대, 아침형 인간이란 저녁 일찍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밥 든든하게 챙겨먹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그리고 언제나 미소와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자신이 뜻하는 바를 능동적이고 생기있게 추진해 나가는 사람일 것 같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에 몹시 긍정적이다.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하기만 하면 굳이 아침형 인간이 될 필요가 있나? 내가 초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침형 인간들이 모두 자고 있을 오전 1시에서 4시 무렵이다.

'직장의 쓸개빠진 놈팽이들, 월급이나 받아 먹으며 이놈 저놈에게 빌붙어 사는 무능력한 놈들은 가차없이 짤라버려야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라는 말을 실천하기 위해 회사다닐 때 했어야만 하는 정치적, 전술적 행동양식을 처세술이라고 생각했다. 자기가 그런 류의 인간에 속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는 녀석들이 세상을 편안하게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 뿐더러, 특히, 재미가 없다. 권력의 불균형에 따른 파워 포텐셜을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하 생략. 자신이 살기 위해서 타인의 등을 처먹는 놈은 어떻게 해야 하나? 갖은 수단을 동원해 정의의 이름으로 그를 처단하고 그의 이익을 가로챈 후, 여유가 되면 사회단체에 전액 기부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작자는 믿을 수 있지만, 그것에 세계평화라든지, 한민족의 중흥을 위해서 라든지 하는 갖가지 이데올로기를 갖다 붙이는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비슷한 얘기를 어딘가 처세술 책에서 보았던 것 같다. 후자는 사정이 생기면 딴소리를 한다. 차라리 내가 이런 일을 했을 때 마진이 얼마고 나한테 떨어지는 이익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왠 녀석이 이익이 아닌 윤리 교과서에 나옴직한 얘기를 늘어놓을 때는 믿을 수 없는 자라고 단정지었다. 앞으로 튀기고, 뒤로 뒤집어 다시 노릇하게 튀겨 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이데올로기 땟국물을 증발시켜야 한다고도 믿었다. 하하하.

아프리카를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던 사막이 갑자기 멎은 것처럼 별 생각없다. 의문은 바다와 함께 멀리 떠나갔다. 그래도 박진감이 철철 넘치는 생활소사에 관한 의문은 남았다. 미역국을 끓일 때 조갯살을 넣는 것이 좋은가, 조갯살 중 홍합살만 넣는 것이 좋은가? 해물전 아줌마가 문제를 해결해 줬다. 미역국에는 홍합살이다. 논쟁의 여지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결혼한다니까, 다들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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