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기사

잡기 2004. 3. 6. 01:51
조선일보: 美 과학자들 “시험관속 인공태양 만들었다” 주장
한국일보: "시험관안에서 핵융합 성공"

스포츠 찌라시의 연애인 가십 기사 제목처럼 '파격적'인 과학 기사를 보면 가끔 가슴이 철렁 내려 앉고는 했다. 딱히 잘못 쓴 기사가 아니지만, 과학 기자가 기사를 저렇게 쓰는 것은 무지몽매한 대다수 대중의 계몽에 앞장서야 하기 때문인가 보다. 개소리 그만 하고 사실과 참조만 정확하게 전달해 줬으면 좋겠다.

같은 내용의 글을 KISTI에서 보면 제목 마저도 합리적 회의주의자가 마땅히 취할 시니컬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거품' 핵융합

예전에 NP complete 문제를 해결했다(대체 뭘 해결했다는 말인가?)는 막연한 제목의 기특한 한국인 수학자(?)에 관한 글을 한국의 '보통' 신문에서 얼핏 읽고 몹시 중대한 뉴스라고 평가했고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혀야 한다고 확신하기에(아닌가?) 여기 저기 뒤져 봤지만 아무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지금은 그것이 오보라고 생각하지만 신문사의 과학기자가 NP Complete가 뭘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기사를 썼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그렇게 무식하다고 믿고 싶지 않고 자기가 뭘 쓰는지 몰라 인터넷 한번 뒤져본 적 없다고 믿고 싶지 않고 사실 유무를 확인해 보지 않았다고 믿고 싶지 않다. 과학기자는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기생충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맡고 있다.

어젯밤에 상한 삼겹살을 먹고 체해 잠을 설치고 하루 종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다가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와 저런 기사를 읽으면서 투정을 부리다니 스스로가 한심하다. 아, 맞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자기계발을 하자. e짠돌이를 30분쯤 읽었다. 책 두껍게 만들지 말고 엣센스만 전하란 말이다! 엣센스만! 구질구질한 일상은 궁금하지도 않다고!

pc 시대는 과연 끝났는가

게으른 사용자의 입장에서 볼 때 pc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웹브라우징과 몇가지 문서(유사 문서) 작업, 이런 저런 프로그래밍, 홈 쇼핑과 전자 결재 밖에 없다. 게임을 안 했다. 더 이상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개발자의 입장에서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점점 더 사용자를 소외시키고 범접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셋업과 사용법을 가지는 등 일정 수준 이상의 복잡성을 유지하는 것이 앞으로 내 밥벌이를 지속하기에 '알맞다'.

오늘은 테스트 패턴 프로그래밍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망라하는 대단한 고급 기술이라는 평가를 들었는데, 밥 먹듯이 하던 것이라서 그게 내 아르바이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얼핏 했다. 현실적으로 두 가지 일을 병행할 수는 없고 주변에서 그걸 할만한 사람을 알아보려니 정말 '고급'기술인 것 같아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 참 골 때렸지만, 그런 시시껄렁한 '고급기술'로 누군가는 연봉 20만불짜리 밥벌이를 하고 산다. 난 많이 바라지도 않고 80 퍼센트 디스카운트 해서 연봉 6만 수준에서 맞춰줄 수 있다. 음... 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참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안타까워서.

스티븐 레비의 글에 나오는(그도 맥으로 컬럼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니컬러스 카의 주장은 옳지만 밥벌이에 열중하는 몇몇 사람들을 화나게 해서 그에게 이득이 돌아갈 것은 없어 보인다. 카의 비관적인 주장을 한담처럼 날려버린 것은 레비가 여전히 현명하다는 증거다. :P 그런데 RFID는 단가 문제지 기술 문제가 아니다. 아참, 은평구립도서관에서는 소장도서에 RFID를 사용하고 있다. RFID는 냉장고를 인텔리전트하게 작동시킬 수 있고 마케팅에 혁명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sf 한 권 쓸만한 분량이 나온다). 그래서 꿈의 기술이고, 일상의 혁명이다. 검색기술은... 머리 아프니까 관두자. 여전히 레비는 여늬 과학 기자나 테크 리포터와 달리 포인트 하나는 제대로 잡았다. 비즈니스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는 적당히 무시하고. <-- 이히힛. 내가 이런 말을 다 해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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