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나오는 하루

잡기 2004. 3. 13. 01:27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 결혼이지만 그거라도 하고 나니 할 일이 이전보다 세 배쯤 늘어났다. 자질구레한 일상사 때문에 집에 들어가서 일을 하거나, 심지어 웹질 마저 할 시간이 없다. 내가 이 집안의 팀장이자 프로젝트 매니저인 것 같다. 필경 장기 프로젝트가 될텐데 자금 계획을 세우고 인력을 배치하고 일정을 조정하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끈기와 집념이 요구될 것 같다. 하나 밖에 없는 팀원을 설득하고 함께 협업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목표를 세우고 솔선수범을 해야 할 것이다. 공동의 목표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자금 누수를 막고 발생할 수 있는 가능한/치명적인 오류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세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일단 아내가 내 말을 잘 따르도록 일련의 강도 높은 정신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 세뇌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

아침부터 탄핵 가결 때문에 기분이 엿 같아서 일은 안 하고 뉴스 사이트만 들락거리다가 퇴근했다. 퇴근길에 책을 읽다가 얼떨결에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없어 보이는 관광지로 추측되는 국회의사당을 찾아갔다. 사람들이 무척 많았고, 취향에 안 맞는 곳이지만, 멍하니 서서 누가 뭘 어떻게 잘못해서 감정이 상하지만 기운 내야겠다는 류의 얘기를 들었다. 어제 대충 그렇게 되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닥치고 나니 국회의원인지 하는 작자들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다.

consequence에 관해 불만을 토로할 수 없는, 절차 자체가 사회의 '제'목적성에 관한 합리적 근거가 될 때 그것에 무조건적으로 항복하기 싫어 잠시 저항해 보지만 부질없는 짓임을 깨달은 느낌. 왠간하면 그 부수적인 개소리는 생략하고 싶다. <-- 어젯밤 좋은 술 마시고 취해 블로그에 메모해 놓은 것. 과연 뭔 소리일까. 궁금하다. 김씨 아저씨더러 나가 죽으라고 말한 기억이 났다. 예절에 어긋나는 짓이다.

쿨러 마스터를 취급하는 사이트에서 슬림PC에 사용할만한 적당한 쿨러를 찾았다고 생각하고 주문했다. DP5-5G11 (L53 x W50 x H27(mm), 5500rpm. 11.3CFM, 30dB, 5천원) 그런데 엉뚱한 쿨러가 도착했다. 표기된 27mm보다 6mm가 더 높은... 슬림PC의 케이스가 안 닫힌다. 엿된 것이다. 우송료를 3천원으로 가정하면 교환하는 것이 수지맞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lcd 아크릴 케이스는 드릴질 하나 하지 않은 말끔한 것을 보내주었다. 대책이 안 섰다. 11.4" 짜리 lcd라도 제대로 맞춰 놓으려고 av보드의 기판을 살피다가 보니 이전에 짐을 치울 때 기판이 긁혀서 인지 eeprom인 24c02의 핀이 몽땅 한쪽으로 슬린 채 부러져 있었다. 인두를 찾아 박스를 뒤적였다. 인두를 찾으니 땜납이 안 보인다. 간신히 칩의 다리를 납땜해서 욕설을 늘어놓으며 lcd에 장착했다.

하루 종일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어 코메디에 열중하는 국회의원인지 하는 것들 욕을 수도 없이 되풀이 했다.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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