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야 마칸

잡기 2004. 3. 30. 23:00
"남극 세종기지에서 일할 분~" 월동대원 모집 -- 내겐 해당 사항 없다. 그럴듯한 책 제목에 끌려 장순근의 '남극 탐험의 꿈'을 읽고 나서 남극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서 싹 가셨다. 지지리도 글을 못 쓰는 양반이다. 그 양반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다. 다시는 읽나 봐라.

지하철을 탈 때 합정에서 당산까지의 구간을 특히 좋아했다. 그것 때문에 2시간이나 걸리는 사무실까지 갈 기운이 생기고는 했다. 빛으로 가득한 한강을 건너다 보면 한국정치의 현실도 보였다. THE "BRIEF SAFE"

"Lexx: The Dark Zone" (1997) : 시리즈의 첫 편이 시작되자 마자 2만 행성 연합은 Bronen-G 행성을 시원스럽게 박살낸다. Kai는 그 와중에 살아남은 유일한 생명이다. 브로넨 지가 박살난 후 2008년이 지난다. 행성연합의 어둠을 숭배하는 악당 족속들은 행성 파괴선을 건조하는데 브로넨 지에서 꽃피웠던 인섹트 모티브를 참고하여 사상 최강의 우주선을 개발한다. 양분을 섭취해 성장하는 우주선, 렉스가 그것이다. 쓰레기 같은 죄수의 몸에서 쓸만한 장기를 취한 후 남은 찌꺼지 고기를 우주선에 먹였다. 그래서 우주선의 벽에는 소화되다 만 생물 시체의 찌꺼지가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다. 죄수들 중, 자신을 메스꺼워하는 신랑을 한방 먹이고 잡혀 들어온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가 받은 형벌은 전신 성형을 받은 다음 죽을 때까지 섹스 슬레이브로 봉사하는 것이었다. 그 여자가 성형 수술을 받을 때 마침 폭동이 일어나 재수없게 클러스터 웜의 신체 일부가 섞여 들어갔다. 여하튼 여차 저차 해서 몇몇 어중이 떠중이들이 렉스를 몰고 클러스터 행성을 탈출한다.

시리즈의 1,2편만 보고 판단하기는 그렇겠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렉스 시리즈는 보면 '건실한' 프론티어 철학을 가진데다가 때가 되면 죽어야 하는 인생을 심하게 비웃는 코믹 판타지물인 스타트랙의 대척점에 놓여 있다. 죽지도 않고 잘 살아가는 스타트랙의 등장인물들과 달리 사정상 딱히 살아 있어야 될 이유가 없는 생명체들은 떨어져 죽고 팔다리와 목이 잘리고 내장을 들어내고 뇌를 짜내고 먹히고 던져진다. 감독의 주장에 따르면 십대 떼거리가 클러스터웜에게 먹히는 모습이 나오는 자신의 영화를 보면서 환희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선은 파리처럼 하찮게 폭발하고 행성이 부서질 때는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주인공들이 기뻐서 환호성을 지른다. 흡사 카펜터 영화의 차세대 버전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즐겁다.

'거짓말을 하겠다고 했으니 어떤 것도 진실이 될 수 없죠. 창문은 창문이 아니고, 문은 열리거나 닫히지 못합니다. 모두 진실의 모조품일 뿐이지요. 그런 이야기 속의 태양은 이 손을 따뜻하게 해줄 수 없습니다. 과일은 한번 먹으면 입맛만 다시게 되지요. 거짓말은 바다와 산이 있는 커다란 나라 같은 것이어서 인생처럼 잔인하고, 아이들처럼 아름다우며, 여우처럼 꾀가 많고, 달면서도 시고, 싱싱하면서도 말라 비틀어지고, 썩었는가 하면 싱싱하고, 오래 되었나 하면 갓 태어난 것 같지요. 하지만 이 세상에 거짓말이 주는 웃음처럼 통쾌한 웃음은 없습니다.'

'거짓말을 잘 하려면 자기가 하는 거짓말의 진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사랑이나 선의 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실은 어떤 멍청이라도 말할 수 있지만 선의의 거짓말은 영혼이 깨어 있는 자만 할 수 있다.' -- 라픽 샤미, 1001개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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