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몰락

잡기 2004. 6. 3. 00:57
소니 클리에 생산 중단? 잘들 논다.

사흘 동안 지방 출장.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퍼 마셨다. 이틀을 강의만 하다보니 지쳤지만 내 덕에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해 내심 기뻤다. 사람들은 자기 재능을 발견할 때 즐겁게 몰두할 수 있다. 겉모습은 누구나 평범하고 닭대가리 같아 뵈지만 프로그래밍이 왜 재밌고 신나는지 알려주다 보면 눈빛이 달라진다. 개중 워낙 심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 한 친구는 3개월 후면 나만큼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고 떵떵거렸다. 그러길 바랬다. 동료를 원한다.

홈페이지에 갑자기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들락거려 뭔 호들갑일까 궁금했는데 혹시, mirable dictu에서 점보기 릴레이 중이라서? 그랬군. 이런 오비이락은 감정이입과 텔레파시가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그것도 3개월 전에 써두고 퍼블리시를 안 하다가 재고정리 차원에서 올렸는데 마침 점보기 릴레이중이었다니. 하하하

pda에서 플라네타리움을 보다가 오늘이 보름 때 임을 알았다. 바탕화면에 깔린 한반도의 구름 상태를 보니 밤하늘이 청명하기 그지없었다. 망원경을 들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혼자 보기 아까워 어디 가서 술 한 잔 하며 즐기고 있을 아내 보여주려고 사진을 찍어 보기로 했다. 삼각대가 어디있지... 아, 맞아. 없지. 디지털 줌으로 최대한 땡겨봤지만 손톱만한 크기. 안 되는군.



망원경을 왼손에 들고 왼손 검지로 놉을 조절하면서 오른 손에 든 디지털 카메라를 망원경의 아이피스에 살짝 끼우고 줌 레버를 조절해 땡겨 디지털 10배까지 밀어 붙였다. 이 좋은 시대에 어거지로 디지털 줌을 쓰는 내, 싸구려, 스냅샷용 카메라. 손이 떨려서 도저히 달이 잡히지 않는다. 사격 자세로 앉아 이십여분 이것 저것 씨름하다가 최종적으로 연사 모드로 열댓 장을 순식간에 찍었다. 카메라와 망원경의 렌즈가 결합하여 절묘하게 증폭된 색수차는 어쩔 수 없었다. 찍고 나니 결과가 별로 만족스럽지 않아 왜 이런 짓을 할까 싶었다.



F4.8, 셔터속도 1/120, 측광모드 스팟, 노출보정 -1ev.



앗! 그런데... 달이 순간 이그러지는 듯 하다가 갑자기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DJ. Yusef의 흥겨운 음악(4:39) 을 들으며 지구 멸망을 자축.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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