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라이

잡기 2004. 6. 4. 00:56
얼마전에는 멍하니 매뉴얼을 읽다가 순환 버스를 타고 2시간을 뱅뱅 돌았다. 집에 도착하니 12시 가까이 되었다. 사무실에서는 9시쯤 출발했다. 정신이 어디 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주기가 다시 시작된 것 같다. 지하철에서 종종 역을 지나치거나 꿈 속에서 숲속의 짐승을 보는 것 등등.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건너면서 얕게 떠 있는 붉은 달을 보았다. 몇 년 전 사막에서 밤을 맞아 밝은 달 아래 터벅터벅 걸어 오아시스로 돌아오던 때가 기억나서 두근거렸다. 그런 기억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오늘도 옥상에 올라가 달을 찍었다. 요령이 생긴 탓인지 어제 찍은 것 보다는 나았다.

아내한테 언제나 한쪽 면만 보이는 달이 자전하는지, 자전하지 않는지 말해 보라고 했다. 자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내와 같은 착각을 했다. 달에 관한 많은 재밌는 해석들이 있었다. 이젠 그런 것들에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는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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